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한 걸음 먼저 나아가서 펠리체의 앞을 막아섰다. 왜 그런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주먹을 말아쥐곤 툭, 하고 펠리체의 어깨에 주먹을 가져다댔다. 미소를 지었고 다시 손을 거뒀다. 아까부터 계속하던 이야기. 자신은 싸움을 피하지않고 의외로 소질이 있는것 같다보니 주변에서 그런 이미지가 씌워졌다. 주궁의 투견이라던가, 건드려서 좋을 것을 못 본다던가, 눈이 상처가 난 표범을 조심하라던가 따위의 이야기들. 레오는 다시 뒷짐을 지고 걷기 시작했다.
" 위선이라.. 뭐, 깊게 묻지는 않을게. "
누구나 다 자기만의 비밀이 있는 법이다. 깊게 캐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니고 친구하자고 말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일단 지난번의 거리감이 이상했던 그 녀석 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기숙사의 항상 마주치면 싸우는 그 녀석 만큼 시비를 거는 사람도 아니니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을 받고 있었다. 한 걸음 또 앞서나가서 빙글, 하고 뒤를 돈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당신의 거만했던 표정이 깜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바뀌기까지의 변화를 보며 주양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래. 자고로 감정 기복이 너무 없으면 살아가는 맛이 나지 않기 마련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쭉 올라갔다가 훅 내리찍는 그 느낌을 줄기면서 사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신 역시도 그 느낌을 느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꽤 짓궂은 생각이었다.
그랬음에도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기에. 그리고 시원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기에 너무 일찍 내려준건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행여 당신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자신이 조금 얄미웠다. 허나 전혀 그럴 것 없었다. 주양은 남을 좀 더 배려할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었으니.
"나보다 언니가 되고 싶다면 찔끔 큰걸로는 어림도 없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어때. 윗공기는 확실히 청정하지?"
치사하다는 이야기의 뒤를 주양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어주었다. 오만하고 세상 무서울것 없어보이는 표정을 지었으나 그래봐야 7센치 차이밖에 나지 않았기에 그리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서로의 키에 아주 큰 차이만 나지 않는다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키도 어림잡아 170 정도는 되어 보였으니. 자신의 키도 일의 자리를 제외하면 170이니까 쌤쌤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선보이며, 주양은 당신에게 힘없이 축 기대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순식간에 들이킨 사람처럼. 혹은 자신의 주량 이상으로 술을 퍼마셔서 당장 길바닥에 주저앉을 사람처럼.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주양의 연기는 시작되었다.
"에히~ 세상이 돈다, 돌아! 미쳐돌아가는 세상처럼 지구도 돌고 세상도 돌고 하늘도 돌고 나도 돌고! 으흐하하핫!!"
입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수준급의 만취 연기었다. 이런 짓거리를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까지 쭉 했다가는 분명 당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오해를 받기 충분했다. 아무리 술 안 마셨다고 해명한들, 주점에 직접 찾아가 이 두 학생이 무엇을 마시고 먹었는지 조사할 게 분명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어쩐지 얼굴마저 발그레하게 붕 뜬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아이 참 나. 친구, 내 이야기좀 들어봐봐. 옆집 사는 공 총각이 나를 두고서 다른 사람이랑 바람을 폈다니까 글쎄~! 내가 어?! 어디가 그렇게 못 미덥고 모자란 사람이길래 나같은 처자를 놔두고서 다른 사람을 만날수 있어! 이건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냐고~!"
자연스럽게 육두문자까지 터져나오게 하려던 주양은 꾹 참았다. 그런 이야기도 진심으로 화낼 때 정도나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수준으로 써야지, 너무 자주 남발하면 사람이 싼티나게 보인다. 아무리 연기라도 참을건 참고 나서, 휘청휘청한 발걸음을 크게 옮기며 청의 몸뚱아리를 술병 잡듯이 부드럽게 쥐어잡고 하늘로 홱 치켜들었다.
... 불쌍한 청은 마지막까지도 주양의 연기에 희생되어, 이거 놓으라는 듯 주양의 손가락을 부리로 물어뜯고 있었다.
"흑. 내가. 내가 진짜. 그 사람한테 얼마나 해준 게 많은데..! 어떻게 날 버리고 갈수가 있느냔 말이야...! 두고봐. 내가. 내가 꼭 복수할거야. 히힉, 흐흐하핳..!!!"
누가 좀 말려줘야 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취한 사람 연기는 꽤 오래 지속될것만 같았다. 맨정신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헛소리를 남발해대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그 재능을 조금 더 다른곳에 썼다면, 주양은 분명 지금쯤 크게 자라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른곳에 재능을 전부 낭비해버린 나머지 절대 이루어질수 없다는 현실이라는 것이 팩트였지만. 주영은 애초에 그런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으니.
"좋아! 친구도. 친구도 내 복수에 동참하자! 나만 두고 떠나가버린 공씨에 대한 복수를. 피의 복수를~! ! 바람으로 흥한 자. 주먹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잖아!"
전혀 좋지 않다. 그런 말도 없을 것이다. 전국의 공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뜻을 전한다.
소문에 늦은 엘로프는 리 선생이 도움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꽤, 상당히, 아주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같이 지내는 개보다도 인맥이 모자라서…는 아니고, 게시판 글을 직접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 선생의 몰골이 정확히 어떤지는 볼 수 없으니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언젠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을 적 희미한 피냄새를 맡았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자니 척 보기에도 매우 피곤해 보이신다 하더라. 아무튼간에 사감이 직접 도움을 청한 일, 그는 제자 된 도리로서 스승의 고충을 덜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백호의 선호 취향을 그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개랑은 매일같이 털 부비면서 같이 지내는 사이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는데……. 아니,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백호를 고양이 취급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생각이지 않나? 방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웅얼웅얼 한참을 고민하는 그의 무릎 위에 라쉬가 턱하니 앉았다. 외출한 후 아직 풀지 않은 리쉬가 흐늘거리며 흘러내렸다. 그에 엘로프는 결론을 하나 내는 데 성공한다.
답레도 다 이었고. 이제 인사할 차례구나. 다들 안녕, 좋은 밤! :D 생각보다 엄청나게 늦게 들어와버렸어. 좀 더 일찍 들어왔어야 잡담도 열심히 하고, 독백이 있다면 독백도 신나게 읽고, 진단도 같이 돌리고 반응하면서 놀았을텐데. 그래도 내일은 조금 시간이 널널할테니까 신나게 놀아야지! :)
민은 결국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감각이 발을 타고 다리를 천천히 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언뜻 보기에 뱀처럼 교묘했고 동시에 지옥의 악귀처럼 섬뜩했다. 발을 작게 털어낸다. 방금의 행동이 단순 털기 였는지, 공포에 의한 떨림이었는지 민도 확신할 수 없었다. 바로 뒤 벽에 가로막혀 퇴로를 막혀버렸지만,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서늘한 외벽의 감촉에 민은 이성을 조금이라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부로 이러시는 거예요? 외람된 말이 되겠지만, 조금 무섭네요."
바로 뒤 벽에 가로막혀 퇴로를 막혀버렸지만,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서늘한 외벽의 감촉에 민은 이성을 조금이라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민은 무기를 보며 되물었다. 목소리가 약하게 떨렸지만 의미전달에는 문제가 없었다. 질문을 한다는 건 좋은 신호였다. 적어도 상대에게 관심을 끊을 정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민은 명백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마를 싫어할 이유는 결코 되지 못했다. 불쾌감은 이성이 중요하지 않은 종목이지만, 혐오는 이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머트랩 용액이었어요."
민은 우스울 정도로 재빨리 대답했다. ...딱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는 건 안다.
"와, 재미있었어요. 하하, 하..."
재미없다 하면 인생이 평생 재미없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민은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빵싯 웃으면 분명 분위기가 좋아져야하는데 왜 좋아지지가 못하니...! 사금파리로 그은듯 날선 분위기에 어깨를 움추린다.
"덕분에 저는 무지개 색이 되었죠.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느슨해진 입학식에 염색약을... 그만할게요."
민은 입을 다물었다. 뒤늦게 제 자신이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았다. 망했군. 민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내가 긍정적인 이유가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그건 우리 자기가 내 옆에 있기 때문이라는 결과에 이르렀지 뭐야? 아직까지도 부끄럽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달~링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줘야겠는걸?"
재잘재잘 떠드는 느물느물거리는 목소리가 능글맞기 짝이 없었다. 뻔뻔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두고 보자니, 이건 진짜로 낯짝 위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해도 주단태가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말이지 뻔뻔하고 뻔뻔하다. 평소보다 곱절은 더 진화한 뻔뻔함이다.
"자기야~ 자기가 주궁 학생 대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자기의 도움을 받을 정도라면 자기도 위험하지 않을까? 오- 물론! 달링! 달링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야기해주기를 바래. 비록 내가 현궁에 있지만 달링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착 붙어오는 주양을 거부하지도 않고 도리어 환영이라는 것처럼 같이 마주 착 붙어보이는 게- 방금 전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날을 헤아리고 있던 아무 표정없는 무표정이 주던 분위기와 꽤나 달랐다. 평소보다 더 텐션이 높았다. 주양의 영향이 꽤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본래 이런 사람이 쿵짝 잘맞는 사람을 만나면 텐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기세가 높아진 주양의 모습에 단태가 낄낄- 능청스럽게 웃으며 느물느물하게 재잘재잘 떠들었다. 저 입을 틀어막아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그~럼. 자기야~ 나는 늘 각오하고 있는걸. 자기가 언제든지 나를 포옹하거나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야."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잡아오는 걸 보던 단태는 그 암적색 눈동자를 샐쭉- 가늘게 뜨고 꼭 마주 잡으면서도 낯간지러운 문장을 늘어놓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걱정의 메인은 자신이라며 잊으면 섭섭할거라 이야기하고는 볼을 부풀리는 주양의 모습에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 자기야~" 잡고 있는 손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면서 단태는 헤죽, 웃었다. 이렇게 자신의 텐션에 맞춰주는 주양과의 시간은 즐거웠다. 그래도 아직 그 게라는 게 있으면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는 게 좋겠다고 단태는 헤죽- 웃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자기야- 내가 자기 걱정을 받으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주양의 손을 놓고 훌쩍 두발자국 정도 도움닫기 없이 뛰어 앞으로 나간 주단태가 몸을 반바퀴 빙글- 돌려서 주양과 마주했다. 샐쭉-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암적색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홱 하니 돌린 말꼬리 만큼이나 능글스러운 태도였다.
>>26 앗, 실수 있잖아 ㅠㅠ 첫번째 문단이랑 3번째 문단 겹치는 문장은 대충,,, 흐린 눈으로 없애봐주라,, ㅠㅠ
황보 민,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표현할 대사는...
1. 『싫어』 만약 끔찍한 요청이었을 경우 : "어, 그건 좀 곤란해서요. (가만히 응시하다가) 싫어요. 다시 말해줄까요? 정말로 싫어요. 제 기억에 없던 걸로 할게요. 그쪽도 잊어버리세요. 전부." 그게 아니라면 : "그 날은 약속이 있어서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정말로 급한 문제예요? (눈치)"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숨이_찬다면 : 얘는 지금 말하는 걸로도 숨이 차서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는 거라서요. 🙄 그래도 가쁘게 숨쉬면서 아랫 입술을 꼬옥 물 것 같아요.
자캐에게_언제부터_이렇게_예뻤나라고_묻는다면 : 제 진단에 땃태가 온 것 같아요...정말 싫어할 것 같아요. 아마 연애를 한다고 해도 그런 말은 싫어할 것 같아요. 얼굴이 붉어져선 고개를 픽 숙이고 "그런 말 들어봤자 하나도 안 좋으니까 그만 하지." 라고 밀어내면서...
그가 찾아낸 물건은 라쉬가 예전에 쓰던 리쉬였다. 그러니까 개 줄.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면 지금부터 천천히 구상해볼 생각이다. 이걸 그대로 주는 건 정말 하면 안 될 짓이고. 개는 공 좋아하는데 고양이는 어떻지? 언뜻 듣기에 고양잇과 동물들이 끈 가지고 놀길 좋아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끈이랑 공을 적당히 합치면 꽤 괜찮은 게 나올 것 같은데…….
여기서 하나 되짚자면, 그는 손재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힘조절을 잘 못 하는 편이다. 물건을 뜯어붙여서 무언갈 만드는 것이 분명 처음 목적이었는데, 만들어진 작품은…… 그냥 너덜너덜하게 뜯어진 무언가였다. 어떻게든 만들어낸 작품은 강아지용 터그놀이 장난감과 고양이 낚싯대의 중간 정도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비록 한 번은 쓸 수 있을지 의심될 지경으로 너덜너덜한데다, 어쩌다보니 만드는 과정에서 줄에 꿴 테니스 공을 실수로 반 정도 쪼갈라버리기도 했지만, 아무튼 완성은 완성이었다.
라쉬가 그 결과물을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엘로프는 모를 일이다. 그는 완성된 흉물을 들고 리를 찾아갔다.
일없는 저녁, 기숙사 침대에 누워 설렁설렁 책장을 넘길 때만큼 평화로울 때가 또 있을까? 난 이보다 평화로운 시간은 달리 없다고 생각해. 리치가 있으니까 외롭지도 않구. 게다가 여긴 온전히 나 혼자 쓰는 방이니 다소 무방비한 차림을 하고 있거나 방정맞은 자세를 취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도 않지.
예를 들면, 야시시한 차림으로 폴댄스라던지? 아, 이건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이야. 진짜 그러진 않아. 옷은 있어도 봉이 없는 걸.
집에서도 이렇게까지 자유롭진 못 해. 파이라던가 파이라던가 파이가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 두들겨대거든. 파이 말로는 방학 때 밖에 못 보니까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그렇다는데 솔직히 짜증나. 약속만 아니면 진작 몇대 걷어찼을거야. 진심 100, 아니 1만배 담아서.
팔락.
잠깐 생각이 집과 파이로 새긴 했지만 착실하게 책도 보고 있었으니까 새롭게 책장을 넘겼어. 무슨 책을 보냐구? 그냥 책이야. 두꺼운 표지에 새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책. 펼친 페이지를 다 보면 넘기는게 맞잖아. 그래서 넘겼어. 다음 페이지도 한가득 글자가 있으니까 이걸 다 보면 또 넘길거야.
바각바각.
냐오- 냐오오오-
바각바각.
익숙한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까 사랑스러운 리치의 쭉 뻗은 등이 보였어. 문 앞에 앉아서 발톱으로 문을 긁고 있는 저 하얀 고양이 말야. 사랑하는 리치. 소중한 내 패밀리어. 나는 보던 책을 덮고 일어나 리치에게 다가갔어. 그 때까지도 문을 긁던 리치는 두 발로 선 채로 나를 보고 울었지.
냐앙!
리치의 높은 울음소리는 나가고 싶다는 의미야. 이대로 문만 열어줘도 괜찮겠지만 같이 나가기로 했어. 이리 온. 리치. 두 팔로 작은 리치를 감싸안고 방 밖으로 나가. 외출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문턱을 넘은 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 뒤가 길어 걸을 때마다 나풀나풀 거리는 드레스는 나비의 날개 같은 느낌이었을거야.
늦은 저녁의 기숙사는 한없이 조용해. 다른 기숙사도 이럴까? 아니면 백궁만 이럴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조용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걸을 때마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했던 적은 없었어. 아무리 늦었어도 이렇게 사람이 없지도 않았어. 적어도 내 기억에는. 하지만 이 분위기가 싫지는 않아. 응. 싫지 않아. 그러니 방으로 돌아가지 않아. 내 걸음은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지.
차가운 바닥이 맨발에 닿는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차갑지만 차갑지 않아.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인지 자꾸만 걸음이 빨라져. 자박이던 걸음이 점점 보폭을 넓혀 조금만 더 속도를 내면 그대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 내가 들뜨는 걸 느꼈는지 품 속의 리치가 가릉거려. 코끝으로 내 목을 간질이는 통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크게 소리내어 웃었어. 빈 복도에 웃음소리가 허하게 울려퍼지고 이내 사라지는게 너무 생생해서 무심코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 웃고있는데 어쩐지 슬펐어. 애절한 기분이었어.
자, 이제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면 내 앞엔 후원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 올해로 4년째 보는 이 문은 어쩐지 위화감이 들어. 내가 아는 그 문이 맞는데 아닌 거 같아. 어째서일까? 위화감이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면 리치가 그런 나를 떠밀었어. 꼬리 끝으로 내 팔을 살살 간질이는거야. 이 애교쟁이 같으니. 리치가 간질인 팔로 문을 열자 낙엽 한장이 눈 앞을 지나가네. 백궁은 늘 가을이니까 이상할 것도 없어. 지나치는 낙엽을 뒤로 하고 천천히 후원으로 나갔어.
그거 알아? 맨발로 젖은 낙엽을 밟을 때마다 푹푹 빠져드는 느낌이 들어.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거 같아. 가을의 숲도 그래. 비슷한 색의 낙엽들이 깔린 숲은 들어갈수록 그 속에 잠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착각 때문에 숨이 가빠지기도 하나? 어느새 숨이 턱끝까지 차서 걸음을 멈췄어. 딱, 후원의 한가운데쯤에서. 어느새 품 안의 리치는 없어지고 나 혼자였어. 그럴 터였어.
멈춘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이렇게 생각했어. 여기 원래 거울이 있었나? 왜냐하면 정면에 누군가 있었으니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 였어. 왜냐하면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거든. 나의 새하얀 드레스와 정 반대인 칠흑의 드레스가 낙엽 위로 긴 자락을 늘어뜨리고 있었어. 검은 옷 위로 반짝이는 은발을 드리운 그녀는 나와 같은 금빛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어.
--.
창백한 입술이 말을 했는데 안 들렸어. 낙엽이 바스락거려서 그런가봐. 바람 소리가 너무 커서 그래. 다시 한번 말해주지 않을까.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녀도 가만히 있어. 못 박힌 듯 서 있는 그녀의 왼손이 살짝 움직였을 때 뭔가 반짝여. 반짝임은 시선을 끌지. 그걸 보는 건 자연스러운거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도 또한 자연스럽지. 길고 얄팍하지만 동시에 날이 바짝 선 그것이 새까만 나이프라는 걸 나는 어째서인지 미리 알고 있었지만.
--.
그녀가 다시 입술을 달싹이며 손을 들어올려. 나도 내 손을 들어. 그녀는 나이프를 든 왼손을 드는데 나는 지팡이를 든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있어. 가문의 표식이 달린 나의 지팡이. 푸른 보석이 그 끝에서 옅게 빛을 내는게 그녀의 나이프 날이 서늘한 빛을 흘리는 것과 같아보여.
누가 천천히 실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느릿느릿 팔을 들고 관절을 굽혀 나이프와 지팡이가 가리켜야 할 곳을 가리키게 해. 내 지팡이가 어디에 어떻게 향하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나이프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보여. 검은 칼날은 서서히 안쪽으로 다가가 하얀 목에 가느다란 틈을 내. 그걸로 멈추지 않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날이 전부 모습을 감출 때까지 멈추지 않아. 아니, 반대편으로 날이 다시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어. 검은 옷에 붉은 색을 더하게 된 그녀가 입을 열자 나오는 건 붉은색 뿐.
그리고 떨어졌어.
떨어졌지.
낙엽처럼.
-
"......"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기숙사의 익숙한 천장이었다. 천장으로 보이는 색이었다.
잠 덜 깬 시야에 천장과 침대 주변에 두른 베일 커튼의 색이 잠시 섞이다가 원래대로 돌아간다. 흐릿하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고도 얼마를 더 가만히 있던 그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제 목을 문지른다. 희고 매끈한 살결엔 아무런 흔적도 없다. 확신이 안 서는 듯 두어번을 더 문지른 뒤에야 옆으로 손을 툭 내려놓는다. 하. 짧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뭐야, 꿈이었잖아..."
