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天問, 하늘에게 질문을 던진다였다. 교수의 말에 벌써부터 이해가 된다는 것일까, 그는 점성술과 천문학이 전혀 다른 학문이라는 말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여보였다. '가장 쉬울수도 있지만, 가장 어려울수도 있는 학문'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별의 움직임에 따라, 또 하늘의 흐름에 따라 가구라의 무용과 기세도 달라지는 법, 항상 하늘의 흐름을 파악하고 읽어내야만이 정식 계승자가 될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 것인지 그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아카리가 있으면 도움이 됐을텐데."
자신의 동생은 자신보다 그런 것에 대해 더욱 천부적이었다. 몸치만 아니었다면 자신을 대신해 정식계승자 자리를 챙겨 갔을 수도 있으리라, 시답잖은 생각이었지만 이런 천문학 수업이라면 자신의 동생 아카리가 조금더 뛰어난 두각을 보였을거라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책을 펴들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향해 블러저가 날아들었다. 아이고, 맙소사. 잠 하나는 확실히 깰것 같았다. 짧은 순간. 주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피하느냐, 아니면 받아치느냐. 피하는 선택지는 썩 내키지 않았다. 허나 비행술이라는 과목 이름에는 제일 잘 어울릴 것이다. 현란하게 잘 피해낸다면 블러저의 어그로를 다른 곳으로 돌릴수 있을지도 모른다. 받아치는 쪽이 주양에게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다른 곳으로 쳐낸다면 어그로가 빨리 돌아갈 것이며, 그만큼 담력이 쎄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과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지.
선택은 빠르게. 행동은 순식간에. 쳐낸다는 것 대신 피하기를 택하며 좌우로 빗자루를 꺾어가며 블러저와의 아슬아슬한 술래잡기를 이어가던 주양은, 순간 고도를 확 높여 급상승했다.
진정물약에, 왼손의 반지, 거기다 흐트러진 안경. 그는 당신의 모습에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 앉는다. 당신이 기혼자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만 아니면 되는 것 아닌가. 만일 그가 조금 더 따뜻하고, 누군가에게 관심이 많았더라면 그 반지 예쁘네요!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하면서 능글맞게 웃었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
"금지 된 저주?"
그는 크루시오의 고통을 떠올린다. 아팠지. 온 몸과 내장이 뒤틀리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몸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훨씬 약한 건 둘째치고, 그 고통을 두 배로 받는게 어렵다 해야할지. 왜 크루시오로 죽은 시체가 들어오면 죄다 몸이 말려있는지 알 것 같았고 말이다.
두통이 스민다. 음. 머리가 아프다. 관자놀이를 괜히 꾹꾹 누르며 그는 고개를 든다. 필기할 준비가 된 자세로, 어쩐지 삐딱하지만 나름 바른 자세로.
담당인 에반스 교수는 여전히 약을 달고 사나보다. 그의 손에 들린 약병을 보다가 문득 반짝이는 반지를 본다. 저거 작년에도 있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 앉자, 짧은 서론을 들을 수 있었다.
"네에."
어차피 자신은 수업을 듣는 입장이니까 교수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다른 수가 있겠는가. 건성이나마 대답을 하고 들고온 교과서를 책상에 올려놓는다. 반듯하게 등을 펴고 앉은 모습만으로 모범생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게 현실일 것이다. 머릿속 한켠에선 반지에 대한 것도 은근히 생각을 굴리고 있었으니까.
잠이 덜 깬 상태로 용케도 움직였다. 정말. 손으로 수업 리스트를 쭉 훑던 주단태는 한팔로는 기지개를 쭉 펴고, 다른 손으로 꺼낸 지팡이를 꺼내 선택을 위해 까딱까딱 흔들었다. 어~느~것~을~고~를~까~요~ 단태의 요상한 행동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어차피 이미 마음은 먹었으면서 쓸때없는 시간 끌기였다. 잠이 덜 깼기 때문이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지팡이가 그것을 가리키고 단태는 헤죽- 하고 웃었다. 역시 지팡이도 내 마음을 아는 게 분명해. 추종자들과의 만남이 단태에게 나쁜 의미로 굉장히 인상 깊었다. 물론 다른 수업들도 구미가 당기기는 했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암적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단태는 지팡이를 다시 집어넣고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수업을 받기 위해 움직였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픽! 딱 기다려 에반스 교수님!
22리안 - 와 여기서까지 필사야!! 문서작업이야!! 오게에에에엑!!
(9O4EOM8XJ.)
