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손에 머리를 부비자 주양은 한층 더 풀어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째 동갑내기들 중에서는 이런 쓰다듬에 익숙한 사람이 꽤 많아보였다. 휘영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허나 오히려 좋았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행동은 지금의 이 상황에 더욱 몰입하기 충분했으며, 이렇게나마 동생 돌보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은 환영이었으니.
그런 기분을 느끼다가 볼을 잡힌 주양은 으에. 하고 웅얼거린다. 자신이 먼저 볼을 꼬집었는데 피하는 건 얄밉지 않겠는가. 친구한테라면 한번쯤 꼬집히는 것도 환영이라고 생각하면서 볼이 놓아지자 피시시 웃는다.
"어머어머, 그 정도일줄이야! 하지만 여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한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그 빛이 바랜다구~? 계속 노력하면서 살아야지! 그렇게까지 말해주니까, 더더욱 노력해서 여보야가 또 반하게 해야겠는걸~"
꼭 그러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일상적인 모습이 끊어질 리는 없을테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였다.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역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마인드 자체는 진심이라는 것이다. 그 노력이 꼭 이 상황에 국한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계속 이어나가야 자신이 멀쩡하지 않겠는가.
"역시 우리 여보는 친절하다니까! 그치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역시 마냥 바라고만 있는 건 어울리지 않잖아~?"
역시 이런쪽의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주양 역시 마주웃었다. 잠깐동안 이어진 쓰다듬을 가만히 받으며 아까 당신도 대충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이거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구나. 왜 손에 머리를 부비는지, 조금 이해가 갈것 같기도 했다. 주궁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짧았다. 길었던 밤산책의 여운 때문이려나. 그래도 이 정도면 오늘 하루도 알차게 잘 보냈다는 생각을 하며, 주양은 당신을 살짝 끌어안았다.
"고마워! 여보야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밤산책이었어~ 다음에 또 밤손님으로 서로 만나게 된다면, 오늘처럼 오붓한 산책을 즐겨보자구~?"
뭐든 마무리짓기까지는 완벽하게,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주양의 생각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슬슬 막레! 땃주 일상 돌리느라 수고 많았어! :D 늦지 않았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땃주 쓰다담)
뭐라 부를지에 대해 그녀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호칭이야 서로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족한거다. 그리고, 정말 특별한 호칭은 둘만 있을 때만 쓸 거니까. 당장 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며 제 볼을 쓸어주는 손에 얼굴을 부빈다. 손이 스친 볼에 희미하게 열이 번져 연한 홍조를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냐고 물어도, 음..."
그의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고민하는게 아니라 그래보인 이유는 가만히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세를 고쳐 아예 그의 무릎 위로 앉고 있었으니까 그랬다. 한결 편하게, 어디까지나 그녀의 기준이었지만, 자세를 바꾼 뒤 금방 대답하는 걸 보면 역시 자세를 바꾸기 위해서 대답을 미룬게 확실한 듯 하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신뢰하지 않았다고. 보여주는 것만을 믿지 말라고 누누히 듣기도 했구요."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라는 말을 그녀식으로 꼬아서 해석한 셈이 될까. 물음에 대한 답은 그게 다였다. 물은 쪽이 되려 허무하지 않을까 싶을만큼 간단하고 직설적이다. 그걸론 말이 부족할까봐 약간의 설명을 보탠다.
"신뢰하지 않는데 어떻게 마음을 품었느냐면, 그건 본능이 이끌렸다고 해야겠네요. 처음 마주쳤을 때, 맨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부터 어쩐지 심장이 술렁거렸거든요. 그러고보니 그 때였네요. 처음으로 갖고싶은게 생긴 순간이."
교수들에게 물어보라는 조언까지, 레오는 확실하게 들었다. 오늘 캔 정보들은 나쁘지 않았다. 그들 중 애니마구스가 있다는것. 그리고 '주인님'이라는 자가 아즈카반의 탈옥을 도왔으니 관련 기록을 찾아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점. 그리고 크루시오는 어떻게든 막을 수 없다는 점. 그럼에도 레오의 머릿속엔 좋은 생각이 하나 들고 있었다. 어쩌면 그 마법을 카운터 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 아,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
레오는 지팡이를 꺼내 쥐었다. 가슴 속에 무언가가 불타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불이 탈듯 타지 않을 듯 간질간질한 느낌. 레오는 먼저 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닫았다. 침을 꿀꺽 삼키곤 두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크루시오, 한 번만 더 해보자. "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고 구역질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성공했다는 것에서 오는 쾌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레오가 생각하고있는 그 마법을 카운터치는 방법을 사용해보려면 먼저 이 마법을 쓰는데에 익숙해져야했으니까. 답지않게 레오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는 눈을 감는다. 지독한 두통이 머리를 옥죈다. 그가 헛웃음을 뱉는다. 감기에 걸린다라. 이리도 순진한 걱정이 다 있나. 그럼에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뱅뱅 머리를 맴돈다. 맹목적인 것은 변하며, 그의 철학은 삶은 부질없음이다. 열반이라 하던가? 이를 열반 혹은 달관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할까. 염세라기엔 어딘가 엇나간 철학이자 자학이라기엔 지나치게 평온하며 관대하다. 알 게 뭔가, 이미 의미도 없는 것이지 않나.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그가 이 사상을 부르짖으면 누군가 동조해주나? 그렇게 그의 사상이 이어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세상에 도래하나? 무언가 미래가 변하나? 그럴 리가 없다.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앞날이다. 매일 같이 6의 눈을 보여줄 리가 없다. 6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말을 움직이면 무인도가 도래할 줄 누가 알겠나.
"아가."
