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223> [1:1/GL] 파란 안개꽃 필 때 2 :: 569

에바주

2021-06-01 19:23:44 - 2023-04-07 23:25:04

0 에바주 (bjRVl5Rm4s)

2021-06-01 (FIRE!) 19:23:44

그대에게.

359 에바주 (KjjhgYh8rE)

2022-03-27 (내일 월요일) 18:59:08

뭔가 우리가 익숙한 건 한국인데 한국 배경에 외국 이름이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랬어. 그냥 대강 평행우주의 한국 비슷한 어딘가로 하면 될 것 같아. 시작은 내가 적을게. 어, 나이는 어떻게 할까. 십대도 끌리고 성인인 것도 끌리는데. 십대라면 어차피 학생이니까 따로 생각할 필요 없지만 성인이라면 직업도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고. 그리고, 나도 보고 싶었어.

360 레아주 (6f9On9duKM)

2022-03-27 (내일 월요일) 19:21:57

음, 나도 바꿀까 해봤는데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다른 캐릭터 이야기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냥 적당히 평행우주 같은걸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나이는 음... 스무살 초반의 서로 다른 대학을 다니는 나잇대면 좋지 않을까 싶어. 한명은 미리 취업을 했다고 해도 좋을 것 같구? 에바주도 보고 싶었구나. 기쁘다~

361 에바주 (.vmS.BulyI)

2022-03-31 (거의 끝나감) 02:05:58

응. 좋아. 새삼스럽게 떠오른 건데 아슐레아 이름 정말 좋은 것 같아. 부를 때 어감도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이름. 그럼 기왕 하는 거 스무 살, 스물 두 살로 할까? 아니면 스물다섯, 스물일곱. 만약 대학생이라고 한다면 레아는 어떤 과를 지망할 것 같아? 에반젤린은 완전 예체능 계열이거나 의외로 돈에 집착하는 안전제일주의 느낌으로 무난하게 취업할 수 있는 과거나 할 것 같은데.

362 레아주 (iBoWbZ1FPY)

2022-03-32 (불탄다..!) 21:31:04

에반젤린도 좋은걸. 레아주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잘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이름부터 뭔가 주변에 반짝이가 날아다니는 느낌. 음... 스물 둘, 스물 넷은 어때? 한명은 갓 취업핶다던지 해도 좋을 것 같고. 레아는..음.. 예체능쪽이지 않을까 싶어. 물론 평범한 곳을 택랑지오 모르지만?

363 레아주 (dA.dC69.OM)

2022-04-03 (내일 월요일) 17:35:41

갱신할게. 에바주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으려나..

364 레아주 (RToVremeN.)

2022-04-06 (水) 21:59:33

많이 바쁜 모양이네. 일단 갱신할게.

365 에바주 (Z5XPXK1AsY)

2022-04-06 (水) 22:13:10

방금 전에 들렀었네. 늦어서 미안해. 무슨 봄 맞이 프로모션을 한다면서 이것저것 겹치는 바람에 너무 정신이 없더라. 원래 계획은 한 3일 전에 아예 스타트를 끊어서 짠 하고 들고오는 거였는데 실패해버렸네. 이렇게라도 안 남기면 더 미뤄지게 될 것 같아서 왔어. 으, 미안. 잘 지냈어, 레아주?

366 레아주 (7j.fKT.U2A)

2022-04-09 (파란날) 21:26:22

에바주가 왔었다니... 많이 바쁜 모양이구나. 어서와, 에바주. 잘 지내고 있지?? 얼른 시작하구 싶다...!

367 에바주 (Vkq9GF1Cqw)

2022-04-12 (FIRE!) 02:18:37

진짜 이번 주 내로는 내가 스타트 끊어서 들고 올게... 4월만 지나면 다 끝이야. 그 이후는 좀 더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아. 날이 엄청 더워졌어. 한순간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 벌써 에어컨 틀고 싶을 지경이라니까.

368 레아주 (Ze7sgLwWEU)

2022-04-13 (水) 19:45:10

음, 그러면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4월만 지나면 좀 나아지려는걸까. 다행이네. 에바주가 너무 힘든건 아닌가 싶었는데. 근데 오늘은 또 쌀쌀한 것 같고 그러네. 잘 있지?

369 레아주 (qzGZI86W.E)

2022-04-15 (불탄다..!) 14:51:39

에바주는 바삐 보내고 있으려나. 힘내면 좋겠는데. 날이 따뜻해졌다 쌀쌀해졌다 반복하는 것 같아서 건강도 걱정이야.

370 에바주 (MqQzNP1O26)

2022-04-15 (불탄다..!) 21:06:15

맞아. 좀 더워졌다 싶어서 입고 있던 것 좀 치워두고 나가면 그 날은 귀신같이 들어오는 날 춥더라. 조금씩 오는 비도 거기에 한몫 거드는 것 같아. 감기 걸리지는 않았지? 나는 퇴사 일정이 확정돼서 그거에 맞춰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 중이야.

