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멍청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매뉴얼의 11번에서 '이 항목을 부정하는 항목이 있다면 절대 눈여겨 보아서는 안된다' 고 하고 지시하고 있어. 11번을 보는 순간부터, 너는 이제 쭉 읽어내려가면서-그러니까 12번부터, 11번과 반대되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려하겠지.
첫 날부터 문제를 일으키긴 싫으니까, 뭔가 무서워서,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든..
똑똑한 너는 메뉴얼을 최대한 따르려고 하겠지. 그렇기에 너는 15번을.. 아니 모든 항목을 눈여겨보게 될거야. 계속해서 11번을 의식하며 모순되는지 뜯어보겠지. 마침내 15번을 발견했을 때, 너는 두려움과 함께 미미한 성취감도 느낄거야.나는 속지 않았다고, 나는 실수하지 않았다고.
이미 속은거야. 이미 실수한거야.
중요한건 11번 이후의 내용이 아니야. 네가 메뉴얼을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정독하는 것이 유도된 상황이라는 거지. 너는 믿을 수 없겠지만, 그것이 지금 너에게 벌어지는 일의 방아쇠야.
이미 느끼고 있을테지.
메뉴얼을 읽고 난 다음부터, 오한과 발열이 번갈아 전신을 휩쓸며 하반신에 피가 몰리는 걸 느끼고 있겠지. 이대로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거야.
자, 이게 제일 중요해. 해결법은 단 하나야.
메뉴얼을, 끝부터 첫 부분까지 순서를 반대로 해서 읽어. 단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반드시 거꾸로 읽어야해. 그렇게 해야만 네 몸이 더 이상해지기 전에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수 있어. 이 쪽지는 불태워 없애고, 같은 내용의 글을 저택 밖의 신성한 장소에서 작성한 다음 사람이발견할 수 있을만한 곳에 숨겨둬.
>>898 혼자 이거저거 파헤치고 다니다가 충격먹고 삐뚤어져서 반항하다가 잡혀서 혼나고 etc....지금은 완전 순해진거~~ 옿 좋아 좋아 룸메를 계기로 쭈와 안면을 튼다! 어~~ 아마 첼이 먼저 방 같이 쓰자곤 안 할거라 쭈가 이리오너라(?)하면서 들이닥치거나 먼저 권하는 쪽이 될건데 괜찮나?
>>904 권유는 고맙지만 주양주가 먼저 찔러줘서....8ㅅ8 서리와는 다른 만남을...!
>>906 느낌묘사 생생해서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대전이라도 너무 좋아 진짜 재미있을것 같다구 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 이거 너무 킬포였고.. 밍주가 괜찮다면 나는 일상 언제든 환영이니까, 편할때 아무때나 찔러주면 되겠다! 마침 여름바다 이벤트도 시작이겠다 잡담에서 나온 모먼트들 최대한 써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
>>910 아니 우리 렝이 왜 이미 늦어.. (마음 찢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험하든 안 위험하든 일단 따라하는게 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
>>911 맙소사 좌충우돌 파이의 성장기였냐구.. 순한맛 아니었을때의 파이도 보고 싶어지는걸! :) 앗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 괜찮지! 먼저 제안 안하면 쭈가 아니다~! :p 두번씩이나 맨손으로 추종자 세력 맴매하는걸 봤으니까 쭉 눈여겨보고 있다가 이때다 하고 바로 들이닥쳐서 너! 오늘부터 내 룸메가 되어라! 하고 당당하게 선포(?)했을 것 같아 :D
>>913 하 그것도 좋지 민이 머글 문화? 나 그런거에 관심 많아서 디지털 관련해서 친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ㅠㅠㅠ 이제와서 뒷북인데 혹시 그걸로 선관해도 괜찮을까...?? 방학때 잠시 민이한테 핸드폰 쓰게 도와줬다거나 sns 머글 계정 만들게 해줬다거나... 물론 부담스러우면 조용하다는 말에 그렇다면 저는 얌전하고 청결합니다 어필로 둘이 같이 손잡고 룸메됐다! 도 좋아!
>>914 하 고민되네 어카지 ㅠㅠ 근데 내가 내일 당장은 일이 있어서 멀티는 힘들구 좀 지켜보다가 찌를까봐 흑흑흑 주양아 ㅠㅠㅠ 주양주도 내가 손 비었다 싶음 언제든지 찔러줘도 좋다..... . 민이 왠만해서는 당황 안하는데 주양이 급발진 청이 걸기 보면 맨날 ?!! 이럴 것 같고 ㅋㅋㅋㅋ ㅠㅠㅠㅠ 흑흑 좋아 담에 일상할때 잡담에서 말한거 최대한 써먹는거야 하... 뽕뽑느다
>>919 앗 괜찮아 편할때 아무때나라는 전제가 붙었으니까 바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니었어! :) 좋아좋아 서로 편할때 언제든 콕콕 찌르는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이런거 너무좋아 앵간해서는 얌전한 캐가 급발진 앞에서 당황하고 하는 모먼트 최고야 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청이 많이많이 내기에 걸어야겠다 청이 멘탈은 갈려나가겠지만 그건 생각 외의 범주고 :p (???) 오케이 좋아~!
