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9758> [4인/소꿉친구/일상] 4인 4색 이야기 - 2 :: 1001

설주 ◆JfM3.tf4k2

2021-06-26 05:09:53 - 2021-07-23 01:42:21

0 설주 ◆JfM3.tf4k2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5:09:53

#1:1:1:1 개념의 소수인원 스레에요.

#따로 캡틴은 없고 그냥 취향 비슷한 이들끼리 모여서 덕질하고 일상 돌리고 썰 풀고 노는 스레에요.

#판이 터질 것 같으면 그냥 아무나 새 판을 세워도 괜찮아요.

#그냥 현대일상풍 청춘 지향 배경이며 배경은 어떤 곳의 도시이고 자세한 것은 그냥 스스로 창작해서 만드는 방식이에요.

#소수 인원인만큼 가능하면 무통보 잠수는 자제해주세요.

#따로 진행은 없는 리얼타임제에요.

#그 외에는 기본 상판 룰을 따르는 방식이에요.

전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59288#top

[시트]
situplay>1596259288>1 유 하진/18세/남성
situplay>1596259288>16 백 설/17세/여성
situplay>1596259288>25 채 성헌/18세/남성
situplay>1596259288>27 현 세윤/18세/여성

1 채성헌, 어느 노을지는 번화가 뒷골목 - 백설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5:32:17


느긋하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도시의 번화가 한켠은 어느새 제법 제각기 네온등이며 간판불 등을 키고, 일과를 끝마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어딘가의 고깃집에선 벌써 판을 벌리기 시작한 건지 웃고 떠드는 소리가 왁자했다. 번화가 뒷골목의 해질녘은 번잡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덧 거리는 어느 가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지 모를, 신나는 여름 저녁을 노래하는 가락으로 가득차 물들어가고 있었다.

성헌은 그 즐비하게 늘어선 야트막한 3~4층 건물들의 틈바구니 하나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어스름한 그늘에 등을 기대고 있는 그에게는 따스한 노을도 신나는 음악도 그에게는 하나도 닿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이 우연하게 그 쪽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자칫하면 성헌을 놓치고 그냥 지나칠 뻔했을지도 몰랐겠다. 가오리핏의 후드집업을 입고, 딱 달라붙는 7부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는 운동화를 신고 옆구리에는 스포츠 가방을 끼고 있는 그의 행색은, 어딜 봐도 또 그 꼴보기 싫은 '꼰대' 를 피해 도망나와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그는 무심하게,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한 줄도 모르고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어떤 종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었다.

2 성헌주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5:32:55

너무 늦어진 게 아니려나 모르겠네. 다들,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3 설 - 성헌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5:44:22

설은 한 손에 간식거리가 든 비닐봉지를, 다른 한 손에는 게임이 실행되고 있는 휴대폰을 든 채 어슬렁 거리며 늦은 걸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평상시라면 집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게임하면서 먹을만한 간식거리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 별 다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을 피해가니며 거닐던 도중에 시야 한 구석에 어딘지 익숙한 사람의 인영이 들어왔다.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본 곳에는 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성헌을 보자 자연스럽게 얼마 전의 대회가 떠올랐다. 친구들과 잡아놓은 선약과 일정이 겹쳐버리는 탓에 드물게 경기에 참석하지 못했었고, 그에 대한 속죄라도 하듯이 평상시라면 거들떠도 안 보는 녹화본을 찾아봤다.

설은 본인 특유의 발을 질질 끄는 발소리와 함께 성헌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성헌의 팔뚝을 툭, 하고 가볍게 두드리려 했을 것이다.

"여기서 뭐하냐?"

설은 제 두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 중 하나를 빼낸다. 다른 한 귀에 여전히 이어폰이 꽂혀있어, 다른 한 쪽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4 설주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5:44:50

응응 나야말로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성헌주~! =D

5 성헌 - 설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6:03:27

무엇에 그리 정신이 팔려 있던지 성헌은 설이 그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눈치채지 못하고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다만 설이 손을 들어 팔뚝을 두드리려 한 때에는, 그 순간에서야 설이 거기에 있는 줄을 알아채고 흠칫 놀란다. 시선이 자기 팔을 건드리려는 손끝으로 휙 튀더니, 설의 얼굴로 튄다. 그리고 그게 백설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나서야 잠깐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짐짓 미간을 구기며 정색하는 척을 한다.

