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씨의 말에 나는 그냥 싱글벙글 웃었을 뿐이다. 일단 괴상한 복장이 아닌게 어디야. 설명을 듣기론 충분히 단정하고 예쁘다.
"꿈은 크게 잡는 법이니까요. 기한도 길게 잡는게 좋겠죠?"
다림씨가 내 말에 별로 납득했는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쨌건 난 진심을 전했어. 따라서 이후엔, 그녀가 던지는 짗궃은 농담에 웃으며 적당히 되돌려줄 뿐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카페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앞까지만 바래다준다고 했던가.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하곤,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삿말을 남겼다. 그리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마치 던전의 문을 여는 것 마냥, 카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언제나 사람으로 가득 차 활기가 넘치던 공원. 지금은 조금 늦은 시간이라 오가는 이가 적으며, 날아드는 새나 부스럭 거리는 소동물의 움직임만이 정적을 깨주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가디언넷을 툭툭 두들기고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한지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따위를 하며 벤치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려오는 여러 소리들. 대부분 헛소리에 불과하거나 관심 없는 소리였지만, 유독 한가지는 마음에 걸렸다. 으음, 가디언넷에 올라온 어느 사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소리의 근원이 되는 사람이 공연이라도 하는 것인지 꽤 인상이 찌푸려졌다. 소음 때문에...
"하아..."
신한국엔 이런 말이 있었지.. 한숨 쉬면 복 날아간다. 진짠가? 진짜 내가 한숨을 많이 쉬어서 난 이 지경이 된 걸까... 으음... 됐어.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는 다시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다.
[@@공원에 진입하여 제가 남겨둔 표식(빵조각)을 따라 걸으면 제가 있는 곳이 나올 테니까 빨리 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당장 돈이 급해서 온 건 아니었으니까, 어느정돈 괜찮다. 에릭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점원복 하나를 내오곤 다시 기타를 집었다. 기타...그렇게 좋아하는건가. 뭔가 인간미가 느껴지네.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점원복을 받은 나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장부조작과 의념발화예요? 연약한 서포터에게 못하는 짓이 없어요... 조작 같은 거 한 적 없고, 그것은 춘덕이의 간식 장부라고요."
물론, 조작했어도 들키지 않게 했겠지만. 아무튼, 그가 건네주는 캔커피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지금 당장 마시기엔 목도 별로 안 마르고.. 커피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성격이라. 텐션이 낮다는 말에 "제가 묘한 소리를 들어서 말이죠." 라고 대꾸 해주다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마주보고는
"요즘 수상한 짓을 꾸미고 있다고 해서, 답을 듣기 위해 연락했어요."
이런 건 직설적으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말이죠... 원래라면 흥미 없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지만... 알잖아요? 저희 은근 가까운 거."
청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릴리의 말을 듣습니다. 여자 이름...이라는 건 눈치 못 챈 것 같네요....역시 때로는 아는 게 병이요 모르는 게 약입니다. (?)
"아, 오시기 전에는 집밥을 드셨다고요...? 집밥의 퀄리티가 높았나 보네요."
이리저리 화면을 돌리고, 지도에 뜬 음식점들을 살피면서...가디언칩 화면을 옆에서 같이 보는 릴리에게 말합니다.
"국물요리, 좋네요. 너무 매운 것만 아니라면 좋겠어요."
다소곳이 말하는 릴리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하긴 3월이고 봄이니까. 건조하긴 하네요... 체면 때문이라기보다는, 목이 아파서 그런가?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화면이 한 점에서 잠시 멈췄습니다만...
"...이런 곳은 안 좋아하시겠죠?"
그렇게 말하면서 잠깐 릴리의 눈치를 봅니다. 태양왕 게이트 이전에, 다림이랑 갔던 분식뷔페점이네요. 뜬금없이 국물떡볶이가 먹고 싶어졌지만, 국물떡볶이는 국물을 먹는 게 아니잖아, 기각!이라고 청천은 스스로에게 반박합니다. 그리고 화면을 곧 다른 곳으로 넘기려 합니다...