371 레아주 (Di2IBxhbXw)

2022-04-15 (불탄다..!) 21:15:30

맞아맞아, 그래서 이럴 때 더 감기 조심해야하는거 알지? 나는 건강하니까 걱정안해도 괜찮아~ 에바주는 퇴사 준비하느라 바쁘긴 하겠네... 그래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어서와~

372 에반젤린 - 아슐레아 (h.AdJ80hjI)

2022-04-19 (FIRE!) 04:29:34

여러분은 꿈이 있나요?

진부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그 진부한 멘트마저 사람을 들뜨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가지는 모양이다. 대학교의 입학식이었다. 조금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강당 안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신입생들로 가득했다. 단상 위에 올라선 총장의 첫 마디에 집중하는 아이들도 있는 한 편, 얼른 식을 마쳤으면 좋겠다는 듯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에반젤린의 경우에는 전자에 속했다. 꿈이라. 거창한 말이었다. 꿈보다는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에반젤린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았다. 일단은 장학금을 받아야겠지. 그리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왕 대학에 들어왔으니 교수를 통해 직장을 구하는 것도 좋겠다, 까지 이어진 생각의 끝에 에반젤린은 조금 좌절하고 말았다. 꿈이라고 하면 뭔가 좀 더 상큼한 느낌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이렇게 삭막한 사람이었나. 자신을 애늙은이라고 놀리며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다던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 그럴 리가. 코끝을 찡그린 에반젤린은 이어지는 생각을 애써 떨쳐내며 연설에 집중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말투는 덤덤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과연, 대학의 총장쯤 되면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많은 사람의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제법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에반젤린은 잘 알고 있었다. 전교 회장을 맡은 탓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앞에 서서 떠들어야 했던 지난 기억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무신경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던 자신이었지만, 그런 순간을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어찌 됐건 긴장한 티를 내면 지는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총장님도 나랑 비슷할까? 생각이 자꾸만 쓸데없는 공상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어쩌면 자신도 들떠있는지도 몰랐다.

이어지는 연설은 뻔하지만 와닿는 내용 그 자체였다. 학교는 그런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있으며, 꿈의 완성까지 함께 해주겠다는 게 요지였다. 사람들이 죄다 일어나서 박수를 칠 때까지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에반젤린은 한 박자 늦게 몸을 일으킨 탓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박수를 쳤다. 처음이라서 그래, 처음이라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낯선 공간이었지만 에반젤린은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자신감의 기반은 자기 자신의 노력이었지만 그 외에도 있었다. 낯선 곳이지만,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던 사람이 이곳에 있었으니까.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강당을 벗어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에반젤린은 지난 추억속의 얼굴을 떠올렸다.

.


진짜 가?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동그랗게 떠진 눈이 오늘따라 멍청하게 보였다. 턱을 괸 채로 올려다 보고 있으려니 창문에서 비쳐드는 햇빛 탓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쩔 수 없다며 멋쩍게 웃는 얼굴이 얄미웠다.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지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슐레아는 그런 걸로 농담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쩐지 멍한 기분이었고, 그 탓에 제대로 된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반쯤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우리가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이삿짐을 싸는 걸 도와주러 와서 선반에 올려진 잡동사니들을 박스에 담는 지금까지도 거짓말처럼 여겨졌다. 종종 보러 온다는 말이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정도로 먼 곳이었다. 그 정도면 사실상 지구 반대편이랑 다를 게 뭐람? 고등학생 혼자서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거리였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면서 그래놓고, 뭐? 연락을 자주 하면 돼? 물론 아쉽고, 어쩌면 슬프기까지 한 건 아슐레아도 못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가 심통부리지 않을 이유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안 가면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정신차려, 에반젤린. 네가 애야? 부모님의 직장이 통째로 바뀌어버린 탓에 진학하는 학교도 그쪽으로 맞췄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했지만 그 사실을 제일 먼저 나에게 얘기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놈의 입은 왜 자꾸 제멋대로 움직이나 몰라. 박스에 테이프를 칭칭 감는 와중에도 삐죽이는 입술 끝을 애써 끌어내리며 평소처럼 덤덤하게 굴어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언니. 자주 쓰지도 않던 호칭까지 불러가며 이어지는 말에 스며든 옅은 울음기를 부끄러워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는 나보다도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얼굴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고, 그렇게 떠났다. 연락은 이어졌지만 옆집에 붙어살 때 만큼은 아니었다. 텀이 길어질 때도 있었고, 그 이유가 내게 있을 때도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바로 이 때를 위해서였다. 같은 대학에는 원하는 과와 사정을 맞출 수 없어 진학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에 도착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니까. 처음 이 사실을 말했을 때 놀라워하던 목소리가 생생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덕분에 나는 담담한 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쪽 일정이 바빠진 탓에 오자마자 만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뤄진 날이 오늘이었다. 입학식 당일. 늦지 않게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끊어진 연락에 보채고 싶지 않아 외면하던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익숙한 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컬러링이 이어지는 시간마저도 억만년처럼 길게 느껴지던 순간, 답이 들려왔다.