>>919 헐 부담스러울 게 뭐가 있어요 저는 완전 좋아요! 계정 만들때 민이 인*타 아이디 첨에 절대 @hwangbomin처럼 평범하게 안만들어주고 @yellowpaper 로 만들어서.... 줄 거 같지만 이런 서리라도 받아주신다면. 그럼 이걸루 먼저 친해지고 룸메 구할 때 서리가 어필한 거 어떠신가용?
>>922 영고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파이의 영고쇼 기대하고 있을게~! (?) 므흣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기겁해서 밀짚모자 안 챙겨왔으니까 다시 다녀올게! 하고 옷 다 입을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줬을지도..? (???) 좋아좋아 무난하게 시작하는거야! :) 어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윤이랑 쭈랑 똑같은 적발이니까 그럴것같았다구!
>>925 ㅋㅋㅋㅋ yellowpaper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말고도 이상한 상식 알려줘도 좋아. 막 비행기 타려면 신발 벗고 타야한다던가... 민이는 이제 이게 자연스러운건줄 아는.... (머글 친구 앞에서 이야기하다가 짤 같은 표정으로 쳐다받음 받기) 아무튼 난 좋아좋아 그래서 어느정도 친분 있는 상태에서 룸메 된 걸로 하자! 땅땅 혹시 더 원하는 관계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약속을 했다. 다행히도 그는 사생활을 굳이 타인에게 꺼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기숙사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심지어 기숙사 안에서 다치는 일이 있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편지엔 적어내리긴 했지만 그건 예외였다. 그녀에게 고할 것은 꽤 많았고, 그게 마지막 예의이자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간을 향한 정이었다.
그는 당신의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근육이 긴장하고 팽팽해지는 느낌에 그의 몸도 천천히 긴장한다. 뒷목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서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추종자 앞에선 풀어져있으면 안 되는 것인가 싶어 숨을 잠시 들이 마시고 참는다.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는 멍하니 숨을 쉰다. 목을 쥐거나 하지 않는 것이 낯설었다. 그는 눈을 들어 올렸다. 그사이 쓸어 넘긴 앞머리는 다시 넘어와 얼굴의 반을 가렸다. 그렇지만 드러난 한쪽 눈은 아직 눈시울이 붉긴 했지만, 선명한 분홍빛이 일렁였다. 당신의 의중을 파악하듯, 일전과 같이 날카롭고 예민하게 당신의 표정을 훑었다.
"…자네를?"
주워? 어째서? 그는 당신에게 적이지 않은가. 지금 이 말은 돌아선다는 뜻인가? 의중을 알 수 없다. 그 순진한 낯짝 뒤로, 중이 학교에 들여보낸 것 처럼 잠입하기 더 수월하기 위한 것이면 어찌하고?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갈 줄 알고? 그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엔 믿어야 할 것 같았다. 설령 자신이 이용 당한다는 비효율적이 일어난다 해도, 당신은 어쩐지, 그가 부른다면 이용하길 그만둘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만약 당신이 그를 정말 닮았다면 말이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킨다. 그의 시선이 달링을 향한다. 세상 모르고 잠든 사랑스러운 아이다. 학교에 가기 전 패밀리어 가게에서 만나게 된 인연. 그의 말을 누구보다 잘 듣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기에 그가 정을 주는 인간이 아닌 존재. 그는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주인은 당신을 어떻게 주웠을까? 그의 머리가 바삐 돌아갔다. 원칙상 패밀리어는 한마리 뿐. 당신이 나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매로 변해있든지 해야할 것인데. 과연 그가 당신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까?
"……그래, 아가."
그는 결심한 듯 당신의 품에서 떨어지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쥐었다. 앙상한 손가락에서 유일하게 반지를 끼울 수 있는 곳은 엄지 뿐이었다. 그 반지를 비틀어 뺀다. 손쉽게 딸려오는 반지는 세월이, 연륜이 묻어있다. 초대 가주가 죽고 그 몸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반지를 조각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죽은자의 정신. 자신이 언더테이커 가문의 가주임을 알려주는 권위의 증표. 그 중요한 것을 검지와 엄지로 집어들고, 다른 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으려 했다.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그렇게 표현하기 어려운 손이다. 날서고 검은 손톱과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한 손가락. 그러면서도 상냥하지는 않지만 제법 친절한 손길로 당신의 손을 잡아끈다.