그거..봐버린건가 하긴 직장에서 상해 사건이 일어났어요 하는 사진이 돌아다닌다면 놀라겠지.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아니..설명할 필욘 없겠지. 지금 듣고싶어하는건 아무래도.......
" 그래...? 너랑 비슷해, 조금 다른건 너는 네 개인적인 의사로 영웅을 보고싶은거고, 나는 대의를 위해서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은거야 "
어느날 갑자기 태양왕 보다 더 큰 게이트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
" 13영웅이라는 존재를 두고있다고 안일하게 살아간다면 인간은 죽어나갈거야, 그러니..그들을 뛰어넘을만한 재능을 지닌 녀석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야 말로 대의를 위한 것 이지... 너도 알고있잖아? 러시아의 일과, 마도일본의 사례..그리고 태양왕 까지. 영웅이 없으면, 다른 이들은 죽어나갈 뿐이야 "
또 복 날아가는 스택 +1. 즉, 한숨 나왔다... 하지만, 그의 의도를 들을 수 있었으니... 나름대로의 만족. 대의를 위해 영웅을 만들어낸다고? ...뭐야, 자기가 히어로 메이커 같은 거란 말이야? 어째 생각하니까 어이가 없어져 웃음이 나왔다.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
"맞아요... 저랑은 다르죠... 저는 어디까지나 영웅이 반짝 빛났다 저무는 그걸 보고 싶은 거니까요... 영웅을 만드는 거랑은 다르죠. 대의를 위해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음.. 얼레? 이거 어디서 봤지 않았나? 붉은 곰을 기리며 어느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생각나는데 말이지.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영웅이 아니라, 새로이 떠오르는 영웅을 원한다. 였던가.. 결론이.. 후우...
"맞는 말이에요. 13영웅과 수 많은 준영웅이 있다고 한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건 아니며, 지금도 누군가는 고통받고, 누군가는 나름대로 안락한 삶을 사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일상을 보내다가도 어느 순간 짠! 하고 나타난 게이트에 의해 한 순간에 파괴되는 일상... 새로운 영웅의 출현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너무 미래를 생각하고 계신 거 아니예요? 그걸? 굳이? 지금? 당신이?"
"분명 이걸 말씀드렸을 텐데요. 저는 신 한국의 백작이자, 3명의 건 마스터 중 한 명인 문 시현의 아들이라고. 그런 제가 치즈 케이크랑 딸기 스무디값이 아까워서 그런 일을 할까요?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 그것이 좋은 제안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의 제안은 저에게 이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어요."
념념….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선, 그는 마치 상대보고 약오르라는 듯 느긋하게 딸기 케이크를 먹었다. 잠시의 침묵.
"당신의 계획이 싫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단지 그걸 제가 하기엔 몇 개의 문제가 있다는 거죠. 하나, 저와 당신의 사상은 큰 줄기가 일치하지만, 단순히 사상의 일치로 그런 일을 맡기엔 보수가 너무 적다. 둘, 저는 스파이같은 일은 전문이 아니에요. 기획안을 짜는 게 전문인 사람에게 메이크업 스텝을 맡길 수는 없지 않나요? 셋, 큰 대의를 가지고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란 무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좋으나, 그러기엔 당신은 너무 어설퍼."
"이런 무대를 계획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영웅의 삶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수집한 적이 있나요? 만일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적어도 10명의 영웅이, 각자 어떤 시기에 어떤 고난을 겪었고, 그 고난을 동료와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그리고 반대로 10명의 쓰러져간 영웅이 어떻게 고난 앞에 무릎을 꿇었는지, 단 하나도 틀리지 않고 상세하게 말할 수 있나요?
자료 조사와 인풋은 창작의 첫 시작이죠. 잔인하게도,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지금의 소비자에게, 그 안에 담긴 신념과 대의를 전하기도 전에 작품은 외면당하고 버려지고 말아요…. 13영웅을 뛰어넘을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다루는 무대가, 그래서는 안 되는 법이잖아요?"
"…아무튼, 이쪽에서 제안을 다시 하죠. 신 은후는 에릭 하르트만의 동업자로서,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당신의 무대를 도운다. 제 방식대로 하는 거이기에 보수는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