"뭐야 이건. 깜짝 놀랐네."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쪽의 무선 이어폰을 쑥 빼서는 바지주머니에 대강 쿡 쑤셔넣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팔랑팔랑 흔들며 씨익 웃었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종이 머리에, 경기 중계하면서 한번쯤 봤음직한 종합격투기 협회-Furnace FC-의 로고가 잠깐 보였다.

"주말 저녁 보내고 계신다. 넌 웬일로 집밖에를 다 나왔냐?"

6 설 - 성헌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6:18:00

"뭐야 이건이라니. 네 동생이다."

설은 특유의 비웃는 듯한 (실제로 비웃는 것은 아니지만) 미소를 지어보인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종이 머리에 몇 번인가 봤던 로고가 박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격투기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성헌과 친구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정보를 습득했다. 격투기 협회의 로고도 흘긋 본 것 만으로도 빠르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나야 뭐-"

설은 대답을 끝맺는 대신에 제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지를 높이 들어 흔들어 보였다. 과자나 젤리, 음료 등의 간식거리가 들어있을 것이 명백해 보인다.

"그래서? 이건 뭐야?"
"꼴은 또 왜 이래. 가출했어?"

설은 성헌이 들고 있는 종이를 손가락으로 탁탁, 치려 한다.

7 성헌 - 설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6:39:03

"앗 그랬군요 저런..."

과장되게 유감스러운 어투로 장난스레 대답한 성헌은, 설이 흔들어보이는 봉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식량 비축 중이셨구만." 그러다 설이 손으로 종이를 툭툭 쳐보이며 하는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뭐라 별 주저하거나 숨기려는 기색도 없이 종이를 톡톡 친 그 손에 그 종이를 쥐어준다.

"뭐, 협회 높으신 분들이 내 경기 잘 봤댄다."

그 종이에는 멀끔한 협회에서 발행한 공문다운 매끄러운 폰트로 인쇄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202X년 X월 X일에 시행된 시합에 대해 본 협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으나, 최종적으로 귀하께서 보여준 놀라운 민첩성과 테크닉 등을 보여준 점, 그것들을 통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전무결한 TKO를 받아낸 점 등을 참작해 별도의 불이익 없이 해당 경기 결과를 1승으로 인정해준다는 통보문과, 반칙과 비매너 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편의를 봐줄 테니 '상대 선수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 과 옥타곤 안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좀더 자유로운 행동' 을 주문하는 일종의 거래 제안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저잣거리에서 들고 있다가 언론사의 손에 들어가면 발칵 뒤집어질 만한 문건이라는 것이었다.

종이 너머로, 성헌의 푸르스름한 눈이 그늘 너머로 떠오르는 게 보인다. 성헌은 아주 재밌다는 듯 씨익 웃고 있었다.

"웃기지 않냐?"

8 설 - 성헌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6:56:23

"경기? 전의 그거?"

설은 전의 경기를 '경기'가 아닌 그거라고 부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설은 종이를 넘겨 받기 전에 손목에 비닐봉지의 손잡이 부분을 끼웠다. 그 뒤에 종이를 넘겨 받은 뒤 찬찬히 내용을 읽어내려간다. 격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예 이해를 못 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뭐야 이게."

종이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설은 미간을 찡그렸다가 한숨과 함께 펴내며 종이를 성헌에게 돌려주었다.
성헌의 웃는 모습에서 경기 녹화본에서 본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본 모습은 격투 선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래서, 넌 여기에 오케이를 한거야?"

평소에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는지라 무표정에서는 별다른 티가 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을 주저 없이 내비친다.

9 설주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07:08:10

앗 성헌주 미안한데 나 슬슬 밥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아서 자리 좀 비워볼게! ㅠㅠ 답레 주면 나중에 이어둘게! 언제 줘도 상관 없으니까 편하게 줘!

10 성헌 - 설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7:13:37

"아 맞아. 가출이라니. 분명히 말해두는데 저녁 산책이다."

