" 편하긴하더라. 근데 그 입좀 다물고 있었으면 몇 배는 편했을거같은데.. 좀 다물 생각은 없나? 응? "
레오는 확 그냥, 이라고 말하면서 주먹을 말아쥐었다가 폈다. 분위기의 환기도 끝났고 위화감도 사라졌다. 공포도 무서움도 한 순간 일뿐. 자리에서 일어선 레오는 다시금 발목을 돌려주고 손목을 돌리고 어깨를 풀어주었다. 여차하면 도망칠생각이 있다기 보단 여차하면 확 덮쳐서 몇 대 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몸을 풀어둔 쪽이 이길테니까. 몸싸움이라면 자신있는 분야 중 하나였다.
" 하, 쫄튀? 뭘 잘못먹었나. 내가 그럴 사람으로보여? 하여튼간에 너 먼저 도망치면 청이는 내가 갖는다. 이거 진짜야. 청이도 너처럼 매번 내기에 거는 주인보다는 나처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낫지 않겠어? "
레오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반대쪽 복도의 깊고 짙은 어둠.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교감선생님이 봤다면 뭐라고 하실까. 아니, 다른 교수님들이 보셨다면 뭐라고 하실까.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 정신나간 내기도 끝낼 수 있고 복도 끝에 뭐가 있던 신경쓰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그 그림은 정말 뭐였을까. 너무 무서워서 헛것을 봤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아, 생각하지말자. 레오는 고개를 절레절레저었다.
" 아까부터 멘트가 상당히 거슬리네.. 약처먹었어? 야, 진짜 쳐죽여버리기전에 그만하지? "
레오는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 어깨를 툭툭치려고는 했으나 키 차이는 어쩔 수 없기에 주양의 복부에 가볍게 주먹을 툭툭 가져다대는것으로 말았다. 주먹을 붙인 상대로 레오는 올려다보면서 한 번더 깝치면 진짜 쳐죽여버린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항상 이런식이다.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가 본다면 저 둘을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둘을 떼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할 것이다. 항상 이렇게 지내왔고 항상 이렇게 대해왔으니까. 서로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대는 것이 일종의 애정표현이 되어버린 셈이다.
" 가자. 내,내,내가 앞장선다! 쭉 가서 계단을 타고 꼭대기 층을 간다음 반대편 복도로 가서 그 쪽 계단을 타고 내려오고.. 또 쭉 가서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고.. 이런식으로해서 1층으로 가는거야. 불만없지? "
앞장서고싶은 마음따위 없었다. 뒤에, 적어도 옆에 서서 가고싶었지만 아까 너무 겁을 먹어 언니라고 불렀던 후유증이 남은 탓인지 레오는 조금이라도 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색하게 앞에서서 심호흡을 두어번 정도 한 레오는 먼저 한 걸음을 내딛었다. 어둠속으로 한 걸음 다가갈때마다 조금씩 앞이 보이기는 했지만 역시나 어두웠다. 레오는 한 걸음을 걸을때마다 뒤를 돌아 그 자리에 주양이 있나를 확인했다. 없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었으니까. 앞을 보고 앞장서서 걷는다는 것은 혼자 걷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두 배로 공포심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5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리치야,,, 털뭉텅이 자가용 승차감이 어때....??? 솔직히 '우왕좋다ㅎ.ㅎ' 이러면서 받아먹다가 가벼운 장난 정도는 그냥 방치할 것 같음(무책임....) 근데 두 번째 이후로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나를 간식으로 살 셈인가...>!!!' 이러고 살살 빼... ^~^
>>547 앗 드르렁(?)
ㅋㅋㅋㅋㅋㅋㅋ레오랑 주양이 일상 관전하기 꿀잼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괴로워하면서도 스불재를 결코 멈출 수 없는 승부사들....
>>550 리치 : (라쉬 등에 납작)(만족의 꼬리 팡팡)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간식이었다...루트인거지 그치?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 좋은 강아지는 이래서(?) ㅋㅋㅋㅋㅋㅋ 라쉬 진짜 매력둥이네! 엘롶도 눈치채고 그러면 이제 간식으로 꼬시는 건 안 하겠지만 ㅋㅋㅋㅋㅋ
우후후, 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지만 이내 실례라는 것을 깨달은 건지 그는 살짝 웃음을 감춘다. 하지만 입꼬리가 씰룩이는건 어쩔수 없는것일까, 그의 입꼬리가 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짜증나보이는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저보고 자기 닮았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시던데요. 어머니가 꽤 당황하셨죠, 오히려 어머니가 반대하셨어요."