어디, 야?

웅성거리는 소음에서 벗어나고자 밀려든 사람들을 비집고 출구로 나서며 묻는 말에는, 숨기지 못한 기대가 묻어나왔다.

373 에바주 (h.AdJ80hjI)

2022-04-19 (FIRE!) 04:31:47

제대로 사정을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늦어서 미안해. 레아주는 항상 기다려준다고 말하는데 너무 무책임하지. 정말 미안해. 5월이 되면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잘 있어? 그랬으면 좋겠다. 내용 이야기는 내일 다시 올게. 잘 자, 레아주.

374 아슐레아 - 에반젤린 (jtDzPO3jN6)

2022-04-19 (FIRE!) 09:50:57

진짜 가?

언제나 어른처럼 똑부러지던 그 아이가, 아주 오랜만에 어린 아이처럼 옷소매를 붙잡고 물어오듯 던져오는 그 말에 나는 그냥 웃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 아이에게 내가 안 가면 안되냐고 부모님을 붙잡고 울고 불고,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반항도 해봤다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분명 이 아이도 슬플테니까. 나만큼 슬플테니까, 이 이상의 슬픔이란 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가고 싶지 않아, 내 삶에서 네가 떼어진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괜찮을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 아이 앞에선 태연하게 연기를 했다. 살면서 내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이삿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면서 계속해서 눈길을 주는 것이 느껴졌지만 난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 시선을 피했다. 울 것 같았으니까.

안 가면 안 돼?

그러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어. 네가 졸업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혹여 그 사이에 네 곁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생길까봐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 내 삶에서 네가 내 곁에 있었던 시간이, 없었던 시간보다도 많은데. 가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부모님을 붙잡아서 계속해서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차라리 너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그게 널 망칠 걸 알기에, 너와 날 더욱 더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게 될 것을 알기에 그럴 수가 없어. 그러다 네가 마지막으로 매달리듯 물어오는 그 말에 묻어난 울음기에 난 결국 연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아, 간신히 참았는데. 네게 짐을 하나 더 얹어주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는데. 한없이 모자란 나는 결국 네 앞에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얼굴을 해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서둘러서 네 곁을 떠났다.

그렇게 너와 헤어지고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공부도 힘들었고, 네가 없는 시간들도 힘들었고, 낯선 환경에 나홀로 떨어졌다는 사실도 너무나도 괴로웠다. 네가 보고 싶어, 네 목소리를 들을 때면 언제나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아서 너와의 통화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싫은 건 아니었다. 사실은 너의 목소리를 듣고난 후엔 외롭고 슬펐지만, 그래도 힘이 났다. 내가 나로서 버틸 수 있는 건 너와의 연락 덕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너와 살던 곳에서 떠나 하루하루 적응해나갔다. 연락이 뜸해진 건 서로의 사정이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역시 힘들었다. 그래도 대학 발표가 있던 날에는 휴대폰을 꼭 쥔 체 하루를 보냈다. 연락이 올까? 나 같은건 이미 잊은지 오래라서 연락따윈 오지 않는걸까. 하루에 한번씩 너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할 때마다 불안했다. 너와 함께 해온 세월은 길지만, 내 빈자리는 오래 걸리지 않아 채워질까봐 불안해서 몰래몰래 너의 사진을 살펴왔다. 그러다 네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하루 종일 울어버렸다.

이제야 다시금 너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네 옆자리는 내 자리였는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기뻐서, 기뻐서 하루 종일 울어버렸다.

*

나 지금 왔는데.

입학식을 맞이해서 북적이는 건물 앞에 서서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곤 네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재잘대며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잔뜩 긴장한 체로 말라가는 입술을 적셨다. 그래도 입학식이니까, 왠지 차려입어야 할 것 같아서, 일을 할 때 챙겨입는 캐주얼한 정장을 걸치고 왔는데 이상하진 않을까. 괜스레 어깨에 걸친 숄더백을 고쳐 매기도 하고, 검정색 정장 자켓을 매만지기도 하면서 머뭇거리다 네게 전화를 걸어. 가족들이랑 같이 와서 나를 볼 시간 따위는 없는데 괜히 나 혼자 들뜬 것은 아닐까. 내 모습이 볼품 없어서 나를 봐도 실망한 기색을 내보이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들이 몰아친다. 그래도 네가 날 보면서 웃어줬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날 대해주지 않아도 날 보며 웃어주면 정말로 행복할텐데.

지금 강당 앞이야. 사람 되게 많네, 역시..

