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 걸까. 자꾸 이렇게 우울한 쪽으로 빠지는 나도 참. 저녁 먹었는데도 컨디션이 회복이 안 되는 걸 보면 오늘은 정말 일찍 좀 자봐야지. 후욱 후욱... 숨소리가 거칠어, 레아주. 그렇게 좋은 거야? 사실 나도. 아, 큰일났어. 요새 말이 잘 안 나오는 거 있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어려운가봐. 말이 정리가 잘 안 돼... 지금도 답을 빨리 달아야지 하면서도 무슨 말 하지 하고 멍 때렸었어.
천천히 적으시면 됩니다. 쉬는 날은 또 돌아오기 마련이고... 일할 때 읽어도 그건 그것대로 기분 전환에 도움이 돼서 좋아. 언제 읽어도 좋다는 뜻이야. 잘 쉬었지. 잘 쉬었는데 쉬는 날이 끝나니까 잠이 쏟아지고 있어. 놀고 있어도 더 놀고 싶은 모양이야. 레아주는 어땠어?
에바가 무릎베개? 누워있는 입장이지만 그건 굉장히 귀한 씬이네. 오자마자 사랑해라니. 나 바로 퇴장해버리고 말아... 사유는 심장마비야. 오늘도 여전히 졸려. 졸린데 잠들 때 되면 귀신같이 각성하면서 다시 깨어나고 또 졸리고의 반복이야. 얼른 아슐레아 볼이나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에반젤린도 재우고 나도 자고...
앗... 심폐소생술은 금지야.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어. 그래도 이렇게 얘기 한 번씩 나누고 가면서 좋은 기 받아 가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괜히라니? 내가 좋아서 오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나 슬퍼. 오히려 자주 못 오는 내가 미안하지. 레아주도 항상 기운 내고, 이러다 보면 여름도 금방 지나갈 거라고 믿어. 날이 좀 선선해지고 나면 대체로 기운이 나는 하루가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자야해. 잠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시간이야. 레아주도 너무 늦지 않게 자야 한다? 좋은 밤 보내구 내일 봐.
등장! 나도 레아주를 너무 너무 좋아해. 오늘은 좀 더 솔직한 것 같은데, 나. 내 하루는 항상 무난하지. 무난해서 탈인걸. 오늘은 날이 습하진 않아서 기분이 좀 낫다. 그래도 역시 에어컨 선풍기 콤보는 무시무시한 것 같아. 집을 벗어나고 싶지가 않아. 빙수도 먹었더니 뽀송뽀송한 느낌이야. 레아주, 잘 있었니?
안녀엉, 레아주. 어제... 어제는 그냥 그랬고 오늘은 기분 좀 좋은 편이기는 해. 기분 좋은 날이 드물다니 나 대체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흑흑. 레아주는 어때? 주말 잘 보내고 있어? 난 오늘 정말 별 거 안 했어. 별 거 안 했는데 왜 답 안 했느냐고 한다면 자고 멍 때리느라 그랬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
아냐, 힘들지 않아! 앞으로 며칠간은 좋지 않을까? 적어도 내일 저녁까지는 좋을 예정이야. 월요일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보고 싶었어, 레아주. 잘 쉬고 있어? 뭐 하면서 보냈어? 답레는 천천히 줘도 괜찮아. 언제나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어. 이 두근거림이 식기 전에 주는 게 항상 고마울 뿐이야. 나는... 아무튼. 저녁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집안 행사 비스무리한 게 있었거든. 어차피 코로나라서 인원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말야. 레아주는 어때?
며칠간은 좋다니 다행이다. 내일까지라는건 주말이여서 그런건가..! 그래도 좋을 예정이라니 다행이야. 나는 올림픽 좀 보고 하면서 누워서 쉬고 있었지. 나도 에바주 답레를 보거나 기다릴 때 두근거리는걸 보면 둘 다 참 비슷한 것 같아.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네~ 나도 배부르게 잘 챙겨먹었어. 에바주도 잘 먹었다니 다행이야~! 이대로 푹 쉬는거야. 시원하게!
