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성현 군이군요. 재밌는 학생이에요. " " 그렇습니까? " " 물론 '사람'으로써의 성현 군은 재밌는 사람이 맞죠. "
해찬은 웃는 얼굴로 성현의 서류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청월'스러움을 강요할 수는 없죠. 그러나 그는 '가디언'스럽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가디언들은 명예나 지위를 생각하여 행동에 조심스러움을 가지는 편이죠. 그러나 이 학생에겐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요.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독선적이죠. " " 확실히.. " " 그렇기에 좋게만은 볼 수 없습니다. 우린 '청월다움'은 없더라도 '완벽한 하나의 가디언'은 필요한 법입니다. 강하기만 한 것은 누구라도 대처할 수 있어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제대로 성장하는 가디언이 필요한 것입니다. "
그렇기에 해찬은 웃습니다.
" 태도적으론 그렇지만. 실력 면으로 넘어간다면 또 말이 다르긴 하죠. " " 리치가 짧은 대신, 힘이 매우 기이하네요. 단순히 강하다.. 수준이 아니라, 동 능력치 대비 압도가 가능하다라.. " " 다만 확실히 정보가 적고, 전투 방식이 힘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방식이라 아쉽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수진은 그리운 표정을 짓습니다. 지금은 학교를 떠난, 누구보다도 그와 비슷한 전투 방식을 가졌던 어느 가디언을 떠올립니다.
" 엔마가 있었다면 좋은 스승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 태양왕만 아니었더라면 말이지요. " " 의념 발화의 전수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 " 지금 수현 선생님이 힘을 쓰고 계시다곤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
선생님들은 아쉬운 이야기를 마치고 얘기합니다.
"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격투술의 성장과 의념 발화의 성장으로 보이네요. " " 네. 다만.. 지금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면 교육 역시 필요할 것 같아요. " " 흠. "
해찬은 웃는 얼굴로 말합니다.
" 한 번 가르쳐볼까요? " " 해찬 선생님이요? " " 네. 사람 천성은 잘 안 바뀝니다. 천성을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예부터 전통적으로 사람을 고치는 방법이 있었죠. "
"정말로 싫어했다면.. 저. 싫다고 말했을 거니까요.."진짜로? 싫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려 합니다. 오히려 스킨십 쪽을 좋아하는 편이고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손을 잡자 조금 꼭 쥐어보려고 하고는 희미하게 웃습니다.
"그러길 바라요." 한참을 길을 바라보다가 말을 합니다. 의미가 모호한 말을 하고 있는 다림이었지만. 부족하고 부족한 걸 아는 건지..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지훈이 랜스가 필요하면.. 이라는 말을 건네자 멈춰섭니다.
"...아니요. 지훈 씨께는 연락하지 않을게요." 그렇게 말하며 조금 눈을 피하려 합니다. 그것은.. 의뢰를 같이 가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나요? 왜? 라고 물어도 다림은 지훈과 같이 의뢰를 갈 자신이 없다는 생각으로였을까요? 아니면 착각? 좀 걷다 보면 바닷바람이 부는 바닷가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닷가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할까요? 어디에서 샛길로 접어든 모양입니다.
"파란 바다네요." 가끔 빛이 비치는 하얀 파도. 다림은 바다를 잠깐 응시하고는 지훈을 바라봅니다. 파라솔 아래 앉을래요? 라고 제안해봅니다.
게이트가 열리고 혼란스러웠던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습니다. 강해진다는 개념에는 물론 의념을 각성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게이트의 존재들에게 익숙해져야만 했습니다. 안해찬은 게이트 사건 당시 이제 갓 사회에 나서기 시작한 부검의였습니다. 갓 꿈을 가지고 출근하였던 날, 게이트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살아남기 위한 연속이었습니다. 부상자들을 의료 지식으로 치료하면서도 때때로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를 연구하기도 하던 그는 대형 게이트의 보스의 시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의념을 각성하였습니다. '해체'. 의념을 통해 갖가지 몬스터들의 약점을 알아내어 그는 전세계에 자신의 지식들을 풀어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적에게도 위험을 감수하며 전투를 해야만 했던 의념 각성자들은 강적을 상대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의념 각성자의 생존률을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면을 보면 그는 서포터 포지션을 맡고 있을 것만 같지만, 놀랍게도 현역 시절 그의 포지션은 랜스였습니다. 한 자루 메스를 들고 적의 약점을 후벼파며 아군의 창이 되었던 그를 아는 가디언들은 '헤체자'라는 이름 대신 '약점 포식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학생들에게 너그러운 선생님이자 가디언시절 가장 친절할 것 같은 선배의 이름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긴 하지만, 전시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런 학생들의 모습에 껄껄 웃음을 짓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