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9651> [단문/판타지&포스트 아포칼립스] Always : 황무지 환상곡 - 2 :: 134

Narrator

2021-06-23 00:58:25 - 2023-09-05 17:19:16

0 Narrator (5.agSkSjF2)

2021-06-23 (水) 00:58:25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390
1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5511/recent


“모든 마력은 생명의 원천이다.”

- 떠돌이 마학자 한트 라인후터의 저서 '고대의 마법' 중 일부

1 그레이 휴 (D1J4.E35hI)

2021-12-06 (모두 수고..) 21:29:19

이전 스레 못 쓰게 돼서 여기 갱신해둡니다. 나레이터 오시면 확인해주세요!

2 이름 없음 (tbd8NtuPZk)

2021-12-16 (거의 끝나감) 17:05:56

ㄱㅅ

3 이름 없음 (Raj4MmreoM)

2021-12-24 (불탄다..!) 11:42:17

ㄱㅅ

4 이름 없음 (RgPS5X2CcQ)

2021-12-31 (불탄다..!) 16:14:31

ㄱㅅ

5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2:48: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오랜만에 왔는데 스레 하나 작살나버렸네요 잠시 확인좀 하고 올게요

6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2:52:03

인사가 늦었습니다 ㅜㅜ 거의 한달 넘게 뵙는것 같네요

한 해 끝나기 전에는 꼭 들려봐야지 했는데 현생 때문에 들르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다들 신년 잘 지내고 계신지요~~

7 수호이주 (nIkq3TKPrg)

2022-01-06 (거의 끝나감) 22:52:56

실로 오랜만에 뵈니 좋습니다 나레이터!

8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2:58:35

수호이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1년만에 뵙네요 ㅎㅎㅎㅎ

전스레에 있던 나쁜말들은 전부 마스크 했으니 편하게 정주행해주시길 바랍니다

9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02:30

그래도 오랜만에 왔는데 레스 하나는 이어두고 가야할 것 같네요 ^0^

메모장에 쌓인 먼지를 털어보겠습니다..

10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03:56

수호이 상황 다이스 .dice 1 100. = 59 [ 35 이상 성공 ]

11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04:44

오, 올해 시작이 좋군요~!

12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34:39

- 에반 이치몬지

운명의 소용돌이라는 진부한 단어에 비유하자면,

아마 당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매서운 바람길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넓은 복도를 지나 다른 방에 이를때까지 코쟁이는 입을 열지도 않았고 멈추지도 않았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커다란 문을 지나면 작은 응접실이 당신을 맞이한다.

그 크기에 비해 굉장히 조촐하게 보일 지경이다.

세공사는 당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유한다.

해답을 찾는 보람이 없는 지루한 수수께끼에 드디어 첫 단추를 꿸 시간이다.

"이보게, 내 같이 이야기 해줄테니 조금만 더 참아보게나."

"자네가 제일 궁금한 건 그것이겠지? 왜 저 망할 보석이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는가, 말이야."

그는 소파에 앉아 난쟁이와 당신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 한동안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있었고. 그때 난 자네에게 주어진 힘을 보았지."

13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34:46

- 그레이 휴

"그레이 휴..."

짐승은 당신의 말을 되내이듯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모습에 당신은 생각을 바꾸게 된다.

눈앞의 길쭉한 주둥이는 녹아내리듯 가라앉고 얼굴 가득한 털은 실오라기가 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또다른 당신의 모습이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이름 모를 짐승을 뒤쫓던 그때의 기억 말이다.

과거의 잔상은 실체가 되어 나타났다.

내면의 짐승은 당신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14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34:54

- 수호이

방아쇠가 당겨지면 두꺼비의 고함 뒤로 총잡이의 비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총신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걷히기도 전에 날쌘 소음이 당신의 귓가를 스쳐지난다.

사내는 반사적으로 당신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빗나간 것이다.

그는 곧 찡그린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면 숨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15 수호이 (ysCxgUoes.)

2022-01-06 (거의 끝나감) 23:46:03

귓가로 삥- 하고 공기를 찢는 소리가 지나갔다. 수호이는 귀를 한 손으로 막는다. 잠깐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총성이 울렸으니 오래 걸리지 않아 보안관 할아버지들이 달려올 것이다. 그 전까지 수호이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분명하다.

총잡이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권총을 거꾸로 쥐고 날래게 달려간다. 권총 손잡이로 놈을 사정없이 내리찍는 것이다. 총을 못 쏘게.

"아저씨! 괜찮아 아저씨?"

총잡이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웽턴의 정신을 깨워야 한다. 수호이는 한 손으로 머플러를 벗어서 웽턴에게 던졌다.