들고 있던 꽃다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네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오기 전에 화장실이라도 한번 더 가서 머리는 이상하지 않은지, 화장은 괜찮은지 확인하는게 좋을까. 자꾸만 입 안이 말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면접 같은 걸 볼 때도 이렇게 긴장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왜 널 기다리는 몇분이 이렇게 초조한지 모르겠어. 그러다 난 얼음처럼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어. 사람들을 비집고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잊을 수 있을리가 없는 네 모습이 보였을 때 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였어. 아, 큰일이야. 또 눈물이 날 것 같아.

" .... 오랜만이네 "

천천히 스마트폰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곤 네 앞에선 널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걸까, 역시 이상하지는 않았나? 안녕이라고 웃으며 반기는게 맞았을까? 어색한 미소를 지어서 네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꽃다발을 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한걸음, 네게 다가서서 천천히 꽃다발을 내밀어. 역시 난 널 놓치고 싶지 않아.

" 보고 싶었어, 에바. "

375 레아주 (jtDzPO3jN6)

2022-04-19 (FIRE!) 09:53:01

괜찮아. 난 에바주가 잊지 않고 와주는 것만으로도 늘 고맙고 기뻐하고 있으니까. 에바주는 무책임하지 않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5월엔 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기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을게. 난 잘 있으니까 내용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이야기 해보자 기다릴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376 에바주 (h.AdJ80hjI)

2022-04-19 (FIRE!) 23:30:46

항상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응. 정말로. 이런 말로 내 감사함이 다 전해질지가 의문이야. 연락이 중간중간 끊어지는 건 나인데도 말야. 레아주 덕분에 얻는 게 많은 것 같아. 어, 일단 적었던 건... 연애중인 건 아닌 설정인데. 오히려 새 시작이면 이쪽이 낫지 않을까 싶었어. 뭔가 시도하기에도 말야. 그리고 에반젤린은 위엄을 많이 벗어던진 것 같지? 아직 다잡지는 못했는데 이래저래 원래 모습보다는 좀 이리저리 튀는 걸 그려보고 싶었어.

377 레아주 (1tsmHwSLpg)

2022-04-19 (FIRE!) 23:45:37

늘 잘 전해지고 있는걸. 음, 대충 그런 것 같아서 마음속에 감정을 품고 있는 모습으로 답레를 써봤어. 에반젤린의 저런 모습도 신선하고 참 좋은 것 같아. 에바가 뭘 하든 좋겠지만. 레아는 아직은 본편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에바 앞에선 그럴 수 밖에 없지. 오늘 하루 잘 보냈어?

378 에바주 (h.AdJ80hjI)

2022-04-19 (FIRE!) 23:57:06

이런 걸 일상적인 일이라고 전하기에는 역시 미안함이 크지만, 그래도 레아주가 내 일상 속에 함께 하고 있다는 건 알려주고 싶어. 이제 겨우 하나 주고 받았을 뿐인걸. 다르든 같든 아무려면 어때. 레아는 언제나 사랑스러우니까 그걸로 됐어. 응. 좀 멍한 하루였어. 졸린 탓일까. 레아주는 어땠어?

379 레아주 (mWCEUDJyw2)

2022-04-20 (水) 00:00:29

잘 기억해둘게. 잊지 않을거야. 좋게 봐주는 건 늘 고맙고 기쁘고 그라. 나는 좀 바쁜 하루 였는데 그래도 계속 바쁜 건 아니여서 다행이였어.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네, 고생했어 에바주. 이제 푹 쉬자.

380 레아주 (iJik0LoMy.)

2022-04-20 (水) 23:21:27

에바주는 좋은 하루 보냈으려나.

381 에바주 (1wCkmfoabI)

2022-04-26 (FIRE!) 10:17:21

생존 신고. 매번 답레랑 함께 와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일상적인 답도 늦춰지는 것 같네. 요즘 자꾸 쓸데없는 꿈을 꾸면서 잠을 좀 설쳐서 정신이 없어. 그래도 이번 주만 지나면 좀 한가해질 예정이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많이 변할 예정이기도 하고. 레아주, 잘 있니?

382 레아주 (13ieNc/DXI)

2022-04-26 (FIRE!) 11:24:13

어서와, 에바주. 그래도 곧 한가해질 예정이라니 다행이네. 여태 에바주가 너무 고생해서 아픈 건 아닌가 싶었거든. 나는 잘 있어. 에바주는 끼니는 잘 챙기고 그러는거지?

383 에바주 (5rZBPHd2Nc)

2022-04-28 (거의 끝나감) 00:50:10

그럼. 먹는 낙으로 사는걸. 그것도 조만간 땡이지만 말야. 일 관두면 좋은 걸로 잘 챙겨 먹고 그래야지. 날이 미묘하게 더워. 그래서 미묘하게 선풍기랑 에어컨이 필요해... 애매한 날씨 참 싫다. 아예 더우면 확 에어컨 틀어버릴 텐데. 이럴 때 감기 걸리기 딱 좋긴 하지? 이번 주도 이제 겨우 절반이야. 일이 바쁘니까 시간이 금방 간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훅훅. 레아주는 좋은 하루 보냈어?

