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223> [1:1/GL] 파란 안개꽃 필 때 2 :: 569

에바주

2021-06-01 19:23:44 - 2023-04-07 23:25:04

0 에바주 (bjRVl5Rm4s)

2021-06-01 (FIRE!) 19:23:44

그대에게.

1 에반젤린 셀린느 (bjRVl5Rm4s)

2021-06-01 (FIRE!) 19:25:06

“ 내 곁을 떠나지 마, 레아. 허락하지 않을테니까. ”

이름 : 에반젤린 셀린느

나이 : 27

외모 :

에반젤린, 에반젤린. 사랑스러운 나의 딸.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했다. 한때, 제국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어미의 외모를 빼다박은 그녀는 물결치듯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자신의 흑단 같은 머리카락을 증오했다. 빛나는 태양 아래서는 검푸른 빛을 띄며 반짝이지만, 밤하늘 아래에서는 새카맣게 물들어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마저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는 그 머리카락을. 황제가 제 어미에게 반한 이유가 그 신비로운 빛깔 때문이었다고 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녀는, 황제의 딸로 태어났다. 에반젤린은 원한 적 없었지만 아름다운 어미 덕에 수려한 이목구비에 화장 없이도 앵두처럼 말갛게 빛나는 입술, 유약한 인상을 줄만큼 희디 흰 피부까지, 그녀는 미인의 수많은 조건들을 한몸에 타고났다. 하지만 그 어여쁜 외모조차도 그녀의 눈빛 앞에선 그 힘을 잃는다. 자색을 띄는 눈은 황가의 혈족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특징이지만 그녀만큼의 힘을 가졌던 이는 없었다. 제 속내를 감추는 것에 익숙해 언제나 나른한 듯 눈을 내리깐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이는 홀린 듯이 멈춰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에반젤린에게는 있었다. 금방이라도 상대의 목을 물어뜯을 듯한 투쟁심, 지나칠 정도로 강렬한 광기, 분노, 슬픔, 그 모든 것을 억지로 눌러넣은 듯한 눈동자는, 이제는 단 한 사람 앞에서만 풀어진 민낯을 보여주었다.

167cm, 작지 않은 키에 얼핏 마른 듯 보이지만 잔근육이 단련된 몸매에 걸쳐지는 옷은 기사들이나 입을 법한 갑주일 때도 있었고,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드레스일 때도 있었다. 주로 남성이 입을 법한 르댕고트를 드레스 위에 걸치거나 정장을 입기도 하는 등, 옷차림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장신구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목에 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나는 차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그녀의 목덜미에 남은 짧은 상흔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 Picrewの「街の女の子メ?カ?」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cWkeN9A857 #Picrew #街の女の子メ?カ? )

성격 :

#날카로움 #광기 #깊은 슬픔 #책임감 #집착 #가면

에반젤린이 황제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실제의 반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서사는 그녀가 황제의 관을 쓰는 것이 정당한 일이라는 당위성을 만들어주었다.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피를 묻혔다. 그것이 그녀의 적이든, 친우든 간에. 자신의 손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게 설령 피를 묻히는 일이라도 망설이지 않았다. 결단을 내림에 있어선 냉철하고 단호했고, 적에게 맞설 때에는 잔혹하고 지독한 그녀는 대단히 강하면서도 고귀해 보였다. 스스로 보고 있는 시선 끝이 어디에 있든, 그것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저 곧게 나아가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을 감화시켜 뒤를 따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황제의 관을 머리에 얹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황제였다. 무엇을 하든 거리낌이 없는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에반젤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막연히 느껴지는 중압감을 떨쳐내며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제국의 고삐를 이끌어낼 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이는 단 한 명 뿐이었다.

희미해진 옛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듯 쥐던 어머니, 자연스럽게 뺨을 지나 눈가를 매만지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실은 멍청한 여자였다. 황제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지만, 그만큼 싫증도 빠르게 냈다. 어머니는 황제의 사랑을 온전히 독차지 했던 시간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시간속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에반젤린의 눈가를 쓰다듬던 손길도 실은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름다운 자색의 눈동자. 불행하게도 에반젤린은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통해 황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어린 나이에 알아챌 정도로. 그런 어머니지만 에반젤린은 미워하지 않았다. 미워할 수 없었다. 후궁의 자식으로 태어나 궁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그녀의 삶 속에서 반쪽이나마 사랑을 나눠줄 상대는 어머니 뿐이었으니까. 그런 어머니가 죽었을 때, 에반젤린은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오열하는 것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렇게, 그녀는 황제가 되었다.

레아, 아슐레아. 에반젤린의 입안에서 매끄럽게 구르는 이름은 어느새 잃을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아슐레아의 앞에서는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도 있었고, 피곤에 찌든 얼굴을 가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슐레아에게도 감춰야만 할 것이 있었다. 이따금 자신의 속을 날카롭게 후벼파는 흉통, 문득 치솟아오르는 열기에 차라리 그녀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은 심정. 제 옆에 남은 온전한 것이라고는 황제의 관과, 아슐레아 뿐이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망가지고, 뒤틀리고, 죽어갔다. 그런 그녀를 잃어버린다는 상상을 할 때면 에반젤린은 유리조각을 삼킨 것마냥 목구멍이 달아올랐다. 숨이 막혔다. 소중한 나의 친우, 아슐레아. 그녀는 에반젤린의 유일한 이해자였고, 또한 유일한 약점이었다. 너를 잃을 수는 없어. 너만 없어지면, 이런 괴로움을 느낄 이유가 없을텐데. 그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입꼬리에 매단 채, 에반젤린은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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