그것 뿐. 다른 말도 반응도 없이 그저 꿈이었다는 것만 인지하고 끝이다. 그 뒤엔 다시 눈을 감고 남은 잠을 청한다. 그대로 다시 잠든다.
민은 꿈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겨우 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재앙이라 불리우는 신이 고작 염색약 하나로 저토록 즐거워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분위기가 깨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민은 풀어진 얼굴로 함께 웃었다.
"...당신께서 즐거우셨다면, 그것대로 다시 할 가치가 있으시겠죠."
민은 감히 마를 입에 담지 못했다. 한낯 필멸자가, 그것도 신도가 아닌 자로서 이름을 부르는 건 실례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방금전 분위기가 좋아졌다 한들 평범한 사람처럼 하하호호 즐길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순간이었다. 벌레가 온 몸을 기어오르는 듯 소름이 끼쳤다. 민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마를 응시했다. 주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가 더 올바른 표현일지 모르겠다. 시간이 한 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져서, 결국 숨을 참아버린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목전에서 속삭였다. '내가 바로 MA야' 그말에 민이 비로소 생명을 허락받은 자처럼 숨을 헐떡인다. 부족한 산소때문에 골이 아파왔다. 민은 마가 한 말을 되짚어보며 머리를 빠르게 굴려본다. 헐떡이느라 잠시 고꾸라진 몸이 고개를 든다. 어느새 다가온 재앙에게 민이 다시끔 묻는다.
"제가 어쩌기를 바라세요."
민은 여전히 창백한 낯짝을 하고 있었다. 북적이는 라온 거리, 몇몇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또 몇몇은 무뚝뚝한 얼굴로, 또 몇은 여전히 상기된 낯으로... 제가 본 것이 과연 환상이었을까? 민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다.
"혼자 즐기는게 싫으셨다면 평범하게 말을 걸으셨어야 했어요. 저는 당신을 무기 교수님이라 생각하고 함께 식사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생일 선물에 대해 재잘거렸을 거고, 음식들은 먹음직스러웠을 거예요.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됐을테지요."
민은 지치고 건조한 낯으로, 그러나 붉어진 눈시울로 물었다.
"신인지 죄악인지 그런 거창한 것은 잘 몰라요. 신인 것 같다도 재앙처럼, 죄악처럼 느껴지고. 어쩌면 신인 동시에 죄악인 것처럼... 그렇지만 저는 신앙에 제 몸을 불싸지르기에는 너무 나약한 걸요. 죄악은 혐오해 마땅하다 생각하며 살아왔고요. 둘 중 어느것을 고르건 저는 당신을 모실 수 없어요. 슬픈 일이에요."
레오는 한 걸음 먼저 나아가서 펠리체의 앞을 막아섰다. 왜 그런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주먹을 말아쥐곤 툭, 하고 펠리체의 어깨에 주먹을 가져다댔다. 미소를 지었고 다시 손을 거뒀다. 아까부터 계속하던 이야기. 자신은 싸움을 피하지않고 의외로 소질이 있는것 같다보니 주변에서 그런 이미지가 씌워졌다. 주궁의 투견이라던가, 건드려서 좋을 것을 못 본다던가, 눈이 상처가 난 표범을 조심하라던가 따위의 이야기들. 레오는 다시 뒷짐을 지고 걷기 시작했다.
" 위선이라.. 뭐, 깊게 묻지는 않을게. "
누구나 다 자기만의 비밀이 있는 법이다. 깊게 캐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니고 친구하자고 말도 꺼내지 않았으니까. 일단 지난번의 거리감이 이상했던 그 녀석 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기숙사의 항상 마주치면 싸우는 그 녀석 만큼 시비를 거는 사람도 아니니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을 받고 있었다. 한 걸음 또 앞서나가서 빙글, 하고 뒤를 돈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맙소사. 역시 당신은 주양이 무언가를 상상한다면 꼭 그 이상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제아무리 이젠 익숙해졌다고 한들 그것은 평소에 쓰던 이야기들에나 해당되었고, 이렇게 시시각각 다르게 날아오는 변속구는 아무리 잘 숙련된 타자라고 해도 삼진 아웃을 내기 쉬웠다. 허나 그런것이 마음에 들었다. 남의 감정을 오르락 내리락하게 만드는 것을 제일 즐기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도 큰 기복이 생기는 것을 즐겼다. 그게 주양이었다.
"이제 와서 부끄럽지 않다고 얼버무린다면, 그건 되도 않는 변명이겠지~? 좋아.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축복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해줘! 그래야 내가 여보야랑 더 오래 꽁냥거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주양 역시 평소보다 더 치근덕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친구 사이었으나 정말 누가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을 아무렇렇지도 않게 연출해내는 당신의 모습이 일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려, 되려 아까 전처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더 부끄러워질 수준이니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주양 역시도 맞받아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내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감정 기복. 조금 맞지 않는 비유일지도 몰랐으나, 벼랑 위에 몰린다면 딱 이런 기분이지 싶었다. 그 벼랑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그런 벼랑이 아니라, 당신의 페이스에 한껏 휘말릴 벼랑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었다. 어떻게든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벼랑위에 선 기분을 한껏 만끽하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하는 것 부터가 페이스에 휘말릴대로 휘말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사라졌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내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지는 재미가 있으니까 상관 없어! 겸사겸사 청도 내기에 걸면서, 그 짜릿함을 배로 끌어올리는거지. 목숨이 두개. 아니, 세 개나 걸린 승부라니.. 벌써부터 염통 쫄깃해지지 않아?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위험 이야기에 어느새 위험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 광신도가 되어서는 구구절절 그 스릴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주양만 즐길 수 있을만한 스릴이라는 느낌이 들 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주양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소중한 무언가를 둘 씩이나 걸고(물론 청은 자의와 상관없이 걸리게 될 테지만) 더불어 자신의 목숨까지 건다면. 그 즐거움은 치명적인 칼날이 되어 누굴 향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마저도 일종의 재미 아닌가.
".. 크흠. 내가 우리 여보야를 놔두고 잠시 스릴에 미쳐있었네! 이야기만으로도 고마운걸? 아니다. 그걸로 만족하기엔 역시 일러. 여보야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자주 도움을 요청해야겠는데~ 괜찮을까나~?"
물론 도움은 장난과는 다른 개념이기에, 그렇게 자주 부르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주양은 누군가의 구원의 손길을 받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자신 스스로가 빽빽한 밀림과도 같은 앞날을 개척하는것을 더 즐겼기에. 그 과정 중에서 위험이 닥친다고 한들 오롯이 혼자 감수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모순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하며 슬쩍 미소지었다.
아까의 위험 찬양으로 다시 평소대로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시 예전처럼 마냥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어서. 역시 지금 와서는 영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었기에 더더욱 안도했다.
앞으로 당차게 나아가다가, 당신과의 손이 놓아지자 걸음을 멈추었다. 사뿐한 당신의 몸동작이 이어졌다. 아까 춤을 요청하는듯한 자세도 그랬고. 지금의 동작도 그랬고. 지금만큼은 이 자리가 마치 하나의 무대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듯 싶었다. 그 일련의 동작들을 하나하나 지켜보다가, 다시 슥 미소지었다.
"으응~ 글쎄다. 일부러 그런다면 우리 여보야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일이 없도록 하루 24시간 내내 내가 졸졸 따라붙는다거나. 그게 안된다면 청을 붙여놓고 감시역으로 삼는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래. 우리 여보야가 아무데도 못 가도록 꽉 잡아두는 거. 이렇게 떠오르는데!"
아까의 위험 찬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내놓았다. 역시 아무리 두 배로 아찔하다느니, 상관 없다느니 하고 말하기는 해도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했을때의 모습이었다. 일단 그런 상황을 안 보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는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미처 손쓰기도 전에 그런 상황이 터져버린다면.. 그땐 아까의 이야기처럼 그저 즐길 뿐이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돌려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더더욱 가리지 않으면서. 그 어떤 꼼수와 금기라도 써 가면서. 물론 금기의 경우에는 정말 그랬다간 이 곳에서 쫓겨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러진 않겠지만은.
"아. 아니다. 역시 여보야한테 위험한 건 내가 싹 갈아버리면 되겠다! 그러면 내가 걱정할만한 일도 안 생길테고 여보도 안전할테니까. 서로 윈윈인거잖아?"
>>129 마침 더운게 공포 영화 보기 딱 좋은 날씨 후,,, 현궁은 추워서 그런거 없다고요? (탕) 이제 없지? 아무튼 언젠가 일상으로 보고 싶긴 하다 ㅋㅋㅋㅋㅋ 후,,,,,,, 기대하겠어,,, 서리와 함께하는 일상.........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서리 이름,,, 예쁘잖오 순우리말 같구 웅웅
그것이 진심인 듯 아닌 듯 재잘거렸습니다. 민의 반응에도 예상한건지, 아니면 알고 있었는지 미소를 띄고 빤히 바라봤습니다.
' 작은 아이야, 그건 불가능해. '
그것은 끔찍하게도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손에 잔을 쥐고 가볍게 내려놓았습니다.
'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아무리 숨겨도 이렇게 들켜버리거든. 불쾌감, 증오심, 섬뜩함 그 모든 것이 내 앞의 모든 생물을 얽어매니까 속일 생각은 없었어. 알아채나, 못 알아채나 그 뿐. 작은 아이도 느꼈잖아? 최대한 억누른 게 지금.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쾌감을 안겨주는데 어떻게 다가가겠어? '
민의 눈시울을 닦아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것은 가만히 응시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잔 안에 담긴 술의 일부를 떠 올리듯 공중으로 물방울을 띄웠습니다.
'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지금의 나는 죄악 그 자체. 그건 진실이야. 날 모시는 것도 어불성설이지, 나는 모셔질 수 있는 무언가도 아니야. 오히려, 그건...... '
그것이 처음으로 말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공중에 멈춘 물방울이 그대로 팍, 소리를 내면서 증발했습니다.
' 신이라고 하면, 창조도 할 줄 알아야 하잖아? 아쉽게도 난 고치는 것은 못하거든. 창조라 하면.... 작은 아이도 봤을지 모르지만 내 창조물은...... '
너희 학원에 있는 그 거대 게야.
그것이 속삭이듯 말하며 씩 웃었습니다.
' 날 모시지 않아도 돼. 작은 아이야. 그러나, 무서워하지는 마. 지금 널 해치지 않아. 저것들은 내 기분에 따라서 해치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야. 나는 완벽하지 않아. 그러니, 완벽하지 않은 이 작은 생물들을 보고 즐기는 거지. 애초부터 나에 대한 신앙을 늘리겠다면 이렇게 만나려고도 안했을 거야. '
그것이 거듭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ㅡ정확하게는 무기였죠ㅡ을 가리켰습니다.
' 이 그릇처럼, 저것들처럼 내가 존엄을 받아내며, 육신을 빌리고 입을 빌리면 되니까. 그것도 아니면.... '
그것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던 마법사를 응시하더니, 턱짓으로 가리켰습니다. 마법사가 길을 가다가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서 민과 그것을 바라봤습니다.
' 협박을 하거나. '
그것의 말을 대변하듯 말한 마법사는 곧이어, 어디론가 도망쳤습니다. 그것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 기분이 좋은데, 간섭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네. 뭐 하나만 알려주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 봐. '
그 진짜 제가 눈이.. 나빠서 잘 놓쳐요...... 먼가 말하거나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안하면 한번만 더 찔러주시고.... 계신 방향도 좀 알려주셔요 겸사겸사 죄송하다고 절도 한번 할게요 그리고 선관 없으면 우리 일상으로 보면 됴ㅐ요 친구 없는 건 서리탓~ 그나이먹고 친구 하나 없는 바보다~
>>1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오 퀴디치 하지 않아요? 서리(현 졸업학년) 가 4학년 때 1년 잠깐 했거든요 혹시 레오 퀴디치하는 시기랑 겹쳤을까여?
>>1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기숙사 같죠 대충 이름 정도는 알지 않을까여?? 길 잃었을 때 알려준 것도 좋고~ 아님 기숙사에거 자주 마주친 것도 좋구 전 머든 좋아요!
레오가 잘 모르겠다고 해도 그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걸 설명하는 건 무드 없는 짓이다. 라고 브리에게 배웠기도 하고. 하나하나 설명해야만 이해하는 관계라면 내 쪽에서 사양이라고 이를 바득바득 갈던 브리가 잠깐 뇌리에 스쳐지나간다. 잠깐 딴생각을 했지만 레오가 앞을 막고서 어깨에 주먹을 대는 건 제때 반응했다.
말아쥔 손이 닿고 떨어지는 건 아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지만 이상한 기분이어서 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 뿐이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레오를 따라 그녀도 멈췄던 걸음을 뗐다. 앞서가는 레오의 뒷모습에 뒷짐을 진 손이 보인다. 작지만 많은 걸 잡고 있는 것만 같은 손. 아.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 레오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을 때 느낀 건 무형의 무게라는 걸. 그녀가 모르는 사이 켜켜이 쌓였을 레오파르트라는 사람에 대한 무게라는 걸.
충분히 의문이 들 법한 말인데도 그 속뜻을 캐묻지 않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되물어도 지금은 대답할 수 없었으니까.
"?"
재차 돌아선 레오를 보고 같이 멈춰서 눈을 깜빡였다. 친구라. 드물게도 즉답이 나가지 않는다. 지그시 레오를 바라보기를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한참 걸린 거 같지만 실제론 1분도 지나지 않았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레오에게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
>>170 네 좋아여!!! 스탠스가 말 편하게 해~ 그치만 편하게 하는 게 더 시르면 그냥 존대 써~ 라 서리한테 반말 써도 괜찮구~ 엘로프 1학년 때면 한번쯤 혹시 겨울옷 실수로 놓고온거냐고 물어볼 거 같기도 해요(ㅋㅋㅋㅋㅋㅋ) 안춥니...? (롱패딩을 끌어안으며..)
민이 가자!!!!!! 세계관 설정 뜯을 수 있다!!!!!!!!!! 으악 인사를 깜빡했네! 리안주 잘자구~~~~
>>173 그냥 반말하라고 하면 순순히 반말을 했겠지만 존대해도 된다고 해서 존대할 것 같네! 만약 반말이 듣고 싶다면 ㅇㅋ하고 반말하는 사이로 갈게~ :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수로 옷 놓고 왔냐고 물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치만 이 정도는 나름 따땃해서,,,라고 하면서 김엘롶 머쓱함... 기숙사에서 봤다면 어쩌다보니 행동반경이 자주 겹친다거나 하는 설정이 붙어도 좋을 것 같아! 어... 그리고 자주 본다면 친하다는 설정도 붙을 수 있음... 얘가 굉장히 쉬운 친구라서 말이지...😙
가만히 마의 말을 듣던 민이 미간을 모았다.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던 미간에 주름이 인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리숙한 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괴로워하는건지, 슬퍼하는건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균형추는 어느 한 곳에 손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눈물은 눈 점막을 떠나지 못하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건, 너무 가혹해요."
음울하게 답한다. 끓어오르는 가슴과 다르게 머리는 차갑게 식어갔다. 둘 중 무엇을 따를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적어도 민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민은 불쾌감과 증오를 억누르기로 했다. 핏발선 눈은 마를 향하고 있었으나 그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을테였다. 민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얼굴에 익숙해져있던 근육은 쉽게 움직였다. 행인들에게 일상적으로 보여주던 미소를 곱씹는다. 그게 민의 최선이었다.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친절이라면, 마 역시 그 친절을 손에 쥐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생명을 창조하셨군요. 고칠 수 없다 한들 여전히 대단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그 게는 공격받고 있어요. 의도하신 일인가요?"
민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게에 대해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망했다. 산 것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말마따나 유약하기 때문이겠지, 민은 속으로 비꼬았다.
가만히 마의 말을 듣자니 기묘한 감각에 젖어든다. 이 짓궂은 신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알 수 없어졌다. 협박을 일삼는 일은 꺼려해야 마땅하나, 모두가 당신에게서 절망감을 느낀다면 마냥 꺼려할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민은 아까보다는 친절한 목소리와 태도로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셨어요?"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은 그것이었다. 민은 항상 이유를 찾는 자였다.
"당신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고 알려져있어요. 그런데 어쩌다 창조와 생명을 부여하던 당신이, 멸망과 재앙으로 남았죠?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죠?"
의외로 담백한 대답이었다. 그런다고 이 사람이 싫어진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성격만큼 레오는 단순한 사람이었으니까.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레오는 생각했다. 대답이 늦어지자 레오는 순간 공기가 탁해졌다고 느꼈다. 높았던 하늘이 조금 낮아서 숨쉬기가 아주 조금 불편해졌고 공기가 조금 더 낮게 가라앉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확답이 필요하다면 해주겠다는 말과 내밀어진 손. 레오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가 손을 뻗어 마주잡았다.
" 강요하는건 아니다? "
레오가 친구를 사귀는 방식은 항상 이러했다. 은연중에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부터 '오늘부터 친구야' 하고 선언하기. 적어도 이제껏 레오가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 이런 방식으로 친해진 것이었다.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이 없더라도 레오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리고 이제껏 그 감은 빗나가는 법이 적었기 때문에, 어느새부턴가 레오는 은연중에 자신의 그 감을 더더욱 믿게되었다. 마주잡은 손을 두어번 약하게 흔들곤 손을 놓아주었다.
" 넌 나쁜녀석 같지는 않거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친하게 지내면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고. "
한 바퀴 또 빙글 돌아 펠리체를 마주본 레오는 고개를 올려 얼굴을 마주보았다. 몇 번을 봐도 대척점에 서있다고 생각되는 외모였다. 밤하늘같은 검은머리와 새벽 달빛같은 은발머리. 작아서 모든 것을 올려다 볼 수 있는 키와 높아서 내려다 볼 수 있는 키. 조금 거칠고 강한 인상을 주는 흉터 하나와 그런것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 무엇이 우스운지 레오는 이히히, 하고 다시 웃어보였다.
"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뭐 - 너도 그런대로 날 나쁘지 않게 평가해주는것 같고! "
>>166 그러니까.. 우리 레오챤도 한성깔 하는 친구라서 같이 퀴디치 시합이 있던 날 서리가 너무 공을 잘 막고 그래서 레오챤네 팀이 지고나서 ' 저기 파수꾼 겜 X같이 하네. ' 하고 씹었을 것 같고 :ㅇ.. 그거 계기로 만날때마다 괜히 시비걸고 으르렁 댄다면 서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ㅇ?
>>17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첨엔 존대했다가 나중가서 반말한걸루 할까여? 엘로프 강인한 친구구나...... 서리 그냥 박수침..... 현궁에 맞는 인재다......... 저두 친한 설정 좋아요 서리도.. 만만치 않게 쉬운 칭구거든요 자주 보고 쟤도 나 편하고 나도 쟤 편하면 친구지 mood의... 대신 친하면... 장난을 좀 자주 칠 수 있어요... 받아주실 수 있다면,
>>181 뭐지? 일단 나랑 결혼하면 될거 같은데 그 서류상으로 묶이는 게 좀 그러면 그 난 사실혼? 그걸로도 만족해요
>>182 하 근데 4학년 때면....... 서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성격이 안 좋을 때라 우리 레오~ 나 좋은 건 알지만 너무 따라다니는 거 아냐~? 할 거 같아요 ㅜㅋㅋㅋㅋㅋㅋㅋ 서리 지는 날에는 얘들아 나 자존심 상해. 빨리 연습 날짜 더 잡아 이럴 거 같고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근디 서리 진짜 갑자기 지멋대로 파수꾼 새로 뽑을 때까지만 기다려줬다가 그만둘 거 같은데(이후에 연습만 좀 도와줄듯..).... 소식 들은 레오 어떨까요 ??