"빨리 지혈해!"

16 Narrator (HDT7rLhtkU)

2022-01-06 (거의 끝나감) 23:52:11

12시네요..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17 Narrator (GR5BCNEs7g)

2022-01-09 (내일 월요일) 00:53:33

- 수호이

반쯤 정신을 놓은 총잡이의 코를 짓뭉개놓고 로웬의 상처를 천 따위로 포개어보지만,

그는 흐릿한 의식을 간신히 붙들듯 숨을 껄떡이기만 한다.

총알이 내리친 자리로부터 새어나온 피는 머플러를 흥건히 적신다.

"그건 가짜였어."

그는 숨을 몰아쉬며 잠꼬대를 하듯이 중얼거린다.

"나침반은 비행선을 연합으로 인도했지."
"일류신은 함정에 빠지고 만거야..."

기억하기 싫은 것들이 어딘가로부터 꿈틀꿈틀 기어와 무자비하게 당신의 머릿속을 채운다.

하늘을 장식하던 찬란한 푸른빛에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사그라든다.

"아버지의 날개가 마력의 폭풍 속에서 너를 구해냈구나."

그는 아버지의 유품을 알아보았다. 최후의 순간 당신의 품에 안겨진 물건을 말이다.

18 수호이 (74QYkyTw6s)

2022-01-09 (내일 월요일) 02:05:10

"아아아...안돼안돼안돼! 정신차려! 아저씨! 나 봐!"

포개는 것은 부족하다. 수호이는 웽턴의 다리를 돌처럼 묶는다. 다리에 피가 안 통하니, 머플러가 찢어지니, 모두 하찮은 일이다.

"마인이! 마인 새끼들이 우릴 전부 죽였어! 내가 혼자 남은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다구!"

웽턴은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본 하늘사람이었다. 그 때 그 곳에 없었다 하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급하여 서로의 말을 듣질 못한다. 서로 흐릿한 정신을 붙잡고 제 이야기만 한다.

"아저씨 죽지 마- 아저씨!! 나 무서워... 제발 정신차려..."

"내가 다 죽여줄게.. 마인도 크룰손도 내가 아저씨 대신 다 죽일게... 내가 복수하는거 보고 죽어...아저씨...아저씨..."

"레미랑 도리아랑 같이 여관에 있기만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할게...그러니까 정신..정신...."

결국 수호이는 와앙 울음을 터뜨린다. 제 나잇대 여자애처럼.

//아이고 아이고 비상식량이 남아있던가 웽턴한테 쓸 수 있나요

19 Narrator (vvW3ozv.Bk)

2022-01-09 (내일 월요일) 21:18:00

- 수호이

뜨뜻미지근한 감촉이 손을 끈적이자 육중한 몸뚱이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은 가볍게 잊혀진다.

복잡한 감정이 눈과 귀를 감추고 다급한 마음이 가슴을 짓누를수록 우연의 깊이는 지독해진다.

"동포의 바람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어."
"언젠가 그들의 날갯짓을 느꼈지. 미약하지만.."

그는 힘겨운 와중에도 당신과 같은 하늘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일러온다.

"아버지를 닮았구나. 그리고 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당신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하려 하지만 고통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고개를 떨군다.

"어둠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단다.. 언젠가는 누구나 맞서게 될 일이니까."
"그래..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그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것뿐이야."

"높은 하늘을 동경하고 자유를 누비며.. 늘 그랬듯이."

초점 없는 눈동자를 끔뻑이던 그는 마침내 마지막 숨을 고르듯 한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을 감는다.

조금 평온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깨 너머로 타인의 목소리와 발걸음이 들려온다.

정적을 깨우는 총성에 마을 전체를 이잡듯 뒤지던 경비단이 뒤늦게 당신 곁에 닿은 것이다.

--------------------------

적막한 병실 안에선 링거 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대신했다.

총에 맞은 웽턴은 곧장 병실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지만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날 밤 라 브리의 문은 굳게 닫혔다.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테이블은 텅 비었고 홀과 주방 모든 것이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겼다.

도리아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병석에 누운 사내만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눈동자였다.

20 Narrator (vvW3ozv.Bk)

2022-01-09 (내일 월요일) 21:19:03

>>18
비상식량은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장면은 병실 안에서 시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1 에반 (NxuDDhX/qY)

2022-01-09 (내일 월요일) 22:01:41

"힘이라고?"