앗. 맞아. 주말 한정이야. 주말은 왜 이렇게 짧은 걸까. 쉬어도 쉬어도 더 쉬고 싶은 이 마음. 근데 요즘은 정말 정말로 출근하기가 싫어서 내가 내 마음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야. 왜 이렇게 일하기 싫은 건지를 모르겠어. 올림픽 재밌어? 안 그래도 이래저래 이슈가 많던데. 나는 양궁 보고 감동 받은 이후로 한 번도 보지는 않았어. 배구였나? 그게 완전 재밌었다던데. 레아주, 오늘도 좋은 하루.
자신의 눈가와 목을 쓸어내던 에반젤린이 울음을 터트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이자, 한순간 아득해졌던 정신을 되돌린 아슐레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 에반젤린의 손을 떼어내곤 눈가를 매만져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방금전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변해버렸던 그녀가 의아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어쩌면 에반젤린의 손아귀에 죽음을 맞이했더라도, 에반젤린의 손에 죽는 것이었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 당신이 무엇을 하든 저는 그것을 따를 것입니다. 당신의 손으로 저를 죽이려 하신다고 하더라도 저는 겸허히 그 손에 죽음을 맞이할겁니다. "
당신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결국 아슐레아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천천히, 간신히 몸을 일으킨 아슐레아는 이번에는 반대로 에반젤린을 덮치듯 눕혔고, 에반젤린의 아름다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치곤 입을 맞춘다. 에반젤린이 해준 것처럼, 눈물 맛과 달콤함이 뒤섞인 입맞춤을 하며 에반젤린의 입안을 휘젓는다. 한손으로는 살며시 에반젤린의 가슴을 움켜쥔 아슐레아는 몸을 뒤엉키게 한 체로 입술을 떼어내곤 내려다본다.
" 에반젤린,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무엇을 하던지 저는 다 이해하고 품을 수 있어요. 저는 당신의 것이니, 그저 울지말고 저를 봐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저를 눈에 담고, 손에 쥐고 몸을 갖고 마음도 가져가서 당신만을 바라보게 해주세요. "
그거면 충분해요. 아슐레아는 조용히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고 살며시 고개를 파묻어 에반젤린의 목덜미를 희롱했다. 지금은 그저 자신에게 몸을 맡기고 아무런 고민 따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에반젤린을 기쁘게 해주려 성치 않은 몸으로 에반젤린을 희롱했다.
" 자신을 자책하지 마세요. 그냥 제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을 기억해주세요. 당신이 한순간 무언가에 휩쓸려 제 목을 조르더라도 저는 그것을 당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에반젤린의 얼굴을 매만져주며 속삭인 아슐레아는 이내 힘이 빠진 듯 옆으로 털썩 누워버린다. 고개만 살짝 돌려 에반젤린을 응시하던 아슐레아는 눈을 마주한 체 에반젤린의 손을 꼬옥 잡고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에바주의 답레에 비하면 짧디 짧은 답레야. 해주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목을 조르던, 가학적인 행동을 하던 아슐레아는 자기만 사랑해준다면 뭐든 괜찮다는 말이야. 그것 또한 에반젤린의 사랑일테니까. 아무튼 그걸 말해주고 싶었어. 에반젤린이 조금이라도 덜 고뇌하게 말이야. 주말은 늘 짧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도 좋은 하루야. 식사는 잘 하고 있지?
맞아. 오늘 점심은 장어야. 그래서 기운이 좀 나나? 에반젤린에게도 먹여야겠다. 순애보 아슐레아 좋아.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덩달아 아슐레아에 대한 감정 포함 전부 이리저리 흔들리는 에반젤린과는 아주 딴판이야. 어떤 취향이라도 받아줄 수 있다면 설마 정말 여왕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로... 농담. 답레 고마워. 잘 읽을게.
아직 멀었어? 나는 어쩌다 보니까 기회가 왔는데 맞을까 말까 고민 많이 하다가 그냥 맞기로 했어. 다른 사람들은 맞고 싶어서 난리라는데 안 맞는 것도 웃긴다 싶어서. 부작용 얘기 들으니까 조금 겁나긴 하지만... 별 일 없길 바라고 있어. 나는 오늘 저녁 일찍 먹고 일찍 자려고 준비했는데 결국 잠들기는 실패했어. 내 수면 시간은 어디로... 그러다 보니까 레아주가 잠들 시간이 와버렸네. 같이 자러 가자. 레아주, 오늘도 좋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