>>181 ㅡ당신의 따님은 내가 데려가겠다 라고 쓰인 카드를 발견하신다면 그건 제가 쓴 거니까요 다들 유의하시기~~~~ ^ㅡ^
>>185 오케이 그렇게 하자! 야호~ 친구 없는 김엘롶 친구 하나 더 생겼다!! 그거랑 별개로 나 아직 서리를 잘 모르는데... 벌써부터 서리가 우와 짝짝...이러는 거 상상해버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쉬운 애들끼리 만나서 쉽게 친해지는구나... 그런 굴곡 없이 얻어진 관계 아주 좋고 장난도 좋지~~ 뭘 하든 첫타는 무력하게 당해드릴 수 있음....😌
벨주 다시하이하이~~~~ 무슨 소리야 동화학원 조건이 미인 아니었남? 아닌가? 이상하다 나 동화학원에서 미인계 하루에 산 3000번 받는 거 같은데; 누가 지팡이 들고 있다가 나한테 스투페파이 날렸는데 쓰러지고 일어나서 몽고메리 부인 볼때까지 상황파악 못했잖아 ㅎㅎ (날조중)
>>186 하 제가 원래 부당결혼 끝내주게 잘하는데... 민이는 행복하게 해줄게요......
>>192 와 서리 첫친구 생겼당~~ 맞아요 저는 평탄하고 꾸준히 친한 관계두 되게 좋아하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 첫타만 무력하게 당해주는 거면..... 나중에 좀 익숙해지고 첫타만 치고 바로 도망칠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 사과드리며... 2차전 자유 복수 짱 환영 ㅎ.ㅎ
"으응- 난 자기가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게 너무 귀여워~ 당연하지~ 우리 자기가 원한다면 축복이라는 말도, 운명이라는 말도 자주 해줄 수 있어~"
일상과 같은 대화일 뿐이였다. 정말로. 단태는 늘 해왔던 것처럼 일상처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 대화들은 누군가가 듣는다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지만 그저 일상이였다.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헤죽- 지어보인다. 자기랑 만난 건 축복이고, 우리는 분명 운명일 거라는 둥 하는 소리를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들어대면서 단태가 걸음을 옮겼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몸을 아끼지 않고- 라. 주단태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여전히 짓고 있었다.
"우리 자기~ 달링. 허니버니. 내가 자기의 모든 걸 사랑하고 또 모든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달링이 위험 찬가를 늘어놓는 것에 대해서는 늘 걱정이라구? 당연히! 우리 허니버니가 스릴을 즐기는 걸 막을 생각은 없다? 알고 있지, 달링?"
단태는 후- 입바람을 불어서 자신의 앞머리를 건드렸다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손으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재잘재잘 떠들어대던 단태는 입을 다문 채, 주양을 향해 암적색 눈동자를 굴려서 바라봤다. 여전히 샐쭉- 눈매가 가늘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날 안부를 생각이였어, 자기? 자기의 위험찬가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주단태는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위험을 즐긴다기보다, 네 적에게 무자비하라- 라는 가문의 이념을 이상하리만치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였다. 헤죽- 하니 단태가 능청스레 웃으며 대답을 내놓았다. 깔끔한 대답이였다. 주단태 나름대로.
두발짝 정도 훌쩍 도움닫기 없이 뛰어서 빙글 몸을 돌리고 주양을 마주한다. 그 움직임은 역시나 주궁과 어울리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청이 날 감시하는 건 별로지만 우리 여보가 나랑 24시간 붙어 있는 건 좀 끌리는데? 아무데도 못가게 꽉 잡아두는 쪽도 괜찮을 것 같고~"
사람의 탈을 쓴 이리. 아까와는 꽤 다른 주양의 반응에 단태는 낄낄거리며 능청스럽게 웃음을 터트리고 두발짝 떨어진 거리를 한발짝으로 줄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일상처럼 이어지는 대화의 일부일 뿐이기에, "대신 날 잡아두려면 튼튼한 목줄은 필수라구. 자기야~" 이 이야기도 일상의 일부일 뿐이다. 단태는 이어지는 주양의 말에 느물느물 헤죽-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남은 거리까지 줄여서 주양을 끌어안았을 것이다.
>>190 이기는 날에는 앞에서 대놓고 놀리면서 성질 긁을것 같고 지는 날에는 다 들리게 " 아~ 현궁 파수꾼 겜 X같이 하네~ " 하고 말하면서 으르렁대고.. 레오에게는 퀴디치 숙명의 라이벌이겠네요!! 겜 x같이하네 이건 또 게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극찬이니까(...) 레오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는 몇 안돼는 사람일거고.. 그만둔다는 얘기 들으면 옆 기숙사 선배방 이런거 신경 안쓰고 문 발로 쾅 차고 들어가서 "너 그만둬? 왜? 아니 왜 그만두냐고!!" 하고 혼자 열낼것 같은 그런 :ㅇ..
픽크루..는 여기 있어요! 어린 시절의 벨이 아닐까...날조를 해봐요 ㅎㅎ. 어릴때도 머리가 길긴 했는데, 중간에 한 번 자르는 일이 있었네요. 입학할 때, 1학년의 벨은 단발이었어요. 정확히는 목을 간신히 덮는 정도의 똑단발? ㅋㅋㅋ.......좀 끔찍하네요 얘가 똑단발을...😏 벨..벨가놈! 언가놈! 언가놈! 인걸요...
>>196 맞아맞아 현실에서도 다들 무난하게 친구 사귀니까말이지~~~ 크아악,,,, 얘가 심리적 부담 때문에 달리는 걸 잘 못해서 튀면 튀는대로 놓쳐버릴 게 뻔함... 이 친구는 대체로 만만하지만... 은근히 2차전이랑 복수에 집착해서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되면 '그냥 친구→매번 당한 거 복수하러 다니는 친구관계(..?)'가 되겠네! 오~ 흥미진진한데??? 🤔
뭐야 벨이 뭐야???? 이미 용돈주다가 가산 탕진햇는데 이거...... 적금 다 깼다... 벨이 제니쿠키 좋아하니? 사줄게....
>199 하 그럼 또 우리 레오 나 이겨서 기뻤어~ 이럴텐데 진짜 레오가 함만 봐주자.... 근데 다음에는 아니니까 각오해 하면서 또 성질 긁고ㅋㅋㅋㅋㅋㅋ 아 어떡해 레오 화끈하고 너무 좋다 나 기숙사 들어오는 부분에서 반할 거 같아요 그럼 서리 평소에 우리 레오 어쩌고 한것도 무시하고 그냥 웃으면서 야 너 뭐야?? 진짜 뭐야? 이러고 웃을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어보면 고민하다가 선택지 두개 줄거같거든요 "거짓말로 들을래 솔직하게 들을래?" 이런식으로,,,,
거짓말을 고른다! -> 팔에 있는 흉터 보여줌 솔직한 걸 듣는다! -> 그냥 다 질려서 하기 싫어졌어. 그게 다야.
민은 생각보다 비틀린 존재에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참기 힘든 불쾌감에 입꼬리가 파들 떨렸다. 몹시 기분이 나빴다. 민은 공황에 빠진 자처럼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히는 음습함이었다. 우연의 결과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민은 절망하고 만다.
민은 더이상 반론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가 종알거려봤자 변화는 미미할 것이었다. 정말로 온 힘을 다한다면, 죽음을 불사지르고, 소리지르고, 노력한다면 모르겠으나 그러기엔 민은 너무 지쳐버렸다. 늘 그랬듯이 외면과 회피는 달콤했다. 어둑하게 그늘진 낯이 어딘가 담백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민은 미련없는 태도로 작별을 고했다.
"답변 고마워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아까처럼 억지로 미소 짓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았다. 실망을 감춘 미소는 오히려 쉬웠다. 진심을 담는 것은 그보다 어려웠다. 상투적인 인사치레가 이어졌다. 좋은 하루 보내라, 라고 말하려던 차에 무기 교수님의 몸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민은 허둥지둥 부축하려 했으나 굼뜬 몸 어디 안 간다고 허망하게 허공만 허우적거렸을 뿐이었다.
"...허."
졸지에 거구의 남성을 책임지게되었다. 그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내일은 적어도 오늘보단 좋은 날이겠거니, 스스로에게 작은 위안을 던져보지만 민은 여전히 무기를 따라 기절하고픈 마음뿐이었다. 한숨을 쉰 후에 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였다. 민은 대충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다 설명했고, 다들 납득하는 모양새였다. ...무기 교수님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 될지 모르겠다.
//막레~~~~! 캡틴 너무 수고 많았다!!! 이번엔 얻어가는게 많은 일상인걸... ㅎㅎ 즐거웠다구~!
>>218 (의외로 몸을 활용하지 못하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좀만 쉬자고 해도 안돼~^^하고 자기 복수는 끝까지 끝내고 쉴듯...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면 '네가 장난을 안 치면 되지 않을까,,,?'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쯤되면 본인도 내심 장난-복수전 즐기고 있을걸ㅋㅋㅋㅋㅋㅋㅋ 오케이~~~ 그 정도면 깔끔하고 좋아!!! 천재선관설정 제안해줘서 고맙다구~~~ :3
>>229 민이는 지금 약간.... 너무 멀고도 먼 이야기라서 하...... 몰라.... 상태라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아... :3 원래 영화볼때 팔 잘리고 이런거 볼때는 그냥 그런데 종이에 베인다거나 레고 밟는 거보면 으악! 하는 느낌? 그래도 충격 받긴 했지만........
"여보도 참. 부끄러워 하는 것도 귀여우면 어떻게 해~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지만! 좋아. 나는 충분히 들을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이많이 써주기?"
그것마저도 귀엽다. 그렇다면 자신은 귀여운 사람이었던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주 잠깐이나마 들었던 착각을 얼른 날려버리며 주양은 평소대로 당신을 대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역시 자신은 썩 귀염성 없는 사람이었다. 패밀리어인 청이 주인 닮아서 성질머리가 영 꽝인데다가 귀염성이 없는 것처럼 주양 자신도 그랬다. 귀여움이란 건 역시 어울리지 않지. 그렇게 다시 당신의 페이스에 넘어갈뻔한 정신을 부여잡았고. 곧 다시 경박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여보! 아무리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언제나 그랬듯 정점에 서는 건 나니까. 어떤 방법을 써서든, 내가 할수 있는건 총동원하는 사람이 나잖아? 에이. 그것도 모르면 내가 여보야한테 자기 소리 들을 자격이 없지!"
그렇게 이야기하는 주양은 꽤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쭉 그래왔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돌려놓는 건 이젠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물론 비행술 수업에서 있었던 일처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은 옥의 티로 두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간혹 그런 시행착오가 있는 편이 더 재밌지 않겠는가. 그 상황 속에서는 이리저리 휘둘러져서 정신 못 차린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꽤 즐길만한 일일테니.
"에이. 설마 그랬을 리가 있겠어? 당연히 부를 생각이었지. 그렇고 말고! 역시 우리 여보야가 최고라니까. 그래도.. 간혹 이해 안 가는 부분은. 아무리 여보라도 있기 마련이겠지. 이것저것 다 이해되게 행동하는건 사람이 아니잖아?"
안 그래? 하고. 살짝은 미묘한듯한 미소가 그 뒤를 이었다. 별 의미는 없는 행동이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분위기를 가라앉힐 만큼의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고, 그런 성의 없는 행동으로 깔끔한 이야기에 흠을 내기는 싫었다. 그런것은 자신 혼자서 실컷 즐겨도 되는 일이다. 당신이 주었던 변화구의 응용이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끝맺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며. 조금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주궁에 올 만한 인재가 다른 기숙사에서 꽤 자주 보이는 것은 기분탓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한쪽으로만 몰리면 밸런스가 안 맞으니, 균형을 수호하려는 신수들의 세심한 배려였지 않을까 싶었다. 당신의 첫 마디에 주양은 그만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아하하하핫, 그거 청이 들었다면 분명 노발대발 했겠는데! 왜 내가 감시하는건 별로냐는 느낌으로 말이야! 세상에. 여보는 늘 내가 하는거에 진심이구나? 정말이지 못 말리겠다니까~ 오히려 그래서. 지금까지 한결같아서 더 좋지만?"
애초에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를 쓰는것부터가 말릴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는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당신에 대해 어느정도는 잘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 다른 건 몰라도 남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는것을 안 이상, 거리낌을 느낄 건 더더욱 없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변화구엔 취약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로 두기로 했다. 목줄에 관련된 이야기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주양은 당신의 포옹을 받고 어머. 하고 짤막한 감탄사를 뱉었다. 금방 씩 웃으며 당신을 마주안아오긴 했지만.
"세상에.. 정말이지. 여보야가 이럴 때마다 청이 대신에 내기에 걸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들고는 해. 물론 정말로 그랬다가는 여보한테 상처를 주고 말테니까 그러진 않을테지만~?"
방심하고 있을 때 훅 치고 들어오는것이야말로 당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일상이기에 지나치게 과몰입하진 않았으나, 지금의 이 상황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었기에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주도록 이야기하며 주양은 킥킥 웃었다. 꽤 만족스러웠다. 재차 강조하지만, 자신이 뭘 어떻게 하든 받아주는 사람이 삶에 한명 이상이라도 있으면 살아갈 맛이 나니까.
"으음~ 그치만 역시 너무 화끈해서 탈인것 같기도 해. 여보야는 시원하잖아? 녹아버릴지도 모른다구?"
앟 왜 녹아내리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돼 녹지마 쭈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주말은 시간이 물흐르듯이 잘 가기 마련이지.....어째서 그런걸까.....o<-< 땃쥐는 노력테지만 땃태의 대사에서 어? 싶어도 당근 꼭 흔들고....((쭈주에게 당근 꼭 쥐어줌)) 새벽 잡담 솔찬히 하면서 답레 슬슬 써올게. 쭈주는 피곤하면 자러가도 좋아~~ :D
심장이 뛴다.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는 단아하게 웃었다. 거울 안에서 춤을 추는 그가 보인다. 너울거리는 옷자락과 함께 웃음소리가 흐른다.
"안녕, 오랜만이네. 얼마만이지? 네가...그, 뭐지? 머글 사회에서 쓰이는 말이...그...너를 칭하는 말 중에 비슷한게 있을 건데." "쿠마리." "오! 그래. 쿠마리. 참으로 오랜만이야, 반가워요, 반가워...자. 네 욕망을 마주해야지, 아가. 뭘 하고 있니?"
당신을 더는 보고싶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농간인가? 대체 여기서 더 뭘 바라는 거지? 그는 지팡이를 떨어트렸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한다. 마음 같으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었지만, 문이 잠긴 것 같다. 덜걱거리는 소리가 났던 것 같기도 하고,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려고 덜컹덜컹 움직이기도 했다. 분명 그 소리를 들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부드러운 춤사위와 함께 그 좁은 공간을 빙빙 돌고있다. 공포를 직면하라. 한참동안 마주보자 드디어 거울이 먼저 입을 연다. 누군가 이 지문을 본다면 그것이 가능한가 싶겠지만, 세상은 넓고 미친 사람은 많지 않은가. 아마 그도 그 부류중 하나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너무 멀쩡하여 문제이거나.
"자, 이게 네 욕망이란다. 아주 푹 썩었구나."
거울 속의 그가 잔뜩 썩어빠진 시체를 안아 올린다. 그는 이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른 침을 삼킨다. 좋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 같다.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그걸 품에 가득 안고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한다.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을 손가락에 배배 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이 하는 행동에 몸을 떨었다. 이건 전부 나를 시험하기 위한 관문이다. 참아야 한다. 지하실의 문은 잠겨있다. 나갈 수 없다. 알고있다. 미친듯이 열어보려 했지만 손톱이 부러져도 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시간만 길어졌다. 머리, 머리가 어딨지 그는 손을 모았다. 마치 영정을 들듯.
"사람들은 널 손가락질 했지."
뭔가 쭙 하고 빠는 소리가 났다. 사탕을 빠는 소리와도 같고 일방적으로 입을 맞추는 소리와도 같다. 거울 속의 자신은 입에 부패한 살점을 묻히고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입매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환한 감정이 가득 찬다. 황홀감에 젖은 눈동자와 약간의 저질스러운 탄성. 교성에 가까운 그 소리를 내뱉곤 볼을 부빈다. 애정이 묻어나는 손길이 백골이 된 부분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우리는 이렇게나 행복한데 말이야. 안타까운 샬럿. 세상은 나를 배척하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고 미친 사람 취급해..모두 똑같이 혐오스럽지. 죽어서야만 아름다운 것을 깨달은 내가 있기엔 너무 좁은 세상이야.." "역겹군." "안타깝게도 이게 네 본 모습인데. 네가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했잖아. 저는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하고. 그런데도 다들 널 그 지옥같은 곳에 밀어넣었지." "이제 좀 다물 수 없나?"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
그것이. 내가 표정을 굳혔다. 공포에 젖은 자신을 마주한다. 어린 소년은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지하실에 우두커니 홀로 서 거울을 마주했다. 피가 바닥을 적시고, 여기저기서 스산한 소리가 들렸다. 벌레가 기어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염소의 머리가 당연하다는 듯 그 주둥아리를 벌린다.
"내 분명 어떤 소리도 내어선 안 된다고 했지 않았나?" "아, 아. 아아!! 아아악!!!"
그가 입학 이후 현궁의 기숙사에 처음 와 한 일은 전신 거울을 깨부순 것이었다.
구석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민원에 들어온 당신이 발견한 건 거울을 깨부수고 구석 자리에서 머리를 부여잡으며 발작하듯 울던 그였다. 손으로 조각을 집으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손을 써서 부순 것인지는 몰라도 피로 범벅진 손이 흉하다. 무슨 일이냐는 당신의 질문에도 잘못했으니 꺼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당신의 손을 뿌리치며 비명을 지르듯 울음을 높였다. 고통에 겨운 표정으로 몸을 엎드리며 상처입은 짐승처럼 몸을 떨었다.
"잘못했어요, 꺼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게, 그게 쳐다보고 있어서, 그래서 소리를 냈어요, 제발, 제발. 다시 가두지 마세요. 더는 싫어요. 거울이 날 쳐다본다고, 거울이, 거울이, 거울이...치워, 제발, 아무것도. 날, 날 쳐다보지마, 제발...내가 그런 게 아니야, 전부, 손가락질 하지 마, 난.."
그는 몽중에서 깨어 몸을 일으킨다. 과거의 꿈을 꾸는 것은 오랜만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어내며 입을 꾹 다문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한참동안 색색거리며 숨을 쉬다,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바르르 떨리는 몸을 웅크리며 껴안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조금 흐물흐물한 날이니까, 사소한 쓰다듬에도 금방 녹아버린다구~? (?) 맞아. 정말로 이해가 안 가.. 차라리 주말이 5일, 평일이 이틀이었다면 훨씬 나았을텐데! 응응. 답레 잇다가 어라 싶은 게 있으면 꼭 그렇게 할게 :) 내일도 좀 일찍 나가봐야 하기 때문에 땃주도 천천히 줘도 괜찮아! 그래도 4시까지만 잡담 즐기다가 갈래. 히히.. ()
>>261 흐물흐물한 날이였구나. 고생 많았다 쭈주:D 그럼 쭈주가 4시에 자러간다고 했으니까 4시까지 열심히 답레 작성해볼게:D 쭈주가 자고 싶지 않게((못되먹은 땃쥐)) 맞아 주 4일제에 휴일은 3일이여야한다고 생각해:( 좋아좋아. 다행히 지금까지 선은 안넘은 모양이니 어깨에 조금 힘빼고 답레 쓸 수 있겠다X)
>>263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느라 흐물흐물해진것일 뿐이니까. 괜찮아! 그래도 이야기는 고마운걸 :) (꼬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오늘 잠 못 들지도 모르겠는걸? (???) 공감이야. 휴일을 하루 더 늘린다면 삶의 질이 달라지고 인생이 조금 더 윤택해질수 있을텐데! 좋아, 긴장 풀고! 답레는 편안하게! :)
>>265 (도리도리 하는 벨주가 귀엽다)(토닥토닥 하면서 독백 빼가기)(???) 확실히 독백에서의 벨이 반응에서 거울에 대한 트라우마가 엄청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다른게 뭔지 알것같기도 하지만 이 내용은 패스! 벨주가 과몰입하지 않고 신경써서 잘 조절해준 독백이니까! :) 나도 글 잘쓰고 싶다. 글쓰기 학원은 어디 등록해야 좋으려나..? (??)