보통 전통을 중시하는 가문이다보니, 그녀의 가문에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줄 몰랐던 탓이리라, 오히려 에스카마리의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아버지는 반기는 상황인지라 어머니의 당혹감은 더 커졌을께 분명했지만 말이다. 양쪽의 성씨를 모두 가져가는 어린아이는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입을 열었다
"어.... 독립하겠대요. 졸업하고 둘이서 동거할 예정이라고는 들었는데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만 케인에게 이야기만 들었을 뿐, 그 이후의 사건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는 그였다. 물론 그 전말은 조만간 케인에게 들을 예정이지만 아직은 모르는게 그의 진실이었다. 이어지는 말들에 동의한다는 듯 그가 고민을 한다. 확실히 자신도 아무거나 방송하라 하면 분명히 미친듯이 갈등을 때리겠지. 그 마음 이해한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은하수는 대체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가줄런지. 빗자루를 들고 금지된 숲의 괴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생각한다. 전에 한번 왔었지만, 여러 학생들이 토벌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알음알음 듣고 다시 찾아가는 길이었다. 타지도 않을 빗자루를 들고 온 건 가는 길에 탈 예정이라 그렇고.
"...조금 귀찮네."
가던 중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온 길을 다시 돌아가진 않을거다. 거의 다 오기도 했고 해서 손해보는 일은 아니니까. 두번째 마주하게 된 게 괴수의 모습을 봤을 땐 귀찮음이 한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긴 했다. 음, 역시 귀찮아. 빨리 해치우고 가자.
"리덕토."
왼손에 든 빗자루를 내려놓지도 않은 채 오른손에 든 지팡이로 괴수를 겨냥하고 마법을 쏜다. 이게 좀 통하긴 했을까. 잠시 지켜보다가 지팡이 든 손을 휙 휘두르며 재차 주문을 읊는다.
"엑스펄소."
이정도 화력으로 저 거구에 얼마나 위해를 줄 수 있을까 싶지만. 현재로썬 이 이상의 공격법은 모르니. 또 잠시간 텀을 두고, 손 안에서 지팡이를 한번 돌려 다시 쥐고서 다른 주문을 내뱉는다. 지팡이의 끝을 정확히 괴수에게 향하고.
"좋아~ 역시 꼬맹이가 그렇게 나와줘야 이 내기가 좀 더 심장 쫄깃해지는게 되는 거 아니겠어? 우리 청이도 아랫공기보단 윗공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낫다고는 못 해주겠네! 이거 미안한걸!"
손을 곧게 펴고, 아랫공기라는 말에 당신의 실제 키보다도 한참 밑바닥을. 윗공기라는 말에 자신의 머리 위를 각각 손으로 짚으면서 살랑살랑 흔들었다. 매번 이러는 것이 일상이 된 터라, 이 모습에 익숙해진 누군가는 이야기할 것이다. 주양의 저 과한 도발마저도 받아주면서(?) 손절하지 않고 쭉 지내는 당신의 멘탈이 부처라고.
당신이 자신에게서 아주 잠깐이나마 고개를 돌리자 주양은 이때다 싶었는지 아주 작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했다. 차라리 여기서 미친 척 비명을 지르면서 헛게 보인다고 난리법석을 피운다면 사감님이나 누군가가 깨어나 이 내기를 말려주지 않을까. 차라리 무승부로 할 걸. 한참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격하게 집에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다.
"언제나 말하지만 언니는 우리 꼬맹이가 겁없이 대드는 걸 좋아한다구? 그리고. 나보다 키도 작으면서 명령조로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 못 들었나봐, 응? 말이 안 통하니까 역시 적당한 다른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겠는걸?"
이번에도 일부러 몸에 힘을 주고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역으로 당신의 어깨를 살살 밀었다. 자신이 먼저 도발한 주제에, 속이 꽤 답답했다. 차라리 한판 시원하게 붙는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 켠으로는 이것마저도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상황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항상 평온한 상태보단, 지금 이렇게 감정기복을 크게 느끼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었으니. 아는 사람들은 다 알만한 그 관계의 연장선이었다.
"ㅁ, 뭐..? 이번에는 같이 안 걸어...? 하. 뭐, 나야 편하고 좋네! 위. 위험할때 나 혼자 냅다 내뺄수 있으니까.. 그. 음. ㄷ, 당연히 불만 없지..! 불만을 가질 거였다면, 나오지도 부르지도 않았어!"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상황이 닥쳤을 때. 아까의 그 기세등등함은 다시 자신의 방에 잠들어있는 청에게나 줘버린 듯 괜히 불안해하며 당신과 잡았던 손을 몇번 꼼지락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양 손을 쓸수 있어서 편하기는 했으나 손이 하나 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언제 어둠 속에서 이 손을 홱 낚아챌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심리적 불안함은 충분한 상태다. 주양은 몇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순간 화색이 도는 표정을 짓고 양 손을 주머니 안에 쿡 찔러넣었다. 이 방법이 있었지.
