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및 카페테리아에서 하절기 메뉴를 개시합니다. 추가 메뉴의 가격은 기존 메뉴와 차이가 없으며 카페테리아의 경우 일일 판매량이 정해져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빙수 및 파르페의 토핑이 별도 추가 가능하도록 메뉴가 개선되었습니다.
부활동 상반기 실적 제출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모든 부는 기한 내에 부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기한을 넘길 경우 패널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소모성 비품의 소모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각 부는 자체적인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상담부에서 교내외 환경미화를 도와줄 사람을 구합니다. 자세한 건 각 교실에 배부된 안내문을 참고해주세요. (지난 이벤트 후속편. 자세한 내용은 이쪽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8900/627) (후속편 현황은 캡틴에게 문의)
다홍이 그냥 가지 않으리란 걸 현율이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태 형식상으로나마 했던 말이니까. 그래서다. 형식이란 중요하지 않은가. 그게 아무 의미가 없더라도 있어야 할 것은 있어야 한다. 현율은 그게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라면 늘 해왔었다.
캔버스의 그림은 현율과 다홍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처음 본 풍경으로 채워져 있었다. 약간의 흙길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풍경. 그림 속 풍경만 보면 그냥 그런 숲처럼 보이지만 다홍은 그게 아니란 걸 이제 알 것이다. 저 안이 어떻게 되어있으며 숲의 가장 안쪽엔 무엇이 존재하는지. 그러나 다홍에게 보인 건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의 위 뿐. 그 뒤를 설명하는 것은 현율의 몫이었다.
"그게 질문이지 않아? 궁금하다면 얘기해줄게. 일단 앉는게 좋을 걸? 그 몸, 괜찮아 보여도 피로가 꽤 쌓였을 거거든."
그렇게 말하며 현율이 앞서 부실의 소파로 가서 앉는다. 털석- 소리가 날 만큼 앉아 팔걸이에 느긋히 기대면서 다홍에게는 맞은편 자리를 권한다. 소파 사이 테이블에는 언제 가져다 두었는지 차가운 김이 흐르는 작은 생수통이 각자의 앞에 놓여있다. 거리낌없이 생수통을 가져와 물을 마신 현율이 한 손에 통을 든 채로 흔들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단은- 바로잡아야 할 점이 몇개 있어. 미치광이 화가는 그 남자가 아니야. 그러니 당연히 미쳐있지도 않았고. 다홍이 다가가지 않았어도 그 남자는 그렇게 되는게 옳아. 그게 그 남자가 저지른 짓의 대가이자 죗값이거든."
다홍의 오해를 몇가지 바로잡아준 후 이어진 이야기는 이러했다.
"오래전에, 한 화가가 있었어. 그녀는 매우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그림 실력 또한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어. 당시엔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는게 눈총을 살만한 시대였는데. 그래도 당시 그 주변에서 그녀 이상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없었기에 그 때의 예술협회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인정해주었지. 고지식한 협회에서까지 인정을 받으니 그녀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올라갔어. 그대로 승승장구해서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화가가 될 수도 있었지."
그 남자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명성이 정점에 다다르던 시기에 그는 찾아왔어. 협회의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그는 처음엔 그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겠다면서 허드렛일을 하고 그림의 매매 같은 것도 돕고 그랬어. 그녀는 그가 주변에서 뭘 하든 관심이 없었지만, 자꾸 자꾸 눈에 보이고 자신을 챙겨주고 그러니까 그만 호감을 가져버리고 만 거야. 평생을 그림만 그리며 살았기에 그런 거에 내성이 없었지.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그의 행동이 진심이 아니더라도 이렇게만 있어주면 그저 좋을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녀가 그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그가 눈치챈 후로부터 모든 것은 망가져갔어."
말을 하던 중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느라 잠시 말이 끊긴다. 그래봐야 아주 잠깐이라, 곧 다시 이어졌지만.