"나는 네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역사서에 나온대로 극악무도한 자인지, 아니면 타인을 휘두르며 자신에 대해선 제대로 모르는 겁쟁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위악을 행하는 사람인지 모르지. 하여 난 내 방식을 쓸 수밖에 없네."
그는 권위의 증표를 당신의 손가락에 끼워주려 한다. 그가 반지의 다이아몬드 부분에 입을 맞춘다. 자신의 몸을 떠난 죽은 자의 정신을 위한 짧은 예의와 함께, 그는 흘끔 눈만 들어 당신을 마주하려 한다. 정중히 당신에게 묻는다.
"널 데려가고 싶구나. 아가. 이 육신은 머잖았기에 너와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하겠지만, 남은 시간동안 내 모든 직위를 걸고 맹세하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버리지 않을 테니, 너 또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내 삶이 끝나면 네 자유를 찾는 것을 조건으로, 부디 나와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
>>9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민이 서울 가면 분명 코 베인다고 갈거면 친구 손 꼭 붙잡고 다니라고 할 거 같아요 머글 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마법사 아가씨는 작은 어그로꾼의 훌륭한 먹잇감입니다◠ ͜ ◠.... 이쯤에서 정리하면 될 거 같아요! 서리랑 친구해줘서 감삼당~~
더해서 15갈레온, 이라고 덧붙이며 히죽 웃어보인다. 애시당초부터 성향 자체가 청궁이었던 놈이 바로 그였다. 다른 사람들이 처음에는 체력이 좋으니 주궁이나 온화한 성격이니 현궁이 어울리지 않겠느냐 했지만, 입학 당일부터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결국 방송부라는 꽃을 피운 그에게 있어서는 청궁만큼 가장 어울리는 공간은 없었다. 실제로 방송부 본부도 청궁에 있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제멋대로 뱉는 민의 말에 폭소를 터트리고야 만다.
"하하하하하!! 오히려 해몽을 너무 잘하셔서 할말이 없는데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제 이름이 뭔지 다시한번 읊어보시길 바랄께요!!"
그러고서, 그는 이어지는 대화에 대해 천천히 접착제를 붙였다. 아마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 것일까. 앞으로는 자상하고 뒤로는 듬직한, 남자 라고 한다면 그런 인생을 살아야 마땅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떠올리며 그는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에 담긴 감정은 '동경'이었다.
"링위의 절대강자, 통칭 '용왕' 카인 에스카마리. 그렇게 불리우던 아버지입니다. 25세에 나이에 데뷔해서 스타성과 쇼맨쉽, 실력과 모든 스타일을 두루 섭렵하여 헤비급의 전설로 군림했던 남자."
말로만 들어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현역시절 하던 경기를 본다면 왜 그가 용왕이라 불리우는지, 왜 링위에만 서면 절대강자인지, 또 투박하게 생긴 그가 어떤 방식으로 당대 아이돌이었던 리안의 어머리를 매혹시켰는지 납득할 수 있으리라. 그는 더이상 말을 아끼면서 천천히 미소를 그렸고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오신 분들 모두 반가워요. 😊 렝주 나폴리탄도 답레 쓰다가 집중하며 읽었네요...가끔 유튜브로 나폴리탄 괴담이나 공포 라디오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목소리가 들려서 소름이 끼쳤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지문으로만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어요...정말 최고여요..😍
>>937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상식상 머리털 없는 비슷한 느낌의 새가 걔밖에 없었어. 대머리황새라고 하기엔 애가 너무 짧고! (청:?) 진짜로 목닦고 기다려주는 밍주의 센스에 나는 그만 감동받아서 울고 말았어.. 응응. 잡담으로 다 풀어버리고 스포 잔뜩 해버리면 일상을 즐길 껀덕지가 없으니까! 자세한 건 일상을 기대해주시라~! :D
>>938 앗 한밤중에 저택 탐험하는거 좋다! 마침 렝주가 나폴리탄 과담도 올려줬겠다 담력훈련 비슷한 느낌으로 가보는거야~! :) 선레 얼른 써올게!
이번엔 꼭 데리고 나갈 것이다. 한동안 밤산책에 불참한 청을 어떻게든 깨워서 결국 어깨에 얹어놓는 것에 성공했다. 기숙사라면 몰라도 지금은 같이 방을 쓰는 사람도 있었으니 최대한 청이 깩깩거리는 괴성을 내지르지 않도록 미리 챙겨온 지렁이 젤리로 충분히 어르고 달랬다. 역시 이래서 남의 비위를 맞춰주는건 참 힘든 일이었다.
