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303> [1:1/HL/현판] 초여름,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였으면 했던: 1쪽 :: 343

소녀는 어쩌다 여우의 꿈을 꾸게 되었나 ◆lh92e4yUdY

2021-06-04 00:27:04 - 2021-08-19 18:28:54

0 소녀는 어쩌다 여우의 꿈을 꾸게 되었나 ◆lh92e4yUdY (SLWUcGFu8s)

2021-06-04 (불탄다..!) 00:27:04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한강, 서시 中>

308 단랑주 ◆lh92e4yUdY (FqH15V.MBw)

2021-07-24 (파란날) 21:54:11

가볍게 답레를 두고.. 오늘은 언제 자러 가게 될지 도통 모르겠으니, 혹시 오늘 밤 내로 답레를 주신다면 발견하는 대로 답레를 쓰도록 할게요.

309 우리주 ◆s8rBL8FbnM (GVzlFLCz7s)

2021-07-25 (내일 월요일) 00:42:24

답레 쓰고 있는데 오늘 이상하게 하루종일 두통이 있어서 완성은 못할 것 같아요 ㅠ-ㅠ... 혹시 기다리실까봐 미리 레스 남겨요! 단랑주 오늘도 평안한 밤 되세요~

310 단랑주 ◆lh92e4yUdY (aGBn1ghTho)

2021-07-25 (내일 월요일) 00:47:45

기다리고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게 자야 되는 일이 있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오히려 두통이 있으시다니 걱정되네요... 답레는 나중에 시간나실 때 천천히 생각해주시고, 타이레놀이라도 드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주세요. 푹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311 우리 - 단랑 ◆s8rBL8FbnM (lUpA3LAA8E)

2021-07-26 (모두 수고..) 00:13:53

"음, 그럼 여행이라 생각해야지."

백팩을 무릎 위에 올려둔 우리가 작게 웃었다.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때에도 들떴는데, 여행이라 생각하니 더 설레는 느낌이었다. 일상을 지루하다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듬성듬성 끼어드는 약간의 변수들이 즐거움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숙제에 대한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우리는 단랑의 얼굴을 보고 덩달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뭔가 불편한 게 있나, 이상한 걸 발견했나. 괜히 창밖을 한 번 살핀 우리가 어느새 부채질을 하고 있는 단랑을 보면서 물었다.

"많이 더워? 이 자리가 에어컨 더 잘 오는 것 같은데, 자리 바꿔줄까?"

날이 꽤 덥지, 덧붙인 우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단랑을 쳐다봤다. 시원한 걸 찾아 가방을 뒤적이다 얻어 걸린 초콜릿을 보고 입술을 비죽인다.

“물을 안 가져왔다…. 대신에 초콜릿은 있는데 이따 심심하면 먹어.”

우리는 단랑이 손을 내밀기까지 기다렸다가, 손바닥 위에 사뿐히 놓아주었을 것이다.

312 우리주 ◆s8rBL8FbnM (lUpA3LAA8E)

2021-07-26 (모두 수고..) 00:15:44

아이구 늦었네요... 월요일이 되어버렸다 ㅠ-ㅠ.. 일요일 잘 쉬셨어요? 저는 갑자기 올림픽이 재밌더라구요.. 경기들 실컷 보다가 하루가 다 보냈네요 ㅋㅋㅋㅋㅋ 단랑주도 즐겁게, 편하게 푹 쉬셨다면 좋겠어요.
오늘도 평안한 밤 보내시구 좋은 꿈 꾸세요~!

313 단랑주 ◆lh92e4yUdY (2XJ1L4W5aY)

2021-07-26 (모두 수고..) 19:31:33

편하게 푹 쉬지는 못했네요. 다른 일이 있어서 몸고생을 좀 해야 했거든요... 지금은 최대한 휴식 취하고 있습니다. 다른 일이 있어 못 온다고 말씀 정도는 드렸어야 했는데 혹시 기다리시지나 않았나 모르겠네요. 답레는 천천히 드리겠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시기를 바라요.