설의 말대로다. 경기라고 하기에 그건-

"내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

성헌은 고개를 으쓱했다. 알아서 한다... 물론 협회 입장에선 오케이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아직 수정할 여지가 있는 말이었다. 알아서 하겠다는 말은 곧 알아서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설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는 또다른 문제다. 비열해보이기까지 하는 웃음이 소년의 얼굴 위에서 서서히 흐려진다. "정말, 뭐냐 이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소년은 헛웃음을 웃는다. 허, 하는 소리가 팔자도 좋다.

"난 누가 날 야단이라도 쳐 줄 줄 알았어."

하고, 그늘 속에 기대어서 있는 이 소년의 얼굴이, 평소에는 불그스레할 정도로 말갛고 창백했던 그의 얼굴이 왠지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켕겨서는 누런 똥빛인 것만 같다. 어느덧 비웃음은 어디로 가버리고, 어쩔 줄 몰라 헤매고 있는 부랑아의 무표정이 성헌의 얼굴에 걸려 있다.

11 성헌주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7:14:40

상관하지 말고 느긋하게 다녀와! 맛있는 걸로 먹고! 나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나도 슬슬 아침밥 챙겨야 되나..

12 성헌주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7:26:19

갔다와서 레스를 작성했는데 내가 20분 이상 응답이 없거든 잠들었겠거니 해줘 @.@

13 설주 (nnOs4pfo/w)

2021-06-26 (파란날) 08:52:08

으악 성헌주 늦어서 미안해!! 저녁 먹고나서 설거지 하고 있다가 대뜸 가족한테 붙잡혀 나와서 어째선지 지금 밖이야...... 😭 레스 하나 남길 시간 없이 끌려 나왔어 ㅎㅎ...... 집에 도착하자마자 답레 써올게! 지금쯤 잠들었으려나? 만약 그렇다면 잘 자! 성헌주 일어나면 답레 올라와 있을거야!

14 성헌주 (LxPJRF0ZJo)

2021-06-26 (파란날) 08:59:07

설주가 올 때쯤이면 난 자고 있을 것 같아 x.x 조심히 다녀와, 즐거운 외출 되길 바라 x.x

15 설 - 성헌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10:01:21

"그래그래."

가출이든 산책이든, 설에게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던 모양이다. 성헌이 고개를 으쓱하자 설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성헌을 잠시 쏘아보다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얌전히 성헌의 말을 듣던 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멍한 무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진다.

"야단? 뭐, 야단이라도 받고 싶어서 경기를 그딴 식으로 했어?"

설은 짜증이 난다는 듯이 제 귀 한 쪽에 꽂혀있던 남은 이어폰을 팍, 하고 잡아끌어 내렸다.

"채성헌, 변명하지 마.
"내가 격투기를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때 그건 내가 보기에 경기나 스포츠가 아니었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동도 아니었고. 네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분풀이였지."
"그리고 내가 여지껏 본 경기중에 단언코 최악이었고."

설은 이어폰을 휴대폰에 둘둘 말았다. 게임이 돌아가던 휴대폰 화면이 깜깜하게 꺼진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놓고 누군가 혼내주길 바라면 어떡해."

설은 담담한 목소리로 다그치듯이 말하고는 성헌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 늦어서 미안하구 설이 말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당근을 흔들어줘......! 😭 아마 성헌이 경기를 보고 조금 충격 받았는데 종이까지 읽고 나니 화가 난 것 같은...... (흐릿) 브레이크를 잡아보려고 했는데 이게 최선이었다. ㅠㅠ

16 설주 (cen/zl1cvs)

2021-06-26 (파란날) 10:01:58

난 오늘은 이만 가볼게......! 주말은 평일이랑 아무래도 일정이 다른지라 평소 오는 시간보다 늦게 올 것 같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

17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0:41:49

말 그대로 늦잠을 자버렸네. 갱신이야!

18 세윤주 (gi53qClf6g)

2021-06-26 (파란날) 11:18:40

판이 바뀌었네!! 나도 다시 잘 부탁해! :D
그리고 정주행 하다가 봤는데 성헌주를 피한다니 절대 아니야!! 오히려 성헌주 못 만나는 날에는 슬퍼지는 걸ㅠㅠㅠ
내가 일상 타이밍도 너무 안 맞고, 어장에 올 수 있는 시간도 달라져 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네... 정말 미안해 성헌주...ㅠㅠ

19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1:19:58

어서 와! 세윤주!
오늘은 아침 시간에 왔구나! 사실 이제는 아침도 다 끝나가는 시간이지만! 주말에는 좀 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쉴 수 있다면 푹 쉬기야!