2021-06-25 (불탄다..!) 14:50:29
>>0 >>17
시간이 안맞다는 말에 그는 아쉬움을 표했다. 확실히 천문학은 별을 보고 이해하며, 또 그 흐름에 맞춰서 어떠한 갈래로 나누어지는가를 봐야하는 법이었다. 실제로 다이사쿠 가문의 문헌에도 각종 천문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그에 따른 선조들의 춤들도 모두 기록이 되어 있었으니까, 자신은 그 반절밖에 이해하지 못했으나, 할머니는 그 모든것을 전부 몸에 익혔다고 하였다.
'참.... 가사 외우려고 필사도 많이 했....'
그 순간 그의 귓가로 의심을 방불케 하는 말이 흘러 들어왔다.
"에? 필사??"
..... 그의 입가로 침묵이 잠깐 흐른다. 갑자기 PTSD가 온 것일까,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아가며 노래가사를 적어 내려가고, 박자의 음색 부터 어떤 춤을 출 것인지 서술하는 내용을 모두 필사하던 기억이 나는 리안이었다. 필사라면 이가 갈리지만.....
"..... 빨리 하자."
몸은 정직하다는 것인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빠른 속도로 필사를 해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주 말끔하고 기운찬 일필(一筆)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라도 그는 천천히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굳이 말하자면, 전쟁이 심수-별자리의 심장, 즉 전갈자리의 심장부분-에 머물렀으니 흉조가 든다는 뜻으로 답변을 남기겠습니다."
아주 간단하고도 차분한 말투였다. 그는 천천히 옷 매무새를 정돈한 뒤, 교수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정답이 아닐수도 있으나 자신이 알고 있는한의 정답이라면 그는 자신있게 흉조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어차피 정답에 의미를 두고 보는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이를 고칠 기회기도 했으니까.
분명 성공적인 급상승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어그로가 붙은 걸 보아. 그리고 기존에 따라오던 블러저는 계속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걸 보아, 쓸데없이 블러저의 주목만 끌어버린 모양이었다. 이래서 과도하게 크고 화려한 동작은 앵간해서는 사용하면 안된다. 잘 쓰면 물론 멋있지만, 주양처럼 사용한다면 역으로 적의 이목만 한껏 받고 궁지에 몰릴테니.
당장 블러저를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높은 고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폭탄을 넘겨받을 희생양을 고르던 찰나에 블러저들의 충돌으로 파편까지 튀기 시작했다. 누구 한명 잡아놓고 넘기기에도 이래저래 애매한 상황이었다.
"음. 이거.. 엄청 위험한 상황에 내가 빠져버린 거 같은데.."
그렇다면. 피할수 없으면 즐겨야지. 저 쇠공이 자신의 몸에 정통으로 맞는 광경을 생각하니 저절로 아찔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드레날린을 한껏 끌어올려 빠르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기만큼 염통이 쫄깃해지는 경험이었다. 기쁜듯한 미소가 주양의 입가에 걸렸다. 가끔은 이런 추격전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내기는 적어도 자신의 뼈를 내주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아익, 비켜라 비켜~! 파편 나가신다!"
그래도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신이 피하지 못할 상황에 직면할테니, 어떻게든 블러저를 떼어내기 위해, 다시 고도를 쏜살같이 낮추며 학생 사이를 종횡무진하기 시작했다. 일단 자신의 위기만 피할 수 있다면 이정도 민폐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저주의 분류와 놀라는 당신까지. 여기까지는 아는 내용이다. 고통을 주는 저주의 풀네임은 크루시아투스..그는 속기하듯 깃펜으로 양피지를 채웠다. 시험에 나오거나, 모르는 내용은 아니지만 6년간 다져진 오랜 습관이다. 뭐라도 써둬야 마음이 놓인다. 그는 눈을 들고 당신을 흘끗 바라본다. 말할까? 글쎄. 그는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세 개의 저주와 그로 인한 영향을 알지만, 저 심약한 모습에 혹시라도 기절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로 한다.
대신 그는 입을 열지 않고 필기로 써두기로 했다. 깃펜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크루시오라 짧게 요약되는 저주를 맞은 사람은 고통스러워 한다. 구체적으로는 온 몸을 쥐어짜는, 혹은 찌르는듯한 고통에 시달려 바닥을 기는 도중 손톱이 전부 부러지거나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부분부분 빠진 흔적이 있기도 하며, 심한 경우엔 자해흔까지 남아있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간혹 주저흔*이 발견되어 자살로 오인되기도 하나 그들의 최후는 전부 똑같다. 지속된 고문 저주는 사람을 미치게 하고, 결국 태아처럼 몸을 웅크려 죽는다. 마지막 고통을 품에 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