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친구 일 보고! 다쳤다고 해서 놀라서 다녀왔는데 큰 문제도 아니었고 코로나 문제 때문에 병실에 들어가지도 못한데서 병원 앞에서 전화하고 왔다! 왜 넘어졌어?? 하고 물어봤더니 넘어지면서 팔로 막으려고 해서 크게 다쳤다고 하더라.. 이래서 사람이 부상은 조심해야하나봐..
사실 흥미 잃었으면 그냥 끝! 해도 괜찮도록 짜놓은 어장이기도 했고..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내가 여기에 쓴 시간(+ 다르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눈물의 똥꼬쇼)가 아직 남아서 떠나기도 애매해졌어. 아무튼 너희들은 그냥 웃으면서 아ㅋㅋㅋ캡틴이 어장을 떠나? 600어장 이하 영웅서가 금지~~ 하면 되는거야.
"그런가요..." 그렇다고 해도 별 상관없...지 않을까.라곤 생각했지만 그걸 그냥 입 밖으로 내는 것도 애매하니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라는 말을 하는 지훈에게 부끄러운 건 아시는 모양일까요. 라는 짖궂은 말을 합니다. 끌어안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목덜미에 닿고 입질은 역시 셌습니다. 사스가 지훈.. 이 어장의 무시무시한 사냥꾼이야..(아무말)
"노...놀라긴 했지만..요?" 그래도 확 물어뜯는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하다니. 대체 네 머릿속엔 뭐가 들어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다림주에게 들었다.
"아..안 보여드릴 거에요." 진짜 남았으면 그래서 못 보여줄 것이고. 안 남아 있어도 못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데..데이트나 하러 가요. 라고 말하면서 물린 곳 반대쪽의 팔짱을 끼려 합니다.
"어..어디로 갈까요? 룸카페? 전시회? 게임센터?" 어디로 가도 괜찮은데요. 라고 말하면서 네? 라고 말하며 울망한 눈으로 지훈을 올려다보려 합니다. 그래도 지훈이 보려면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근데 높을수록 자국 덜 남음에서 짤같이 저따구로 나와서 자국 꽤 찐하게 남았을 듯..
리얼의 사정은 어쩔 수 없지요....사실 개인적으론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미안함이나 책임감을 느끼시다보면, 오히려 부담감이 늘어서 손이 막히고 컨디션 관리가 안되서 더더욱 시간이 주는 악순환 싸이클을 돌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시는게. 신입이 이런말을 하는 것도 웃기는걸지도 모르지만요!! (자학)
손을 입가로 향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시현은 작게 쯧, 혀를 차더니 '네가 귀엽다면 귀여운 거겠지...' 하고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거야~ 즐거운 감정이 훠얼씬 더 컸으니까 그러지. 이 상황, 부끄럽기보단 재미있잖니?"
안 그래? 하고 되물어보던 그녀는 지훈이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자 다시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후후후- 하고 웃었지. 짓궂은 표정엔, 그거 봐.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을까
"예를 들면 어떤 장난일까~"
나, 궁금한거 못 참는데. 나른하게 중얼거리며 제 옆에 앉은 지훈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소매를 슬쩍 가리곤 제 목덜미를 가리켰지. 뱀의 몸통으로 추정되는 반질거리는 검은 무언가가 감겨있는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만져 볼래?' 하고 속삭이며 짓궂은 웃음을 흘리는건 덤이고.
"장난을 안 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짖궂게 해버릴거야. 라고 생각해봅니다. 사실 다림주는 hickey 보다 입질이 좀 더 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뭐 그거야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니...
"뭔가.. 이상한 느낌..." "그..그..." 고개를 숙이면 보일 것 같아서 숙이지도 못하고 놀란 다음에는 이라는 말에 답하게 됩니다. 결국 묻지 마세요. 영성 S미만의 데이트하는 자기야. 라고 말하며 토라진 표정을 지은 탓에 룸카페 뒤의 말을 희미하게 들어버렸네요.
"룸카페로 가자는 이야기인가요?" "나쁘진 않네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룸카페에 가면 도망도 못 가고를 떠올린 듯. 진짜 룸카페에서 불건전한 일을 할 생각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미약한 경악의 표정을 짓지만 금방 평상시처럼 돌아옵니다. 치마자락을 잡고는 남녀칠세부동석을 생각해봅니다. 야 넌 이미 글렀는데 뭘 남녀칠세부동석이야..