384 레아주 (/odkjuIsSM)

2022-04-28 (거의 끝나감) 00:52:49

응응, 좋은 걸로 챙겨먹고 그러자. 날도 더워져서 기력 보충도 하고 그래야지. 난 감기 걸려서 약 먹구 있어. 에바쥬는 조심하자. 난 좋은 하루 뷰냈어. 에바주는 어땠어?

385 에반젤린 - 아슐레아 (Bi5jTU78O2)

2022-05-04 (水) 06:46:32


솔직히 얘기하면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컸다. 2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얼굴 한 번 못 본 채로 흐르기에는 긴 시간이었으니까. 더군다나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알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 아슐레아가, 언니가 낯설게 느껴질 리가 없잖아. 내심 불안함을 감추며 건넨 말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그래.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이 한 번에 몰려나온 탓에 우글거리는 입구를 벗어나 재빨리 고개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게 너라는 사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학생들을 기다리느라 넓게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거짓말처럼 네가 내 눈앞에 서있었다. 한 사람만 보인다는 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새빨간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제법 어울리는 정장 차림.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미소가 마음에 걸릴 틈도 없었다.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거의 달리다 싶은 속도로 한달음에 다가선 에반젤린은 덥석 레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길을 잃은 꽃다발이 제 등 뒤에서 흔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아무려면 어때. 이토록 속에 담아둔 마음이 컸을 줄은 몰랐었다. 대담하게 끌어안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품 안에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자 급격하게 돌아오는 정신에 에반젤린은 머릿속으로 이 다음 대처를 맹렬히 고민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나도 보고 싶었어.

결국 내뱉을 수 있었던 건 담백한 말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말은 더 없었다. 응, 보고 싶었으니까.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에반젤린은 스스로 칭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았을까? 애도 아니고, 왜 안겨들어선. 아니. 반가우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새삼스럽게 내외할만한 사이도 아닌데 말야. 그래도 된다 파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파가 나뉘어 에반젤린의 머릿속에서 치고박고 싸우는 사이에 몸의 주인은 담대한 척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갈등을 끝맺었다. 여전히 품에 허리를 안은 채로 빼꼼 고개만을 들어올린 에반젤린의 시야 앞에 불쑥 들이밀어진 얼굴에 흠칫 놀란 것도 잠시, 양 입꼬리를 말아올려 태연한 척 미소 짓는 것에 성공한 에반젤린은 또다시 자신을 칭찬했다. 새 학기, 여러 장소에서 모였을 또래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갈고 닦은 연기력과 꾸준히 이어온 마음 공부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에반젤린은 침을 삼켰다.

잘 지냈어, 요?

386 에바주 (Bi5jTU78O2)

2022-05-04 (水) 06:48:53

오늘이면 끝이야! 인수인계도 끝났고, 끝, 끝. 끝은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라지만... 한동안은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그리웠어, 레아주. 늦은 연락 미안해. 감기 걸렸었구나. 지금은 다 나았을까? 많이 아팠던 건 아니야? 약 먹고 조심해서 보내. 지금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자가 많이 흔들렸나봐. (농담) 내용이 좀 짧아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는 꾸준히 답 줄 수 있도록 노력... 으으, 너무 뻔한 말이지. 아무튼, 보고 싶었단 뜻이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이따 다시 봐.

387 레아주 (50czCimrOs)

2022-05-04 (水) 17:19:56

어서와 에바주. 고생했어, 한동안 여유를 갖게 됐구나? 다행이다. 지금은 나도 괜찮아. 답레는 빨리 줄 수 있도록 해볼게. 오늘도 좋은 하루 모내고 있을까?

388 에바주 (go6t9sdw5k)

2022-05-04 (水) 18:12:07

으응. 이제 바쁜 일은 어쩔 수 없는 것들 말고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들 밖에 안 남았어. 퇴사... 기분이 싱숭생숭해. 뭔가 어색하고 말야. 괜찮다니까 다행이다. 모쪼록 몸 조심해. 이제 마스크 벗고 다녀도 된다는데 여전히 대부분은 쓰고 다니는 걸 보면 뭔가 안심이 돼. 나는 밖에서 쓰고 다니는 거 나쁘지 않다 파여서. 레아주는 얼른 벗고 싶으려나? 난 여행 비스무리하게 놀러 왔어. 느즈막히 온 거라 좀 피곤하네. 레아주는 좋은 하루 보내고 있니?