늦은 시간에 그렇게 방 문을 열고 나간것은 다름아닌 같은 기숙사 후배와 한밤중의 저택을 둘러보기로 한 것 때문이었다. 서술이 순해 둘러보기로 했다 정도로 마치지만 사실상 서로의 담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겨뤄보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때나 다름없이 주양의 입털기로 경쟁은 불이 붙었으며, 기어코 자신은 전혀 겁먹지 않았고 너를 눌러줄 자신이 있다는 마인드로 이 늦은 시간에 방을 나서고야 만 것이다. 다만 역시 이런쪽에 내성이 아예 없는건 아니라서, 청을 끌고 나왔기는 하지만.
아무런 기척 없이 조용한 복도에 홀로 나와서 서 있으려니 기분이 참 묘했다. 뭐랄까. 저 길 너머의 어두컴컴한 모퉁이에 무언가 홀로 쭈그려앉아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괜히 주변 더욱 싸하게 가라앉은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주궁에는 유령이 가까이 올 일이 없으니, 이런 쪽으로는 조금 내성이 적은 편이었다.
"씁.. 괜히 입을 털었나...?"
지나고 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때 감정기복은 꽤 스릴있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역시 내기와는 또 다른 부류의 감정기복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그렇게 짧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한결같이 비열하고 오만한 표정을 내비쳐보인다고 한들, 일단 사람은 사람이다. 괜히 벽에 등을 기대며 다른 손으로는 청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역시 같이 나오길 잘 했다. 조금이나마 안정이 되었으니. 좋다. 너무 쫄아있을 필요는 없었다. 명색이 주궁 학생대표다. 계속 찌글찌글한 모습이라면 가오가 죽지 않겠는가. 담력을 보기 이전에 이것은 하나의 내기다. 절대 질 수 없는 숙적과의 내기. 그렇다면 당당해질 필요가 있었다.
"아, 저택 별 거 없네!"
언제 나오나! 등의 혼잣말을 하며 다시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투지가 잔뜩 타오르며 두려움마저 짓눌렀다. 역시 뭐든지 내기와 비유한다면 없던 자신감도 금방 솟구쳐 올라오는 건 어쩔수 없는 천성인듯 싶었다. 아마도.
>>939 감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이 모습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첼주:쭈주 나가) 쭈 나름대로의 이미지 관리였다! 사적으로는 처음 보는 후배 옷 갈아입는걸 빤히 바라보고 있을 만큼은 아니라.. :D 그치그치. 그거 인지 안하면 큰일난다구~? 그렇게 방 들어온 쭈는 적극적인 주궁 영입 대쉬로 오너가 노심초사하던 첼이 호감도 관리를 떡락시키고 마는데.. (????)
일본어는 모른다. 대체 아는게 뭐냐고 묻는다면 정규 과정에 속해있는 어둠 마법 방어술과 마법약, 외 다수라 답하겠노라. 민은 필요이상의 것을 탐구하는 자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다이'라는 뜻이 한국어의 '대'자와 같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민이 깨달음과 동시에 탄식한다.
"아하, 중간 이름을 사용하셨군."
민은 리안의 미소에서 어렴풋이 동경을 읽었다. 생경한 감각에 아무말없이 눈 깜빡이고만 있었다. 링위의 절대 강자, 용왕이니, 헤비급이니 여러 수식어가 붙었지만 민은 모른다. 주먹이 오가는 치열한 경기에 대해서는, 그래, 솔직히 민의 취향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눈치 없게 지루한 티는 내지 않는다. 대단하다, 잘 모르는 자들이 쉽게 내뱉듯 상투적인 칭찬만 양산할 뿐이었다.
"팬서비스가 확실하시네. 좋아요. 전부 들게 하는건 제 양심이 찔리나까 안돼요. 이걸 들고 기숙사까지 바래다줘요."
민은 종이 가방을 뒤적이더니 품에서 몇개의 과자와 초코릿 조각을 리안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래서야 들어준다기보다는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에 좀 더 가까웠다.
>>9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걸지 마세요까지 가면 안된다.. 주궁 영입은 미뤄두지! (???) 아직까지는 그런 느낌! 기린 기숙사 외에 다른 기숙사로 중간에 바꾸지는 못 하는 것 같으니까 영입 후보도 거의 드립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 첼이가 더워서 주궁 선택 안한걸 알면 그러려니 할거야! 그러면서도 장난기 땜에 더위 그거 별거 아니니까, 주궁 콜? 하는 경우가 종종 있겠지만 이건 나중의 이야기니까 참고 정도만 해두면 좋을 것 같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