들을 각오가 되었다면서 많이 써달라는 말에 단태는 특유의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그럼그럼~ 자기가 질려서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줄 생각이니까~" 능청스럽게 뻔뻔하게 중얼거렸다. 불성실하고 가볍다못해 경박해보이는 태도였다. 경박하게 웃어보이는 주양과 비슷하지 않게, 단태는 헤죽- 하니 능청스럽게 미소를 띈 얼굴이었다.
"아 물론 잘 알고 있어. 자기야~ 내가 또 이야기하는 걸 잊었는데 자기의 그 자신만만한 모습에 내가 반해버렸다고 말이야~ 그런 달링의 모습이 멋지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끔 너무 멋져서 다른 사람이 반해버리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거든~"
이쯤 되면 누구에게 누가 맞춰주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태에게 주양이 맞춰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하는데 착각은 아닐 것이다. 단태는 그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샐쭉- 하니 가늘게 뜬 눈을 더 얇게 뜨고, 히죽- 웃으며 낄낄거렸다. 어지간히도 이 상황이 재미있고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서 금지된 저주들을 본 이후 오묘하게 들었던 기분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풀렸다. 분명하게. 그건 꽤나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론으로만 이뤄진 수업이였지만 이론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 수업이 마법부의 허가를 받고, 에반스 교수님이 덜 무서워하셨다면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을 기억이었을 터. "우리 달링~"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을 하며 미묘하게 웃는 모습에 단태의 샐쭉하게 뜨고 있던 암적색 눈동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단태는 느물하게 낯간지러운 호칭을 꺼냈다.
"내 행동을 이해하면 우리 사이는 여기서 끝날지도 몰라?"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는 단태의 말로 끊어졌는가. 끊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주양이 할 것이였다. 단태는 여전히 느물한 목소리였지만 태도가 아주 미묘하게 바뀌었다. 곧, "막 이래~" 하는 말과 함께 헤죽 웃었다. 손바닥 뒤집듯이 자연스러운 거 굉장히 익숙해보였다. 심오한 주제로 바꾸지도 않고 분위기가 진지해지지도 않았다. 단태를 신수들이 주궁이나 백궁이 아니라 현궁으로 지목해버린 게 다행일 수 있다. 주양의 생각을 알 수 없는 단태는 역시나 낄낄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왠지 청은 날 감시하면서 내 태도에 하나하나 태클을 걸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야~ 당연하지? 나는 늘 자기에게 진심이였는걸?"
참, 뻔뻔하기도 하다. 마주 안아오는 주양을 병동에서처럼 앞뒤로 흔들흔들하는 것처럼 흔들던 단태는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주양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깨에 턱을 대고 눈을 깜빡였다.
"나를 청이 대신 내기에 걸어버리면 다른 학생들이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안그래도 자기와 내 대화를 들을 때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해보이는 애들이 많은데~"
이건 거짓말이였다. 이미 이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상적인 대화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또 시작이네- 라는 표정을 지으며 지나갈 수 있을만큼. "허니버니- 내가 차갑다보니 도리어 화끈한 자기가 너무 좋다는 걸 모르는거야?" 포옹하고 있던 팔을 풀고 단태는 다시 산책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애석하게도, 사람 한 명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민의 일상은 그대로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잡담하고, 시간이 되면 거리를 나돌며 심부름을 했다. 심란한 마음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MA가 일러준 사실은 충격적이었으나 그것이 제 일상을 뒤흔들지는 못했다. 민은 여전히 친절하고 굼뜬, 가끔은 나태한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머나먼 진실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다만, 위협적인건...
민은 건조한 낯으로 창밖을 보았다. 바깥에서는 함박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큰 상처는 치료된 후에도 흉터를 남기기 마련이었다. MA가 남기고 간 상흔 역시 마찬가지로, 희미해질지언정 지워지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나, 악몽을 꾼다. 한차례 위협받은 본능이 쉬도때도 없이 경종을 울렸다. 오밤중에 깨어난 것도 그때문이었다. 정신에 아로세겨진 충격이 자꾸만, 자꾸만 찾아왔다. 자신을 쳐다모는 수많은 사람들, 이성을 뒤흔드는 기괴한 목소리, 끓어오르는 불쾌감... 진실은 쉽게 외면받으나 공포는 그렇지 못했다. 민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창문 너머로는 순백의 설원이 펼쳐지고 있었다. 불연듯 나가고 싶어진다.
둘, 북적이는 거리가 무섭다. 민은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복도를 걸었다. 일부로 발소리를 죽이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나무소리가 발걸음 소리와 함께 났다. 아무도 없이 오로지 저뿐인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따금씩 라온 거리를 가면,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멈추어서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 관경은 자신이 받아들였던 것보다 충격적인 관경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상흔은 곧 희미해져서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도망치고 싶은 건 그때 잠시, 민은 다시 라온 거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람이 두렵지 않았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민의 걸음이 경쾌하다.
셋,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온전히 MA의 것이 아니다. 오래전 손바닥에 남겨졌어야하는 상흔이 대신 남겨진 것으로 민은 어렸을적부터 유구하게, 세상을 사랑하지 못했다. 전쟁과 공포의 시대가 너무 가까웠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것보다 어둠 마법 방어술을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민은 치유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것을 먼저 배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불안함에 잠 못 이루는 내일보다 당장 공격받을 오늘이 두려운 시기는 아름답지 못했다. 민은 우중충한 낯으로 휴게실에 도착했다. 좌우로 닫힌 문을 단번에 열자 냉기와 함께 눈 송이 송이가 들이닥친다.
민은 숨을 들이마신다. 폐부가 얼어붙는 감각은 오히려 상쾌했다.
아. 민이 탄식한다. 그럼에도 허공을 유영하는 눈송이 하나 하나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은 남아있었다. 여전히 자신이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민은 여전했다. 친절하고, 굼뜨고, 가끔은 나태하게 굴지언정 사랑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러간다 해놓고... 다시 오는 사람이 있다?! 그냥 오늘 일상이 넘.... 넘... 충격적이라서 잠은 안오고 정리하고 싶어서 끄적거려봤어. 아마 민이는 쭉 이런 스탠스로 가지 않을까.... 근데 아마 내일쯤 새벽 감성에 썼다고 후회할듯 ㅎㅎ.... 아무튼 다들 좋은 밤이야~! 리갱해
>>278 아 그거는 뭐라해야하지~~ 흐으음~~ 맞는 것 같다! (듣고보니 이쪽이 그럴듯해서 그 설정으로 가기로 했다짤) 사실 ㅋㅋ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알아가고 싶다는 뜻이고, 실망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라 넣은 거야 ㅋㅋㅋ 민이는 싫어하면 질문 안하고 관심 끄거든... ~~~ 이런 선배라니 단태가 얼마나 현궁 분위기 메이커인데~!! 단태,,, 당신이 현궁의 파티 피플...
용량이 커서 안올라가. 이 무슨....? 아무튼 링크를 이용해줘:( ((땃태가 맞는 것 같은데 미묘하게 아닌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아무튼 이런 이미지도 있다는 걸로 우기자)) 잠이 오다말다하는 건 괴롭다 o<-< 남캐 픽크루지만 땃태 중성적인 미인상이니까........:p 픽크루 투척하고 자러간다!
대답을 머뭇거린 것이 싫은 걸로 보였을까. 전혀 그런게 아니었는데. 그녀가 고민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레오는 그것이 싫었나보다. 앞으로 함께 하게 될 때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머릿속 한켠에 기억해둔다. 레오파르트 로아나, 레오라는 이름과 함께.
그녀가 내민 손에 레오의 손이 닿자 자연스럽게 맞잡는다. 작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손이란 느낌이다. 허울대만 큰 그녀와는 반대 중의 정반대다. 이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도 괜찮은걸지 잠깐 생각했지만, 앞날은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그 미지에 손을 뻗어보기로 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제가 친구가 되는게 레오에게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할게요."
다시금 그녀를 나쁜 녀석 같지 않다 말해주는 레오에게 그녀가 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아마 그다지 좋은 영향은 주지 못할 거라 예상한다. 어쩌면 그녀로 인해 레오가 큰 해를 입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친구의 위기에 거침없이 분노했던 레오니까. 그 친구에 그녀가 들어갔으니 분명 어떤 식으로든 위해가 생길 것이다.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그녀는 고개를 숙여 레오의 손에 제 볼을 댄다. 자신으로 인해 망가질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을 양해를 구한다. 그런 의도지만 겉보기에 레오의 손에 볼을 살짝 부비는 그녀의 모습은 짐승이 자신의 무해함을 표하는 몸짓과 닮아있었을 것이다.
손을 놓은 뒤 그녀를 보며 소리내어 웃는 레오를 보고 그녀도 다시 조용히 미소지었다.
"앞으로 레오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저는 오늘 레오가 보여줬던 친절함을 늘 기억할 거에요."
그 친절함으로 인해 시작된 관계이니. 좋든 싫든 잊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며 왔던 길을 향해 돌아선다. 그리고 레오를 본다.
그 뒤로는 그저 그런 내용들 뿐이었다. 학교 생활, 방송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전부 뼈가 들어가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차에 내리고서 윤이 멀찍히 갈때쯤, 그가 주머니에 손을 푹찔러 넣고 조용히 허공을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는 윤이 가버린 장소를 보고 있는듯 했다. 마치 그것은 더이상 인간의 무언가를 보는 눈초리가 아니었다.
"숙명따윈 없습니다. 형님. 그저, 잘 짜여진 듯하다고 판단되는 판이 있을뿐."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 천문을 매번 보고, 가구라를 추며 기원하고, 이를 통해 여러가지로 판단을 해보고자 노력은 해봤지만 결론은 그것이었다. 운명따윈 없다. 모든 것은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짜내어진 결과물들과 그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만을 본 것일 뿐, 그에게 있어서 하늘에 내던진 질문(天問)이란, 신에게 바친 즐거운 무대(神樂)이란 그런 것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도 그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저 누군가가 짜낸 판에서 즐겁게 놀아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평온함을 가장한 탁류, 즐거움으로 덮은 비애."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니. 아무 의미없이 나열한 문장이었지만 어쩐지 뼈가 있는 말이었다.
"윤 형님(アニキ), 저는 당신의 운명에 개입할 권리도,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옆에서 그렇게 격려만 해줄 수 있을 뿐. 당신은 당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십시오. 전 그저 당신의 등만 살짝 떠 밀어주는 것 뿐이니까. 모든 것은 당신의 결정."
그가 천천히 등을 돌려 나아간다. 점차 어둑어둑해지는 길에 그의 시선으로 별이 따갑게 쏟아져 내려온다. 도대체 당신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겁니까. 하늘이여.
2m가 멈어가는 거구의 남자, 카인 에스카마리가 의자에 몸을 파묻고 담배를 피운다. 거들먹 거리는 자세였으나 제왕의 풍모는 어디 가지 않는 것일까, 그는 가만히 담배를 피우며 담배연기가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운을 뗀다.
"그런 귀찮은 짓을 해서, 얻는 이득이 뭐냐. 일단 내가 생각하는 단점은, 제갈 가와 다른 가문들의 반발이다만." "아버님의 우려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얻어낼 수 있는 각종 정치적인 상황은 그를 덮고도 남죠."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카인이 재차 담배를 입에 문다. 그 행동에 재빨리 리안이 다가가 그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지피고, 카인에게 라이터를 건네었다. 그러자 리안도 한대 입에 물라는 것일까, 카인 또한 리안에게 라이터의 불을 지펴보였고, 리안 또한 궐련에 불을 붙인뒤 천천히 한모금 머금고는 노심스레 뒷편으로 담배 연기를 뱉어낸 뒤 입을 열었다.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주 보좌님, 말씀드린 확실한 단점 한가지를 뒤집어 엎을수 있는 장점이란.....
-- 첫째, 저희가 그를 들임으로서 저희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순혈 가문에서 쉬이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을 에스카마리 가문에서는 에스카마리 가문의 이름은 줌은 물론, 그만큼의 대우를 해줄수 있다, 이를 과시하는 것이죠." "호오." "둘째, 에스카마리가 그를 보호함으로서 그에게서 제갈 가문의 지식을 은연중에 연구할 수 있겠지요. 또한 제갈 가문의 치부나 그런 것도 어느정도 부가 수입으로 얻어 낼 가능성도 있을테니, 말이죠." "세번째는 없느냐?" "네?"
카인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리안을 바라본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듯한 모습이었다. 그와 동시에, 카인의 입가로 개구진 미소가 피어오른다.
"내가 맞춰 보마, 그 아이가 마음에 든 것이지? 인간적으로다가." "아버지." "역시 넌 내 뒤를 이을 그릇은 못 되는구나. 하지만....."
그가 몸을 일으킨다. 압박적인 풍채가 세상을 뒤덮을 기세였고 창밖으로부터 쏟아지고 있는 햇빛은 그가 모두 집어 삼킨듯 그 족적에 따라 그림자만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간 그는, 아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씨익 웃었다.
"역시, 이 카인의 아들이로다." "그럼....!!" "검토는 해보마, 하지만 경거망동은 금기다."
그렇게 말을 남긴 백룡은 천천히 자신의 방밖으로 나갔다. 백룡이 집무를 보던 그 장소에는 오직 두 사람이 남았던 흔적으로 담배연기만이 약간 남아있었을 뿐이다.
독백의 형태도 아닌데..뭘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써서 보냈을까요..((캐해석은 제가 캐붕을 심하게 내는 편이라 개인용으로 따로 비설을 2천자 이내로 이내로 정리해서 써둬요..)) 생각해 보니 캡틴께서 곤혹스러우셨지 않을까 싶어서 이 자리에서 감사인사와 사과를 드려요..((꾸벅))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오만함은 질투와 시기만을 불러올 뿐이야. 가끔 분노라는 감정도 가져와주지. 그래서 내가 더더욱 이렇게 구는거기도 하고~ 그러니까, 우리 여보는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라구~?"
그럴 리가 있겠냐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에 대한 태클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뒤에 한 마디 더 곁들였다.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었다. 잘난체 하고 뻐긴다면 시기와 질투가 이어진다. 쟤 왜 저래? 하고 어이없어하는 눈빛도 있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 중에서 주양과 비슷한 과의 사람은 심심찮게 도전장을 내미는 일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은. 특히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청을 내기에 걸 상황을 마련해주는 것은 주양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것들에 맛이 들릴대로 들린 나머지, 항상 내기를 입에 달고서 사는 사람이 되었지만.
대화의 흐름이.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묘하게나마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역시 당신에게도 사정이 있는 것이겠거니 하고 넘겨짚었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주양이 최대한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그 비밀이 자신이 가진 시덥지않은 미래의 계획보다 훨씬 깊이 있고 심오한 비밀일거라는 것 정도였다.
".. 글쎄.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지 않을까나~? 적어도 나는 끊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말이지. 지금같은 사이. 나는 엄청 흥미롭고 재밌다구, 여보야~"
설령 끝이라고 해도. 그것까지 자신이 어쩌지는 못할 테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것에 안도하였다. 마지막에 붙는 당신에 대한 호칭 역시도 그저 한결같을 뿐이었다. 이윽고, 히죽 미소짓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진지한 건 자신과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는 게 더더욱 확실하다고 재차 느끼면서 미소를 조금 짙게 이어갔다.
이런 알콩달콩함 속에서도 주양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분위기와 참으로 관계없는 쓸데없는 생각이 이어지려고만 한다. 만약 만들어진 일상 속의 관계가 끝난다면, 그 관계에 미련을 갖는 일이나 끊어진 관계에서 오는 기분조차도 즐겨버릴 것만 같았다. 짜릿하고 아찔한 감정기복은 망가진 세상 속에서 살아갈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과도 같았으니. 어쩌면 내기보다 더더욱 짜릿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단짝 앞에서 하기에는 너무 인간미 없는 생각이라고 느꼈기에, 구깃구깃 접어 휴지통에 내던졌다.
"하긴. 걔가 좀 까탈스럽기는 하지! 분명 여보야를 더 힘들게 만들 것 같으니까 그건 그냥 패스하기로 하고~ 나한테 늘 진심이었다니. 역시 우리 여보라니까!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
아. 자신이 어린애같다고 느끼게 했던 그 동작이 이어진다. 그때는 칭얼거렸지만,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이런 행동에도 그렇게 칭얼대니까 마치 진짜로 어린애가 된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엔 기분 좋게 슥 웃으며 몸에 힘을 풀고 살살 앞뒤로 흔들거렸다. 막상 또 그렇게 해 보니까, 이런다고 한들 그 생각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신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포옹을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시점이라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살랑살랑 흔들리다 보면 뭔가 묘하게 편안해진다. 마음이 안정되고. 잠도 조금씩 오고. 으, 이러니까 더더욱 어린애 같았다.
"괜찮아~ 오해하라 그러지 뭐. 내가 다 책임지고 설명할 테니까 우리 여보야는 나만 믿어!"
사실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설명이니 뭐니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항이었으며 그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었다. 자신만 믿으라는 이야기 하나만큼은 진심인 듯 보였다. 이윽고 주양은 한차례 더 웃고 말았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게 딱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었다.화끈하고 차갑고. 실제로 그런 성질의 두 물체가 만난다면, 펑 하고 수증기 폭발마냥 터져버렸을테지만.
"맞다. 이 말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것 같긴 하지만, 우리 여보 오늘도 수업듣느라 수고 많았어요~ 수업에서 별 일은 없었지?"
자신은 비행술을 듣느라 다른 수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턱이 없었기에 늦었지만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잠시 손을 놓고 어깨까지 조물조물 해주는 건 소소한 서비스였다. 그래도 일단 산책인데 자꾸 가다 멈췄다 한다면 분명 당신이 불편해할테니, 안마는 얼른 끝내고 다시 당신의 손을 잡고서 나아갔다.
>>4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어둑어둑한 느낌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정도는 기본이지! 내가 괜히 심해에 사는 게 아닌걸~? (???) 세상에.. ㅋㅋㅋㅋㅋㅋㅋㅋ 꼬옥 안는것까지는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것같은데 살냄새 맡는 건 엄청 어색해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켜보는 오너는 마냥 재밌을것 같고.. :) (??????)
여느 때와 같이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한 그는 욕실을 나서며 수건으로 젖은 머리의 물기를 짜냈다. 이후 품이 넓은 잠옷 속으로 꾸물꾸물 들어간다. 특징이 있다면 마치 드레스처럼 옷자락이 길다는 점이다. 프릴도, 장식도 없어 먼 과거 죽은 자에게 입히는 옷과 같이 밋밋하고 하얀 잠옷. 어릴적부터 그는 이렇게 몸을 완벽히 가리는 옷을 좋아했다. 다른 잠옷도 여럿 입어봤지만 셔츠는 창문을 실수로라도 열어두고 자면 찬 바람이 숭숭 들어와 허리를 간지럽혔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택한 옷이었다.
무엇보다 간만에 맞는 편안한 주말인지라 나가기가 싫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 일도 없다. 가문에서 편지를 보내지도 않고, 좋지 않은 꿈을 꿨지만 신경쓸 사람도 없다. 그러니 이 짧은 달콤함이라도 즐겨야 하지 않은가. 먹이통 주변에서 건조된 밀웜을 쪼아먹던 달링이 큰 날개를 한 번 움직이더니 유연하게 어깨에 앉는다. 그가 손을 뻗어 달링의 부리를 간지럽히며 능숙하게 머리를 긁어준다. 그 다음은 목, 그 다음은 당당히 내민 가슴깃. 지팡이는 거울이 뒤집어진 화장대 위에 조신히 놓여있다. 일상생활의 절대적인 필수품인 지팡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는 그쪽을 한 번 흘끔 살펴보곤 고개를 돌려 창문을 향한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바람이 그를 맞이한다. 해는 여름 해라 뜨거운 열기가 쨍쨍 내리쬐고, 바람은 그 열기를 재빨리 식힌다. 모순적이다.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사계절이 확고한 이 나라의 더위가 그를 맞이할 것이다.