314 우리주 ◆s8rBL8FbnM (/bFOvtkCkg)

2021-07-26 (모두 수고..) 21:27:54

헉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 오늘도 바쁘신 것 같은데 일 잘 마치고 편하게 쉴 수 있었음 좋겠네요. 네,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단랑주 편안한 밤 보내세요~ ㅎ-ㅎ

315 단랑 - 우리 ◆lh92e4yUdY (Jbjm48htrk)

2021-07-26 (모두 수고..) 22:01:41

"아니, 괜찮아."

당신이 건넨 제안에 단랑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표정을 원래대로- 평소의 그 잔잔한 웃음으로 되돌렸다. 아니 평소보다 조금 더 고운 웃음이다.

"이 자리가 좋아."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열차는 11시 34분에 예성역에 도착하는 고속열차입니다. 고객님께서 편안히 여행하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하는 안내방송이 끝나고 차창 너머의 풍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단랑도 그걸 아는 듯, 나와있지도 않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 같다. 이 뜻밖의 여행이 설레이는 것은 그 역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 고마워..."

당신이 초콜릿을 쓱 꺼내주자 단랑은 손을 내밀어서 받았다. 꼬리가 다시 한 번 살랑... 이번에는 진짜로 허리춤에서 하얗고 북슬북슬한 꼬리가 튀어나와 있다. 단랑도 그걸 알아챘는지, 머쓱한 표정이 되어서는 허리를 의자에 딱 다가붙인다. 꼬리는 다시 허리춤으로 쏙 들어가버렸고. 그걸 얼버무리려는지 단랑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돌렸다.

"걱정 마. 마실 건 내가 챙겨왔어."

316 단랑주 ◆lh92e4yUdY (Jbjm48htrk)

2021-07-26 (모두 수고..) 22:02:19

개인적으로 지브리적 시퀀스를 좋아해서 이따금 엉뚱한 장면을 넣는데, 취향에 맞지 않다거나 하시면 말씀해주세요 @.@

317 우리주 ◆s8rBL8FbnM (6rEXuODviY)

2021-07-28 (水) 21:15:37

답레가 내일쯤 올라갈 것 같아서 미리 레스 남겨요. 조금 더 일찍 와서 소식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ㅠ-ㅠ!! 단랑주 오늘도 고생 많으셨구 평안한 밤 되세요~

318 단랑주 ◆lh92e4yUdY (MfepXCpPOI)

2021-07-28 (水) 21:43:31

와서 알려주신 것만도 감사한걸요. 우리주도 오늘 하루 고생많으셨고(오늘 일과 끝나신 것 맞나 모르겠네요◑◑) 좋은 밤 되시기를 바라요. 서두르실 필요 없으니 천천히 주세요 uu

319 우리 - 단랑 ◆s8rBL8FbnM (IENWPaNbxc)

2021-07-29 (거의 끝나감) 22:14:06

"다행이네. 그래도 올 때는 바꿔 앉자. 창가자리 재밌잖아."

우리는 바깥구경을 꽤 좋아했다. 맑은 날도 좋아했지만, 눈이나 비가 오는 날도 좋았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우리의 입장이었다. 단랑이 복도 자리를 좋아한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었다. 저도 창가자리를 조금 더 좋아하니까.

"어, 꼬리."

무심코 웃으며 말을 뱉은 우리가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게, 누가 들었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주변이 잠잠하자 입가에 손을 대고 소곤소곤 물었다.

"...나 목소리 별로 안 컸지?"

모른 척 할 걸, 작게 중얼거리곤 민망한 듯 웃었다. 의자쪽으로 바짝 허리를 붙인 걸 보니 단랑도 딱히 티 내고 싶진 않았던 모양인데. 이걸 뒤늦게 알아챈 게 조금 미안했다.

"다행이다. 이따 목 마르면 부탁 좀 할게."

단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우리가 입을 뗐다.

"바다 구경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랑이 너는 바다 좋아해?"

그러고 보니 친구 선언을 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 알아갈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궁금한 눈으로 단랑을 바라봤다.

