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교수가 놀란 표정을 짓는 것과 반대로 그녀의 얼굴엔 의문이 피어난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엄청 숙련된 어둠의 마법사라면 가능하다. 그녀는 그 날 보았던 정장남을 떠올렸다. 울면서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던 기묘한 남자. 어딘가 나사가 빠져보이지만 실력 하나는 우수했다는 걸까. 저도 모르게 갸웃하던 고개를 원위치로 돌려놓고 질문을 잇는다.
"숙련되었다고 하려면 얼만큼의 경험이나 시간이 필요한가요? 예를 들면, 몇년 정도 수련하면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던가요."
자세히 본 건 아니지만 그는 그렇게 나이가 많아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외모를 바꾼 걸지도 모르지만. 보이는 그게 사실이라면 그의 역량을 대충 눈대중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 교수님은 가능하신가요?"
저 심약한 교수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실력적인 면으로는 맞다 아니다를 답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일단 한번 던져나 본다.
파편 몇 개가 주양에게로 휙, 날아옵니다. 간신히 주양은 피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듯 합니다. 파편들은 휙휙, 주양과 다른 학생들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그 중 몇 개는 곤 에게로 날아갔네요. 와.... 프로테고 주문으로 피하는 저 선생님의 여유로운 모습!
' 난이도를 더 올려볼까. '
곤 선생님은 블러저 하나를 더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양에게로 휙, 쳐냈습니다.
' 자! 쳐내보거라! 주양 학생!! '
선생님이 무서워요!
>>44 발렌타인 >>45 주단태
' 크루시오 저주는.... 고문, 용으로 많이 쓰이기도 하고 시전자가 상대를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쓸 수록 위력이 강해집니다... '
에반스 교수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 수 있어요, 에반스. 할 수 있어요.
' 그리고.. 그 저주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
오! 이건 처음 아는 사실이다. 고문용도의 저주다 보니 살의가 담길수록 위력이 강해지는군. 그는 위력이 강해진다는 부분에 밑줄을 쳐둔다. 아주 중요한 단락이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피할 방법도 없고..새로운 지식을 적어내리던 무언가를 좍좍 거칠게 그어내는 소리와 함께 깃펜이 우뚝 멈춘다.
"방어 마법도 사용할 수 없는 저주입니까?"
그렇다면 꽤 불리한 저주다. 그의 눈이 조용히 내리깔려 양피지를 향햔다
[피할 방법 전무? > 파훼도 없다면 그들의 주된 사용 방법일 것. 대책 마련이 필요함. 아니면 잡혀갈 각오로 이쪽도 같이 사용하거나.(이 부분은 지운듯 하다.)]
맞췄다! 라는 만족감도 잠시, 지금부터 자유시간이라는 말에 그가 얼굴을 웃는 표정 그대로 굳어버린다. 지금부터 자유시간이라면 하교때까지 여기 꼼짝도 말고 묶여 있으라는 뜻 아닌가, 그는 잠시간 머리가 띵해져 옴을 느끼며 책을 펴들었다. 할것도 없는데 오랫만의 휴식시간.... 그는 천천히 주변 학생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진짜 쉬는건 오랫만이네."
그간 방송을 하느라 심적으로 좀 쫒기는 감이 없잖아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눈으로는 책의 내용을, 귀는 주변 상황을 담기 시작하였다. 입가로 아주 미세한 음이 흘러나오는건 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양은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요란법석을 떨던 자신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절제된 동작으로 여유롭게 피하는 것을 보니,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리고 더욱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화려하고 큰 동작이 절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교수님 멋져요! 야호!"
지금만큼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파편을 피하는 것에서 잠깐 집중을 떼고, 말 타는 자세에서 비스듬히 몸을 옆으로 돌린 자세로 바꾼 채 교수님의 멋진 모습을 응원하기로 했다. 허나 그것도 주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블러저 하나 피하기도 장난 아니게 빡셌는데. 네? 난이도를 올리시겠다고요..?
"엗."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 블러저는 풀어졌으며 교수님은 그 블러저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에게로 쳐낸 것이었다. 아니. 아침부터 이 무슨 지옥훈련인가! 곤 교수님의 훈련(?)방식에 경외감이 들다 못해 이젠 공포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이래야 주작 기숙사지!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남들이 당하는 걸 보며 풉키풉키 하는 건 주양의 전문이었으나, 당하는 대상이 자신이 되었을 때의 주양의 모습은 꽤 볼만한 것이었다.
"조, 좋아요! 제가 이걸 쳐낼수 있다는 데에 청이를 걸죠!!"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번 블러저는 피하라고 쳐준 게 아니라 쳐내보라며 쳐준 것이었으니, 있는 힘껏 맞서볼수밖에.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에 받았던 블러저를 쳐내는 용도의 막대기를 휘둘렀다. 좋아. 당황하지 말자. 지금은 퀴디치 경기다. 경기 상황이다. 는 무슨. 뒤에서 파편이 미친 듯 날아다니는데 이게 무슨 경기인가! 그래도 그 자기암시가 어느정도 먹혔는지, 이젠 안 하면 섭섭한 그 말을 입에 담으며 신중하고 날렵한 몸동작으로 블러저를 향해 막대기를 휘둘렀다.
