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룩함이 수요가 있다니. 마치 속이기 쉬운 호구처럼 받아들여지는거 아니야?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얘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다림씨는 지난번에도 그렇고 상당히 스트레이트한 표현을 쓰는구나. 악의는 없어 보이니 상처라던가 되지는 않지만.
"잘 되길 바랄게요! 같이 가기로 한 사람 있어요?"
평소라면 내가 같이 가주겠다고 권유라도 했을지 모르지만, 지난번에 얘기했을 때 다림씨의 반응이 그리 탐탁치않았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후배와의 선약이 있었다. 같이 의뢰 가고 싶은 서포터는 꽤 많은데. 일단 청천이와 다녀오고 나서 생각하자.
"음~....."
추천 받는 카페를 들어보며 잠깐 생각에 잠긴다. 거기에 내가 알고 싶은 곳이 있을까? 사실 그 땐 열받긴 했지만, 나는 별로 싸우거나 시비걸러 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직접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뭐, 그래서 나는 고민하다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182 헉 라볶이 하니까 떡볶이 먹고 싶어졌어요.... 양배추 왕창 들어간 즉석떡볶이....ㅠㅠ
>188 (그냥 불닭도 소스 4분의 1만 넣어먹는 참치) (도주!!!)
>>195 에릭, 카사, 지훈 서사에서 언급된 키워드들이에요. 카사가 펜릴. 북유럽 신화의 커다란 늑대. 티르가 지훈. 펜릴의 친구였지만 신화상에서는 결국 펜릴을 끊어지지 않는 밧줄에 묶어버려요. 오딘은 에릭. 북유럽 신화의 주신이자...펜릴을 묶어버리자!는 의견을 주도한 그런?
"그럴 지도 모르죠?" 좀 사근사근한 타입을 원하는 걸지도 몰라요. 같은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스트레이트한 한편으로는 매우 어렵게 말하곤 하지요. 다림주는 다림이가 생경한 타입이라구. 오락가락 할 수 밖에...는 변명이다!
"아. 카사 양이랑.. 랜스 분만 구하면 갈 수 있어요."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쩐지 지금 카사 양은 전혀 모를 것 같다는 감은 있나요?
"...." 진화가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잠깐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봅니다. 표정은 차갑긴 하지만.. 그게 디폴트라서 그런거지. 실제로 가라앉은 건 아닙니다. 진짜에요. 모르지 않죠. 유니폼을 제작했는걸요. 그런데. 말해줘도 될까. 라는 것에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도 잘 안다. 하루한테 이야기 듣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다. 왠진 모르지만 덤벼왔고.... 평소라면 반가웠을 이름의 울림이 어쩐지 묘하다. 지금 그녀는 왠지 모를 논란에 휩쌓여있으니까 말이야. 카사는 밝고 착한애다. 그런 그녀는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끼리 다투는걸 알까? 알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다. 왜 그녀를 위한다면서 그녀에게 상처되는 싸움이 벌어지는거지.
"...."
차가운 시선에 평소라면 움츠라들면서 말을 회수했을지도 모르지만, 진지한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 나는 그럴 마음이 없어졌다. 유약하던 눈빛은 굳게 변하고, 조금 움츠라들던 어깨는 당당히 펴진다. 용무를 물어보는 그녀의 말에 적당히 둘러댈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별로 나 답지 않았다. 그냥 솔직히 털어놓자.
"분쟁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어. 그런데, 나는 조금 위화감을 느끼거든."
나는 하루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러나 계속 느껴지는 위화감을 그저 방치할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 않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런 거랑 실제로 말하는 건 다르니까요" 진화 씨도 겉이랑 속이랑 다를 거라 생각해요. 라고 답합니다.
"네.. 같이 가준다고 말한 적 있었거든요. 그리고.. 의뢰 조건도 있고요" 고갤 끄덕이며 다림은 진화를 바라봅니다. 겉으로는 유약해보이지만.. 이라고 생각하지만 속을 모르는 입장에선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물며 소녀소녀한 모습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게 가디언이니까.. 같은 생각이니까.
진화의 말을 듣고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가요..." 에릭 씨가 일하는 카페는 알아요. 라고 말하면서 카페의 이런저런 건 차치하더라도 너구리 씨의 음식은 꽤 괜찮았어요. 라고 말합니다. 그럼 그 곳에 대해서 말해드리면 되나요? 라고 묻다가..
여태 손도 안 대고 있던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조심스럽게, 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면서 은후는 동그란 눈으로 에릭을 바라보았다.
"단순하고도 당연한 이야기네요. 아, 서비스 주신다고 하셨죠? 딸기 케이크도 하나."