"그는 사실 협회에서 보낸 스파이 같은 거였어. 날로 높아지는 그녀의 명성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라는 일을 의뢰받고 성공하면 막대한 보상을 받기로 하고서 그녀에게 접근한거야. 하지만 그녀의 생활이 깨끗해도 너무 깨끗해서 파고들 틈이 없던 차에 가장 손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눈 앞에 나타났어. 그가 그걸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었고. 그 때부터 그는 점차 그녀에게 이성으로 접근해가며 점점 자신에게로 떨어뜨렸어. 그저 단순한 호감을 애정으로 바꾸고 마음을 얻은 후에는 몸도 얻어갔지. 그 다음엔 알량한 세치 혀를 놀려 그녀의 그림에 대한 이득에 손을 댔어. 이미 몸도 마음도 그에게 줘버린 그녀는 그가 해달라는 대로 하자는 대로 다 하게 해주었으니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을 걸. 그에게 빠진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붓도 제대로 잡지 않았으니 바깥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도 그저 시간 문제였어.
그리고, 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중얼거리며 남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그녀가 겨우 제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전부를 잃고 그도 곁에서 도망간 후였어. 협회에선 제명당하고 그동안 벌었던 재산은 그가 빼돌렸고 한동안 붓을 들지 않은 탓에 실력도 예전 같지 않았어. 자신이 그림에 바쳤던 모든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걸 보고 그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절망? 분노? 허탈? 그건 그녀도 알 수 없었을 거야.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느꼈기에 미쳐버렸거든. 정신을 놓기 일보 직전이던 그녀는 그 순간 강하게 소망했어.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에게 복수를. 하지만 동시에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바람도 함께 빌었어. 그 소망이 이뤄진 결과가 저 숲이자 그림인거야."
모순을 담아낸 한폭의 그림. 당연히 대가는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그린 유작의 세계에 단 둘만 영원히 존재하는 것. 그것이 소망의 결과. 그녀의 예술가로서의 광기가 그림 속 세계를 그렇게 녹색으로 물들였지. 그래서 셸레-압생트의 숲인거야."
그 둘은 예술가의 광기의 상징과도 같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현율은 이제 충분하냐는 시선을 보내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아름다운 녹색으로 물들은, 풍경화를 보며 다홍은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그림에 묻어있는 광기를, 누군가의 집착과 누군가의 절규를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면-광기-이 그곳에 있었다. 다만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다홍은 현율에게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질문이 아니지 않냐는 현율의 말에 다홍은 온화한 빛만 들어 있는 벚꽃색 눈동자를 내려접으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가 피로가 꽤 쌓였을 거라는 말에 새삼스럽게 걸음을 내딛었다. 잠시 비틀거렸지만 곧 익숙하다는 듯이 소파로 걸어가 현율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조금 지쳤을지도 모르겠어..”
기력이 소진되어버리는 탈진, 혹은 탈진에 가까운 느낌은 오랜만이였다. 소파에 앉아서 양팔로 앉은 곳을 짚은 채로 다홍은 눈 앞에 놓여져 있는 생수통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딘지 흐릿한 시선으로 그것을 응시하던 다홍은 손가락 끝을 가볍게 몇번 까딱이다가 생수통을 향해 뻗었다. 나긋한 로우톤이 맥이 풀린 대답을 내놓고 생수통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멈칫하며 그저 생수통을 쥐었을 뿐이였다. 대가. 죗값. 그 남자가 마땅히 치러하는 것들.
인과응보인가.
현율의 말이 이어지고 차곡차곡 쌓여지는 이야기들을 끊지 않고 다홍은 그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화가의 이야기를. 단지 누군가를 사랑한 대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끝내는 스스로를 대가로 모순된 바람을 빌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를. 어리석은 이야기. 어렸기 때문에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어리고도 어리석은 이야기구나.”
까드득- 다홍은 그제서야 쥐고 있던 생수통을 따고 물을 마셨다. 길고 긴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그것이 끝이였다. 그 감상말고는 내놓을 감상이 없었다. 길고 긴 이야기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다홍은 지쳐 있었고 해묵은 기억들만이 떠오를 뿐이였으니까.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나는, 어리석은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이고.”