제 입에 풀칠도 못하고 와이프조차 지키지 못한 남자에게 힘이라고?
심기가 불편한듯 눈썹이 꿈틀거렸어.
내가 진짜 힘이 있었다면 이딴 곳엔 얼씬도 하지 않았을거다.
스승 그녀가 틀렸음을 증명하고 엿같은 도시에서 수준에 알맞은 짓을 하며 피로 묻은 돈에 눌러앉아 떵떵거리고 살았을거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빌어먹게도.

22 에반 (NxuDDhX/qY)

2022-01-09 (내일 월요일) 22:02:04

ㅎ2 올만이다 나래이터

23 수호이 (4AaskVlaDk)

2022-01-10 (모두 수고..) 01:51:49

수호이는 병실 구석에서 병든 닭처럼 꾸벅거렸다. 울던 눈이 퉁퉁 부어있다. 이렇게 울어본 게 얼마만이었나. 그 날 이후로는 손에 꼽을만한 일이다.

'동포의 바람..동포의 바람..동포의 바람..동포의 날갯짓'

끝없이 되뇌이면서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참사 후 집결지로 모이지 못한 사정이 있었나. 웽턴은 생존자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한 명의 생존자도 보지 못한 수호이의 경험과 괴리가 심한 주장이다. 그들은 어디에 있었나.

웽턴이 깨어날때까진 또다시 여기에 발이 묶여버렸다.

약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도리아의 등은 창백했다.

24 Narrator (6KPHA.0zHI)

2022-01-12 (水) 02:20:04

- 에반 이치몬지

"그래, 자네의 검. 이제 와서 모르겠다는 시치미를 뗄 생각은 아니겠지?"

세공사는 아는 사실을 구태여 되묻지 말라는 식으로 말한다.

메마른 땅에 닿기까지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검에 깃든 영문 모를 힘만큼은 당신에게 익숙했다.

"우리 저번에 나눈 이야기 아직도 기억하는가?"
"마력 폭풍속으로 향하겠다는 자네의 모습이 떠오르는구만."

"해답은 이미 가까운 곳에 있네. 그 검에 말이야."

두루뭉술한 이야기였지만 적어도 김렛은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자네를 속인 것은 아니니 오해 말게나."
"어차피 이곳에 올 필요가 있었거든. 겸사겸사 저 아이도 함께 바래다 주었고."

미리암의 이름을 빌린 소녀도 당신의 일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진 않다.


- 수호이

옷깃이 접히는 소리마처 예민하게 귀를 적실때 도리아가 얕게 고개를 돌려온다.

눈빛이 간신히 보일락 말락할 정도로.

"저기, 넌 어릴 적 기억을 잘 떠올리는 편이야?"
"난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유독 뚜렷하게 떠오르는 순간순간이 있어."

그녀는 몇시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천천히 입을 연다.

"우리 아빠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했어."
"하늘 위에 지어진 성과 황무지 너머 푸른빛을 꿈꾸는 도요새 이야기.. 항상 비슷한 얘기였지만."

우연일까, 전해진 내용으로부터 하늘사람의 냄새가 풍겨온다. 어쩌면 로웬이 들려준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보안관 아저씨는 불의의 사고라고 했지만. 왜 자꾸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까."

"그렇지 않아?"

그녀는 당신에게 물으며 고개를 완전히 돌려온다. 이미 정해진 답을 묻듯이 초연해진 얼굴이다.

25 Narrator (6KPHA.0zHI)

2022-01-12 (水) 02:20:34

>>22
ㅎㅇㅎㅇㅎㅇ 오랜만입니다 에반주

제가 너무 늦었죠~~

26 수호이 (71yTHg2WAk)

2022-01-12 (水) 15:56:23

어릴 때?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수호이는 구름 위를 걸어보겠다고 생떼를 부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일류신은 허허 웃으며 수호이의 겨드랑이를 잡아올려 기구 밖으로 홱 던져버린다.

꺄아아아... 비명 소리가 구름 아래로 사라지면 일류신도 몸을 던지고, 허공에서 수호이를 낚아챈 후 패러를 펼친다.

다시 되돌아보면 구름 위를 걷겠다는 건 핑계고. 그냥 그게 재미있었서 그랬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구름 위를 걷겠다는 말은... 도리아가 기억하는 그 동화에서 배웠다.

"하늘 위의 성. 구름 위에 앉아 고고히 땅을 내려다보는. 풍요로 가득한 약속의 푸른 땅을 향해서.."

이거 맞지. 하늘사람의 잔흔은 맥이 끊어지지 않았다. 언젠가 많고많은 동화중 하나로 잊혀질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금은.

"총을 쏜 사람과 아저씨는 서로 아는 사이인가봐."

"내 아빠랑 아저씨도..."