없다. 그는 팔을 책상에 괸 상태로 이마를 짚는다. 졸지에 긴 머리가 앞으로 우수수 넘어온다. 추종자는 금지된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 저주와 절단 저주를 같이 쓸 것이고. 한가지 다행인 점은 후자는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가 문제겠지만.
임페리오는 강한 정신력으로...글러먹었다. 강한 정신력이 나오겠는가? 퍽이나 나오겠군. 그가 쯧, 하고 입속의 혀를 찬다.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에 당신을 흘끔 쳐다본 그는 이내 다시 눈을 내리감는다. 연애든 결혼이든 알 바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고 흥미를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비효율적인 행위를 통해 애정을 확인하는 것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하거나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서로의 버팀목이 된다는 것도. 모조리 그가 생각하기엔 비효율적이고, 썩 타인에게 추천하는 행위도 아니며, 앞으로 시도조차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내 앞날에 방해가 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선택이 어리석다는 것은 아니다. 그와 당신은 다를 뿐. 그는 단지 애정보다 일에 대한 효율성을 더 깊게 따지는 사람인 것이다.
갑자기 리안의 눈이 흡 떠진다. 저번과 같은 상황이다. 절대로 웃어 넘길수 만은 없는 가십거리에 그의 날카로운 감이 꿈틀거린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물 흐르듯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말그대로 모 게임의 암흑 기사를 보는 듯 했고, 그들이 놀라지 않게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세운뒤 입을 열었다.
"네~ MC 대작입니다아~."
그는 조용히 자기를 MC 대작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비밀 엄수-는 개뿔, 이미 다 들켰지만-는 해야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 대상이란걸 알면 이야기 하기 쉬워지겠지, 그는 조용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맞아본 적이 있으셨구나. 에반스 교수님. 단태는 에반스 교수님의 말을 머리 한구석에 넣어두다가 그의 반응에 응? 하고 한쪽 눈썹을 끌어올렸다. 어라. 반응이-
"오-..."
주단태는 자신이 쏘아올린 질문에 대한 여파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애인인 줄 알았더니 애인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게다가 교수님 중 한분이다. 자신의 말에 분위기를 타버린 학생들의 질문에 단태가 깃펜 끝을 입에 물고 양손을 어깨 높이로 올려 으쓱해보인다. 난 그냥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라는 뻔뻔한 태도였다. 아니 네가 만든 분위기잖아. 헤죽헤죽거리며 양피지 위에 에반스 교수님 반응이 새신부 같은 걸 보니 결혼한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라는 건 적지 말고.
돌아온 답변에 표정이 금방 심드렁해진다. 뭐 새로운 거라도 있나 싶었는데 그런거였어. 애초에 쓰는 사람은 명백히 타인을 아프게 할 의도를 가지고 쓰는거니 상대의 고통 같은 건 생각도 안 할텐데. 별거 없는 내용으로 인해 자연히 수그러든 의문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낀다. 이러면 이후는 재미없어질 뿐이니.
"네에."
그녀는 아까와 같은 대답을 하곤 힐끔 옆을 돌아보았다. 제일 처음 반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학생을 한번 보고 다시 앞을 향한다.
막대기가 빗나갔다. 아. 이렇게 된다면. 자신이 블러저에 맞는 건 둘째치고 청이. 어서 그럴싸한 잔꾀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다 끊겼다.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뭐지 하는 생각에 슬쩍 앞을 보았고, 곤 교수님이 멋지게 그 블러저를 쳐낸 뒤였다. 거기에 이어지는 말은 완벽했다. 만약 친구 사이였다면, 청이 대신 내기에 걸어볼만 하지 않나, 이 정도면?
".. 네. 교수님 덕분에 멀쩡해요! 감사합니다."
주양은 다시 자세를 고쳤다. 머리끈을 풀렀다가 다시 단단하게 꽉 동여맸다. 아무래도 자신의 태도가 너무 가벼웠던 것이 원인인듯 싶었다. 아까의 염통 쫄깃한 추격전으로 잠도 싹 달아나고 정신도 꽤 맑아졌으니, 지금부터는 서주양 타임이다.
"좋아요. 맡겨주시죠!"
눈빛이 사뭇 남달랐다. 아까는 빗나가게 만들었지만, 이번만큼은 꼭 쳐내야 한다. 쓸데없는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 이 이상은 퀴디치 선수이자 주궁의 학생대표로써 용납하지 못한다. 공이 날아오는 각도를 잘 보고 블러저와 자신의 거리가 꽤 좁혀졌다 싶었을 때에 주양은 피하지 않고 다시 막대기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