나긋한 로우톤으로 작게 중얼거리는 다홍의 목소리에는 후회같은 감정은 없었다. 감탄도 없었지만 체념에 가까운 어조였다. 충분하냐는 시선에 다홍은 벚꽃색 눈동자를 까딱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돌아보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 이내 자신을 올려다보는 특유의 미소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기억 속의 당신이었다. 어떻게 몰래 다가오는 건 성공했는데. 당신을 놀래려 했던 건 아쉽게도 실패했구나. 설은 아쉽다는 눈치로 당신을 보다가, 노래를 흥얼거리던 때처럼. 음정이 담긴 목소리로 당신이 질문에 답하자 수첩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작은 수첩에는 당신의 생각이 한가득 담겨 있지만. 그렇지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그림뿐이라. 만약 읽을 수 있었다면, 당신의 생각을 전부 알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이마저도 아쉬워서. 설은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하다, 뒤늦은 인사를 받자 휘어진 당신의 눈매만큼, 설 또한 입꼬리 휘어 낸다. 귀엽다니. 어느 부분에서 그리 느끼는 건지 설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묻는다.
"도대체 어디가 귀엽다는 거예요?"
고개를 갸웃해 보이며, 옆에 앉으라는 당신의 손짓에 따라 무릎을 굽혀 옆자리 가까이에 앉았을까. 당신의 말에 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여름은 이제 막 시작인데, 더위 혼자 무엇이 그리 급한지 일찍 찾아와 있는 것이었다.
"응. 많이요. 그러니 덥고 답답하고 그래서... 바람이라도 쐴 겸 왔는데. 여기서 선배를 다 만났네요."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이어 말하고서 설은 당신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며 생글생글 웃는다.
긴 이야기였지만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상이 짧은 것도 당연하다. 어리고도 어리석은 이야기. 같지만 같지 않은 두 표현만으로 이루어진 한마디 소감에 현율은 피식- 웃었다.
"글쎄.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걸?"
웃음기 어린 그 말은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으나. 현율의 태도로 보아 그것까지 말해줄 의향은 없어보인다. 다홍의 의문을 풀기엔 앞서 했던 이야기로 충분하기도 했을 것이다. 벌써 반이나 마셔버린 생수를 조금더 마신 뒤 뚜껑을 닫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손을 비우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실 한켠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화가의 소망은 어리석다고만 할 수 없지만 확실히 다홍의 행동은 어리석었지. 결과를, 후일을 분명 알 수 있었음에도 행동했으니까. 그를 도우려 한게 어리석은게 아냐. 알면서 움직였던 것이 어리석지."
다홍이야말로 어리고도 어리석구나.
키득키득키득.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웃는 현율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 있는 듯 생생하다. 분명 다홍에게 등을 보이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는 듯 하다. 잠시 뒤 현율은 웃음의 여운이 남은 듯한 미소와 함께 작은 상자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역시나 검게 칠해진 정육면체의 나무 상자를 열자 검은 벨벳 쿠션 위에 놓인 황금빛 나비 브로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상이야. 받을지 말지는 자유지만, 받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상자를 놓고 소파에 앉은 현율은 선택권을 다홍에게 넘겨주고 살짝 손짓했다. 자 어서,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하 아이템의 설명입니다.
망념의 브로치 : 전신이 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나비 장식의 브로치. 일반적인 금 장식과 달리 무르지 않아 모양의 변형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염, 변색도 없다. 가느다란 사슬에 작은 보석이 달린 장식줄이 있어 착용시 방울 같은 소리가 난다. 외관상 화려하지만 막상 착용하면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사용법 1. 브로치를 의복에 착용한 뒤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며 그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강하게 소원한다. 진심일 경우 브로치에서 금빛 나비의 환영이 나타나며 그 나비가 날아가는 것으로 기억은 완전히 지워진다. 2. 타인에게 사용할 경우. 대상이 되는 타인과 손을 맞잡고 이마를 맞댄 뒤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경우 공통의 기억을 날리려면 둘이 같은 정도의 마음으로 소원해야 하며 마음이 맞지 않을 경우 이뤄지지 않는다. 단순히 타인만의 기억을 날린다면 1의 과정으로 충분하다. 3. 날아간 기억은 어떤 방법, 어떤 방식으로든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