389 에바주 (03HuQe2ZqI)

2022-05-06 (불탄다..!) 17:15:45

오늘은 내가 갱신. 휴일 잘 보냈어? 오늘까지 사이에 끼었으니까 쭉 쉬었으려나. 어린이날 기념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그래도 5월 5일만 되면 뭔가 기분이 좀 다른 거 있지. 하지만 내가 다른 애들 어린이날 챙겨주기 시작하면 더이상 달갑지 않을 것 같긴 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390 레아주 (m8LYrzBbiA)

2022-05-06 (불탄다..!) 18:11:12

어서와! 에바주! 난 잘 보냈어. 답레도 끄적거리고 있구.. 늦어도 주말 안에는 답레 줄 거 있을 것 같아. 에바주랑 좀 더 이야기도 하고 그러고 싶네. 시간이 맞았으면 좋겠어.

391 에바주 (03HuQe2ZqI)

2022-05-06 (불탄다..!) 18:28:42

나도 레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시간 맞는 일이 이제는 조금 더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레아주가 귀찮을 정도... 까지는 아니구. 잘 있었다니 다행이야. 나는 지금 놀다 와서 몸이 축축 처져. 어디든 멀리 다녀오는 일은 쉽지가 않네. 역시 집이 최고라니까. 레아주는 연휴 동안 푹 쉬었어? 주말까지 이어지는 거니까 아직 끝나기엔 멀었지만 말야.

392 레아주 (m8LYrzBbiA)

2022-05-06 (불탄다..!) 18:45:29

귀찮을 일은 없을텐데 말이지. 그렇게 자주 볼수록 나야 더 좋을테니까. 놀다 왔구나. 바삐 지내다가 놀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지. 에바주가 잘 놀고 온 것 같아서 다행이야. 어젠 잘 쉬었고 오늘은 할 일 하면서 틈틈이 보는 중이야. 에바주는 주말에도 잘 쉬려나?

393 에바주 (03HuQe2ZqI)

2022-05-06 (불탄다..!) 21:48:25

그래주면 나야 고맙구. 항상 미안한 마음이 더 컸으니까... 이 답도 아까 저녁 먹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집 들어와서 이것저것 정리 하고 손님 와서 저녁 먹고 하니까 또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주말에는 다음 주를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어버이날이라 사람들 모여서 식사하고, 뭐 그럴 예정이야. 계획 없이 살면 큰일날 것 같아서 준비해야겠어. 집에 오니까 굉장히 노곤하다. 하루종일 자도 밤만 되면 졸립다니까. 레아주는 요즘도 비슷한 시간에 자?

394 레아주 (kyxP3.IC16)

2022-05-06 (불탄다..!) 22:48:27

미안할 것 없는데.. 그냥 잊지 않고 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그런걸~ 어버이날엔 아마 나도 그럴 것 같긴 한데.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나도 평소처럼 자고 있는데 에바주는 일찍 자려나?

395 에바주 (RSjtFSBDP6)

2022-05-07 (파란날) 00:18:50

뭐랄까. 낮에 정신이 깜빡깜빡 꺼졌다 들었다 하면서 졸다가 밤에는 한 번 깨면 제대로 못 자고 잘 때는 쭉 자고 그래. 어버이날에 뭐 특별히 준비한 거라도 있어? 나는 뭘 해야할지 몰라서 매번 꽃 사들고 와서 다 있을 때 인사만 하고 그래. 남들처럼 막 이벤트 준비하거나 그런 게 너무 어려워. 정성이 모자란 탓이야...

396 레아주 (kXq3zOEVyg)

2022-05-07 (파란날) 00:23:26

에구.. 에바주는 정말 한동안 제대로 쉬어야 하겠는걸.. 딱히 크게 준비한 건 아니고 식사나 한끼 내가 사드리면서 간단하게 시간 보내려구. 우리집은 크게 막 일을 벌이거나 하는 편은 아니라서.. 후, 벌써 열두시네.에바주는 졸리려나?

397 아슐레아 - 에반젤린 (lsAl2sxr/g)

2022-05-07 (파란날) 18:03:15

조심스럽게 부르니 멍하니 날 바로는 너, 너도 나처럼 날 본 순간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느껴진 것일까. 아니면 유달리 나만 그런 것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미소를 지은 체 널 바라보며 서있었다. 뭐라도 하는게 좋을까, 예전처럼 머리를 쓰다듬어보는게 좋을까, 아니면 살가운 말 한마디라도 용기내어 던져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망설일 때, 무언가 따스한 게 내 품에 다가와 안겼다. 오랜만에 내 품에 파고든 널 처음에는 어색함에 허공에 머물던 팔을 움직여 천천히 감싸안았다.