320 우리주 ◆s8rBL8FbnM (IENWPaNbxc)

2021-07-29 (거의 끝나감) 22:16:08

목요일이네요! 다행히 어제는 하루 일과가 끝난 상태였답니다... 기운이 없어서 바로 쓰러져 잔 게 문제였을 뿐 ㅋㅋㅋ큐ㅠㅠㅠㅠ 이젠 늘 더워서 날씨 얘기를 하기도 민망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길 바라요! ㅎ-ㅎ

321 단랑주 (6Mzef8dWmw)

2021-07-29 (거의 끝나감) 22:33:08

조금만 더 버티면 주말이네요. 오늘도 일과가 끝나셨을 거라고 생각할게요. 그러니 오늘도 피곤하시다면 지체없이 주무시는 것을 권장해요. 우리주도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uu
참 그러네요 늘 더워서 날씨 이야기도 거기서 거긴데... 더구나 오늘은 밤인데 더워요... 이게 열대야인가. 답레는 느긋하게 쓰고 있어요.

322 단랑주 ◆lh92e4yUdY (6Mzef8dWmw)

2021-07-29 (거의 끝나감) 22:33:24

인코 어디갔어uu!?

323 우리주 ◆s8rBL8FbnM (IENWPaNbxc)

2021-07-29 (거의 끝나감) 22:43:11

그래도 어제보단 오늘이 훨씬 나아서 바로 쓰러질 정도는 아니에요! 누워서 조금 밍기적대다가 자려고 합니다 ㅎ-ㅎ
요즘은 습도도 좀 높은 것 같아요.. 아가미가 필요한 여름이네요...! 네네 답레는 느긋하게 주세요~ 날도 덥고 덥다고 현생이 봐주는 건 아니구 ㅠ 여러모로 지치기 쉬운 날이니까 체력 잘 살펴주시구요~!

324 단랑 - 우리 ◆lh92e4yUdY (6Mzef8dWmw)

2021-07-29 (거의 끝나감) 23:14:49

"네가 복도자리에 앉고 싶으면 그러자."

단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단랑도 달리는 차나 기차 밖으로 창밖을 구경하는 걸 퍽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니 당신에게 별 주저 없이 선뜻 창가 자리를 내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복도 자리에서 앉아 좀더 작은 창문을 바라볼 때, 창문 밖의 프레임에 자신과 친한-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잔잔히 설레는 여행길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끼어들어 있는 것이, 무미건조하고 건강하고 예절바른 삶을 살아온 단랑에게는 꽤 색다른 경험이어서.

그러니, 이제는 창가에 앉아도 그만, 복도에 앉아도 그만인 게 아니라,

"나는 창가에 앉아도 복도에 앉아도 다 좋으니까."

라는 말을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단랑은 조금 쑥스럽게 웃으며 꼬리를 손으로 꾹꾹 밀어넣었다. 당신이 화들짝 놀라 눈치를 보다 소곤소곤 말을 건네오자, 단랑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당신이 약간 주눅든 것처럼 보이자, 그는 부러 다시 장난스럽게 눈가를 샐쭉 구부려 웃었다. "또 만져볼래?"

당신이 창밖으로 시선을 두다 던진 질문에, 단랑은 당신을 따라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질문했다. 논밭 풍경이며, 철책선이며, 시골 가옥이며, 외따로 떨어진 공장 같은 풍경들이 그림처럼 스쳐지나간다.

"바다... 풍경은 나도 정말 좋아해."

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그 대답에 풍경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선을 그었다.

325 단랑주 ◆lh92e4yUdY (6Mzef8dWmw)

2021-07-29 (거의 끝나감) 23:16:08

>>323 (짤)
그러게요. 우리주도 이동 간에는 열사병에 꼭 주의해주세요. uu 이제 주무시러 가셨으려나요?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326 우리 - 단랑 ◆s8rBL8FbnM (7iNXQPucng)

2021-07-31 (파란날) 19:09:57

“나도 둘 다 좋아하는데. 그럼 이따 돌아갈 때 알려줄래?”