"..바..바다양에게 한 것처럼 허벅지터치나 허리터치를 해버릴거야요..?" 아니 그건 그나마 밖이었지만 룸카페라면...이라는 달달거림이 미약하게 드러나고 손을 대면 움찔거릴지도. 근데 거절은 안하고 있다니.. 글렀구나..?
>>133 샤샤샤! 일단 제가 몇가지는 생각했음다.. 전투관련이라면 공용 대련장에 왔다가 만난다던가.. (근데 방패vs방패 전투는 쪼금) 일상 관련이면 만화카페나 영화관에서 우연히 마주침.. 이라던가 호구같은(!) 성격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된 진화와 마주침(?) 같은 느낌으로? 아니면 상점가에서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서 합석... 같은 것도.
>>153 진화건 에미리건 혼자 보러 갔는데 막상 상영관 들어가보니 둘이 서로 옆자리였다거나....😎 같은 상황도 괜찮을거같네요! 교복 아니셔서 성학교생으로 알고 에미리쪽에서 먼저 말걸었다거나 하면 재밌을듯ㅋㅋ! 이 크로와상은 무해한 크로와상입니다 초면이신 분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드립니다...🥰
>>175 오케이.. 그러면 선레 써주실 수 있으신가요 (+호구 어쩌구 하는건 진화가 얭애취들에게 둘러싸여있고 그런게 아니라.. 선도부 걸려서 사회봉사 하는 애들이 쓰레기 대신 주워달라고 해서 주워주고 있다던가 남의 잃어버린 물건 같이 찾아준다던가 하는 1:1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 같은걸 생각하고 있었어용!)
아무튼 이 크로와상은 무해한 크로와상이라는 애옹 그리고 >>172 이걸로 작중 시점은 게이트 사태 이후 3n년뒤라는게 오피셜이 되었습니다....😇
>>180 영화 끝나고 'ㅎㅎ재밌는 영화였사와요' 하고 있는데 옆에서 우는 진화 보고 ㅇ.ㅇ 표정되서 "괜찮으시와요??" 하고 말 거는 에미리가 떠오르는 거에요.....😎 친절하게 손수건까지 건네면서 말 걸듯!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그닥...?? 별생각 없을수도 있습니다? 😉
신입분을 위한 설명! 베온( B군 ) 이라는 캐릭터가 지금은 시트를 내리신 나이젤 이라는 캐릭터와 짱친이었는데... 태양왕 게이트 (학원도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에 휘말려 망념화가 진행되어 게이트의 존재가 되었어요. 그런데... 나이젤이 시트를 내리며서 해당 캐릭터와 연결된 레스주 캐릭터가 아무도 없게 되는 바람에 망념화가 X 된 것 같아요...
뭔가 생명을 등가교환한 느낌인데. 그래도 학원섬 어디에서 느긋-하진... 않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걸 생각하니... 음...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제노시아의 미다스... 이제 나와 연관점이 없는 사람이로구만! 나중에 10만 GP 들고 방패 주문제작이나 받으라고 쳐들어갈 테닷!!
맹세하겠다. 이 곳에 남아있는 것은 철의 맹세, 이기는 것은 없으나 쓰러지는 자도 없을 강철의 성. 모든 것을 끌어모으고, 모든 것을 끌어내고, 모든 눈을 모으며, 나 한 명의 삶을 이 곳에 관철하노라. 오라. 이 곳은 아득히나 머나, 우리들의 돌아갈 고향. 이제는 머나먼 미래 속에서 꿈꿀 희망의 요람.
"물론 저에게도 건강 A미만이라던가. 신속 S미만이라고 해도 되지만요." 사실이라서 타격이 없다!
"뭔가.. 이게 연애 쪽의 그런 건 아니긴 한데. 좀 두근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긴장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라고 이상한 느낌이란. 이라는 물음에 얼버무리듯 답하려 합니다. 그러다가 할 법한 일을 뭉뚱그려서 설명하는것에 짖궂으시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관찰에 다른 일이라니.. 뭘 상상한 건지는 몰라도 얼굴의 표정이 히엣. 그런 느낌입니다.
