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우리 여보야가 써주는 거니까 전혀 싫은 건 아니지! 그렇고 말고! 작은 호박 아가씨나, 키.. 키티나, 그.. 음. 작은 토끼 아가씨도 괜찮아. 정말 다 괜찮아!"
괜찮다는 말은 진심이기는 했다. 단지 자신의 당당함이 괜찮지 않을 뿐이었다. 양심 따위야 이미 쓰레기통에 내던져버린 지 오래였기에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부끄러움은 양심과는 너무나도 다른 개념이었다. 한번 들었던 호칭을 다시 이야기할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으나, 다시 자신에게 쓴 적 없는 호칭이 돌아왔을 때는 주양답지 않게 한참 뜸을 들였다는 것이 꽤 볼만했을 것이다. 익숙해졌다고 한껏 당당해져 있던 자신이 한스러웠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충분히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역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시, 충분히 이해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야만 하는 이 역할극은 결코 끝맺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의 끝을 마무리짓고 주양은 웃었다. 겉돌더라도, 그 겉도는 과정이 충분히 흥미있고 감정 기복을 줄만한 것이라면 그것마저도 평생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테니.
"그럼! 역시 우리 여보야는 믿음직하다니까. 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여보야가 유일할걸? .. 어머. 그렇게 여기저기 살피면 나는 조금 부끄러워진단 말이야~"
다칠 뻔 하긴 했으나 사감님의 환상적인 디펜스로 크게 다치는 상황까지는 면할 수 있었다. 겸사겸사 아직 자신이 배워가야 할 점이 많을 모습까지 확인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한 등가교환이지 싶었다. 자신은 다칠 리 없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곁들이고서 주양 역시 다음 이야기에 흥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반지까지 끼고 오셨단 말이지? 게다가 교수님 중 한 분이라고? 세상에 마상에, 놀라워라! 좋아. 여보야랑 같이 알아본다면 정보력이나 행동력에서 절대 꿇릴 일 없을테니까, 알아내는건 시간 문제겠어!"
교수님 중 한 분이라니, 더더욱 예측하지 못한 점이다. 다음 수업에 들어갈 때는 필히 여기저기 다 돌아보면서, 교수님들의 손가락을 한번씩 체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겸사겸사 사감님의 손가락도 확인해보고. 혹시 아는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의외로 그 대상이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니까. 물론 아니겠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는 주양은 수색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가기로 다짐했다. 간만에 목청 좀 쓰겠다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주양은 당신의 설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놓친 과목이니만큼 잘 들어두는 것이 자신에게는 이득일 것이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라도 거기서 건져갈만한 것들은 충분히 있다. 수업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주양은 자신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이 엄청나게 현명하고 지적으로 보일 거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역시 위험한 저주니까 막을 방법이 딱히 없었구나. 조종 마법도 막지 못할 거 같았는데 조금 의외인걸? .. 오호라.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고문 저주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이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위력이 증가하고, 죽일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 죽일 생각으로 임하고 있었던 것일까. 역량에 따라 위력이 증가한다면 얼마나 강한 자들이었던 것일까. 주양의 입꼬리에는 서서히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역시 자신이 질만한 상대들이다. 허나 그렇다고 강자들이 두렵느냐면 또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자신의 심장을 쫄리게 만들 근사한 싸움을 선사해줄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 싸움에서 자신에게 주어질 방대한 감정 기복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여보야가 생생하게 잘 설명해줘서 진짜 수업 듣는것처럼 집중이 잘 되는걸? 고마워! 이제 이걸로 못 들었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다 들은거나 마찬가지네!"
그러면서 또 한켠으로는 궁금해졌다. 역량에 따라 강해지는 마법만큼 지금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는 딱 좋을 테니까. 물론 어느 마법이 안 그러겠느냐만은, 예시를 든 것이 크루시오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기억에 강렬하게 꽂혀버렸기 때문일까. 만약 자신이 그것을 쓴다면 대체 어느 정도일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호기심은 얼른 그쳐버렸다. 정말 잘못된 길을 간다면, 두번 다신 돌아오지 못할테니까.
아. 당신의 눈빛이 살며시 가라앉았다. 역시 누구에게나 끔찍하게 눌어붙었을 그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겠지. 아무리 싹싹 문질러도, 긁어내려고 하더라도 긁어지지 않은 채. 더 큰 흉을 남길 뿐일테니. 슬쩍 당신과의 거리를 좁혀 어깨동무를 하며 당신의 어깨에 얹혀진 손을 가볍게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여보야, 괜찮아. 그땐 내가 맨 처음 당해버려서 이도저도 못 했지만, 다음엔 아닐테니까! 그땐 내가 보란듯이 꺾어버리겠어. 진심으로."
아무리 만들어진 관계라고 한들 단짝이 가라앉아있는 건 보기 힘들었다.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며 주양은 무해하게 웃었다.
>>566 아닛..? 첼주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정식 루트를 타는것보단 또 다른 서브 루트를 타는것도 하나의 재미지. 그렇고 말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막내 놀리는건 재밌기는 하니까.. 내가 첫째라서 그런가, 묘하게 공감이 가려 하는걸? (더 나쁨)
>>569 우리 캡틴이 귀엽지 않다구? 둥가둥가 하면 금방 풀리는 우리 뽀짝이 동캡이 안 귀엽다구??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해 캡틴~! (부둥기둥기)(쓰다다담)
>>589 >>591 장문이든 아니든 금손이기만 하다면 그만이지! :) 그런고로 흙손인 나는 금손러들을 존경하겠어. 두서없이 장황하게만 쓰는 나란 쭈꾸미..