그때쯤엔 앉고 싶은 자리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생각하며 단랑을 봤다. 자리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닌 듯 했지만, 처음으로 함께 멀리 놀러가는 건데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을 고르게 해주고 싶었다. 친구가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대도 그 뒤는 즐거운 기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얼빠진 얼굴로 단랑을 보며 눈을 깜빡이던 우리가 장난임을 깨닫곤 웃음을 터뜨렸다. 눈을 가늘게 뜨며 가볍게 흘긴 우리가 자그맣게 외치는 척 했다.

“장난쳤지!”

그리곤 살래살래 손을 내저었다. 꼬리야 이미 만져본 데다, 이렇게 사방이 트인 장소에서 비밀스러운 꼬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 묻는다면 저도 몰라 민망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겠지만.

“풍경은 좋아해도 물에 들어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우리가 단랑을 보며 물었다. 보고 있으면 시원해서 좋고, 더운 날 발을 담그는 것도 좋지만 물을 아예 뒤집어 쓰는 것과는 얘기가 다르니까. 발 담그는 것도차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떠올린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단랑도 그렇다면 조금 고양이 같다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여우와 고양이라니, 어쩐지 거리가 멀지만.

327 우리주 ◆s8rBL8FbnM (7iNXQPucng)

2021-07-31 (파란날) 19:11:15

와 주말이에요! 잘 보내고 계실까요? 오늘도 좋은 아침점심저녁 되시구 ㅋㅋㅋㅋㅋ 밤까지 즐거운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328 단랑주 ◆lh92e4yUdY (NgBvNms2yo)

2021-07-31 (파란날) 23:37:56

나 이걸 왜 이제 봤지...88888888? 우리주도 좋은 주말 보내고 계셨나요. 저는.. 저는... 일곱 시부터 동접일 수 있었는데 8888 스레가 갱신된 걸 미처 못 보고 놓쳤어요... 잠깐만요. 일단 답레를 급히 쓰긴 했어요. 지금이라도 올려둘게요. 좋은 밤 보내시고 계셨으면 해요.

329 단랑 - 우리 ◆lh92e4yUdY (NgBvNms2yo)

2021-07-31 (파란날) 23:43:25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단랑은, 당신이 눈을 흘기며 꺼낸 말에 장난스레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교실에서는 볼 수 없던 표정들이 당신의 앞에 서툰 민들레꽃처럼 한 송이 두 송이씩 피어나는 것 같다. 문득 장난이 아니면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또다른 장난을 쳐보고 싶었지만, 실없는 장난을 계속하기도 쑥스러워서 단랑은 당신이 꺼낸 화제를 기꺼이 따라갔다.

"아니, 물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지는 않는걸." 그가 수영복 차림을 하고 바닷가나 수영장에 있는 것을 연상해보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그렇지만- 으음, 이런 말 해서 분위기 깨긴 싫은데." 단랑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하고 주저하는 듯이 턱을 감싸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괴담이라도 이야기해 주듯 목소리를 으스스하게 깔았다.

"아무래도 밤이 되면 바다에서 나쁜 것들이 많이 흘러들어오니까 말야. 물론 환경문제도 심각하지만, 이건 우리들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야."

우리들의 관점이라면, 아마 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도 그렇겠지.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얼마나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가.

"바닷가에 사시는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항상 밤에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잖아? 해수욕장도 해 떨어지기 전에 영업을 종료하고."

괴담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본가에서 하는 일들 중에는 예성시의 바닷가에 몰려오는 그런 것들을 막거나, 잡아다가 정화하는 일들도 있어."

330 우리 - 단랑 ◆s8rBL8FbnM (u.i5x3Dh0A)

2021-08-01 (내일 월요일) 17:45:44

단랑의 말에 우리가 어리둥절한 기색을 표했다. 물에 들어가는 게 싫지 않으면 굳이 풍경이라 콕 찝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나? 설명이 덧붙을 거라 생각한 우리의 시선이 단랑을 응시했다. 목소리가 낮아지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됐다. 조금은 심각한 얼굴로 단랑의 말을 듣는 우리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작게 입술을 벌리고 놀라기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평범한 시선에서 밤의 바다가 위험한 건 어둡기 때문이다. 빛이 없는 곳에선 작은 위험도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다들 잠에 들 시간이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도움 받기도 어려웠다. 근데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니. 지하상가에서의 일을 떠올린 우리가 작게 찌푸렸다. 확실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무서웠다.

