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는 종종 묘하게 누나 같은 말투를 한다. 어쩌면 그녀의 안에서 나는 덜렁거리는 16살 정도로 보이는 걸까. 어쩐지 조금 분해서 나도 동갑 남자애란걸 어필하기 위해 볼을 부풀리곤 대답했다. 짐승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위협하기 위해 몸을 부풀리곤 했으니,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
다만 그 뒤에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를 짐작하면 조금 씁쓸한 기분도 든다. 결국 내가 움츠라들었던 것을 보았으니 걱정되서 하는 이야기 아닐까. 이럴 땐 뭐라 대답하면 좋은 걸까. 의도를 이해했다는 것을 알리되 너무 스스로가 비참해지지는 않는 센스 있는 대답이라던가, 나에겐 허들이 너무 높아. 본심으론 당장에라도 가디언넷에 익명으로 물어보고 싶을 정도야.
"이렇게 보여도 나름 튼튼하니까!"
결국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웃으면서 팔의 근육을 자랑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물론 나에게 그런 근육 같은건 조금도 없다. 부끄러울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어쩌면 비아보다 얇을지도 모르는 불쌍하고 여리여리한 팔이 드러났을 뿐. 의념을 실으면 그럭저럭은 괜찮지만, 순수한 알맹이는 아군을 지키는 워리어라기엔 빈약해보이는 현실이었다. 비아를 따라 운동이라도 좀 해야 할까. 그래도 튼튼하단 자신만은 진짜였다.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는 오로지 튼튼해지기만 하는 의념기니까. 상대에 대한 공격 성능도, 모종의 특수효과도 일절 없이, 속도마저 낮추는 패널티를 가지고, 오로지 튼튼해지는 힘이니까. 그것만은 꽤나 확실할 것이다. 나는 달인 샌드백인 것이다.
"와앗."
손을 잡으려고 뻗어 오는 손에 조금 놀란다. 전혀 싫지는 않았기에 기다리다보면 깔끔하게 붙잡혔다. 웃던 얼굴이 다시금 붉어진다. 처음 만났을 때 비아는 분명 이런 접촉을 몹시 부끄러워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내가 부끄러워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건 그녀가 날 남성으론 조금도 보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도 학교 생활 나름대로 변화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 때에 비해서 친해진걸까. 가장 첫번째 가능성만 아니길 바라면서 억지로 잡힌게 아니라고 주장하듯 나도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음......사실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어. 돌아다니면서 맛집처럼 보이는 곳을~...."
'혼자서 밥먹어도 눈치보이지 않을만한 곳을 적당히 찾을 생각이었어' 라고 솔직히 말하는건 너무 부끄럽다. 적당히 그럴듯하게 돌려 말하자.
"알아보면 곤란해요?" 가리고 다니긴 하겠지만 저보다 신속이 높거나 레벨이 많이 높은 분이 푸르면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다가 물리는 건 꽤 생경하다면서 웃습니다. hickey는 받아본 적 있지만 무는 건 진짜로 드물었으니까.
"누군가가 저를 원한다. 라는 건 몇 번 있었을지도 몰라요?" 농담같이 말해서 다행일까요. 원한다 그게 건전한 방향이었다면 몰라도. 불건전함도 있었을 거라고 다림주는 생각합니다(? 지훈이가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건 그럴 것 같아요. 하나에게만 향하진 않으실 거겠네요. 라는 조용한 말을 하고는 먼저 장난친 게 자신이라는 말에는
"읏... 그건.. 맞지만.. 그래도 깨무는 건.." 이라고 말하면서 선수쳐져서 끌어안기자 조금 당황합니다. 선수 쳐진것만으로 당황한 건가. 아니면 종합적인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러면.. 토라지지는 않고.." 이라는 말을 하지만 자꾸만 조금 반복하며 더 말을 잇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적 친밀도가 좀 높아지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기도 했고. 또 하나는 내던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태에서 직시하면 그건 파-국이잖아요.. 대충 그래서 말을 얼버무리기만 하고, 때맞춰 켜진 코메디 영화를 봅니다. 다림이 입장에서는 별로였으려나?
앗, 말실수했다. 복어처럼 볼을 부풀리는 모습에 햐악~ 거리는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민하다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멈췄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어도 됐는데. 왜 한 말인지를 알았을까?
"그래... 든든하네."
굳이 그렇게 근육을 강조하는 듯한 포즈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런, 나도 딱히 정해둔 곳은 없는데. 그러면 같이 맛집찾기 하면 되겠다."
꼭 잡은 손을 앞으로 이끌면서 무작정 전진하려다 우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그럭저럭 검증된 장소일 테니까, 그런 곳을 찾으면 되겠지? 저 사람들은 아마도 커플...밥보다는 카페 가서 데이트를 할 것 같은데. 저쪽은 친구랑 같이 온 것 같고, 아... 맛대가리 없는 데로 가자고 했다고 한 대 맞았어. 저긴 안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