"날씨가 좋아, 달링. 모순적인 날이야."
까악.
"그래, 예쁜 것. 이리 온."
그는 작게 웃고는 달링을 품에 안았다. 갓난아이 처럼 안겨 배를 드러낸 달링의 부리에 한 번 좋은 아침이라며 입을 맞춰주고, 배를 간지럽히며 잘 잤느냐 물어보며, 마지막으로 품에 한 번 크게 안아주고 배에 입술을 파묻어 공기를 불어넣으며 오늘은 푹 쉬라 말해준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답지 않은 감상적인 날이었다. 누군가 오지만 않는다면.
주단태는 주양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오만함이라는 건, 그만큼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을 때나 부릴 수 있는 것이라는 게 단태의 생각이었다. 뭐, 어느쪽이든 주양이 그런 과정을 즐긴다면 단태가 신경쓸 것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즐기라는 주양의 말에 히죽- 웃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친구라고 부르는 몇안되는 학생들 중 한명인 이 동갑내기한테 자신은 특별하다는 것. 뭐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교묘하게 가라앉았다. 단태는 문득 묻고 싶었다. 자신이 뱀으로 보이는지, 아니면 빨간망토를 잡아먹으려 드는 이리로 보이는지. 왜 그런 걸 묻냐는 되물음은 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대화의 흐름이 바뀌고, 정적이 흘렀다. 교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주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 가늘게 뜬 눈매 안쪽에서 슬그머니 가라앉아 있었다. 곧 막 이러고? 하는 별거 아니라는 양 느물느물 흐르는 목소리로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게 꼭 뱀새끼 같았다. 아니 뱀새끼처럼 작지는 않으니 그냥 뱀이라고 하자.
"오! 자기야 엄~청 감동이야. 자기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사랑해. 자기- 알지? 응?"
주단태의 느물한 목소리가 평소와 같은 사랑을 속삭였다. 같은 현궁의 후배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사랑이 그렇게 가벼워요? 라는 물음이였다. 불성실하고 경박하고 가벼운 이미지에 이정도의 가벼운 사랑의 속삭임은 잘 맞지 않을까. 주양이 끊지 않는다면 끊어지지 않을 불성실하고 가볍게 만들어진 관계는 이정도가 좋았다. 사실 청이 자신에게 붙어서 감시를 하게 된다면 잠깐 눈이 가려져서 남의 패밀리어에게 잘못된 짓을 해버릴 것 같다는 게 진실이였지만.
"달링, 허니버니.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낯간지러운 호칭들을 나열하며 단태는 주양을 끌어안고 살랑살랑 앞뒤로 흔들었다. 꼭 끌어안고만 있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기도 했고, 흔들어주는 건 버릇이였다. 어린 조카를 상대하다보면 이런 버릇이 드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우리 사이를 굳이 설명해야할 필요성이 있나 싶기는 하지만 말이야~ 안그래. 여보?" 앞뒤로 흔들던 것을 멈추고 주양을 놓아준 뒤에 단태는 포옹을 풀었다.
"아! 그래 맞아. 자기랑 같은 수업 듣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안보여서 굉장히 실망했다구~ 자기는 무슨 수업 들었어? 보니까 비행술이 있던데 비행술 수업 들었어? 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들었거든~"
그거 알아. 자기야? 에반스 교수님 결혼하셨다? 어깨를 안마해주느냐고 가까워진 주양을 향해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여서 비밀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근거리고 단태는 히죽 웃었다. 엄청나지 않아? 하고 말하듯이. 꽤나 익숙하게 주양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468 그렇지만 마법학원에는 팀플이 없을 거라 믿는다...! 믿는... 믿는........... 적어도 해결 안보면 모의전에서 뚜샤뚜샤 해버릴 수 있는 거 아닐까 ㅎㅎ 다들 잘하자. ^^ (꼽주기 가능) 맞아... 아예 안하면 화라도 내지 애매하게 못해서 뭐라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면 더 힘들지.............
>>459 세상에 땃주 날렸었구나.. 괜찮아 괜찮아. 다시 잘 써줬으니까 된거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이런 땃주.. 프로 정주행러인 나를 얕보면 곤란해..?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서 텀이 긴건 관전 겸 정주행하는거라구. 역시 우리 땃태는 얼굴천재가 분명하다는 게 이로써 공식이 되었어! (?)
>>460 병아리 손 위에 올리고있는 밍이 모습 너무 귀여울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린 자신 만났을때 한번 안아주고 손 만지작거리다가 떠나는건 조금 많이 짠한걸. 우리 밍이.. 흑.. (눈물)
>>465 으아 안돼 호감도 하락 당장멈춰..! 그만, 첼이의 호감도는 이미 0이야...! (다급)(치트 프로그램 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이거 첼이랑도 일상을 안 돌려볼수 없겠는걸? :) 내 손이 비고 첼주도 시간 널널하면 언제든 콕콕 찔러보겠어!
>>478 아 헐 그래도 전부 날린게 아니라 다행이다..... 전부 날리면 난 그날 울면서 2시간정도 후에 왔을 듯,,,(멘탈 쿠쿠다스) 저기요??????? 외ㅐ왜.... 왜...... 죽으러 가는거죠??????? 됏어요 독백 300개 구몬 1000개 해오세요 그거면 됩니다;;
>>479 마침 패밀리어도 좋겠다.... 이참에 닭을 패밀리어로... (안됨) 근데 주변에 찐으로 닭키우는 사람 봐서(거리에서 산책하는거 자주 봄) 혹하긴 하다 ㅎㅎ 으악 울지마 울지마 (뽀다다담) 괜찮아 괜찮아~!
주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너라면_거짓이라도_믿을게 단태:거짓인지, 진실인지 관계는 없어. 이미 그런 걸 따질 수순은 넘어섰잖아? 나에게 고한 것 중 하나라도 진실이였다면 나는 나머지가 거짓이라도 믿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고하는 게 거짓이라도 너또한 날 믿도록 해. 알았제?
자캐를_동요시킬_수_있는_말은 이리새끼이건 동요가 아닌데?:0 배신자? 변절자? 어...명확하게 없다....:0 얘가 꽂히는 게 다른 사람들과 영 다른 방향에 놓여져 있다보니..((과부화로 인한 작동정지))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달링의 목에서 끄르륵대는 소리가 난다. 이 크고 영리한 까마귀는 며칠 전 기분이 좋은 고양이가 골골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걸 또 배워 이렇게 하면 더 예쁨 받을 것이라 믿는 것이 분명한 행동이었다. 그는 소리내어 웃으며 얼굴을 파묻어 일어났던 깃털을 정리해준다. 이 영리하고 예쁜 아이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나. 그렇게 단란한 하루를 보내나 싶었더니 낯선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다. 매다. 그것도 작은. 고개를 휙 돌린 달링이 불만스러운지 까옥거리는 소리를 낸다.
"달링, 괜찮아. 착하지. 길 잃은 아이인 것 같으니 공격하면 못써. 반갑구나, 아가. 여긴 어쩐 일로 왔니."
달링은 영리한 만큼 질투심도 강했다. 예쁨 받는 시간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분위기가 깨진다는 것 또한 확실하게 인지한다. 보라. 벌써부터 저 작은 매의 목을 움켜쥘 생각에 눈이 조류 특유의 광기로 물들지 않았나. 그는 달링을 품에 꽉 붙들어 맨다.
"달링, 피앙세. 윤기나는 내 여신아. 응? 내일 수업이 끝나면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주마. 그러니 오늘은 눈 감고 넘어가주렴. 착한 달링. 사랑스러운 우리 달링.."
달링은 마지못해 수긍하듯 꾸물꾸물 몸을 비집고 나와 횃대로 휙 날아가버린다. 매는 찰나를 놓칠새라 입에 무언가를 물고 다가왔고,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젤리?"
포장 된 지렁이 젤리. 그는 자리에서 가볍게 앉듯 몸을 숙여 지렁이 젤리를 주워 올린다. 이 포장을 뜯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온 것인가 고민한다. 그렇지만 보통, 맹금류는 쥐의 가죽도 쉽게 뜯어 쪼아먹지 않나. 아마 가까이 오라는 뜻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다가가며 그가 매를 잠시 쳐다본다. 이렇게 보니 누군가 키우는 매임은 확실한데..
"어머. 이 정도는 여보야랑 나한테 기본 옵션 아니었던가~? 아주 약간의 진지함 앞에서 흔들릴 마음이었다면 애초에 이러지도 않았을거라구. 당연히 알고 있지! 아주 잘!"
무엇보다. 당신이 먼저 간단한 한 마디로 아주 살짝 경직된 분위기를 잘 풀어주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자신도 그 이상으로 독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그럴 수 있느냐를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주양 자신이 진심으로 독하게 굴어야 할 상대는 당신이 아니었으니.
자.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다시 이 만들어진 관계를 한껏 즐기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고 잘 이어졌으니 그거면 되었다. 더 뭔가를 얹어봐야, 이래저래 복잡해지고 더 진중한 분위기가 될 뿐이었다. 또 다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수식어가 붙었다. 세상에. 작은 호박 아가씨는 또 뭐란 말인가.
"으. 근데 나는 하나도 안 작은데.. 그냥 호박 아가씨 하면 안 되는거야, 여보야?"
허니버니에 이어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새로운 호칭이 추가되었다. 그래도 역시 이것이 지금의 이 관계를 즐기기에는 좋았다. 질릴 일 없이, 계속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감정 기복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재밌는 일을 그냥 놔둘 순 없었다. 이전에 서술했듯, 비록 그런 상황 속에서는 이런 생각조차 뒷전으로 미뤄둔 채 이리저리 휘둘리기는 해도. 슬쩍슬쩍 무거워지던 눈꺼풀이 포옹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되돌아왔다. 역시 편안함은 참 이상한 기분이다. 주양은 당신의 이야기에 산뜻하게 공감하면서 슥 웃었다. 설명할 필요 없는 관계. 맞는 이야기다.
"으음~ 여보야가 그랬다니 내가 진작 알아줬어야 했는데! 역시 내 흥미대로 움직이지 말 걸 그랬나? 맞아. 비행술 수업 들었지! 좀 이래저래 고생하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어~"
어쩌면 아는 사람이 곤 사감님 빼곤 없었다는 점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러저를 받아치지 못한 건 둘째치고, 파편을 이끌며 학생 사이를 종횡무진했으니, 분명 평판이 보기 좋게 깎였을 것이다. 그 과정 중에서 아는 사람이 자신때문에 다치기라도 했다면 더더욱.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들었다는 이야기에 반응하기도 전에 에반스 교수님이 결혼하셨다는 정말 뜻밖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주양의 눈이 잠시 휘둥그레졌다가, 곧 장난기를 한껏 머금었다.
"진짜? 헐, 완전 대박이다! 누구랑 결혼하셨을까나, 우리 에반스 교수님은~? 여보야. 나중에 나랑 같이 에반스 교수님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않을래?"
한껏 앞서버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누구랑 결혼했는지 들었냐고 물어보는 대신 당장 결혼 상대를 찾아내러 뛰쳐나갈것같은 기세로 당신에게 제안했다. 알아낸다면, 소노루스 마법을 써서 여기저기 알리고 다니겠지. 이미 장난기 심한 청궁 사람들이 실천했을지도 몰랐으나 그런건 개의치 않았다. 이런 희극은 알리는 게 좋다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에반스 교수님의 성격 상, 그랬다가는 정말 울어버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 주춤했지만. 일을 키우는건 전문이지만 규격 이상으로 커져버리면 수습이 심히 난감하다는 걸 알았다.
"금지된 저주! ... 저주? 아. 역시 저주라면 그것들이겠지?"
기어코 주체하지 못한 흥이 여기서도 터져나올 뻔 하다가 급제동을 걸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진 않았으나 금지된 저주라는 말에 떠오르는 게 있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크루시오 하나만큼은 자신이 끝까지 기억할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그때를 떠올려보니 이래저래 상큼한 기분이었다. 목소리.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남자는 상시 울고 있었으며, 여자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많이 억울해했지. 언제 또 만날 수 있게 될까. 눈매가 가늘게 호선을 그린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한 번 낙인찍은 이상 절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 않을 테니까.
"꽤 유용했겠는걸? 그러면 그것들을 방어하는 방법도 배웠으려나? 아니면 아직 학기 초라서 간단하게 금지된 저주에는 뭐가 있는지 훑어보는 정도였다거나. 만약 방어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살짝 귀띔해줘, 여보야~"
자신은 그걸 듣지 못 했으니까. 놓친 수업 내용은 역시 친한 사람들에게 듣는게 좋은 일이었다. 수업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선 이 편이 훨씬 나았다.
그는 심약한 편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시체를 대하는 직업 특성상 부검에도 여러번 참관했고, 현장에서 죽은 시체의 조각을 수습하기도 했으며, 직접 시체를 닦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걸쳐 관에 안치하는 일이 학생이 아닐 때의 본업이기도 하다. 가문 자체가 장의사 일에서 그치지 않고 요컨대 죽음과 가장 밀접한 가문이다 이 말이었다. 머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을 지 모르지만 일단 머글보다 기술 발달이 늦고 여러 인식이 중세에 머무른 것 같은 마법사 사회에서 가장 강심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난생 처음인지라, 그는 놀라 발을 헛디뎌 뒤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달링도 깍깍 소리를 지르며 경계한다. 그의 가문에 애니마구스가 있을 리가. 신경질적인 눈으로 올려다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혀를 차며 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래. 자네는 아가라고 부를 입장이 전혀..아니군 그래."
그는 일단 젤리를 낚아채듯 하며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섰다. 포장을 뜯기 전 힐끔 쳐다보는 것이 당신이 여기 왜 있는 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교정 안에 메구의 추종자가 있다. 그것도 그의 방 안에. 교수님께 말씀을 드리면 되는 일인가 싶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괜히 귀찮아질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차라리 적당히 어울려주고 보내주는 것이 낫겠지. 저번처럼 했다간 이번에도 어머니께서 사람을 보내 입을 죄 꼬맬 지도 모르고.
그는 긴 손톱으로 능숙하게 포장을 뜯는다. 힘이 조금 들긴 했는지 드러난 앙상한 손등에서 힘줄이 잠깐 불거진다. 젤리의 포장을 여는 것조차 힘이 들 일인가 싶긴 하지만. 그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속삭이듯 당신에게 면박을 주듯 입을 연다.
분위기는 풀렸으니 굳이 그것을 이끌고 갈 이유는 없었다. 분위기를 바꾸거나, 진실을 가리는 건 익숙했다. 주양의 말에 헤죽- 미소를 지으면서 단태는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몇가지의 호칭을 더 덧붙혔다. "호박 아가씨라고 부르면 그건 자기에 대한 칭찬이 아니잖아?" 하고 느물하게 덧붙히는 것이 뻔뻔하다. 아주 뻔뻔하다. 주단태의 낯에는 분명 철판 하나가 씌워져 있는 게 분명하다.
"자기야~ 그게 자기의 수만가지 매력적인 장점 중 하나잖아? 나는 충분히 이해해. 내가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자기를 이해해주겠어, 안그래?"
이래저래 고생했다는 말에 단태는 주양의 얼굴, 정확히는 뺨과 턱 사이에 손을 대고 자연스럽게-혹은 뻔뻔하게- 이리저리 돌려서 관찰했다. 비행술 수업에서 고생했다면 혹시나 다쳤을 가능성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치지는 않은 것 같네. 다행이야. 달링~" 자연스러운 관찰과 뻔뻔스럽게 이어지는 느물느물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단태가 능청스레 히죽, 미소를 머금었다.
"반지를 끼고 오셨길래 물어봤지~ 말씀하시는 걸 보니 교수님들 중 한분인 것 같은데~ 오! 그럴까. 자기? 나도 거기까지는 물어보지 못했거든. 너무너무 궁금하지?"
이럴 때 보면 현궁이 아니라 청궁에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알아낸다고 해도 여기저기 알릴 생각은 없었다. 에반스 교수님이 당황스러워하는 건 보고 싶었지만 울어버리시는 건 좀 여러모로 곤란했다. 안그래서 불성실하고 경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교수님을 울린 학생이라는 이미지까지 얹어지면 곤란했다. 단태는 걸음을 옮기면서 루모스로 불이 밝혀진 자신의 지팡이를 마치, 지휘봉이라도 휘두르는 것처럼 허공으로 흔들었다. 유연성이 없는 지팡이는 둔탁한 소음만 들려온다.
"일단 에반스 교수님이 금지된 저주를 사용하시지는 않아서 이론 위주로 하기는 했지만- 고문, 조종, 살인 저주 중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조종이야. 고문 저주와 살인 저주는 막을 방법은 없다~ 그리고 고문 저주는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그 위력이 증가하고~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정도?"
고통은 익숙했지만, 크루시오를 맞았을 때의 고통은 이제껏 경험했었던 고통과 비견되지 않는 고통이였다. 그 무자비한 고통. 가늘어진 눈매에서 암적색 눈동자가 슬그머니 암암리에 가라앉았다.
"아니. 그. 우리 여보야가 써주는 거니까 전혀 싫은 건 아니지! 그렇고 말고! 작은 호박 아가씨나, 키.. 키티나, 그.. 음. 작은 토끼 아가씨도 괜찮아. 정말 다 괜찮아!"
괜찮다는 말은 진심이기는 했다. 단지 자신의 당당함이 괜찮지 않을 뿐이었다. 양심 따위야 이미 쓰레기통에 내던져버린 지 오래였기에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부끄러움은 양심과는 너무나도 다른 개념이었다. 한번 들었던 호칭을 다시 이야기할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으나, 다시 자신에게 쓴 적 없는 호칭이 돌아왔을 때는 주양답지 않게 한참 뜸을 들였다는 것이 꽤 볼만했을 것이다. 익숙해졌다고 한껏 당당해져 있던 자신이 한스러웠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충분히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역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시, 충분히 이해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야만 하는 이 역할극은 결코 끝맺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의 끝을 마무리짓고 주양은 웃었다. 겉돌더라도, 그 겉도는 과정이 충분히 흥미있고 감정 기복을 줄만한 것이라면 그것마저도 평생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테니.
"그럼! 역시 우리 여보야는 믿음직하다니까. 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여보야가 유일할걸? .. 어머. 그렇게 여기저기 살피면 나는 조금 부끄러워진단 말이야~"
다칠 뻔 하긴 했으나 사감님의 환상적인 디펜스로 크게 다치는 상황까지는 면할 수 있었다. 겸사겸사 아직 자신이 배워가야 할 점이 많을 모습까지 확인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한 등가교환이지 싶었다. 자신은 다칠 리 없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곁들이고서 주양 역시 다음 이야기에 흥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반지까지 끼고 오셨단 말이지? 게다가 교수님 중 한 분이라고? 세상에 마상에, 놀라워라! 좋아. 여보야랑 같이 알아본다면 정보력이나 행동력에서 절대 꿇릴 일 없을테니까, 알아내는건 시간 문제겠어!"