아아, 얼마나 이 온기를 그리워 했던가. 얼마나 이 온기를 가지고 싶어했던가. 하지만 나는 이 아이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나라도 씩씩하게 참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립고 외로워서 몇번이고 널 보러 달려가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면서 그렇게 버텼다. 그리고 지금 그 인내의 대가를 돌려주는 것처럼 네가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작게나마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 자신도 보고 싶었다는 그 말을 하는 널 나는 좀 더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너와 내가 같은 마음이었구나. 나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였구나.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너는 알 수 있으려나.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네가 품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 있어서 나도 그저 말없이 널 품에 강하게 안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오늘은 큰 행사가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시선이 많지는 않았다. 다들 제각기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내 품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네 향기를 만끽하며 네가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귀엽게 고개를 뺴곰 내밀어 미소를 지어보이는 네가 조용히 물어오는 그 말에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이마를 맞대었다.

" .. 그럭저럭 잘 지냈어. 보기에도 그래 보이지 않아? 나름 단정하게 차려입었는데. "

천천히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한손을 들어올려 네 뺨을 어루만져주며 상냥하게 속삭인다. 이러지 말고 조용한 곳에 가서 너와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 시간을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몇번이고 소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듯 네 뺨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눈을 마주했다. 정말이지, 네 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짝였다. 나만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탐낼만한 아이, 그게 바로 너였다.

" 일단 입학식은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음, 다른 곳으로 갈까..? 여긴 사람도 많고... 오랜만에 봤으니까.. "

뺨을 어루만지다 천천히 손을 내려 네 손을 꼭 잡고는 자그맣게 속삭였다. 너무 속보이지는 않을까. 나만 널 독점하고 하고 싶어서, 이런 지나가는 시선들도 네게서 떼어내고 싶은 것은 너무 추해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가슴은 두근거리다 못해 미칠 듯 뛰어대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품에 안긴 네게 그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너와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럴 수 밖에 없는건.

나에겐 너만이 살아숨쉬게 하는 힘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398 에바주 (RSjtFSBDP6)

2022-05-07 (파란날) 23:11:39

오늘은 하루가 완전 순식간에 지나갔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뤄왔던 방 청소를 했거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완전 뒤집어 엎고 전부 털어내고 닦아내고 하다보니까 하루가 끝나버렸네. 어지러워라. 레아주, 주말 잘 보내고 있어? 답레는 조금 뒤에 읽어볼게. 또 설렌다.

399 레아주 (ojHlykTzgY)

2022-05-08 (내일 월요일) 00:05:59

에바주 어서와. 방청소 하다보면 시간이 훅훅 가지. 자주 하면 모르는데 그게 아니면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아무튼 고생했어, 어서와. 난 잘 보내고 있어~

400 에바주 (hhFs7Mb/8U)

2022-05-10 (FIRE!) 13:55:43

실은 자주 하더라도 금방 갈 것 같기는 해. 정리할 게 많더라고. 음, 일단 책이 너무 많아. 밀린 책도 좀 읽어야겠다. 이제는 시간이 있으니까. 안녕, 레아주. 좋은 오후야. 요새 날씨가 괜찮은 것 같아서 산책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 이럴 때 집앞이라도 돌아다녀야지, 싶다가도 잠깐 또 앉아 있으면 멍해지고 그래.

401 레아주 (I5P6s8PW/2)

2022-05-10 (FIRE!) 14:46:19

어서와, 에바주. 정리할건 해도해도 생기더라구.. 일단 날씨가 괜찮은 건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산책도 자주 하고 그래. 에바주도 산책도 하면서 바람도 쐬고 하면 좋을거야. 잘 지내고 있지?

402 에바주 (oVEPglBTm2)

2022-05-12 (거의 끝나감) 18:40:23

좋은 오후. 산책 대신에 다른 운동을 시작했어. 얼마나 운동을 안 하고 살았는지 조금만 해도 진이 쭉쭉 빠져. 근육통 안 오게 조절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 너무 심하게 하는 것도 곤란하니까. 몸을 좀 챙겨보려구. 워낙 막 써서 그동안 안 좋았던 거 해결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403 레아주 (0aQ1ZiUd4.)

2022-05-12 (거의 끝나감) 18:56:24

아, 좋은 생각했네. 운동은 분명 도움이 될테니까 무리할 때까진 하지말구 조심히 해보도록 해. 에바주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안심이네. 에바주도 좋은 하루야?

404 에바주 (oVEPglBTm2)

2022-05-12 (거의 끝나감) 20:01:00

그럼, 좋은 하루지. 좋지만 무난한 하루. 하지만 일상의 큰 부분이 사라지니까 뭐랄까... 잘 모르겠다. 백수인데 백수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냥 휴일인 것 같은 느낌. 놀고 있는데도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워커홀릭은 아니었던 것 같아. 레아주는 뭐 하면서 보냈어?