>>59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어.. 심해에 올 자격이 있어... (끌어당김)(???) ㅋㅋㅋㅋㅋㅋㅋ 고난의 길이지만 막상 꽤 재밌을거라고 생각하는걸? 후후.. 여기서 질문.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첼이를 지옥의 첫째 쭈꾸미가 따라가 붙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
당신은 여전히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는 골머리를 앓듯 입을 다물고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짜증을 한 번 참아낸 그가 나직히 뱉었다. 겉치레의 예의가 담겨있었다. "침상이 푹신한 건 나도 알고 있네만...됐네. 이 주제는 나중으로 미루지."
또 돌고 도는 얘기를 하기엔 그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기분 좋게 씻고 나와 달링과 달콤한 주말을 보내려 했더니 추종자가 방에 들어왔다. 잠깐, 그는 자신을 한 번 내려다본다. 손이 비어있지 않아 잠시 몸을 움츠린다. 젠장, 잠옷 차림인데. 이렇게 사적인 시간을 타인이 예고도 없이 침범한 상황은 교내에선 처음이었다.
"...그래."
홀로 뜯지도 못하면 먹지도 못하겠거니. 기분 나쁜 행동이지만 그는 젤리 하나를 집어올린다. "아." 하며 젤리를 당신의 입가에 가져다대려 한다. 만약 당신이 얌전히 받아먹는다면, 하나 정도는 자신이 먹여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먹으라는 듯 젤리 봉지를 내밀 것이다.
"그때의 답례는 한 번이면 족하겠지."
그때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인간이 아무리 감각을 잊지 않는 동물이라지만 굳이 그때의 감촉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잊고 싶기도 하다. 그 이후에 있었던 형벌도 형벌이지만, 살아있는 사람과의 접촉은 여전히 꺼려진다. 자유로워진 두 손. 조심스럽게 옷깃을 끌어당겨 쇄골을 가린다. 그리고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한 타래를 어깨 뒤로 넘겼다.
"자네는 몸에 좋지도 않은 젤리를 먹으면서 건강 타령을 한다는 것에서 뭔가 느끼는 건 없나?"
잠시 저녁먹고 올게! :) 금손 랸주도, 금손 캡틴도 늦지 않게 저녁 챙겨먹고, 캡틴 일 화이팅!!
>>5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응, 갑자기! :D 불타는 캡틴에 이어서 불타는 땃쥐가 되는거야..? 좋아! (??????)(쓰러진 땃주 쓰다다다다다담) 역시 캐릭터 설정은 선관도 좋고 일상 돌리면서 풀어가는게 제맛인것 같아. 일상 끝나고 위키에 다시 추가할건 추가해야지! :)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호칭들이 아주 신박하기 그지 없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낯간지러운 호칭들을 늘어놓으며 단태는 시선을 살짝 굴려서 주양을 바라봤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돌아오는 대답에, 헤죽헤죽- 미소를 띄웠다가 낄낄 웃는다. "어떤 호칭도 괜찮다면 앞으로 작은 호박 아가씨, 키티, 작은 토끼 아가씨~ 하고 불러줄게. 우리 달링이 괜찮다니 당연히 불러줘야하지 않겠어~?" 낄낄거리는 웃음에 느물한 목소리가 섞이고 단태는 헤죽- 미소를 지었다. 뻔뻔하기도 하지. 진짜.
"그만큼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게 진심이라는 말이지~ 하지만 허니버니~ 비행술은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모르니까. 게다가 우리 달링의 예쁜 얼굴에 생채기라도 난다면 내 마음이 너무너무 아프단 말이야~"
주양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피던 손을 떨어트리고 단태의 능청맞은, 뻔뻔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퀴디치를 하는 이상 다칠 일은 없을테니 쓸때없는 걱정이기는 했다. 이어지는 말에 단태가 히죽- 웃는다. 에반스 교수님을 만난다면 직접적으로 캐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 못찾겠으면 에반스 교수님한테 직-접- 물어봐야겠지만?" 주양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뻔뻔스럽게 굴었다. 금지된 저주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단태는 지팡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조종 마법은,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저항할 수 있다고 해~ 그리고 음- 그래. 조종 마법에 걸린 사람은 그 저주가 풀렸을 때 저주에 걸렸을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 예전에는 조종 저주와 고문 저주를 같이 사용했다고 하던가?"
살랑살랑 흔들던 지팡이의 끝을 자신의 턱에 대며 단태는 조종마법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한번의 크루시아투스 저주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쓰러졌었다. 그 정도라면 그 저주를 쓴 그 남자는 적어도 한때는 선배라는 자리에 있던 여자보다 역량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방어 마법 중에 저주도 막아주는 마법이 있던 것 같은데. "오,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눈을 깜빡이며 단태는 어깨동무를 하고 토닥이는 주양의 모습에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주양이 처음 당했을 때 단태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적어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 중 한명이라서 눈이 돌아갔던가. 아니면 그 와중에도 침착할 수 있었나.
"굉~장히 믿음직스러운걸? 사실 알고보니 내가 달링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달링이 나를 지켜주는 거였어? 나를 지켜주는 건 기쁘지만 조금은 조심해줬으면 좋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