교수님 중 한 분이라니, 더더욱 예측하지 못한 점이다. 다음 수업에 들어갈 때는 필히 여기저기 다 돌아보면서, 교수님들의 손가락을 한번씩 체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겸사겸사 사감님의 손가락도 확인해보고. 혹시 아는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의외로 그 대상이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니까. 물론 아니겠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는 주양은 수색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가기로 다짐했다. 간만에 목청 좀 쓰겠다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주양은 당신의 설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놓친 과목이니만큼 잘 들어두는 것이 자신에게는 이득일 것이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라도 거기서 건져갈만한 것들은 충분히 있다. 수업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주양은 자신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이 엄청나게 현명하고 지적으로 보일 거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역시 위험한 저주니까 막을 방법이 딱히 없었구나. 조종 마법도 막지 못할 거 같았는데 조금 의외인걸? .. 오호라.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고문 저주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이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위력이 증가하고, 죽일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 죽일 생각으로 임하고 있었던 것일까. 역량에 따라 위력이 증가한다면 얼마나 강한 자들이었던 것일까. 주양의 입꼬리에는 서서히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역시 자신이 질만한 상대들이다. 허나 그렇다고 강자들이 두렵느냐면 또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자신의 심장을 쫄리게 만들 근사한 싸움을 선사해줄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 싸움에서 자신에게 주어질 방대한 감정 기복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여보야가 생생하게 잘 설명해줘서 진짜 수업 듣는것처럼 집중이 잘 되는걸? 고마워! 이제 이걸로 못 들었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다 들은거나 마찬가지네!"
그러면서 또 한켠으로는 궁금해졌다. 역량에 따라 강해지는 마법만큼 지금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는 딱 좋을 테니까. 물론 어느 마법이 안 그러겠느냐만은, 예시를 든 것이 크루시오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기억에 강렬하게 꽂혀버렸기 때문일까. 만약 자신이 그것을 쓴다면 대체 어느 정도일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호기심은 얼른 그쳐버렸다. 정말 잘못된 길을 간다면, 두번 다신 돌아오지 못할테니까.
아. 당신의 눈빛이 살며시 가라앉았다. 역시 누구에게나 끔찍하게 눌어붙었을 그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겠지. 아무리 싹싹 문질러도, 긁어내려고 하더라도 긁어지지 않은 채. 더 큰 흉을 남길 뿐일테니. 슬쩍 당신과의 거리를 좁혀 어깨동무를 하며 당신의 어깨에 얹혀진 손을 가볍게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여보야, 괜찮아. 그땐 내가 맨 처음 당해버려서 이도저도 못 했지만, 다음엔 아닐테니까! 그땐 내가 보란듯이 꺾어버리겠어. 진심으로."
아무리 만들어진 관계라고 한들 단짝이 가라앉아있는 건 보기 힘들었다.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며 주양은 무해하게 웃었다.
>>566 아닛..? 첼주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정식 루트를 타는것보단 또 다른 서브 루트를 타는것도 하나의 재미지. 그렇고 말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막내 놀리는건 재밌기는 하니까.. 내가 첫째라서 그런가, 묘하게 공감이 가려 하는걸? (더 나쁨)
>>569 우리 캡틴이 귀엽지 않다구? 둥가둥가 하면 금방 풀리는 우리 뽀짝이 동캡이 안 귀엽다구??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해 캡틴~! (부둥기둥기)(쓰다다담)
>>589 >>591 장문이든 아니든 금손이기만 하다면 그만이지! :) 그런고로 흙손인 나는 금손러들을 존경하겠어. 두서없이 장황하게만 쓰는 나란 쭈꾸미..
>>59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어.. 심해에 올 자격이 있어... (끌어당김)(???) ㅋㅋㅋㅋㅋㅋㅋ 고난의 길이지만 막상 꽤 재밌을거라고 생각하는걸? 후후.. 여기서 질문.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첼이를 지옥의 첫째 쭈꾸미가 따라가 붙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
당신은 여전히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는 골머리를 앓듯 입을 다물고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짜증을 한 번 참아낸 그가 나직히 뱉었다. 겉치레의 예의가 담겨있었다. "침상이 푹신한 건 나도 알고 있네만...됐네. 이 주제는 나중으로 미루지."
또 돌고 도는 얘기를 하기엔 그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기분 좋게 씻고 나와 달링과 달콤한 주말을 보내려 했더니 추종자가 방에 들어왔다. 잠깐, 그는 자신을 한 번 내려다본다. 손이 비어있지 않아 잠시 몸을 움츠린다. 젠장, 잠옷 차림인데. 이렇게 사적인 시간을 타인이 예고도 없이 침범한 상황은 교내에선 처음이었다.
"...그래."
홀로 뜯지도 못하면 먹지도 못하겠거니. 기분 나쁜 행동이지만 그는 젤리 하나를 집어올린다. "아." 하며 젤리를 당신의 입가에 가져다대려 한다. 만약 당신이 얌전히 받아먹는다면, 하나 정도는 자신이 먹여줄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먹으라는 듯 젤리 봉지를 내밀 것이다.
"그때의 답례는 한 번이면 족하겠지."
그때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인간이 아무리 감각을 잊지 않는 동물이라지만 굳이 그때의 감촉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잊고 싶기도 하다. 그 이후에 있었던 형벌도 형벌이지만, 살아있는 사람과의 접촉은 여전히 꺼려진다. 자유로워진 두 손. 조심스럽게 옷깃을 끌어당겨 쇄골을 가린다. 그리고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 한 타래를 어깨 뒤로 넘겼다.
"자네는 몸에 좋지도 않은 젤리를 먹으면서 건강 타령을 한다는 것에서 뭔가 느끼는 건 없나?"
잠시 저녁먹고 올게! :) 금손 랸주도, 금손 캡틴도 늦지 않게 저녁 챙겨먹고, 캡틴 일 화이팅!!
>>59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응, 갑자기! :D 불타는 캡틴에 이어서 불타는 땃쥐가 되는거야..? 좋아! (??????)(쓰러진 땃주 쓰다다다다다담) 역시 캐릭터 설정은 선관도 좋고 일상 돌리면서 풀어가는게 제맛인것 같아. 일상 끝나고 위키에 다시 추가할건 추가해야지! :)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호칭들이 아주 신박하기 그지 없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낯간지러운 호칭들을 늘어놓으며 단태는 시선을 살짝 굴려서 주양을 바라봤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돌아오는 대답에, 헤죽헤죽- 미소를 띄웠다가 낄낄 웃는다. "어떤 호칭도 괜찮다면 앞으로 작은 호박 아가씨, 키티, 작은 토끼 아가씨~ 하고 불러줄게. 우리 달링이 괜찮다니 당연히 불러줘야하지 않겠어~?" 낄낄거리는 웃음에 느물한 목소리가 섞이고 단태는 헤죽- 미소를 지었다. 뻔뻔하기도 하지. 진짜.
"그만큼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게 진심이라는 말이지~ 하지만 허니버니~ 비행술은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모르니까. 게다가 우리 달링의 예쁜 얼굴에 생채기라도 난다면 내 마음이 너무너무 아프단 말이야~"
주양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피던 손을 떨어트리고 단태의 능청맞은, 뻔뻔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퀴디치를 하는 이상 다칠 일은 없을테니 쓸때없는 걱정이기는 했다. 이어지는 말에 단태가 히죽- 웃는다. 에반스 교수님을 만난다면 직접적으로 캐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 못찾겠으면 에반스 교수님한테 직-접- 물어봐야겠지만?" 주양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뻔뻔스럽게 굴었다. 금지된 저주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단태는 지팡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조종 마법은,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저항할 수 있다고 해~ 그리고 음- 그래. 조종 마법에 걸린 사람은 그 저주가 풀렸을 때 저주에 걸렸을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 예전에는 조종 저주와 고문 저주를 같이 사용했다고 하던가?"
살랑살랑 흔들던 지팡이의 끝을 자신의 턱에 대며 단태는 조종마법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한번의 크루시아투스 저주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쓰러졌었다. 그 정도라면 그 저주를 쓴 그 남자는 적어도 한때는 선배라는 자리에 있던 여자보다 역량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방어 마법 중에 저주도 막아주는 마법이 있던 것 같은데. "오,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눈을 깜빡이며 단태는 어깨동무를 하고 토닥이는 주양의 모습에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주양이 처음 당했을 때 단태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적어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 중 한명이라서 눈이 돌아갔던가. 아니면 그 와중에도 침착할 수 있었나.
"굉~장히 믿음직스러운걸? 사실 알고보니 내가 달링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달링이 나를 지켜주는 거였어? 나를 지켜주는 건 기쁘지만 조금은 조심해줬으면 좋겠는걸~"
"역시~ 우리 여보야는.. 언제나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니까~?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네..!"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눈물나게 오글거렸다. 지금이라면 볼따구를 좀 꼬집어준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당근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양의 부끄러움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던 것이다. 어딘가 고장나버린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볼따구를 콕 꼬집어 살살 늘렸다가 손가락을 떼고. 또 볼따구를 늘렸다가 손가락을 떼고를 반복했다. 동화학원의 시간표 중에 호칭 연구하기 과목도 있었던가? 자신이 못 봤을 뿐이고 분명히 존재할거라는 생각이 당신의 호칭들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괜찮아. 다칠 것 같으면 우리 사감님이 멋지게 지켜주시거든! 그리고 뭐. 위험한 상황을 겪으면서 그런 영광의 상처 하나쯤은 있어줘야 좀 더 멋있게 보이는 거 아니겠어?"
이미 한번 사감님의 도움을 받은 전적이 있었다. 그 다음 단계는 순조롭게 공을 쳐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문득 수업 이후에 자신이 보았던 그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누구지. 대체 누구였기에 그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지. 다음에도 비행술 수업을 듣는다면 같은 자리에서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당신도 수업이 끝나고 돌아다니던 중에 그 사람을 보았을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전부 다 쏟아내기엔, 너무나 번잡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아.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구나. 이번에도 마음이 앞서버렸다. 다시 얌전이 당신이 말해주는 설명을 귀담아 들으면서 집중했다. 조종 저주와 고문 저주를 같이 사용했다니. 상당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문 저주로 저항할 의지조차 꺾어버리고, 조종 저주를 통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고문 저주만으로는 맨 정신으로 버티기 힘드니 조종 저주로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어 아득바득 버텨내게끔 만드는 것일까. 씁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 방법이라면, 졸업하고 나서는 직계 놈들도 방계 놈들도 옴짝달싹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후 마법부에 잡혀가 아즈카반에 수감된다는 너무나도 큰 디메리트가 있겠지만 자신이 누구인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전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려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마법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은 그 디메리트조차도 즐길 것이었다.
"음흠, 뭔가 여러 모로 대단하네~ 살인 저주에 대해서는.. 뭐. 그건 더 말할것도 없으려나? 말 그대로 제일 악질인 저주일테니까."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골로 보내버리는 저주. 허나 앞의 예시들을 생각해본다면 차라리 그건 얌전했다. 악질이라기엔 조금 애매한 면이 있었다.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맨정신이 붙어있는 채로 불구덩이에 던져진듯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저주. 둘중 무엇이 더 악질이냐 한다면 주양은 스스럼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었다. 이미 두번씩이나 크루시오를 연달아 얻어맞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 우리 여보야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뿌듯하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지켜줄게.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것보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더 익숙하니까, 나는? 에이. 보호하는 데 조심이 어디 있어~ 방법이야 어쨌든 우리 여보만 안 다치면 그걸로 만족한다구."
설령 그 과정 중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마저 지금 이 일상적인 상황극에 충실한 모습일 수만 있다면 상관 없었다.만들어진 관계로 자신이 얻어가는 기쁨만큼, 당신 역시 아찔하고 즐거울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만족할만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주양의 이상한 사고방식이 적용된 생각이었기에 아니다 싶은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그러니까 여보도 가능하면 다치지 않기. 오케이~? 봐봐. 여보가 다치면 걱정할 사람이 한둘이 아닌걸! 대표적으로는 일단 내가 있잖아?"
"그러고보니 꽤 오랫만이지?" "그러게요. 부장님이 스파링을 저한테 걸어오는건 근 1달만 아닙니까? 근데 갑자기 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고 싶어서." "규칙은요?" "단판, 그리고 무기, 마법 사용 금지. 마지막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까지 간다."
케인의 우람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근육질과 대비되는, 마치 표범을 보는 듯한 날카로운 인상의 얄쌍한 근육이 대조되 보인다. 그러고보니 처음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에게 주먹질 시비가 붙어서 였었지. 싸움의 이유는 까먹었지만 그들의 싸움은 어차피 이제 와선 거의 스파링과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둘을 바라보는 잭과 루인은 죽을 맛이었다. 말 그대로 주먹과 주먹이 오가는 싸움이고 사감한테 걸리면 징계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치료 마법을 거는 건 그들이 해야할 것이었고, 저 둘이 친해진 계기가 주먹질로부터였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수준은 말그대로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대로 루인을 바라보았고, 루인의 숨을 가볍게 고르며 손을 들어올리자, 그 둘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한다.
"하아.... 그럼 양자 진지하게....."
숨 소리마저 죽어들고....
"승부!"
루인의 외침과 동시에 케인과 리안이 어깨를 맞부딪힌다. 서로에게 금방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지만, 이미 서로의 수를 알고 있다는 듯이 그대로 머리를 서로의 이마에 부딪힌다.
"힘은 안죽었구나! 케인!" "부장님의 주먹정도는 받아내려면!!" "그래!! 그래야지!! 더 제대로 된걸 보여달라고!! 내가 뭔가 더 보고 배울수 있게!!
케인의 오른 주먹이 거세게 날아든다. 턱을 노린 일권에 리안이 살짝 무릎을 굽혀 뒤로 빠지고, 그 틈새를 노렸던 케인이 그대로 왼손을 들이 밀어 그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찍어 누르려한다. 순순히 당해준다면 아마 그대로 그의 머리가 땅에 찍히고 마운트 포지션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거구로 찍어 누른다면 리안은 절대 빠져 나올수 없겠지. 이미 익스큐즈된 상황인걸 알고 있던 리안의 오른 주먹이 그대로 케인의 왼팔을 강타하고 그 충격에 케인이 이를 악 다문채 왼팔을 부여 잡은 뒤 그대로 리안을 바라본다.
물어보는 와중에도 케인의 주먹이 빠르게 휘둘러 진다. 무거운 일격 가운데 빠른 잽을 섞어 피하기 어려웠지만 무거운 일격은 피하면서도 계속 빠른 잽을 가드로 막아내며 리안이 품으로 파고 든다.
"100전 50승 50패! 승률은 반반이었다!" "그럼 부장님 1패 적립!"
리안이 품에 들어 올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케인이 크게 휘두르려던 훅 자세 그대로, 팔을 벌려 그대로 리안을 안아들려고 한다. 베어 허그, 리안과 케인의 체격차가 제법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베어 허그를 당한다면 큰 피해를 입으리라. 수 싸움, 말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노리고 드는 수 싸움이었다. 지난 87전때 있었던 상황과 비슷하지만 변칙적인 상황에서 리안은 오히려 케인의 품안으로 파고 들며 명치를 향해 스트레이트를 휘둘렀다.
"크흐!" "!"
새된 소리와 함께 침방울이 튄다. 하지만 이 일권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리안의 예상 밖, 케인의 양팔이 거대한 덩굴마냥 그를 옭아 매었고, 그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리안의 입에서는 괴로운 신음이 흘러 나왔다.
"으으으으!!" "젠장.... 그거 이전에 썼던 수법 아닙니까!!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느어..... 아직..... 안 끝난거 모르지!"
동시에 리안의 머리가 케인의 안면부를 강타한다. 하지만 워낙에 힘을 줬기 때문일까? 몇번의 박치기가 안면부를 강타하고나서야 힘이 풀린듯 그 둘은 그대로 거리를 벌릴 수 있었고, 이를 꽉 깨문 그들의 거친 숨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듯 싶었다. 다음이 마지막이지? 네, 마지막입니다!!
그는 손을 거둔다. 받아먹는 모습을 보고 하마터면 몸서리를 칠 뻔 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는 자신의 것으로도 충분하다. 손을 털고 가려진 눈을 손으로 짚으며 한숨을 쉰다. 자주 놀러온다는 말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귀찮음은 보존 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타니아가 떠나니 당신이 나타나지 않은가. 물론 타니아는 말이라도 통하는 아이라 애초에 비교할 것도 아니었지만.
"준다면 먹겠지만."
그는 고개를 기울인다. 예민한 눈빛을 치켜뜬다. 이어지는 말에 머리가 바삐 돌아갔다. 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머리를 맴돈다. 당신을 데려왔다고 하면 교내에 추종자가 있단 뜻인가? 그의 분홍색 시선이 한참동안 고요히 당신을 응시한다.
"재밌는 사실이군. 기회가 된다면 소개시켜주게."
그가 웃는다. 미소가 입매에서 시작해 얼굴로 퍼져나간다. 죽기 직전 원없이 모든 것을 이룬 사람처럼 고요한 미소다. 타니아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비명을 지르며 넙죽 엎드리거나 도망쳤을 것이 뻔하다. 그가 이렇게 미소를 짓는 일은 필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 뜻이니.
"잠옷이네. 오늘은 나갈 일이나 손님을 받을 일도 없었거든. 그런데 자네가 들어왔지."
그렇다고 온 사람을 내쫓을 정도로 예민하진 않았다. 아마도. 저 멀리서 달링이 아가를 듣곤 빽 소리를 질렀다. 질투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달링을 돌아보며 괜찮다는 듯 손을 휘적인다. 그리고는 당신을 응시했던가.
이야기를 들을 때는 반신반의였다. 몸에 벤투스를 걸고 바람의 흐름을 타며 달려나가는 지금도 이걸 믿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면서 달려가는게 지금 그의 속 마음이었다. 어차피 속고 속는게 인생이라는 것일까, 어차피 '아이고, 또 속냐. 중생놈아.'라는 말을 듣는게 안가고 벌점 먹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것인지 그는 쓰게 웃었다.
"그러고보니 -10점이든가?"
저번에 건 사감님 돕고서 5점 벌어 놨더니, 방송 한번 잘못하고 커플 만들어준 댓가로 -15점을 얻어먹었다. 물론 방송부 애들이 자기네들도 벌점 나눠먹겠다고 아우성은 쳤지만 어차피 미운털 박힌 시점에서 그냥 자기가 다 지고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 건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금지된 숲으로 달려나갔다.
"보름달이라....."
보름달, 하면 보통은 음기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태양은 변함없는 강함을 의미 하지만 달은 그 모습을 변함으로서 흥망성쇠를 나타낸다고들 하였다. 그는 그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가장 음기가 성해지고 그 단계가 성함의 극치에 다다른 순간이 아니던가. 마치 지금의 평화로운 시대를 보는것 마냥 말이다.
솔직한 기분을 말하자면, 느긋하게 쉬고 있다가 불려나와서 영 좋지 못 했다. 얼마나 별로였냐면 실내용 돌핀팬츠와 나시 위에 교복인 도포를 달랑 한겹 걸치고 터덜터덜 걸어나올 정도였다. 표정이 부루퉁한건 달리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오늘이 보름날이라 다행이라고 할까. 달 밝은 밤은 그나마 기분이 좋은 날이었으니까.
기숙사의 상징인 노리개를 머리끈 삼아 묶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혜향 교수가 부른 곳으로 나간다. 가면서 주변을 살짝 돌아봐 누가 있는지, 아는 얼굴은 있는지 찾아본다. 그 중 붉은 머리가 보인다면 그 옆으로 쪼르르 다가갔을지도 모르고.
주단태는 그것을 보고 있다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오늘은 잠자코 기숙사에 짱 박혀 있어야겠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주단태는 늘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기숙사에 처박혀서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혜향 교수님의 급한 부름은 단태를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놈의 호기심. 오늘따라 더 차갑게 느껴지는 체온이 주단태의 몸을 잠시 움츠러들게 만들었지만 괜찮을테다. 괜찮기를 바란다.
금지된 숲에 도착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보름달을 올려다봤다. 휘영청 뜬 보름달이 참, 예쁘기도 했다.
주행성 패밀리어를 데리고 다니는 주양의 로망 중 하나. 자신의 패밀리어와 같이 달을 구경하는 것은 오늘도 그렇게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나가기 귀찮다는 듯 자는척을 하며 한쪽 눈만 뜨고 주양을 보다가, 다시 감았다가 하는 모습을 보며 주양은 심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청 나빠. 못돼먹었어. 실망이야. 앞으로 내기에 안 걸어버릴거야. 진심은 아닌 이야기들을 진심처럼 말하며, 오늘도 주양 특유의 잔뜩 싸맨 테크웨어를 차려입은 채 밖으로 나섰다.