"본가가 예성시에 있는 이유가 있었구나. 음..., 그럼 단랑이 너도 졸업하고 나면 같은 일을 하게 돼?"

아직은 졸업까지 멀긴 했지만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리 기울었다. 만일 정말 그렇게 된다고 해도 서로 오가며 교류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부담 주기 싫어 말하진 않을 테지만.

331 우리주 ◆s8rBL8FbnM (u.i5x3Dh0A)

2021-08-01 (내일 월요일) 17:48:15

아유 놓치실 수도 있죠! 우리 느긋하게, 즐겁게 돌려요~ ㅎ-ㅎ 덕분인지 어제 푹 쉬고 푹 잤답니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오늘 날씨가 무진장 습하고 더워요.. 앉아있는데도 땀이... ㅋㅋ큐ㅠㅠㅠㅠ 단랑주 시원한 곳에서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332 단랑주 ◆lh92e4yUdY (.uEB7GPURM)

2021-08-01 (내일 월요일) 20:59:53

일요일이 그렇게 편안하지는 못했어요 yy 우리주께서만이라도 지금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쾌적한 저녁 보내고 계시길 빌어요 88 그래도 푹 주무셨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밤도 어제만큼 편안히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답레는 곧 써오겠습니다.

333 단랑 - 우리 ◆lh92e4yUdY (.uEB7GPURM)

2021-08-01 (내일 월요일) 22:07:29

"예성시의 바닷가는 그래서 밤에도 안전한 편이지만 만일이라는 건 있으니까... 만일이라는 말이 제일 무섭지." 하고 단랑은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신이 운정지하상가에서 마주친 그 유충도 만일 유충이 그 많고 많은 터널들 중 지하상가에 숨어들었다면, 이라는 말이 현실로 이루어진 게 아니던가.

"아아니."

당신의 질문에 단랑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건 외가 삼촌이 알아서 하고 계시기도 하고, 나름대로 고향에 정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경쟁이 세다구... 반쯤은 농담이지만." 농담이지만, 하고 덧붙이면서 단랑은 옅게 웃었다. 그러다 단랑은 갑자기 조금 먼 산을 보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졸업하고 나면─..."

조금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되어서 고민하던 단랑은 당신과 눈을 마주쳐왔다. 석류같은 눈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는.

"그러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떡할까?"

단랑은 미술부가 아니었던가?

334 우리주◆s8rBL8FbnM (9HYE8/kD2A)

2021-08-05 (거의 끝나감) 20:51:33

제가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ㅠ-ㅠ...
다른 게 아니라 답레를 계속 쓰고는 있는데 이상하게 우리가 손에 붙지를 않아서 늦어지고 있어요. 제가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래도 편지 이후의 상황을 명확히 생각해두지 않은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 정도 편지를 썼으면 말랑하고 다정한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는데 그 이상으로는 따로 생각해둔 게 없었거든요.
설정에 있어서 상당 부분 단랑주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구요. 단랑주 덕분에 우리와 단랑이의 세계가 조금씩 구체화된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설정을 잘 짜는 편이 아니라 많이 막히는데 늘 단랑주가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답레 완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어쩌면 단순히 답레 쓰는 것 이상의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기도 해요. 웬만하면 답레랑 같이 오려다가 시간을 많이 지체했네요 ㅠ-ㅠ 소식이 늦어 죄송합니다...!

335 단랑주 ◆lh92e4yUdY (ozMc4GtGUE)

2021-08-05 (거의 끝나감) 21:23:16

죄송해하실 것 없어요. 어서 오세요 우리주. 집에 들어오면서 폰 들여다보다가 후다닥 서둘러 왔네요..

