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발견하면 소문이 점점 퍼지고.. 그랬다간 곤란해지는 것이었나? 생경하다며 웃자 고개를 갸웃하며 "많이 놀라게 했던 걸까." 라고 물어보았지. 아니 그건 그렇고 hickey는 받아본 적이 있다니..(동공지진)
" 흐응... 나 역시 널 원한다면? "
반쯤 농담을 섞어 말했으려나. 짓궂게 다림을 바라보았을지도. 원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었으니까. 문제는 건전한 것도, 불건전한 것도 아닌... 제 3의 목적이라는게 문제였지. 대충 불건전함도 있었다는 것에 다림주를 누군가 빤히 쳐다보는 것 같지만 넘어갑시다. 하나에게만 향하진 않으실 것 같다는 말에, "묘하게 돌려까는 기분이 드는...기분탓이겠지. 응." 하며 다림이를 빠안히 바라보다가.
" 입질에는 의외로 면역이 없구나. "
당황한 표정과, 말하는 것을 보고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더 짓궂게 대하려고 했나. 이번에는 다림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귀를 살짝 물어 잘근거렸다. 물론 여기에 자국이 남으면 곤란하니 자국이 일시적으로만 남을 세기로.
" 네가 얼버무리는 건 드물던데. "
재미있다는 듯한 시선으로 다림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더 답을 요구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코미디 영화는 그렇게 별 감흥 없이 끝났으려나...
" 나쁘진 않지만... 코미디 영화는 뭔가 감정 드러내기가 어렵네. "
혼잣말을 하며 티비를 쳐다보았다. 감정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것은, 무표정을 뚫고 나올만큼 충분한 감정이 아니었기에 그랬으려나.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다림이를 향해 시선을 돌려 넌 어땠어? 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아니에요. " " 살아도 되는 가치라는 것은 없어요. 반대로 죽어야만 하는 이유라는 것도 없어요. 잘못을 모두 만회시켜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죄 이상으로 벌을 줄 수는 없어요. " " 그러니 살아가세요. 참회하세요. 당신의 죄를 씻을 셋의 사람을 더 구원하세요. 삶이란 비록 추례하나 아름다운 것이고 선이란 위험 속에서도 단아하게 피어나는 것이니. " " 그대의 심장에도 백색의 십자가가 있답니다. 누구보다도 빛을 향하는, 인도하는 십자가를 따라가세요. " - 성녀 유즈베니아
나는 청월 도서관에 자주 공부하러 오는 편이지만, 요즘따라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도서관에 들어올 때부터 참고서적을 빌리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할 때까지도 눈에 확연히 띄는 사슴뿔을 단 아이. 3년 동안 청월 다니면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1학년? 아니면 그냥 아이템이나 코스트를 낀 평범한 학생? 크흑.. 궁금해 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았지만 많이 봐서 그런지 일종의 내적 친밀감(?)이 생긴 나는, 결국 내밀고 말았다...
[ 저기요... 그 뿔 뭐에요...? ]
중학교 때도 친구들이 주고받는 걸 보곤 했던(나는 수업시간 중에 딴짓을 안 해서 안했다) 쪽지를. 공책 한장을 날카로운 보석으로 소리없이 쓱 잘라내 쓴 쪽지를 내민 것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책 아래에 살짝 끼워준다던지, 옆에 앉아있으면 슬쩍 내민다던가...)
뭐라고 해야할까 진짜 든든하다기 보단 기특해하는 뉘앙스가 느껴져선 드물게도 눈매를 좁히고 추궁하듯 올려본다. 그러다가 이내 어쩐지 뭘 해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질 것 같은 슬픈 느낌이 들어 가볍게 어깨를 떨어트렸다. 그다지 폼잡는 것과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단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뭔가 그녀 앞에서도 당당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네.
"비아는 요즘에는 주로 뭘 먹어?"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 걸으면서 마찬가지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런 거리에서 남녀가 당당히 손잡고 걸어도 괜찮은건가. 내가 너무 소극적이거나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걸까? 요즘 친구들은 사이좋게 손잡고 걷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 순간만큼은 감사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와 다르게, 결국 나는 주변 사람들이 관찰할 우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도 비아와 나는 정 반대였다.
"어, 어? 응! 괜찮을 것 같아!"
따라서 그녀가 본 목적을 달성해 음식집을 권유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다가 읽고 있는 책의 이름은 노인과 바다. 어렸을 때 그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랑 나랑 무슨 관계이길래 책이 나왔냐고 가정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읽어본 적은 없던 녀석이었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 가며 산티아고의 눈물겨운 사연을 익혀 나가는 찰나
[ 저기요... 그 뿔 뭐에요...? ]
라는 쪽지가 책 아래로 슥 하고 내밀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바다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사비아를 발견했다. 아마 그녀가 보낸 쪽지겠지. 두 눈을 깜빡이다가 공책에 답변을 쓰려 품 안을 뒤졌지만 아쉽게도 필기구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지배력을 사용해, 물로 적신 쪽지를 다시 사비아에게 넘겨주었다.