"달 진짜 밝다~"
이때 아니면 볼 수 없는 생물을 보는것보다 훨씬 흥미가 끌리는 것은 무려 그 금지된 숲으로 향하는 일. 지금이 처음이던가? 아니면 두 번째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주양은 한껏 들떴다. 이렇게 달이 밝은 밤에 들어가는 금지된 숲이라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자신을 아찔하게 만들어줄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아. 그래도 자신을 아찔하게 만드는게 게딱지가 되는 건 사양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그건 진짜로 오래 맞붙었다간 자신이 죽어야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게처럼 생긴 무언가의 관심을 최대한 덜 끌기 위해 내려앉은 은하수를 피해서 금지된 숲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던 중 제 쪽으로 쪼르르 다가오는 누군가의 모습에 주양은 고개를 갸웃였다. 아. 누군가 했는데, 전에 추종자를 맛깔나게 때리던 후배. 우리 주궁으로 오지 않은게 후회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부드럽게 손을 살랑여 가벼운 반가움의 뜻을 전했다.
보름달이 뜬 날이다. 생물의 광기가 극에 달한다는 날이 아닌가. 그는 창문 너머로 뜬 달을 본다. 예쁘긴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달은 아니다. 그는 보름달이 뜬 날마다 마차를 몰았다. 그렇게 친절한 사람은 아닌지라 누가 치이든 말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달렸다. 관을 운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 지금은 그렇게 질주본능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달링. 오늘은 혼자 있어야겠구나." "No." "안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잖니." "No." "사랑스러운 달링, 누구에게서 그런 심통나는 말을 배웠니." "You?"
그는 잠시 입을 다문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아이다. 자기도 구관조라고 의견을 표출할 줄 알지 않나! 이렇게 예쁜 천재를 데려오다니 세상 운도 좋아라. 그는 달링을 한참동안 어르고 달래서야 밖에 나올 수 있었다. 금지된 숲은 현궁과 가깝다. 그가 로브 주머니 속의 지팡이와 성냥을 만지작거렸다. 누군가 본다면 소맷단을 정리하는 듯 싶었다.
급히 찾아온 교수님에겐 미안하게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희귀한 생물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직접 자리에 죽치고 그 생물이 출몰하걸 기다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저 자신이 그것을 감상하기란 불가능할 테니. 기껏 제 눈앞에 무엇이 나타난다 해도 발소리 몇, 울음소리(만약에 그것이 우는 생물이라면) 조금, 그 정도의 상황만 파악하는 게 끝이리라. 발소리나 흔적 몇 개만 발견하는 것이라면 특별한 생물이든 길 가던 고양이든 그에게는 똑같이 느껴질 뿐이다. 관심 가지 않는 무언가엔 여전히 아무런 호기심도 들지 않는다. 그 생각은 금지된 숲까지 몸소 걸어나온 지금에도 변하지 않은 채였다.
그런 주제에 결국 왜 밖으로 따라나왔느냐 하면… …. 심심한데 밤 산책이나 할까 해서? 이유야 어찌됐든간에 늦은 시간에 홀로 다니는 것보다야 금지된 숲이라도 교수의 허락을 받고 단체로 나와 있는 쪽은 안심이 된다. 그래서였다.
라는 말이 목구녕 넘어까지 넘어오기 직전에 겨우 삼킨 그였다. 아직 벌점 변제도 안끝났는데 여기서 또 벌점을 먹고 철퇴를 맞기는 싫었기에 그는 조용히 하기로 하였다. 최근들어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진짜로 문제를 터트렸다간 더 곤란해지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캠코더 같은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녹화 장비같은게 있다면 실시간으로 녹화를 한 다음 동화 옥음때 대형 스크린 같은걸로다가 투영해서 곳곳에 마법으로 상영하면 재밌을거 같은데 말이지, 라고 실없는 상상을 하면서 걸음을 마저 옮긴다. 물론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고 싶다는 것일까, 그는 조용히 기척을 죽인다음 천천히 다른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숨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문카프를 보기 위해서라는거지? 주단태는 보름달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렸고 곧이어 헤죽, 웃어보였다. 혜향 교수님과 무기 선생님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뻔뻔하고 능청스럽게,"안녕하세요 혜향 교수님~ 오늘도 코트가 멋지시네요~" 라던가, "여기서 무기 선생님을 봐서 좋은걸요! 잘생긴 사람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하는 실속없는 칭찬 퍼레이드를 늘어놓으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방금 전까지의 모습은 어디갔는지 원.
은하수 주변을 빙 두르고 있는 노란 부적들을 잠깐 바라보다가 단태는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게다가 문카프들이 짝짓기를 위해 춤을 추는 보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다는 혜향 교수님의 말에 단태는 고개를 살레살레 좌우로 흔들어보였다. 신비한 동물에 진심인 교수님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기숙사에 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앞장서서 걷는 혜향 교수님의 뒤를 따라 단태는 주의를 들었던 것처럼 발을 조심히 떼어냈다.
이맘때가 문카프의 짝짓기 시기… 외워두어야겠다 생각하며 그는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문카프에 대한 감상이 어떻든 직접 몸을 움직여 찾아간 경험이 도움이 되긴 할 테다. 마법으로 불을 밝혔다 해도 발밑은 어두워 아래를 살펴야 했겠지만 그에게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상황이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스레 걷고 있었으니 발을 헛디디는 일도 없었다.
조용히 이동해야 했으니 말을 꺼내는 것도 자제하고, 다소 도연한 기분으로 걷고 있으려니 느껴지는 것이라곤 주변의 모든 기척이나 기류 뿐이었다.
여름 숲의 침침한 공기가 유독 불쾌하게 느껴진다. 행선지가, 아니 ,이미 발 들여버린 장소가 금지된 숲이여서인지. 혹은 단순한 체감 탓인지.
저를 보고 웃는 윤을 보고 그녀도 직전까지 뚱하던 표정을 풀고 베싯 웃는다. 없었으면 끝까지 그녀의 볼에서 바람이 빠지지 않았겠지. 오늘도 여전히 윤에게 달라붙어있는 백설을 보고 안녕, 한다. 오동포동 백설이. 주머니에 있을 지렁이 젤리라도 줄까 하다가, 혜향 교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 옆에 있던 무기 사감을 힐끔 보고 다시 혜향 교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문카프, 의 짝짓기를 위한 춤이라. 보름날 나오라고 해서 예상은 했지만 그런 상황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한번쯤 봐서 나쁘진 않겠지. 떨어진 금줄 안쪽으로 가는 혜향 교수를 뒤따르며 한 손으로는 윤의 팔을 잡는다. 오늘은 저번 같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선배, 이런거에 관심 있었어요?"
신비한 동물이라던가. 그녀의 기억으론 딱히 아니었던거 같아, 윤이 여기 있는게 좀 신기했다. 인솔을 따라 걸어가며 힐끔 돌아보는 시선에 의문스러움이 한가득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목욕도 하고 바람도 선선했고 달빛도 공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또 새로운 친구가 생기기도 했고. 좋은 일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오는 그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이히히, 하고 웃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친구로 있어서 좋은 점은 또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게된다. 그러고보니. 아, 생각하기 싫은게 생각났어. 울던 눈동자. 원망하던 목소리. 레오는 잠깐 미간이 구겨졌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젓고 다시 이히히, 하고 웃었다.
" 그리고 또.. 너도 누가 시비걸거나 괴롭히면 말해. 그게 누구던, 어디에 있던 내가 가서 쳐죽여줄테니까! 이건 진심이다? "
저번에 그 거리감이 이상했던 녀석에게도 했던 말. 레오는 잠깐 움찔했지만 이내 자기 손에 닿은 볼을 슬며시 만지작거렸다. 또 다시 이히히, 하고 웃은 레오는 잠시 손에 닿았던 그 온기를 기억했다. 레오는 놓았던 손을 다시 잡아 자기 볼에 가져다댔고 펠리체가 그러했던것처럼 잠시간 볼을 부비적대다가 자기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그래. 마치 그녀가 그러했듯이 짐승이 자신은 위험하지 않다고, 쓰다듬어도 된다고 말하듯이 그렇게.
" 그런 모습으로 기억해줘도 좋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로 기억해줘도 괜찮고. 뭐가됐든 내 친구로만 남아줘. "
내가 바라는건 그거 하나야. 레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미소를 지었다. 뒷짐을 지고 한 걸음을 앞서 나간다.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자는 말. 레오는 그럴까? 하고 말하며 뒤를 돌아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그럼 같이 돌아가자. 갈라져야 할 때 까지. 그렇게 덧붙이면서 옆자리에 섰다. 발걸음을 맞춰 걸었고, 걷는 동안 무언가 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달이 너무 밝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랜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이었다. 귀여운 생물들이 정교한 춤을 추는 모습. 레오는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을 더 다가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자리를 잡고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 마리 데려가서 키우고싶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전에 보았던 크날도 그랬지만 이 녀석은 더 귀여운 것 같아. 레오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문카프가 사라지고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의 경계하는 모습. 레오는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저기 누가 오고있는것 같은.. "
말을 마치지 못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라면 잘 알고있다. 임페리우스 저주. 다른 사람을 뜻대로 조종하는 세뇌의 저주. 크루시아투스 저주. 온 몸의 세포가 불타는 고통을 주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고문의 저주. 그리고 살인의 저주 아바다 케다브라. 그 중 두개가 눈앞에서 시전되었고 그 중 하나는 직접 몸으로 겪어본 것이었다. '크루시오'라는 말을 듣자마자 레오는 지난 날의 고통이 오버랩되었다. 숨이 가빠진다. 시야가 흐려진다.
" 히이- 히이이.. "
답지않게, 레오는 주저앉았다. 도망쳐야해. 저렇게 아픈건 감당할 수도 없고 두 번 다시 겪고싶지 않으니까, 도망쳐야해.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레오는 천천히 몸을 뒤로 밀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멀어지려했다. 주먹을 꽉 쥐어 바닥의 풀이 뜯겼다. 레오는 높고 거친 숨소리를 흘리는 수 밖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문카프들을 발견하고 그 춤을 구경하는 것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다. 이대로 무사히 관전을 마치고 돌아가는 걸까. 기숙사로 가면 조금 놀자고나 할까.
그런 느긋한 생각들이 무색해지게 불길한 소리가 들려온다. 무언가 끌리는 소리. 옷이 끌리는 소리 같진 않다. 소리 다음은 악취, 그 다음은 흉측한 몰골의 불청객이 그 앞에 나타났다.
"선배!"
불시에 저주를 맞은 윤을 보고 그녀는 쓰러지는 윤의 몸을 받아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와중에 누굴 감싼건가. 우왕좌왕 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체 같은 마법사를 본다. 어둠 속에서 금안이 시리게 반짝인다. 입김이라도 나올 듯 찬 목소리가 주문을 읊는다.
한참 춤사위를 벌이던 문 어쩌고가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들리는 이 불길한 인기척 때문인건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미리 머리를 묶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 들어왔을 리가 없다. 그냥 숲도 아니고 무려 금지된 숲인데.
달빛 아래로 꽤 기괴한 마법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봐도 산 사람의 꼴은 아닌데도 움직이는 게, 설마 아까 길을 잘못 들어버려서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주었다. 분명 뒤를 잘 따라왔으니 그건 아닐 터였는데. 그렇다면 저건 도대체?
"와~ 냄새 봐. 청이가 일주일동안 안 씻어도 너보단 향긋하겠다~"
말이 통할지 안 통할지도 불분명한 상대에게 도발을 거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서 지팡이를 들었다. 어지간하면 뒤로 내빼서 무기 사감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겠으나 또 다시 주변 사람들이 저주 마법에 맞는 광경을 본 이상 가만히 있는 건 주양이 아니었다. 눈빛이 순간 희번득해졌다. 오냐. 저 모양을 하고서도 결국엔 어둠의 마법사란 말이지. 그렇다면 산 사람의 꼬락서니가 아니라고 해도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달빛이 찬란하게 내려쬐는 하늘 아래서, 신비한 동물들의 춤사위 뒤로 이어지는 혈투라. 꽤 아찔했다. 지팡이를 들고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겨누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잠시간 인지부조화를 느낀 것인지 잠시간 눈을 끔뻑이지만 이내 상황이 이해가 된 것일까, 그는 순식간에 지팡이를 꺼내들고 숨을 골랐다. 괜찮아, 문제 없어. 그냥 저번과 같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숨을 내쉰 뒤 그대로 돌맹이를 들어 올린다.
"피안토 듀리(Fianto Duri)-잉고르지오(Engorgio)"
동시에 돌멩이를 던지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돌맹이가 보통사람의 3배 크기의 바위로 변하였고, 그는 그 바위를 향해 한번 더 마법을 날렸다.
"봄바르다(Bombarda)!"
동시에 한번더 폭팔이 일어나고, 그 폭발을 추진제 삼아 바위가 둔중한 소리와 함께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후속타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는 바위가 날아가는 것에 보조를 맞추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혜향 교수님의 반응에 단태는 윙크를 했다. 자연스럽고도 뻔뻔스러운 태도였다. 문카프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이였는데 불길한 기척이느껴졌다 싶었을 때, 문카프들이 자취를 감췄다. 뭔가 오고 있다는 결과에 이르고 단태는 만지작거리고 있던 지팡이를 빼들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라고 생각했디ㅣ. 백궁 학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어봤던 금지된 저주가 단태의 귀에 꽂혔다. 임페리우스 저주. 뒤이은 건- 경험해봤던 고문 저주였다. 호기심에 반짝거리던 암적색 눈동자가 암암리에 가라앉는다. 단태는 아무 표정 없이 앞으로 고꾸라진 윤을 향해 지팡이를 움직였다.
"인카서러스."
.dice 1 2. = 1
통했는지 통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정신은 없었지. 완화는 되었을지 언정 완전히 사라져버린 건 아니었으니까. "오늘이 보름이라서 다행이야." 무자비한 고통을 주는 고문 저주를 경험했다. 그런데, 그게 뭐. 주단태가 히죽- 웃었다. 피골이 상접한, 마법사를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그저 기분 탓이라 여기기에는, 언제부턴가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감각이……. 그것이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흐르다 멎어버린, 고인 피가 썩어버린 듯한 악취가 느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꺼내들었지만 그것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런 도중에도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만은 또렷하게 들려서,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하마터면 저를 도와주려던 학생을 밀쳐버릴 뻔할 정도로. 다행스럽게도 혼란한 상황에서도 엘로프가 신경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도움을 받아 엘로프는 목표지점을 제대로 조준한다.
"스투페파이."
썩은 내가 난다 한들 그것이 생사에서 벗어난 듯한 상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 리 없다. 저것이 과연 기절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지난번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민은 비명처럼 외쳤다. 임페리오니, 크루시오니 금지된 저주의 마법이란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민의 얼굴의 핏기가 사라졌다. 후들거리는 손끝에 겨우 지팡이가 잡혔다. 한계점에 다다른 것같은 이성과 다르게 손은 착실히 움직였다. 첼이 윤을 받아내는 것을 확인한 민은 혜향 교수님 곁으로 뛰어갔다. 혜향교수님의 앞을 가리며 지팡이를 겨누었다.
"스투페파이"
공격 주문은 놀라울만큼이나 쉽게 나왔다. 분명 머뭇거릴 것이라 평생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문카프의 춤사위를 흥미 하나 담기지 않은 눈으로 쳐다본다. 동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이들의 사랑스러움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겠지만, 글쎄다. 아까부터 등이 오싹거렸다. 마치 뭔가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대다수 이런 불길한 느낌은 들어맞는 법이다. 그는 고개를 돌린다. 문카프가 이미 도망친 걸 보니 보통 겁이 많은 녀석들이 아니겠거니 했다. 한 쪽 다리를 질질 끄는 모습과..시취인가? 그의 코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죽었군."
아니면 그 직전의 상황이거나. 그가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저 사람은 곧 죽을 지도 모른다. 그의 감이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할까 구경하던 그가 임페리오 저주에 미소를 지었다. 환한 미소다. 그 마법사와 한 사람이 겹쳐 보인다. 어머니다. 그가 조용히 누군가를 향해 다가간다. 현궁에는 눈이 좋지 않은 학생이 있다.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주며 그가 홀로 중얼거렸다.
"살아있는 것은 맹목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변하고 말지. 그렇지 않나?"
팔을 들어주며, 목표를 조준하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리고 그 시체에 가까워지는 자를 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말아야 하네. 현무는 죽음을 관장한다 하지 않나. 우리는 마땅히 이 상황을 인지하고, 죽음은 인간에 의해 비롯되는 법이네."
그는 지팡이를 들지 않고 검지를 들어 마법사를 향해 선을 그어낸다. 안 봐도 알 것이다. 그가 극에 달한 마법은 섹튬셈프라니 말이다.
바위 투척의 파편의 뒷편으로 그가 뛰쳐나온다. 애시당초 접근전으로 가자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코를 찌르는 시체 내음에 인상을 찡그렸다. 애시당초 이 상황까지 오게 된거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와중에 한번 더 윤에게 마법이 날아간 상황, 그는, 상당히 짜증이 난 듯 이를 갈아붙였다.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 이거지?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기민하게 다가선다. 확실한 일격티 필요하다, 거리가 멀면 확실하게 노리기 어려우니, 작에게 공격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확실히 급소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시체, 그렇다할 급소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그의 지팡이가 그대로 그의 팔 부근에 다가선다. 영거리 마법이라 실패하면 바로 반격 당하기 딱 좋은 상황, 하지만 일석이조다. 실패하면 자신에게 어그로가 끌릴 것이고, 성공하면 공격 수단을 봉쇄할 수 있다.
그럼 더 좋지. 온갖 마법들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지팡이를 다시 드는 마법사를 향해 단태는 들리지 않을 말을 재잘거렸다. 슬그머니 단태의 눈동자가 윤에게 향했다.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서 포박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발버둥을 친다면 포박은 오래 가지 못할텐데. 임페리우스 저주를 푸는 방법이- 외부 충격을 가하면 풀린다고 했지. 저 치도 마찬가지일까. 단태는 자신의 지팡이를 돌려서 고쳐쥐고 바닥을 차며 마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혹시 한대 맞는다고 쓰러지지는 않을테지?"
그럼 재미없어. 자기야. 주단태는 둔기로 사용할 예정인지 지팡이를 쥔 손을 마법사의 턱을 노리고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주문이 오가는 상황속에서 민의 얼굴이 굳었다. 민은, 정말로 이 상황이 싫었다. 몹시 싫었다. 풍겨오는 죽은자의 향에 잠시 비틀거렸으나 쓰러질 정도로 정신이 갉아먹힌 것은 아니었다.
혜향 교수님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발자국 뒤로 빠졌다. 교수의 안색을 살피는 민의 낯짝이 여전히 창백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까하는 공포에 단단히 질린 것 같았다. 그러나 공황에 질린 얼굴은 금세 화로 돌변했다.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둠속에서 민의 눈이 일렁거렸다. 민은 손을 상대에게 고정하고 다시끔 주문을 외쳤다.
이거 참. 루나틱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어둠의 마법사가 되려면 일단 광기를 탑재하는 것은 기본 옵션인가? 아니. 광기 이상의 무언가였을 것이 분명하다. 오로지 그것 뿐이라면 저렇게 움직이며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진 않을 것이다. 배후가 있다. 그렇다면, 그 배후는.. 안 봐도 뻔할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저 지경인 상태로 움직이는건 참 악질이지 싶었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그. 임페리오 저주라는 것은 시체에게도 먹히는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직접 써본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지금 꼴을 봐서는 그런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
"에라, 한방 더 맞아라~! 인센디오!"
말이 안 통한다면 도발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더 뭐라뭐라 할 시간에 공격부터 하는게 낫겠다 싶었기에 다시 화염 마법을 사용했다. 끝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릴 그 때까지, 계속 한 없이 타올라라.