"그..글쎄요.."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로..라고 해도 생각이 잘 안 납니다. 그러고보니룸카페에서 이것저것 한 전적이 있잖아요. 셋상에. 그걸 까먹으시면 어떡합니까. 이게 아니라.. 룸카페에 가기까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 못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룸카페로 들어가는군요.. 그래도 룸카페에서는 의연하게 대할 겁니다. 문이 닫히기 전까진.
"담요가..." 들어오면 또 자연스럽게 담요를 찾네요. 하긴. 절대영역 보일정도의 스커트면 잘못 앉으면 보여요. 담요 필수. 물론 담요를 덮어도 옆에서 보면 영역이 살짝 드러나긴 하던 것 같던데.
>>218 여전히 세계는 지독히도 아름답다. 한 사람이 사라진다 한들 알 수 없을 만큼, 수없는 사람들로 흘러 넘치고 있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희망이란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첫 시험에서 들뜬 마음으로 시험지를 들었을 때, 내가 보았던 것은 하얀 백지와 글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감정의 공백 속에서 웃으며 친구에게 다가갔을 때,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공백은 천천히 깨어져 균열이 되었다. 도망쳤다고 해도 좋다. 그것에 부정할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도망친 사람이 꿀 꿈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여전히 우습게도, 영웅이 되고 싶었다.
>>220 한 점을 찍어낸다. 선을 잇는다. 면을 그려내고, 거기에 크기를 입힌다. 질량을 더하고, 색을 더하여, 마침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므로 탄생하는 것을 우리들은 '예술'이라고 했고 더 나아가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을 우리는 '탄생'이라고 말했다.
>>222 가끔 살다보면 우악스런 순간도 있는 법이다. 왁자지껄한 가족들 틈에서 서로 웃고 떠들 시간으로 바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동생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잠에 들 수 있다는 것. 일상의 무게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질적으로 가디언 아카데미에 들어온 직후부터였다.
>>216 둘이 영화에 대해서 엄청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을 각이 보이는거에요...😎 어쩌면 대화 나누다가 직원님이 나가실 시간입니다~~ 하고 들어오셔서 호다닥 나오면서 에미리가 다른 데서 얘기하시겠냐고 제안해서 장소 옮겼을수도 있겠구요 (ㅋㅋ!) 만약에 이쪽이라면 아마 에미리가 엄청 말이 잘 통하시는 분이라 생각해서 가디언칩 번호 교환까지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럭저럭 주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많이 남아있네. 허리를 숙여 한조각 더 줍는다. 마치 모내기를 하는 농부가 된 느낌이야. 낯선 기숙사에서 홀로 밥먹자니 무서, 아니 어색해서 바깥에서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먹고 외로움을 달랠 만화책이라도 사갈까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걸까.
푸념하듯 조금전을 떠올려본다. 사실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잔뜩 취한 누군가가 비틀거리면서 가다가, 홧김에 유리창을 후려쳐 부순 것을 봤을 뿐. 불쌍한 화풀이 대상이 된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을 뿐, 나와 크게 관련있는 일조차 아니었다. 그래 그냥 지나쳤으면 되잖아.
다만 나는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바닥에 산산조각 깨어진 날카로운 파편들이, 혹여나 누군가의 발에 찔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고 있었다. 결국 나는 궁상맞은 모습으로 신세한탄을 하면서 유리조각이나 줍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내 자신이 자처한 것인데도 말이야. 조금 웃겨서 허허 하고 소리내어서 웃었다. 손에 모아둔 유리조각은 별거 아닌것처럼 작더라도, 그런대로 뾰족한 모퉁이가 손바닥을 가볍게 찌르고 있었다.
그래. 궁상맞은 바보짓일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혹시나 누군가의 상처를 덜 가능성이 생겼다면 싼 값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쪼그려 앉아 묵묵히 유리조각을 계속 주웠다.