20 세윤주 (gi53qClf6g)

2021-06-26 (파란날) 11:22:00

하진주 안녕! 좋은 토요일이야! 나도 갱신하고 갈게!
성헌주랑 설주도 오늘 하루도 화이팅! 좋은 하루 보내!! :D

21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1:24:44

바로 가는구나! 바쁜 하루를 보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하루 힘내기야!
다른 이들도 주말 잘 보내기!!

22 성헌 - 설 (vtNJih0CKI)

2021-06-26 (파란날) 12:39:34

"부정할 생각 없어. 부당하고 유치하게 분풀이한 게 맞아. 그 경기, 제대로 했으면 저번처럼 1라운드에 끝났을 경기야."

무표정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설을 마주보고, 성헌은 여전히 역겨우리만치 얄미운 웃음을 입가에 가늘게 걸어놓고 있다. 마치 가벼운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다. 설이 다그치는 말에는, 숫제 푸흐흐 하고 뭐가 그리 웃긴지... 참다 만 웃음소리를 나직하게 내기까지 한다. 그러나 웃음이 끝날 때에는... 얄밉던 웃음이, 딱 설의 얼굴이 일그러져가는 만큼 씁쓸하게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다.

"하고 싶은 대로... 라고 하기에는 말야, 내게 남은 건 그것뿐이었다고."

남은 것은 그것뿐... 그러고 보면, 성헌은 항상 무언가 행동을 해왔다. 여태껏 지금까지 쭈욱 신체를 단련하면서 격투기 선수로서의 삶을 준비해온 것은 물론이요, 스스로가 마음붙일 만한 일을 이래저래 찾아다니면서 수영장도 다니고, 오토바이 면허도 땄다. 그 또래라면 알지 못할 불량한 장소도 여럿 알고 있다. 물론 평범하거나 불량한 일들 이외에도, 설은 알지 못할 일이겠지만 그는 이런저런 선행도 꽤 해보았다. 길 잃은 아이에게 길을 찾아주거나 언덕을 오르는 할아버지의 짐을 들어드리는 작은 것들도, 몇백만 원에 달하는 선수권 대회 상금을 송두리째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해봤다. 공부는 도무지 적성에 안 맞는 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 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는 그래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을 상자 열어보듯 하나하나 뒤지고 다녔었다. 당연히 사람은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생물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성헌의 행동에는 무언가 강박적인 구석이 있었다. 사람이 가질 만한 의지라기보단, 마치 세 시간만 굶어도 아사해버리는 땃쥐의 본능처럼 그는 항상 어딘가에 스스로를 내몰듯이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그 수많은 일들에서,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들에서 성헌은 무엇을 원하다가 실패해왔으며, 남은 것이 이런 짓거리뿐이라고 말할 때까지 와버린 것일까?

"혼내주길 바란다... 글쎄... 지금껏 단 한 번도 혼나본 적이 없어서 말야. 자기 기분 안 좋다고 화풀이의 대상이 되는 건 꽤 많았지."
"그래서 내가 정말로 잘 아는 일도 그런 짓거리들뿐이야."
"그런데 이것 참 웃기네. 그래서 그런 짓을 했더니, '잘한다. 더 해라.' 래."

"오늘은 집에 와보니 꼰대가 내 방에 들어와서는 그 서류를 꺼내서 읽고 있더라."
"그 인간이... 그 서류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어찌되었건 그게 안정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일이면 OK.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법' 이랜다."

성헌은 푸히히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23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2:41:02

어서 와! 성헌주!
성헌이의 뭔가 복잡한 심경이 아주 잘 느껴지는 것 같네. 역시 어른들이 나쁜거야. 어른들이!

24 성헌주 (vtNJih0CKI)

2021-06-26 (파란날) 12:44:02

답레만 올려두고.. 낮잠을 좀 자고 올게.. 더운 낮에는 활동이 어려우니 사막식 생활패턴을 구사하는 수밖에(?)
채성헌 이 녀석. 주인이 조커 좀 다시 봤다고 어려운 녀석이 됐구나...
그리고 이건 TMI지만, 성헌주는 당근을 싫어해. 브레이크 밟을 필요 없으니 마음껏 직구 파이어볼 팍팍 던져줘..