윤에게 포박 마법이 걸리는 걸 보고 움찔 했으나 이내 그게 옳았다는 걸 깨닫는다. 직전에 윤이 맞은 저주는 임페리오. 조종의 저주. 그녀는 버둥거리는 윤을 돕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소름끼치게 옷과 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도포 사이로 피가 튄다. 금새 다리 위로 흘러내리는 피를 보니 옆구리 부근이라도 맞은 걸까. 그러나 더욱 소름끼치는 건 그녀에게서 비명 하나 신음 한가닥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되려 도포를 벗어 바닥에 패대기치며 천천히 돌아선다. 들고 있던 지팡이는 묶은 머리에 꽂아 무슨 머리장식마냥 해놓고서, 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썩은 시체 같은 마법사를 응시한다.
"......"
낮게 몸을 숙인다 싶더니 쏜살같이 달려 그 마법사의 가까이 접근한다. 그녀가 뛰어간 자리엔 점점이 피가 남았다. 지혈도 치료도 관두고 뛰쳐나가 그 마법사의 허리를 날려버릴 작정으로 다리를 뻗어 휘두른다. 그로 인해 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마법사가 죽는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아수라장. 완벽한 아수라장. 지난번의 그것과 같은 아수라장. 레오는 다분히 겁을 집어먹은게 분명했다. 눈물이 바로 밑까지 차올랐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까. 모든게 너무나도 시끄러웠지만 이상하게도 레오는 삐 - 하는 이명과 같은 소리만이 들렸다. 처음으로 고개가 돌아가고 보인 것은 저주를 맞은 두 사람이었다. 윤이라는 사람과 교수님. 고통스러워하는것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그리고 펠리체. 이번에 새로 친구가 된 그녀가 당한것이 보였다. 고개를 한번 더 돌리자 처음으로 사귀었던 다른 기숙사의 친구인 단태가 뛰쳐나가는것이 보였다. 뿌득, 하고 이빨을 꽉 깨물었고 점차 이명이 가시기 시작했다.
" 그만하라니까.. 그만.. "
허리춤에 채워놓은 지팡이를 집었다. 정신이 나갈것같은, 마치 죽은듯한 텅빈 눈으로 비틀비틀 일어선 레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마법사를 겨눴다. 앞이 흐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귓전에는 삐- 하는 이명만이 들리고 있었다. 모든 세계가 자신을 제외하고 돌아가고 있는 느낌. 상황에서 완벽히 동떨어진 느낌. 친구가 아파하잖아, 친구가 뛰쳐나가잖아. 그러니까 나는 무시당한거잖아. 뿌득, 하고 한 번더 이빨을 꽉 깨물자 그제야 해무가 걷히는 기분이었고 주변상황을 오롯이 인식한 소리가 들렸다.
" 그만하라고 이 개새끼야!!! 쳐죽여버린다 너!! "
지팡이도 내던졌다. 그야, 친구가 뛰쳐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바닥에서 짱돌을 하나 집어든 레오는 단태보다 먼저 더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무시당하고는 살 수 없었기때문에.
그는 당신을 바라본다.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한다. 학생들을 죽이라는 말을 아즈카반 수송 죄수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그의 머리에서 어떠한 생각이 스친다. 분홍색의 선명한 시선이 당신을 훑는다. 백정과는 달리 말도 통하지 않는다. 백정은 그래도 말을 걸면 그에 상응하는 대답을 해주긴 하지만, 당신은 마치… 인형같지 않은가.
상처 투성이인 모습이 익숙하다. 그의 시선이 잠시 흔들린다. 끝까지 지팡이를 겨누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양 혜향 교수를 돌아보며 이 상황에 맞지 않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마법사 중에 정상이 대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씀을 단언하십니까, 교수님?"
저 싸가지. 대학원에 끌려가도 응당한 업보일 테다. 그는 다시금 마법사를 바라본다. 누구 짓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오늘도 가문에 틀어박힌 가문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시체가 또 오는데 왜 만신창이냐며 세상이 흉흉하다 할 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지. 지금은 나도 자네의 사상에 동의할 상황이니 말일세."
그는 다시금 팔을 움직여준다. 지팡이를 꺼낼 수 없으니 다시 손짓으로 무언 마법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조진다고 표현하기엔 내 보기에 이미 죽은 것 같지만 말이야. 지금 상황은 시체를 조각낸다에 가깝겠군."
빚맞췄다. 레오는 한 걸음 물러섰다. 손에 쥔 돌을 내려놓고 다시 고개를 돌려 주변 상황을 돌아봤다. 분명히 같은 학생이었을터인데 정신이 나가있는 모양새였다. 임페리오라면 저런것인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시간 따위는 사치다. 레오는 지팡이를 꺼내 근접한 거리에서 마법사를 겨눴다.
셋 씩이나 저 마법사 쪽에 붙었다. 주양은 가볍게 혀를 찼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폭파 마법을 쓰기 더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더군다나, 마법사 쪽에 근접한 사람 중 자신과 인연이 깊은 사람이 무려 둘 씩이나 있었으니, 의도치 않았다고 해도 설령 오폭을 내버린다면 큰일이다. 미안해질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게다가 이젠 또 다시 임페리오에 맞은 백궁 선배 쪽에서도 아군 공격이 이어졌다. 조종 마법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중간에 낀 채 양 쪽의 상황을 지켜보는건 꽤 갑갑한 일이었다. 저 빌어먹을 마법사는 왜 하필 써도 저런것만 쓰는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시선을 마법사 쪽으로 돌렸다. 일단 저 쪽을 끝장내는게 우선이다. 그대로 놔뒀다간 대체 얼마나 많은 임페리오와 크루시오를 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역시 근접전보다는 1.5선 정도의 중거리에서 안전하게 화력 지원을 하는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지팡이를 바로잡고 마법사에게 겨누었다.
동작이 큰 공격은 내지른 뒤 빈틈도 크게 생긴다. 휘두른 다리를 거두는 그녀는 뭐 하나 더 맞기 딱 좋은 상태였지만, 마법사는 방어막을 치고 달려든 그들 중 누구도 아닌 또다시 윤을 노렸다. 같은 주문, 같은 저주로. 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윤이 학생에게 지팡이를 겨누는게 보인다. 좀전엔 머글 학생을 감싸던 윤이 자의로 타 학생을 공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칫...!"
급하게 뒤로 몸을 빼 윤에게로 돌아간다. 헛발질을 한 탓인지 계속 흐르는 피 때문인지 몰라도 몸이 살짝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런다고 멈출 그녀가 아니었다. 자빠질 뻔한 걸 겨우 수습해가며 윤에게 접근해 손을 든다. 잠깐 옆구리를 짚었던 손엔 붉은 피가 한가득 묻어 그새 굳어가고 있었다. 그대로 손날을 세워 윤의 뒷목을 쳐, 완전히 기절시키려 한다. 혹은 정신을 차리게 하던가.
크루시오 주문을 받은 혜향 교수님에게 다가가며, 민은 겨우 비명을 삼켰다. 사실, 그럴 시간과 여력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민은 제게 절단 마법을 사용하는 윤을 향해, 정확히는 보이지 않을 그의 주문을 향해 외쳤다.
"포르테고"
그 일련의 과정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민은 썩 확신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모의전을 할 일도 드물었고, 수업에서 배운 것 역시 이렇게 실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아버지가 그토록 닥달해서 연습한것이 이정도였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디핀도를 맞닥들였다가 어떤 꼴을 볼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그래, 아직 끔찍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민의 시선이 흔들렸다.
물리적인 공격이 빗나가버리자, 단태는 바닥에 발을 디디고 자세를 다시 바로잡았다. 임페리우스 저주가 한번 더 들리고, 고통에 찬 혜향 교수님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혜향 교수님이 한번 더 맞은 걸로 추측할 수 있었다.
절단 마법 주문이다. 누구를 향한? 아, 그래. 보름이다. 그러니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갈 일이 없지. 네 적에게 무자비하게 굴어라.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보다 선명하게 떠올라 있는 본성이 있었다. 광기라 일컫는 것이였다. 슬그머니 광기가 담긴 단태의 눈동자가 마법사에게 고정되었고 쥐었던 지팡이가 마법사의 목을 정황하게 겨냥했다.
죽었다고? 시체가 말하고 움직이며 사람을 저주한다. 통상의 상식을 벗어난 말이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어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독하게 풍기는 악취, 그저 심한 부상이 방치되어 썩어버린 것일 줄로만 알았던 그것이 사실은 정교한 조작으로 움직이는 상태였다고? 숙련된 어둠의 마법사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는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이번 일의 배후가, 어렴풋이 짐작되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전적이 있으니만큼 학원에 이런 난동을 부릴만한 어둠의 마법사라 하면 그들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거지만.
"아,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비위에 영……."
푸념하며 다시금 마법을 떠올린다. 투덜거리는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역시나 표정마저 평온할 수는 없었다. 전투 상황에 대한 긴장을 혐오감이 이겼다.
총체적 난국이다. 시체나 다름 없는 자를 가까이서 무력화 시키려는 학생 여럿, 겁에 질린 학생 여럿, 크루시오에 고통 받는 교수님, 두려움에 떨다가 참전하는 학생,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는 물빛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뒤로 넘어지는 걸 보았다. 이 일로 또 라온에 모두가 가서 요양을 즐깁시다 같은 대책이 나오면 자퇴서를 때려박든지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되나?
시체인지, 혹은 시체에 가까울 지경으로 엉망진창이 된 것인지 모를 마법사가 돌연 발작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애당초 저 자가 나타난 뒤로부터 좋은 신호는 하나도 있지 않기는 했지만, 저것은 분명 좋지 않은 징조였다. 보통 극단적인 범죄자들은 저런 소릴 뱉은 뒤에 끔찍한 짓을 하기 마련 아닌가.
"엑스펠리아르무스."
처량한 한탄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의 발원으로 지팡이를 곧게 향한다. 시취를 풍기는 마법사의 음성이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렸다.
주문이 막힌 것을 확인한다. 이름 모를 백궁 학생이 학생 회장을 쓰러뜨렸고, 혜향 교수님은 상황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공격뿐이었다. 민이 다시끔 말하는 시체-적어도 보이기에는 그랬다-에게 몸을 돌렸다. 움직이는 소리라고는 도포끼리 사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분, 주인님, 알 수 없는... 아니지, 정확히는 알아서는 안되는 말들을 늘여놓는 그에게 따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답을 듣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민은 핏발선 눈으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메마른 손이 짐승의 발톱처럼 지팡이를 쥐고 있다. 우뚝 선 몸에서 팔 한자루만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무감한 표정이 죽은 자의 것처럼 싸늘했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민이 주문을 속삭였다. 잿가루처럼 흐드러지는 머리카락 사이로 빛나는 눈이 바람 만난 잿불처럼 타올랐다.
레라시오가 명중하는 것을 보고. 뒤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나 싶어 마법사에게서 잠시 시선을 뗀 주양은 뒤늦게 상황을 직시했다. 두 번 연속의 크루시오가 주는 고통은 어떤 것일지 잘 알고 있었다. 교수님의 슬픈 표정을 보며 씁 하고 입맛을 다셨다. 금지된 숲의 들어오기 전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습에 마음 속의 뭔가가 짠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아. 가엾은 우리 교수님. 불쌍한 우리 혜향 교수님. 이번 일으로 너무 큰 죄책감은 가지지 말아주셔야 할텐데. 자신은 썩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허나 교수님의 그런 표정 앞에서도 평소처럼 얄밉게 굴 만큼 독하지는 않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악에 받친 것처럼 질러댄 비명에 반응하기에는 몇 템포 늦었으나, 주양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그 주둥아리에서 나오는 유언이 고작 그 정도야?"
지긋지긋한 주인 타령을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고개를 살랑 저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그 곡소리도 못 내게 될테지만. 끝까지 앞서 사용했던 화염 마법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자. 마무리는 어떤 불꽃으로 장식해줄까. 솔직히, 맘 같아서는 당장 저 혀뿌리부터 쥐어 뜯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차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라면 싹 사라지게 만드는 편이 나았다. 다시 지팡이를 마법사에게 겨누고 주문을 읊조렸다.
이렇게나 무시당했단 말이지. 레오는 지팡이를 쥐고 마법사를 겨눴다.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무섭지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이리라. 하지만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제 친구가 다쳤고 레오는 무시를 당했다.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저 자가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다. 고통에 타들어서 바닥에 구르는 꼴을 보고싶다. 온 사방을 구르며 구원을 바라고 살려달라는 말을, 그만하라는 말을 듣고 싶다.
" 크루ㅅ.. "
아냐,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레오는 숨을 거세게 몰아쉬었다.
" 봄바르다 "
지팡이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법이 사용되는 것을 본 레오는 그게 맞았던지 빗나갔던지를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몇 번이고 무시당했다. 제 친구들에게 몇 번이고 시비를 걸었다. 레오는 그걸 참을 수 있는 위인이 아니었다. 저 자를 완벽히 쓰러트리면 제대로 낯짝을 확인하고 몇 대를 때려주어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손날은 제대로 들어갔다. 그녀는 기절해 쓰러지는 윤이 땅바닥에 닿기 전에 낚아챈다. 기절한 사람의 몸은 원래 무겁지만 지금은 그녀의 상태도 있다보니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주변을 돌며 삑삑대고, 저를 노려보는 하얀 담비를 시린 금안이 마주 노려본다.
"따라다니는 것 밖에 못 하는 주제에 시끄러워. 그렇게 소중하면 네 몸을 날려서라도 지켜보던가."
알아듣던 말던 식으로 백설을 향해 내뱉고 기절한 윤을 근처 수풀 혹은 나무 등치 뒤로 끌어다놓는다. 눈에 안 띄면 다시 저주를 맞을 일은 적어지겠지. 윤을 적절히 치워놓은 뒤 무심코 몸을 뒤틀었다가 찍, 하고 재차 찢어지는 소리에 혀를 찼다. 스물스물 번지는 감각이 새롭다못해 징그럽다.
그녀는 다시 마법사를 향해 돌아섰다. 주인님을 위해, 라고 연거푸 같은 소리를 외치기 시작한 저건 이제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혜향 교수의 살아는 있을거란 말이 들렸지만 무시한다. 저렇게 살아있을거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너의 그 주인님을 위해 죽어."
오직 한가지 생각으로만 머리를 채운 그녀가 다시 마법사에게로 달려든다. 주변에서 무슨 마법을 던지든 무슨 공격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 사이로 몸을 내던진다. 찢기고 터지는 와중, 빛이 형형한 금안과 힘주어 세운 손끝이 마법사의 목으로 향한다. 틈이 있다면 그 틈을, 없다면 제 손톱으로라도 살에 틈을 만들어 그 속을 쑤시고 뜯어 날려버리려 했다.
잡종도, 머글도. 그에게 잘 다가오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하다. 그는 죽으면 모두 같은 시체일 뿐인데 무얼 경중을 재냐는 가문의 사람이었고, 이 가문은 마법사 전쟁 때도 죽음을 맞은 여러 마법사의 장례를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 누군가를 위한 선행은 그렇게 손가락질로 돌아왔고, 어느쪽이든 전부 혐오스러운 사람들일 뿐이라는 신념이 내려오게 되었다.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라는 사람은 그 신념을 교육받고 자랐다.
그렇지만 유달리, 그 가문의 사람들 중에서 혐오가 짙은 편이었다.
"그 주인을 비롯하여 너희는 모두 관에 멀쩡히 틀어박히긴 어려울 것 같구나."
그는 달이 뜨지 않은 날 죽은 남성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마른 입술이 환히 미소를 짓는다. 다시금 지팡이를 조준해주며 그는 기어코 다른 손을 휘젓는다. 지팡이가 소맷단을 비집고 빠져나온다. 지팡이를 잡고, 겨누고, 그리고 휘두른다.
낮은 소리를 내며, 안개와도 같은 그것이 섬뜩하게 미소짓자, 쓰러졌던 마법사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습니다. 자아가 망가져도, 고통이 마비되어도 그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섬뜩하게 바뀐 분위기가 끈적끈적하게 그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은 웃는 목소리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 너구나? 나와 독대한 아이에게 손상을 입힌 게. '''
알 수 없는 말을 한 무기는 그저 추종자를 빤히 바라봤습니다. 그리곤 방싯 해맑게 웃었죠. 추종자는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올라가는 팔을 바라봤습니다. 자신의 두 손이, 목을 강하게 죄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난 여기를 창조하지 않아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거든. 어차피, 이제 격이 떨어졌는데 뭐 어때? 네가 죽을 때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어. '''
숨이 막혀오는 켁켁 소리와 겁에 질린 표정을 그것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덧붙였죠.
''' 괴로워? '''
' 제, 제발... 살려줘...! '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다르게 비릿한 말이 그것에게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바들바들 떨면서 목숨을 구걸했습니다. 그걸 본 그것이 재미있다는 것처럼 픽, 웃었습니다.
''' 너는 재앙 그 자체에게 자비를 구가하니? 아쉽게도 난 고치거나 창조하는 건 서투르단다. 죽이고 부수는 것이 내 영역이지. 이걸 뭐라더라? 아, 신벌. 그래. 신벌이라 생각하렴. 넌 나에게 재미나 흥미 그 무엇도 주지 못했어. 더욱이, 화나게 만들었지. 그래서 이렇게 죽는 거란다. 난 마법사가 스스로 목이 졸리고도 죽는지 정말 궁금하거든. '''
아침까지, 비명은 이어졌습니다. 신의 분노를 산 마법사는 그 시체 마저, 남아있지 못할 것입니다.
//MA의 특기는 자아를 살려둔 채로 상대의 육체를 조종하는 겁니다:D 신이 나서서 벌을 내렸어요
헤죽, 웃으며 대답하려던 단태의 입이 좋은 타이밍에 다물렸다. 탁월한 선택이였다. 안그랬다가는 허니버니라던가,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같은 호칭들이 다시 나왔을 테니까. 단태는 친구가 자신의 볼을 잡고 늘렸다가 떼고 다시 늘렸다가 떼는 행동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 "달-링-?"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아픈 척 눈썹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주양을 불렀다.
"좀 아프지만 이게 자기의 사랑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
잠깐 잠깐 손이 떼어질 때를 놓치지 않고 단태는 능청스러운 말을 늘어놓았다. 뻔뻔하다. 주양의 손이 떨어지면 잠시 손으로 자신의 볼따구를 문질렀을 것이다.
"자기야~ 자기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영광의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줘야지~ 가령, 나라던가. 나같은 사람이라던가?"
수업 중에 다치게 되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단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재잘재잘- 단태는 자연스럽게 금지된 저주에 대해 대화의 방향성을 넘겨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제법 길었던 수업 내용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핵심적인 부분을 전하는 건 성공했다.
"에반스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살인 저주가 가장 지독한 저주라고 하시던데~ 이상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살인 저주보다 고문 저주와 조종 저주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게 더 악랄해보이는데 말이야~"
별거 아니라는 듯, 느물느물하게 중얼거렸지만 말의 끄트머리에 가서는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다. 무자비한 고통과 고통없이 한번에 목숨을 앗을 수 있는 저주. 뭐 주단태에게는 어느쪽도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단태는 주양의 말에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지그시 눌렀다. 자기야- 하는 호칭을 느물하게 뱉는 말투가 떨리는 게 크게 감격한 모양이다. 누군가를 지키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은 다치는 건 크게 개의치 않는 법이였다. 적어도 단태가 아는 선에서는 그랬다.
"감동스러운 말이여서 심장이 철렁했어. 나 자기에게 사랑에 빠져버렸을지도?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더 빠져버렸을지도 몰라. 달링. 우리 작은 호박 아가씨."
심장은 늘 뛰기 마련이지만 마치 주양으로 인해 뛴다는 것처럼 단태는 감격했다는 뉘앙스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물론이지. 달링. 하고 대답하며 히죽- 웃는다. 단태가 주양의 손을 꼭 잡고 거리낌없이 그 손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