>>219 흐릿하게 번졌다. 안개가 퍼져갔다. 오직 한 사람이 퍼트린 안개. 누군가의 어깨로부터 타고 피어난 검은 장미꽃이 천천히 안개를 내뱉었다. 그는 척 보기에도 가라앉은 폼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천천히 다가온 채로 손을 뻗었다. 목을 끌어안고, 제 큰 품에 나를 끌어안으며, 그 한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다행이란 말을 하였다. 무서웠다고, 이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무엇이라도 가지려 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그는 말했다.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지는 것을 무서워 했다니. 참 우스우면서도 웃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과거를 공유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혼자가 아니게 된다는 것과,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같이 감정을 토로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221 해가 지기 직전의 그림자는 진하면서도 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두 사람의 키는 비슷했다. 누가 더 크거나, 작기보단 서로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서로가 비슷한 시선을 공유하고 있었다. 조금 더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걸으며, 더 길어진 그림자를 늘이고 즐거운 미소를 보였다. 이렇게 하면, 내가 당신보다 더 큰 키를 가질 수 있으니까. 적어도 그림자만큼은 이제 아이가 아니라, 당신보다 큰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너다운 대답이라고, 꽤 바보같단 말을 들었지만 그녀도 웃는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왔다. 당신을 끌어당긴다. 그림자가 서로 겹쳐 하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덩어리가 되었다. 긴 시간,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230 그 물음은 조용했다. 또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는 옅은 수염이 난 턱을 만지며 당신의 말을 듣고, 다시금 판단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단 한 마디의 문장만을 내뱉었다. 문장은 덤덤했다. 또, 적었다. 그러나 그 말은 꽤나 중의적이었고, 해석하기 나름의 문장이었다. 문장을 해석하면 이런 말이 되었다.
언제까지고 눈은 내릴 수 없다지만, 결국 내린 눈은 녹아버릴 것이라고. 녹은 눈이 대지에 스며들어, 다시금 꽃이 필 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이 너를 이루었으니, 너는 그로 하여금 아름다운 꽃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 여실히 좋은 미소로 날 보며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231 손가락을 살짝 세운 채, 천천히 목을 끌어안았다. 큰 키로 매달리듯 안겨, 보드라운 미소를 지어냈다. 은근한 손길이 천천히 목을 지나 머리카락으로 스며들어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상태로 천천히 숨을 뱉으며 말했다. 나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묶이지 말라고, 나의 야수. 나의 사랑하는 늑대야.
"어느쪽이든 재미있네..." 라며 다림이를 바라보다가 얼버무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짓궂은 표정으로 빠안히 바라보았을지도? 짓궂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에는 애써 마주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히엣, 하는 표정을 보고는 "뭘 생각한 거려나." 라고 장난스레 물었지.
의외로 다른 곳으로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 하긴 하지만... 이것저것이라고 해도 같이 영화보고 살짝 껴안은 것 외에는(?) 문이 닫히면, 담요를 찾는 다림이를 뒤로하고 벽에 등을 기댔겠지.
" 그럼, 이제 자국 보여줘. "
일부러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담요를 찾아 덮으면 그제서야 보여달라며 짓궂게 다림이를 바라보았으려나?
>>253 차가웠다. 고지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천천히 손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단순히 추운 것이 아니라, 꼭 무언가가 얼어붙는 듯한 착각을 부르는 냉기였다. 그런 바람을 둔 채로 입에서 흩어지는 입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찬 공기가 하늘로 오르다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흐려졌다. 웃었다. 단지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일까 하며 웃었다.
공부를 마치고, 꽉 찬 망념이 살랑살랑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한 감각에 잠겼다. 쌓인 피로로 인한 환각에 불과하지만 가슴이 약간 답답해졌다. 마음도 의념도 망념도 가슴에는 없다. 모두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무언가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가디언칩을 톡톡 조작하면서 누구와 함께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화면을 종료하고 트레이닝복을 꺼내들었다. 오늘은, 그냥 달리자.
3월의 바람 사이를 달리다가, 반대쪽으로 달리는 사람을 엇갈려 지나가다가, 문득 그렇게 멈춰섰다. 준비도 없이 격하게 뛰기 시작한 터라 숨이 격했다. 쾅쾅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하면서도 숨소리가 크지 않도록 눌러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진정될 리 없건만 그렇게 하고 있었다. 성학교 기숙사와 가까운 구역. 유리파편을 맨손으로 줍고 있는 사람. 최대한 들키지 않는다고 흙을 긁는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하고 숨도 줄였지만, 의념도 쓰지 않고 의념을 멀쩡히 쓸 수 있는 가디언 후보생에게 숨기긴 어려웠을까?