405 레아주 (aymjQfb0TY)

2022-05-12 (거의 끝나감) 20:22:19

좋은 하루라니 다행이야. 음, 그래도 지금의 여유를 즐겨보는 시간도 좋을 것 같아. 뭐든 쉬어갈 때가 필요한 법이니까. 나는 일 좀 하구 그러다보니까 벌써 이 시간이 됐네. 저녁은 먹었구? 식사도 잘 챙겨줘야지~

406 에반젤린 - 아슐레아 (STZ4nDDBdA)

2022-05-18 (水) 02:17:22

슬그머니 닿는 온기, 품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 조금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키가 조금 큰 것 같은데. 안겨드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 고개를 드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로 부끄러웠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고 있는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딱 그 두 배 정도 부끄러웠다. 침착하자. 속으로 되뇌이며 한숨을 뱉은 에반젤린은 이제야 아슐레아의 눈을 제대로 마주 볼 수 있었다.

음, 역시 키가 조금 큰 것 같은데. 인상도 좀 달라진 것 같아. 어쩐지 어른스러워 보였다. 아니, 어른이 맞지. 그리고 이제는 나도 성인이고. 아슐레아가 입은 정장을 한 눈에 훑어내린 에반젤린은 물끄러미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다보려던 시선을 애써 잡아끌었다. 학교에서는 무조건 교복이었고, 그 외의 외출은 동네 남자애들이 입는 옷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던 일상이 한순간에 끝나버리면서 부랴부랴 사들였던 옷 중의 하나였다. 그마저도 무난한 셔츠에 무난한 바지, 거기에 벨트가 전부. 귀걸이라도 꼈으면 조금 나았을까. 한 단 풀어내린 단추와 목에 맨 얇은 초커가 에반젤린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코디의 한계였다. 나름 깔끔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갖춰입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돌아가던 고개를 잡아끄는 손길에 흠칫 놀란 에반젤린은 아슐레아가 아직도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어.

뺨을 감싸쥐는 손길이 너무나도 나긋해서 에반젤린은 소름이 돋았다. 분명 기분이 나쁜 건 아닌데, 오히려 좋은데도 그랬다. 뭐랄까. 예전하고는 너무 다르다고 해야할까. 무심코 손을 잡아 끌어내리려던 찰나, 아슐레아가 먼저 움직여 에반젤린의 손을 잡아챘다. 방긋 웃는 얼굴은 여전히 자신의 기억속의 아슐레아와 다르지 않았다. 착각인가? 그렇겠지. 대꾸할 타이밍을 놓친 에반젤린은 아슐레아의 손 안에 쥐어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학교 주변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잘 몰랐다. 자취와 기숙사 사이에서 벌어진 엄마와의 말다툼과, 결국 꺾어낸 이후에 생겼던 자취방에 얽힌 이런저런 문제 덕분에 정신없이 이사를 마쳤던 데다가 별로 많지도 않은 짐을 정리하고 난 다음 날이 바로 입학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계약했던 방에 생겼다던 문제는 업자의 실수였었다. 사과의 의미로 조금은 더 넓은 곳을 좋은 조건에 들어갈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급하게 할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지금의 요지는 에반젤린은 자기가 다닐 학교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아예 모른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적당히 옮길만한 장소도 알 수 없었다.

어디로.

어디로 갈까, 하고 말하려던 순간 에반젤린은 자신의 뱃속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 저녁도, 오늘 아침도 제대로 먹은 게 없었던 것도 같았다. 하도 정신이 없다보니 배가 고픈 줄도 몰랐는데 이미 제 몸은 짜증을 있는대로 부리고 있었다. 나만 들은 거겠지? 들린 건 아니겠지?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슐레아의 표정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눈치를 살피며 에반젤린은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 밥 먹었어?

407 에바주 (STZ4nDDBdA)

2022-05-18 (水) 14:22:29

갱신! 여유를 지나치게 즐겼나? 시간이 녹아내리고 있어... 레아주도 끼니 꼭꼭 잘 챙기구. 아직도 환절기라고 해야하나. 어쩔 때는 살짝 쌀쌀하고 어쩔 때는 덥고 그래. 옷 맞추기가 힘드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레아주.

408 레아주 (KdDU5v0ncs)

2022-05-18 (水) 15:37:42

어서와, 에바주. 그래도 잘 쉬고 있는 것 같네. 답레를 보니까 또 설레고 그래. 에바주도 잘 보내고 있는거지? 몸은 괜찮구?

409 에바주 (STZ4nDDBdA)

2022-05-18 (水) 19:51:10

원작(??)처럼 열렬한 사랑에 빠지기 전이라는 느낌으로 적고 있어. 서로의 시선이 다른 것도 재밌지 않을까? 레아주는 어떻게 생각하려나. 괜찮지. 요새 막 돌아다니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웃긴 건 일을 안 하고 있는데도 뭔가 막 컨디션이라거나 근육통이나 뭐 그런 게 확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거? 그럭저럭 일하는 게 나았던 거 아냐? 싶기도 해. 레아주는 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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