오히려 설주야말로 성헌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근을 흔들어줘. 이 녀석에게는 분명히 해답지가 있고 그것은 이해 가능한 txt로 준비되어 있으며 그것은 성헌이를 대하기 힘든 소꿉친구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25 성헌주 (vtNJih0CKI)

2021-06-26 (파란날) 12:46:32

그리고 하진주랑 설주한테도 한 말이지만 이번은 완전히 성헌주의 실시간흑역사자폭쑈이므로 세윤주가 자책하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을 해둘게. 그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26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2:50:31

밤 샌 것 같은데 당연히 낮잠 좀 자고 체력을 회복해야지! 아무튼 당근을 싫어하는 성헌이의 TMI 잘 주워가겠어!
하진이는 당근이나 그런 거 잘 먹으니까 급식을 먹을 때 싫은 거 있으면 슬쩍 넘겨줘도 괜찮아! 물론 하진이는 브로콜리를 주겠지만!!

아무튼 그것에 대해서는 일단 더 생각하지 말고 푹 자도록 하자. 잘 자고 일어나면 또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랄게!

27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16:03:12

벌써 오후 4시네!
정말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 같아.

28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21:21:58

내 토요일은 어디로 간걸까?
왜 벌써 저녁 9시 30분이 다 된거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갱신!

29 하진주 (WNZD8FhoZo)

2021-06-26 (파란날) 23:44:03

12시가 코앞이구나!
다들 즐거운 토요일을 보냈길 바라고 설주는 좋은 하루를 맞이하길 바라!

30 설 - 성헌 (qTJVhVPtkE)

2021-06-27 (내일 월요일) 00:03:07

남은 것이 그것 뿐이었다는 말에 설은 말 없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설이 아는 성헌은 살짝 엇나갔을지언정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엇나감에 있어서는 복잡한 가정사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에, 설은 성헌을 탓하지 않았다. 사실, 그 누구라도 그를 탓하지는 못했을테지.

"남은 것? 링 위에서 상대방 농락하고 모욕 주던 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뭐라 할 생각은 없어. 아까 말했듯이 난 어차피 격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근데 그건 네 선택이었어."

세상에는 불가항력이라는 말이 있고, 그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지난번의 그 경기의 흐름마저 불가항력이었는지는, 글쎄.
설은 성헌이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곤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화풀이가 필요하면 차라리 나나 다른 애들한테 하지 그랬어."
"생판 남한테 그러지 말고."

너 잘 아는 애들.
가정사가 복잡한 건 알고 있다. 그런 집에서 자라나는 기분은 모른다. 그래서 무어라 말하는 게 정답일지는 알 수 없었고, 모르는 일에 도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고, 오빠 네 일에 껴들고 싶지 않은데-"

설은 성헌의 손에 들려있을 종이를 손가락으로 탁탁, 튕기려 한다.

"-이거, 난 오케이 아니야. 전혀 잘한 짓이라고 생각 안 하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 다 개소리지. 그건 그냥 양아치야."
"그리고, 난 양아치랑 친구 안 해."

여기에 오케이하면, 난 너 안 볼 거야.

// 답레가 많이 늦어졌다 미안해! 사실 실수로 한 번 날리는 바람에 다시 써오느라...... 😭
그리고 솔직히 어떤 식으로 대하는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답을 먼저 봐버리면 반칙하는 느낌이 들어버려서 일단 그냥 설이가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은 반응으로 써오긴 했는데, 혹시 여기에 이어가기 곤란하다 싶으면 말해줘! 반응 바꿔서 새로 써올테니까.

31 하진주 (fsHXZVgtKc)

2021-06-27 (내일 월요일) 00:05:52

어서 와라! 설주!
뭔가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의 일상인만큼 괜히 흥미롭게 보는 중이야!

32 설주 (qTJVhVPtkE)

2021-06-27 (내일 월요일) 00:08:34

하진주 안녕! 좋은 밤이야! 오늘 하루 잘 보냈어?
사실 어떤 식으로 답해야 할지 확신이 없어서 흘러가는대로 설이한테 전부 맡기고 있는 중이지만 말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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