27 Narrator (CfW70wXDfw)

2022-01-13 (거의 끝나감) 22:24:48

- 수호이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된대. 넌 그 말을 믿니?"

그녀는 고요함을 지키고 싶어했지만 점점 낯빛에 감정이라는 잔물결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 빛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아빠가 떠났던 날, 그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어."
"부드러운 바람이 하늘을 감쌌고.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는데 접힌 날개는 활짝 펼쳐지더라."

"...서운하진 않았어. 언젠간 돌아오실거라 믿었거든. 약속했으니까."

로웬은 하늘사람이다. 무리를 떠났음에도 여전히 그 모습을 지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강해져야 했어.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돌봐줄 착한 이웃이 많지는 않거든."
"아직도 삼촌의 첫 모습을 기억해. 푸흐흐, 정말.. 어쩜 그런 옷을 입고 있었던거지!"

"그런데 그때는 믿을 수밖에 없었어. 막다른 절벽 끝에 내몰리기 직전이었으니까."

도리아는 억지스러운 웃음을 흘리더니 다시 싸늘해진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정말 몰랐어.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진 말이야."
"아빠를 떠나보냈던 날개와 같이."

문득 불타오르던 글라이더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미친듯이 글라이더의 잔해를 뒤지던 당신의 뒤로 들려왔던 소년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도.

"우리 집에 들렀던 손님이 주고 간거야. 꼬부랑 수염 아저씨가.."

레미는 콧수염을 기른 사내에게 그 물건을 선물 받았다고 했다.

28 수호이 (MXVaadgT1c)

2022-01-14 (불탄다..!) 15:13:42

"맞아. 그 정도로 착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황무지에는 그런 사람 없다. 그리고 그 법칙은 아직 유효하다. 삼촌이라는 사람이 사실은 변해버린 아빠였기 때문이다.

말할까. 말까. 수호이는 갈팡질팡한다. 스스로 숨기고 있는 비밀을 함부로 들춰낼수도, 그 비밀이 영원히 묻히도록 방관하는 것도 잔인하다. 황무지에서 죽음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 까닭이다.

때로는 사망보다 실종이 슬프다. 소중한 사람이 죽은 것을 확인한다면 가슴에라도 묻고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생사도 모른채 기약이 없는 상태라면 하루하루가 희망고문이나 다름없으리.

"아빠가 어느 날 돌아온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30 Narrator (gMBdT8EQk2)

2022-01-15 (파란날) 10:29:19

- 수호이

"글쎄, 어떨 것 같아?"

말끝에 피식, 작은 웃음이 붙는다. 목소리에 걸친 무게가 답을 대신해주듯 했다.

"기억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겠지. 묻고 싶은 것도 많을거야."

그녀의 시선은 두꺼비가 누운 침상을 향해 기울어진다.

"그런데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아빠는.."

"너도 이해할 거라 믿어. 하늘을 나는 사람들에게는 비밀이 많잖아?"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소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레미에게 건네어준 선물은 아버지의 글라이더와 닮아있다는 것을.

그 물건은 꼬마의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하늘에 대한 동경을 이끌었다.

"넌 말해줄 수 있겠니?"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하듯 작은 한숨을 내쉬며 물어온다.

시작과 끝이 어딘지도 모를만큼 단단히 얽매인 아버지의 운명에 해답을 얻고 싶은 것이다.

31 Narrator (gMBdT8EQk2)

2022-01-15 (파란날) 18:18:20

갱신갱신! 오늘은 프리합니다~!

32 수호이 (kq2/2Cas7E)

2022-01-17 (모두 수고..) 20:41:50

머리를 박박 긁었다. 도리아가 저렇게 말하면 수호이의 마음은 말해주는 쪽으로 기울어버린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망설이고 또 망설였지만, 결국엔.

"웽턴이 로웬이야. 겉모습이 바뀌었지만 같은 사람이 맞아."

"무리를 떠났지만 나와 같은 하늘사람이고, 동시에 너희 남매의 아버지인 사람."

"차라리 무리 밖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

콧물을 훌쩍인다. 수호이는 말했다. 레미의 글라이더에서 나온 장치에 대해서. 그리고 총잡이와 그가 나눈 대화에 대해서. 일류신의 이야기는 빼고.

"지금은 아저씨가 누워있으니까 이야기해주는 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만에 하나 레미는 알더라도 아저씨 본인에게는 절대로."

"아저씨는 아버지로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죽음이 찾아오는 때는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으며,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아저씨도 총잡이가 다리 대신 가슴을 쐈다면 오늘 죽었을 것이다.

평생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버지가 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 죽는다면, 자식들에게나 아버지에게나 무척 억울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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