태연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고 손짓으로 춘덕이를 불러 점장 대리가 저에게 딸기 케이크 하나 사주신대요! 같은 실없는 소리를 하는 청년의 모습에 상대는 어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언젠가 영웅이 죽거나 사라지면 혼란에 빠질 거다, 라…. 마치 자신의 추론처럼 이야기하시고 있으시네요. 전 굳이 그렇게 쿠션을 넣어서 말씀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13 영웅 중 한 명, 붉은 곰이 실종된 지금의 러시아의 상황을 보면 그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아무리 자신을 `붉은 곰의 자식`이라고 칭하고 있는 러시아 소속의 가디언들도, 예카르 비토보르비츠와 버금가고 13 영웅과 나란히 어깨를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영웅이 다시 러시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들이, 러시아가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약속된 죽음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으론 부정할 수 없을 터이니."
거의 다 빈 유리잔 끝 부분을 손에 쥐고 가볍게 흔든다….
"가디언 아카데미에 처음 들어왔을 때, 당신도 이사장님의 훈화 말씀을 들으셨겠죠. 이곳은 새로운 영웅을 만들기 위한 곳. 기원전 2000년경에 쓰인 세계 최초의 서사시에 나오는 길가메시부터 시작해서, 인류에게 의념이란 힘이 생긴 이후 나타난 13명의 영웅까지. 허구와 현실을 가리지 않고 영웅은 영웅이란 칭호를 얻는 시점까지 크고 작은 고난을 겪잖아요? 당신의 사상이 뭐가 잘못된 거죠?"
다만,
"그렇기에, 왜 당신의 말을 듣고 상대가 화를 냈다는 건지 저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네요. 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지만 청년의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지나친 오지랖이라는 판단에 그 스스로가 중간에 말을 끊고 못 들은 것으로 해달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팔을 들어 올려 손바닥을 상대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절규가 입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눈치챘다. 릴리는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맑은 푸른빛 머리의 소년을 본다. 소년의 시선이 이상한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었다면 릴리의 멘탈은 갓 구운 바게트처럼 바삭해졌겠지. 하지만 릴리는 자신과 소년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그렇ㅡ지이?”
손에 가려진 입꼬리가 히죽하고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당신도 이해하는구나! ‘Ça alors ! 왜 세상은 미식가들에게 가혹한 거야, 항상!’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 거나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문제 없지만 나 같은 학자들은 어떡하라는 거야ㅡ! 같은 생각이지?”
릴리는 벤치에서 일어나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어느 쪽도 그렇게 키가 큰 편은 아님에도 머리 하나는 차이가 나는 키높이 때문에, 턱을 올리고 까치발을 들어 눈을 맞춘다. 반짝반짝거리는 눈동자는 동의와 인정을 잔뜩 갈구하는 듯이 빛나고 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였다.
“그렇지, 오늘은 큰맘 먹고 돈을 부어서 맛있는 걸 먹으러 나왔는데 말이야……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 뿐이었다구! 그러니까 둘이서 뭔가 먹으러 갈래?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 보자구!”
>>238 " ...진화 넌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같아. " " 미래의 자식들이 부럽네... " 잠시 아버지의 요리를 떠올리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평범하게 만들면 맛있는데 어머니 말을 듣는 바람에... " ...진화 너는 아내분이 요리에 뭐 이상한 거 넣으라 해도 절대 들으면 안돼. " 라고, 아마 그 아내분 특성을 보아 일어날 일 없는 일이지만 그런 말을 무심코 해버리게 된다...
>>235 "예전에 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행동할지 물어봤죠." "내 대답은 언제나 간단 명료해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내 방패는 그걸 위해 존재합니다."
>>237 "나는 수단이었을 뿐이라....그게 네가 생각하는 최악의 인물이야?" "한가지 말해줄게. 진심으로 수단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그런걸로 죄책감이나 고민 같은거 안한단다." "답변이 되었으면 앞을 봐. 후배. 내가 막고, 네가 쓰러트린다. 이해 했겠지. 잘써봐. 나라는 방패를."
눈 앞의 대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당히..예리했다. 은후는 러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완벽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고, 현 상황과 나의 생각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거기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숨기고 있는게 있다는 것 마저 파악했다. 지금은 그저 딸기 케이크 서비스에 해실거릴 뿐이었지만, 영성이 깃든 저 눈동자에 엿보이는 통찰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 ..... 그럼 사실대로 말할게. "
나는 하루,카사와 있었던 이야기를.. 그리고 내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카사를 억압하려는 건지를.. 그리고 그것에 왜 하루가 분노했는지를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영웅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연출된 무대로 이끌어 올리는 것은 정당한가. 개인의 자유와 의사를 묵살하고 대의를 위하여 라는 말로 억누르는 것은 유의미한 과정인가. 물론 이런 의문에 전부. 그렇다 그것은 유의미하고 정당하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나였기에 거짓말 하나 없이 사실대로 전달했다.
" 그래서, 하루는 카페에서 메스를 이용해 자해했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을 늘리고, 날 몰아넣기 위해서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