그 포즈 자체는... 좀 없어 보이는 게 맞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못미덥게 여기는 건 아니니까. ...아닌가? 추궁하듯 올려보다가 갑자기 추욱하는 걸 보고 다시 기운차리라고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혼자 이상한 거 생각하고 침울해지면 안 돼.
"백반정식. 좀 집밥같은 느낌이 그리워지기도 해서. 여러가지 먹는 건 주로 친구랑 밥 먹기로 약속했을 때나 그러지."
집밥 느낌이 아니라 집밥같은 느낌인 건... 우리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셔서 집밥이라던가 엄마의 손맛 같은 걸 실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작요리하면 귤 된장찌개 같은 게 나오고 인터넷에 나오는 레시피대로 하면 그대로의 맛이 나는데 괜히 어레인지하려 하면 또 망하고... 그래서 우리집 밥은 늘 맛이 똑같더라... 반찬도 똑같고...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 손을 당당히 잡고 가고 있는 이유는... 닭이 병아리 데려가는 느낌이다...
응? 왜 놀란 거지? 잘 모르겠지만 진화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으니... 파스타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련보다는 따뜻한 느낌으로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있었다. 빛이 잘 드는 창가자리는 대부분 차 있었지만 하나 비어 있는 2인 테이블이 있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뭐 먹을래? 나는... 까르보나라로 할 건데."
메뉴에 있는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정말 먹음직스럽게 찍혀 있어서 이건 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느정도 납득했다. 가족과 사이도 좋았던 기색이었으니, 멀리 떨어져서 오랫동안 지내면 그리워질법도 하다. 집밥, 인가. 내가 그리워하기엔 너무 옛날 일이다. 무엇보다, 그리워 해봤자 내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날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럼, 다음엔 내가 요리해줄까? 화려한건 못 만들지만.....자취는 오래 했으니까. 요리는 할 줄 알아."
그녀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뒤따르다가도, 머뭇거리면서 제안해봤다. 이래보여도 혼자 살면서 요리를 해온 횟수는 어지간한 주부보다도 길다. 그럭저럭 괜찮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 근래는 그렇게 시간들여 만든 요리를 혼자 묵묵히 체 절반도 안되는 시간에 먹다보면, 쌓인 설거지를 닦을 때 울 것 같은 외로움이 덮쳐왔기에 외식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건 분명 즐거울 것이다. 그게 친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음.....그럼 나는 토마토 베이컨 리조또. 서로 조금씩 나눠먹을까?"
창가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던 끝에 그녀에게 대답했다. 까르보나라도 확실히 굉장히 맛있어 보이지만, 그녀가 시킨 이상 똑같은 메뉴를 시키는건 어쩐지 아깝다. 그렇다면 크림치즈의 꾸덕함과 반대로 조금 매콤달콤한 메뉴를 시켜, 서로 어느정도 나눠먹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제안을 건넸다.
"글쎄요? 아직 학원도에서는 그런 정도까지 가신 분은 없었지만." 만일 생기게 된다면 알 수 있겠죠? 라고 말하는 표정은 위험해 보입니다. 어두운 미소군..
"면역이 있으면 조금 아쉬울 것 같으니까요?" "농담이지만요." 감흥이 적어지는 건 조금 슬퍼서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조금 두근거리는 그런 것도 좋아요. 예쁜 풍경을 보고도 별 감흥 없어지면 그것도. 조금 슬픈 일이 아니려나요? 같은 말을 하며 멍한 표정을 잠깐 지었습니다.
"안 한다니. 내가 하려 하면 역으로 할 거면서요." 네? 라면서 정신을 차려야 해! 라는 생각으로 지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려 시도합니다. 그래도 아직 미약한 실 하나가 안 끊겨서 얼굴만 묻고 입술이 닿고 있을 뿐 물거나 남기려 하진 않는군요. 물론.. 더 나아가면 다림이가 huckey를 남기려 들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네. 아직은...(다행!)
"건드리면 잡혀가죠." 그치만 잡혀가게 하기 위해선 이 몸 바칠 수 있어요. 이 한 사람만을 못 바라보는 귀축씨. 같은 말을 하며 미약한 독기 서린 눈으로 지훈의 손을 잡고는 씨익 웃습니다. 사악하구나 다림... 야 그나마 더 안 높아서 다행이다..
라는 혼란스러운 말이 있었다. ...뭐지...?? 어머님이 사슴이신가...??? 해룡입니다. 아아 니 그럴리가 없잖아... 있긴 있다. 가디언인 부모님이 쓰던 아이템을 물려받았다던가. 청월에는 대를 이어서 가디언이 되기 위해 들어온 아이들도 있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 가보세요 ] 가보세요? 라고 쓰려다 문득 생각났다. 아니... 가보에 존칭을 쓰면 안되잖아... 가보세요란 말을 쭉쭉 긋고 뒷면에 썼다.
[ 음...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 <-
무난하게 써서 다시 발송. 음... 굳이 눈에 띄는 사슴뿔 같은 걸 물려주시다니... 어느 의미로 대단하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