" 제가 했던 일들이, 제가 행한 일들이.. 절대로.. 절대로, 의미 없는 일이 아니었다는 게 맞았군요. 하.. 하하.. 하하하.. 죄송합니다. 잠시만.. 잠시만.. "
" 잠시만 내가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줘. "
>>지훈 " 그림자가 커져선 소용 없어. 단순히 커지는 게 아니라, 나보다 더 커지고, 더 멋진 사람이 되서 말해야지. " " 동화 속 용사님은 마왕을 잡으러 온다지? 그럼 네가 그 용사가 되서 날 구하러 와. " " 마왕이라는 이름마저 벗기고 네 공주가 되게 해보라고. "
>>다림 " 언젠가 눈이 가득 내린 날에, 작은 꽃잎을 본 적이 있었답니다. 그 곳에는 민들레 꽃 하나가 추위에도 씨앗을 지키며 봄을 기다리고 있더랬죠. 그 모습이 유독 안쓰러워 주위에 있던 눈을 덜어내고, 길을 정리한 적이 있었답니다. " " 수 년이 지나고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거기엔 아름다운 민들레 꽃들이 가득 있었답니다. 후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수많은 민들레 씨가 퍼지는 모습이 참으로 절경이더라고요. " " 결국. 우리도 같아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좋답니다. 그러나, 결국 혼자 서는 법을 알아야만 한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순간을 회상하며 내가 이만큼 아름다워졌음을, 이만큼 예쁜 꽃이 되었노라고. 말하면 된답니다. " " 꽃이 되세요. 그 날의 이름은 제가 지어드릴테니. "
그러고보니 저는 딱히 공략하려다 포기한 게 없단 애옹 (현생 때문에 평일 참가 가능 시간대 좁음 →뭘 좀 해보려니까 초대형 게이트(태양왕국)가 침공해옴) 이니까! 이제부터 하고 싶은 거 이것저것 할겁니다! 대련부 견학할 때 대련하다가 스킵됐던 것도 태양왕 게이트 아니었으면 계속 했을 것...!
>>312 물빛으로 젖은 밤이었다. 유독 흐린 날씨에 해무가 끼어, 앞을 잘 살피지 않으면 흐릿한 빛으로 물들었다. 그 속에서 천천히 손을 뻗어, 나를 안개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대로 손을 꼭 쥔 채로, 아이같은 미소를 흘렸다. 조금의 신경만 쓴다면 흐릿한 형체를 뚫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손을 뻗은 채로 희미한 형체를 끌어안았다. 두근, 두근, 작은 심장 박동이 겹쳐 빠르게 뛰었다. 조용한 주위 소리가 겹쳐 텅 빈 공원에 심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뭐가 살벌해요. 원인을 뜯어야죠." "뜯어내서 버려야죠?" 보이지 않게.. 보아도 보지 못한 것처럼. 이라고 느리게 말합니다. 그 표정은 희미한 미소같기도 하고, 눈을 감으면 울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이었습니다.
본다면.. 딱 봐도 hickey 뺨치게 진하게 남은 자국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도망칠 곳도 없이 잡혀서 보여지면 뭔가 부끄러울 것 같지만 자세한 건 생략한다. 다림이가 새하얀 만큼 눈에 띌 수 밖에 없을지도. 그 과정을 거리고 나서 쿠션으로 지훈이를 팡팡 때리려 합니다. 진심으로 때리는 건 아니..려나?
"하아...그럴까요.." 그 의견에 따라서 블루 스무디를 주문합니다. 맛 자체는 약간 오렌지~레몬 느낌이라나요? 짜릿한 맛일 겁니다. 그리고 콜라를 주문받는 직원이
"콜라는 세 종류인데요. 뭘 선택하시겠나요?" 라고 묻네요. 코카, 펩시, 코코아탄산단물(?)이 있다고 합니다(?) 아니 여기서 9가 나와서 이걸 물어요?ㅋㅋㅋㅋ개그성이닼ㅋㅋㅋㅋ
>>325 당신은 제게 말했습니다. 미련이란 것이 그렇다 했습니다. 떠나려고 해도 발끝에 남아, 그저 걸음을 옮기고자 하더라도 발자국이 아니라 끌린 흔적이 남는다고요. 그것을 미련이라 했고 미련의 끝에 자국이 있어, 그 자국을 기억이라 하였다고요. 그래서 미련을 잊으려면 자국을 지우던지, 아니면 끌리는 발을 떼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 발은 떨어지지 않고, 새겨진 자국은 지울 수 없을 때는 말해주지 않았을까요. 왜 말하지 않고 그 곳으로 떠나갔을까요. 참새 우는 소리 들리는 아침에 당신에게 이야기를 보냅니다. 이 새가 부디 당신 있는 곳까지 닿아, 내 이야길 전해주길 기다립니다.