애초에 세계관이라거나, 두 사람의 이야기라거나 같은 것들을 모두 우리주와 이야기해보면서 차근차근 맞추어나가려고 했는걸요. 오히려 제가 우리주께 단서를 너무 못 드려서 답레 쓰시는 데 고생시켜드린 게 아닌가 걱정이네요. 어떤 고민을 하실지는 우리주의 자유이지만, 그 과정에서 혹시 제가 도와드리거나, 대답해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을 남겨주세요. 우리와 단랑이가 사는 세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 어떤 설정을 잡고 있는가, 라던지요... 확인하는 대로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여우에 씌이고 난 후 우리의 종족(?)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가, 수명의 차이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모두 해답이 준비되어 있으니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그러니 충분히 생각을 가지시되, 고민에 너무 신경을 쏟지 않으셔도 돼요. 맞지 않는 부분은 서로 이야기해서 맞춰나가면 되는 거고, 저는 우리주께서 행복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시면 좋겠어요. 기다리는 것은 잘하는 편이니까, 시간이 늦어진다고 부담 느끼시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336 우리 - 단랑 ◆s8rBL8FbnM (rUTHlWL5..)

2021-08-10 (FIRE!) 16:26:11

“너희 가문 덕분에 예쁜 바다를 볼 수 있는 셈이네.”

우리가 웃었다. 만일의 일이 중요하다는 말엔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본인에게 닥치면 겪어야 하는 일이니까. 우리가 우연히 여우가 된 단랑을 마주치게 된 것도, 지하상가에서 유충을 만나게 된 것도 다 그렇게 벌어진 일이 아니겠는가.

“하긴, 아무래도 나고 자란 곳이 익숙하고 좋겠지.”

새삼 단랑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혼자-물론 하숙집에서 지낸다고 했으니 누군가와 함께 지내긴 하겠지만- 자리를 잡고 지내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거라 생각됐다. 우리와 단랑 모두 고작 열일곱일 뿐이니까. 처음 해보는 일들이 낯설고 가끔은 두렵게까지 느껴지는 건 똑같으리라.
단랑이 고민하는 기색을 표하자 우리가 눈썹 사이를 좁히며 덩달아 고민했다. 단랑의 말에 집중하다보니 자연히 따라 생각을 하게 됐다.

“역시 아직 결정하기엔 이르지?”

조금 더 고민하던 우리가 이내 눈가를 접어 웃었다. 고작 열일곱이다. 아주 긴 시간은 아니라도 졸업하려면 아직도 멀었으니 아직 생각할 시간이 남아있었다.

"근데 넌 어떤 일을 해도 잘할 거야."

단랑은 성적도 최상위권에, 미술부 소속이 아니던가. 그의 그림을 본 적은 없지만... 꽤나 멋진 그림을 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말이다.

337 우리주 ◆s8rBL8FbnM (rUTHlWL5..)

2021-08-10 (FIRE!) 16:31:07

설정은 진행하면서 찬찬히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랑주가 단서를 안 주신 것보다는 제가 우리를 '다정한 말랑이'라는 것까지만 생각하고 시작해서 캐릭터가 납작해진 것 같아요 ㅠ-ㅠ...
우리랑 다시 가까워지려고 맘 편하게 먹고 레스 쓰고 있어요. 단랑주가 해주신 말 덕분이네요. 앞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보고 레스 쓰고 설정 잡는 데 참고하도록 할게요.
1:1이 혼자 꾸려가는 얘기가 아닌데 혼자 너무 고민한 것 같아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또 단랑주도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해주신다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338 단랑 - 우리 ◆lh92e4yUdY (yh/smdrAc6)

2021-08-10 (FIRE!) 17:40:06

"잘할 수 있는 일보단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

당신의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단랑이 꺼낸 말이었다. 그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당신에게로 시선을 되돌렸다. 철컹철컹, 하고, 기차가 당신과 그의 여름을 달리는 나지막한 박자가 자장가 같다.

"잘하는 일을 하면 그건 행복한 걸까?"

단랑은 눈을 반쯤 감았다. 열일곱의 청춘- 진심으로 인생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기 좋은, 잔잔한 대격변이 시작되는 나이다. 열여섯까지 예성시에서 온실 안의 화초처럼 자라오던 단랑에게는 변화의 너울이 더 높게 치밀었으리라, 당신을 포함하여 열일곱의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단랑 역시도 방황을... 잔잔하고 고요하며 얌전하게, 그 나름대로의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착각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는 지금 혼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몰랐다. 문득 딱히 미소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단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너한테 예성시의 바다를 나눠줄 수 있는 건, 행복해."