그래, 달라지지 않는 당신 또한 앞날이 필히 달라질 자가 아닌가. 그는 당신의 눈물을 머금고는 가만히 당신을 품에 안으려 했다. 몸을 밀착하고, 당신의 어깨에 턱을 대려 했다. 밀어내지 않는다면 그렇게 청소년의 나이다운 모습으로 안겨있을 것이다. 그는 허공을 올려다본다. 신이시여, 이리도 순수한 자가 있습니다. 내게 독이 되는 자가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본질을 꿰뚫기만 하며, 끝까지 자신의 부탁은 들어주지 않는 자가 있습니다. 나는 어찌해야 합니까? 내가 이 빌어먹을 사람을 이용해도 됩니까?
"안아줘. 당신이라면 괜찮아."
이 빌어먹을 세상이, 나의 사상이. 나의 모든것이 망가지는 것 같다. 혼란스럽다. 이 감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사람이 싫다. 맹목적인 것이 모조리 변했기 때문에 더는 버틸 수 없어 밀어내고, 경멸했다. 당신 또한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리도 망설이는가? 당신에게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가졌을 리가 없다. 아까부터 빙빙 맴돌던 생각. 당신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서 유년의 자신을 겹쳐보았기 때문에 이리 밀어낼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결코 나를 구원하지도, 깨달음을 주지도, 전하지도 아니한다. 나의 어린 날은 타인에게 숭배 받았으나 그 누구도 구원하지 않고, 깨달음을 주지도 않고, 전하지도 않았다. 그는 주먹을 쥔다. 가주의 표식인 엄지의 반지를 꽉 짓누른다. 맹목적인 모든것이 변했다. 살아있는 것이 변하기에 죽은 것에 관심을 가졌다.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토를 달지도 않고 지하실에 가두지도 않는다.
"그러지 말아, 아가. 아니, 차라리 알지 마. 아무것도 알지 마. 그렇게 순수하게 살며 세상을 깨닫지 말았으면 해. 네가, 그 어떤 증오도 몰랐으면 좋겠구나. 증오를 모르는 것이 좋지."
내 자신이 증오스러워 미쳐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 그의 몸이 떨린다. 숨결 섞인 웃음이 낭랑하고 작게 기숙사의 공간을 채워나간다. 부족한 곳이 공허하게 채워진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이와중에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히 이야기 하는구나.
유년의 자신을 겹쳐보였다니 맙소사 우리 벨이... (안쓰러움)(벨주 머리를 다시 조립해주기)(??)
>>6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이 광활한 눈호강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을까..? 포기하고 일상을 열심히 돌리면서 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게 좋을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그런가..? 그치만 앞으로도 청이는 고통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뭘 해도 청이를 걸고 시작한다는게 오너 피셜이니까! 마음껏 고통받아라 서청! (????????)
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철렁했겠지만 이제는 적응되고도 남았지! :) 내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 날.. 아마 쭈가 죽어야하지 않을까? 청이가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도 늙다리 쭈가 이번 화투에서 내가 이긴다에 청이를 걸.. 아이구 맞다 그친구 이미 가부렀지..? 할 것 같은 느낌이라 :p (나쁨)
앗 맙소사 겹쳐보였다는 부분에 너무 집중해서 바로 밑에있는 중요한 설정을 놓쳐버렸잖아..? 언더테이커 가문 가주라니 엄청난 사람이었잖아! 괜히 행동 하나하나 기품있고 멋진 게 아니었어! :D
>>633 그렇다! 마음 놓고 꽁냥해준다면 내가 아주 만족하면서 야광봉이랑 죽창아니 야광봉을 같이 흔들수 있으니 좋다구! :) (???)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밀리어의 복지는 청이가 쭈를 만난 이상 물 건너갔다~ 이 말이야! 내기에 마음껏 걸어버릴테다! (그리고 청을 빼앗기고 마는데)
>>6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가지고 갈 비설을 이렇게 또 푸는건가.. 는 절대 아니고 파랑새니까 파란색 => 청이라는 성의없는 의식의 흐름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거기도 청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효녀 심청이 불효조 서청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설정에서 드러난 매구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 거 아닐까! MA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법사 전쟁 일으켰던 어마무시한 사람이니까..!
>>6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이렇지 않을까 하고 떠올려본 드립이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서 뿌듯한걸! :D 맞아 동화학원 사람들 전부 제목학원이나 드립학원 수석 졸업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립이 찰지고 착착 감기고.. 이 와중에 햇살 벨주라는 표현은 너무 귀엽고..! :D (쓰다담) 아니 붐청이가 여기서 나올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이도 멍청하긴 하니까.. 무리수 아닌걸로~! 통과! (청:내가 이러려고 패밀리어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636 위력을 줄이기 위해 증오를 배우게 하기보다 아예 안 쓰는 쪽이니까. 일반 마법사들은. 벨주 추측 보니까 가설이 하나 더 떠올랐는데! 백정이 버림받고 매구에게 받아들여진 이유가 일반 마법은 잘 못 쓰거나 그런데 저주는 잘 써서 그런거 아닐까~~ 받아주는 사람이 주인님 뿐이었다고 백정이 말하기도 했고.
얼굴은 모르는데 눈 색이 같은 건 안다...? 눈 색은 봤다......? 오...오우.....
>>638 불효조 서청이.... 불 속성이로구나 쁘띠 주작! ㅋㅋㅋㅋㅋㅋ 아 전에 누가 청이보고 푸른 주작이랬던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임팩트도 임팩트인데 음~~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그런거 같아! 받아줬다기보다 그냥 흥미로우니까 데리고 있어볼까 이 느낌이 강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