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진-짜 나빴어요." 예전에 진짜 잘못했으면 입술박치기 사고가 날 뻔하고. 같은 말을 투정하듯 말하는데. 생각보다는 덤덤하네요. 그 때 쫓겨났던 수제버거집은 아직도 못 갑니다.. 최소 두 달은 지나야 갈 수 있...는 건 다림은 계속 못 갈지도. 그놈의 머리카락. 너무 눈에 띄잖아.
"아뇨.." 모르겠네요. 라고 말하는 다림은 눈을 내리깔곤 기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가볍게도 좋다고 생각하자. 라고 속으로 되뇌는군요.
"그냥.. 고양이에게 편안하게 있는 게 어색한 느낌이네요"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으며 냐아거리는 걸 봅니다. 고양이가 어떻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그 기분하고는.
" 그러네요... 제가 품고 있는 감정은 집착이나 다름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제가 살면서 처음 시작한 사랑이니까..."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것을 잃고 싶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다. 그 아이가 자신이 고통받는 것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만 행복했으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 아이만은 덧없이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길 바란다. 분명 그것은 잘못된 마음은 아닐 것은 분명했다.
" 하지만... 고쳐야 한다는 화현군의 말 역시 맞다고 생각해요. 분명 옳은 사랑은 아니니까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맞을거에요. "
사랑을 처음 하는 만큼,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현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사랑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라고 모두 정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동안 살아온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 저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화현군의 말대로 노력할게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노력하는게 맞으니까요." "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좀 더 저 자신을 내려놓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 " 처음 뵙는 분에게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게 될 줄 몰랐는데... 조금은 일깨워주셔서 감사해요. "
하루는 한순간에 자신이 화현의 말처럼 바뀔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면 좀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을 수는 있었다. 그렇기에 하루는 화현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받아들였다. 자신을 향한 호의에, 허투루 대할 생각은 예전이고 지금이고 없었으니까.
" 그림 말씀이신가요...? ...사실 여기서 뭔가를 더 받아도 되는건가 싶지만... 혹시 제가 이 아이와 무릎베개를 하고 들판에 앉아있는 그림 같은걸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 그 아이를 데리고 마냥 그렇게 느긋하게 있긴 힘들 것 같지만.. 보고 싶어서요.. "
하루는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수줍은 소녀처럼 몸을 일으켜선 따로 사진을 뽑아둔 카사의 사진 한장을 들고와서 어떨지 모르겠다는 듯 화현을 바라봅니다.
"처음 하는 사랑이기에, 상대방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더 많은 존중이 필요해요. 더군다나.. 언제 하루 아침에 사랑을 잃을지 몰라요. 그러니까, 너무나 먼 미래는 상상하지 마세요. 하루 하루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즐기며 나누세요. 고통은 인내해봐야 병만 얻지, 나아지지도 않고, 더 심해질 뿐이니까요."
옳은 사랑이란 뭘까? 일단, 난 모른다. 틀린 사랑은? 난 모른다. 사랑은 저마다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색과 모양과 크기. 그것들을 한데 아우러서 사랑이라 부른다. 우리들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의 크기와 맞는 사랑을 만난다면, 행복해지겠지만...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는... 서로가 가진 사랑의 크기를 대화를 통해 알아가며, 각자 다르더라도 천천히 맞춰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흠... 좋아요. 그 정도는 그려줄 수 있어요. 어디보자... 더 좋은 디테일을 위해 그 사람을 향한 감정은 어떤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또, 어떤 추억을 담고 싶은지. 만약, 그림에 감정을 담는다면... 당신께서 말씀하신 그림엔 어떤 감정이 담겨져 있을지 같은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