".. 으. 내 눈 건강에 안 좋으니까, 그만. 돌아보고.. 앞으로 좀 가면 아. 안돼? 도, 도망 안 가! 내가 지는 선택지인데 그걸 고르는 건.. 멍청한, 짓, 이니까..!"
끝까지 악을 부리며 재앙만을 불러오고 있었다. 당신이 한 걸음을 걷고 돌아보고 하는 것이 반복될수록 더 불안했다. 공포 영화에서 나올법한 장면이 주양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는 짧은 순간, 당신이 평소 저와 티격태격하던 레오파르트 로아나가 아니라 다른 뭔가가 되어 섬짓한 표정을 지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주양은 당신에게 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이대로 가다가 멈춰선다면. 갑자기 아무말도 안 하고 그렇게 마냥 서 있는다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몰랐다.
"어... 그치만. 조금은.. 돌아봐도 괜찮을.. 지도?"
괜히 소극적인 한 마디를 덧붙이며 애써 그 기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불안함이란 쉬이 지워지는 게 아니었으니, 영 소용 없는 일이었지만.
현궁이 소란스럽다 했더니 뭔 꽃게란 말인가. 그는 골머리를 앓았다.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거대한 게의 난동 때문에 금지된 숲으로 남발되는 주문 소리, 학생대표니까 이런 건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1학년 학생들의 삐약거림까지 겹쳤다. 그는 서랍을 열어 오레오를 꺼낸다.
"무슨 소리가 나도 밖에 나가진 말거라, 아가."
담배라도 피우고 싶은 심정을 뒤로하며 그는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금지된 숲과 얼음호수 근처인 방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은하수가 여기로 내려오냔 말이다. 그는 예민한 눈으로 게....를 훑었다. 저게 무슨 게란 말인가, 게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는 냅다 지팡이를 휘둘렀다.
"혀 씹으면 얼마나 아픈데요. 피 나면 큰일이고, 밥 먹을 때에도 조심해야, 음, 됐어요."
허가 찔린듯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여놓는다. 이내 자신이 하는 말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안을 흘겨보다 말았다. 뒤끝이 있다고 하나 이런 사소한 일을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속이 좁지 않은 민이 말했다.
"아, 그래요? 화목한 집안 같네요. 부러워요. 그런데 그 기개는 어디갔고 혀 깨물었을까봐 걱정한 사람을 놀리는 사람만 남았나요?"
결코 째째하게 구는 것이 아니다. 민 자신은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한 것이었다. 매우 속 좁은 사람이 생각했다. 방금까지 하하호호 말 잘 하다가, 뚝 웃음을 끊는게 고장난 카세트처럼 오싹했다. 웃을 때에는 덜했지만 무표정을 짓고 있으니 사람이 배로 음울해보였다.
"하하, 농담이에요."
민은 다시 활짝 웃으며 덧붙인다. 서늘한 얼굴에 그제서야 볕이 들었다. 농담을 할 때에는 조금 어설프게 굴었으면 좋겠다만 단 한번도 지적을 듣지 않았거나 고칠 의지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제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에요, 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얼버부리지만 굳이굳이 농담으로 꼽을 준 것을 보아 주관적인 생각일 소지가 다분했다.
"...독립이요? 결혼도 안하고 동거를 한다고요?"
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누그러졌던 꼰대 감성이 다시 불타오른다. 요즘 애들은 정말 빠르구먼! 민이 빠르게 중얼거린다. 본인도 요즘 애들이라는 자각은 없나보다. 말투도 어딘가 옛스러운게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당분간 장신구는 사지 마세요. 혹시 몰라요. 운이 좋아 장신구 선물이 올지."
민은 동거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떨떠름한 얼굴로 사실을 전했다. 운이 좋다고 말했지만 후배가 선물로 줄거라는 노골적인 암시였다.
그는 혀를 차며 지팡이를 거둔다. 저 게같은 것에게 화풀이를 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음을 깨달았다. 저건 단단하고, 그는 지팡이를 휘두르고 나서야 껍질에 금이 가는 걸 봤으니까. 속살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뒤로 돌아 다시 기숙사 방으로 향한다. 방의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창문의 커튼까지 모조리 친 뒤 서랍 속에서 아끼고 아끼던 막대에 꽂힌 토끼모양 마시멜로를 꺼내든다.
"이번 칠석이 두려워지는군 그래."
…그는 토끼 마시멜로의 귀를 퐁신퐁신 씹었다.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나름의 분노 해결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