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춘심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을 때, 하루는 춘심이 가느다란 어깨를 파르르 떠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건 자신과의 거리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춘심이 완전히 손길을 피한 것은 아니었기에, 하루는 살며시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별 것 아닌 이야기지만,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었기에 차분히 말을 마친 하루는 상냥한 눈길로 춘심을 바라보았습니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는 춘심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내보낼 듯 그렁그렁 해진 상태였습니다.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에, 연민이라도 품게 된 걸까요. 사실 자신의 출신에 대해 말하면 언제나 돌아오는 반응 중 하나였지만, 왠지 춘심에게 그런 반응을 보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자신의 처지에 동감하고, 이해해주는 것은 좋지만 춘심이 그저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자신을 대하는 건 피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은 용기를 내서 춘심을 언니라고 불러봅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인생에서 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특히 학원섬에서는 춘심과 비아가 전부가 아닐까요.
" 후후, 언니의 대답은 꽤나 간질거리네. "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돌려주듯, 자신의 손등을 자그마한 손으로 덮은 춘심이 뺨을 문지르는 것을 바라보며 하루는 상냥하게 말을 흘립니다. 그 대답이면 충분하다는 듯 상냥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습니다. 때때로 여러마디의 말보다도 한번의 행동이 더욱 크게 와닿는 법이니까요. 자신의 손이 춘심의 뺨에서 내려와, 그녀의 허벅지에 내려앉는 것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한 체 손등을 덮은 춘심이 무언가 이야기를 할 것 같았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체 조용히 기다리는 하루였습니다.
" 있잖아, 언니. 고민에 있어서 쓸데없는 고민이란건, 바보 같은 고민이라는건 없어. 물론 남의 고민에 그렇게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 중에 그런 고민은 없다고 생각해. "
하루는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선 자신의 눈동자를 흘깃거리는 춘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비어있는 손을 뻗습니다. 그리곤 아래로 숙여진 춘심의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려 눈을 맞추곤, 춘심이 물고 있는 검지를 조심스럽게 빼내며 천천히 입술을 엽니다. 춘심의 걱정을 부정하지 않는 이야기의 첫마디는 분명 춘심에게 온전히 향하는 하루의 호의였을 겁니다.
" 나도 그렇지만, 언니도 연애를 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모든 것이 서툴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고, 헤매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 " 하지만 언니는 누구인지 모를 그 사람과, 내가 아끼는 아이를 걱정해주고 있는거잖아? 그렇다면 언니는 충분히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거면 충분해. " " 떳떳할 수 있는 정도... 그건, 그 사람에게 우리 둘이 오늘 시간을 보내면서 즐겁게 웃으며 무엇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래서 얼마나 즐거웠고,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해줄 수 있는 정도면 되는게 아닐까? "
하루는 다림이 잘근거리던 검지를 부드럽게 매만져주며 상냥하게 말을 이어갑니다. 춘심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에, 그 걱정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은 듯 상냥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습니다.
" 나는 언니랑 보내는 시간을 내가 아끼는 그 아이에게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정도라면 언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야. "
기왕이면 언니랑은 더 가까워지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하루는 성숙했던 미소를 잠시 내려두곤 어린 아이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 자, 그러니까 그런 표정은 이제 던져버리고 편하게 즐기자. 기분좋게 웃으면서 보내는거야. 그게 파티잖아? "
하루는 검지를 매만져주던 손을 떼어내곤 장난스럽게 양팔을 벌려보이며 아름다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 그리고 언니는 나만큼 예쁘고, 여성스럽고, 언니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나같은걸 닮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구.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언니 참 예쁘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