반쯤 감긴 그의 눈이 왜인지 조금 졸려보이는 것도 같다.

"넌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해?"

너도 나눠줘. 하고 단랑이 포슬포슬 웃었다.

339 단랑주 ◆lh92e4yUdY (yh/smdrAc6)

2021-08-10 (FIRE!) 17:42:34

>>337 그런 고민까지 하신다는 점에서 우리주는 정말 좋은 방향으로 세심한 분이세요. 그래도 캐릭터는 혼자서도 살을 붙여나갈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와 어울리며 이야기를 써나가면서도 서로 살을 붙여줄 수 있으니까요. 우리주께서 단랑이와 어울려주실 준비가 되셨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단랑이와 어울려주세요. 저 역시도 우리주와, 우리와 어울리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니까요, 오늘도 함께 있어주셔서 고마워요. 우리주도 오늘 저녁이 행복한 저녁이 되기를 바라요. 복날인데, 저녁에는 뭔가 맛있는 것을 드시는 건 어떨까요?

340 우리주 ◆s8rBL8FbnM (w/XcFCSkDs)

2021-08-13 (불탄다..!) 20:03:33

그렇게 봐주신다는 점에서 단랑주도 따뜻하게 세심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감사해요! ㅎ-ㅎ
기다리는 게 익숙하다곤 하셨지만 종종 와서 진행소식 정도는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우리가 손에 붙었다가 안 붙었다가 하는 중이라 당분간은 답레가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ㅠ-ㅠ 단랑이 질문이 귀여워서 빨리 답 드리고 싶은데 손이 마음 같지 않네요... 제가 우리랑 많이 가까워지면 또 말씀 드릴게요! 언제나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저녁 되시고 주말도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341 단랑주 ◆lh92e4yUdY (aVvR4y7SRQ)

2021-08-13 (불탄다..!) 20:12:33

이 스레를 진행하는 데에 부담같은 것을 갖거나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 오셔서 말씀 남겨주시는 게 기뻐요. 충분히 생각해보시고 우리와 충분히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신 다음에 즐겁게 돌릴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단랑이를 만나러 와주세요. 우리주도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회사가 대체공휴일을 우리주께 챙겨주었기를 바라요..(파들)

342 우리주 ◆s8rBL8FbnM (jEkW2t/rRs)

2021-08-19 (거의 끝나감) 17:43:52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은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됐어요. 답레를 쓰면서 계속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이쯤에서 우리를 놓아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온건하고 다정한 캐릭터를 어려워하는 걸 간과하고 캐릭터 짠 제 잘못이 가장 크네요. 굴리다보면 손에 붙을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멀어지는 느낌만 들더라구요.
늘 기다려주시고 배려해주셨는데 이런 말씀 드리게 돼서 죄송해요. 답장이 올 거라고 기대 안 한 편지에 답장 보내주신 것부터 초반부 이야기 이끌어주신 것까지 모두 감사드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름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결국 이런 말씀 드리게 돼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ㅠ-ㅠ...

343 단랑주 ◆lh92e4yUdY (NRJ9c.y4Ng)

2021-08-19 (거의 끝나감) 18:28:54

안녕하세요 우리주. 요즘 날씨가 꽤 선선하던데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리라 믿어요.

우선 우리주께서 남기신 말씀에 대답부터 드리자면, 저는 우리주의 선택을 존중해드리고 싶네요. 우리주께서 우리를 굴리기 어렵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힘겹게 짠 캐릭터가 막상 돌려보니 손에 잘 안 맞는다던가... 자꾸 제 손을 벗어난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우리주가 어떤 기분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셨는지 조금은 알아요.

사실, 우리주와 우리와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꽤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우리주께서 우리가 손에 맞지 않는다시면 다른 캐릭터를 짜오셔서 단랑이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우리주께선 그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일로도 꽤 바쁘셨죠. 그러니 저는 우리주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드릴게요.

그 동안 우리를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일들도,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우리주께도 우리주가 제게 주셨던 행복만큼의 행복이 찾아가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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