아무 생각 없는 반복 활동은 상념을 깊게 한다. 요 근래 나의 선택은 잘한 것이었을까. 나 자신으로썬 발전없는 수렁에서 벗어나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정말 진심으로 조금도 '도망치고 싶었다' 라는 의향이 없었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린다. 가장 친했던 그녀. 어쩌면 이제는 과거형으로써 '친했었던' 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속으로 생각할 때 정도는 고집을 부려도 괜찮지 않은가. 나는 과연 잘한 것이었을까. 어려운 난제다.
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런 뒷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을 신경쓸 인물 따위 많지 않다. 선도부라면 어쨌거나 좋은 의도로 행동하는 것이니 잘 설명하면 된다. 그 외엔 지나쳐서 걸어갈 것이다. 나는 단정짓곤 난제에 대해서 좀 더 고민했다. 그녀와 나는 공통점이 참 많았다. 좋게 말하면 호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괴짜일지도. 그렇기에 마음도 잘 맞았고, 나는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순수하게 즐거웠다. 물론 그 시간을 손수 직접 없애버린 것도 나 자신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 유리줍기처럼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
그렇기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을 땐, 난 진지하게 양호실로 가서 정신검정을 받아봐야 할까 고민했다. 이상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나는 그녀를 그리워하곤 있었지만 환청과 환각에 시달릴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앓은 기억은 없다. 내가 모르는 정신 질환이라도 생긴걸까.
다음 마디가 들렸을 때 비로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서로 서있을 때에도 나보다 훨씬 큰 크기의 그녀는 쪼그려앉은 자세에서 올려보니 너무나도, 너무나도 드높게만 보이는 것 같았다. 바닥과 천장. 어쩌면 지금 인식하고 있는 실제의 거리감보다, 나는 더 멀리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 어...."
동공이 크게 떠지고 입에선 스스로가 생각해도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아니 왜 여기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 일단은 답변, 그래, 답변을 해야지. 그런데 뭐라 말하면 되는걸까. 그런걸 제대로 알 수 있었다면 애초에 교우관계가 좋았을 것이다. 일단 확실한건, 그녀와 어색한 관계가 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나는 활짝 웃기로 했다.
"으응. 나는 잘 지냈지." "요즘 다들 시험기간이니까,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쪼그린 자세, 낮은 자세로 이쪽을 돌아보는 진화는 엄청 놀란 것처럼 당황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당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데서 만날 줄은 몰랐던 옛 친구. 안 좋은 일로, 멀어져야 했던 옛 친구. 하지만, 최대한 덤덤하게 대하려 한다. 성학교도 청월도 제노시아도 시험기간이니까 굳이 청월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됐다.
나는 유리파편이 팔을 뻗으면 닿을 곳까지 가서 같이 쪼그려앉았다. 의념으로 손을 강화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맨손으로 잡진 않았지만. 대신 주변에 굴러다니던 돌을 주워서 작은 유리파편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건 보석의 힘을 빌려서 더 반짝이게 하면 확실히 발견할 수 있을텐데, 어려운걸. 이라고 생각하며.
"너는 잘 지내고 있었어?"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말을 건네고 있으려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렇진... 않았겠지. 손바닥을 찌르는 유리조각들을 쥐고 있는 걸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아니다. 이런 거 줍고 있는 거 보면, 뭔가 선도부에 걸릴 만한 짓이라도 한 거야?" "흔히 그러잖아. 일탈행위 처벌을 위한 사회봉사... 그런 거."
당연히 너라면 잘못된 일은 안 했을 거야. 라고 믿고 싶지만, 진화라면 자기가 한 일이 아니더라도 쉽게 덮어쓰고 대신 해주거나 하겠지. 직접 남한테 해를 끼치라면 못 하겠지만, 자신만 피해 보는 일이라면 가볍게 받아들이곤 하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뜯어서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 불쑥 머리를 들이밀지 모르는 일이에요." 난처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는 진한 자국이 남은 것을 자신은 흘깃 보는 것으로 아는 건지. 시간 지나면 옅어지겠죠..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은 스카프를 매고 다니거나 목티를 입어야겠네요. 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나는 뭘 모르는구나. 뜯어버리면.. 번지는 것들인데. "코코아탄산단물..?" "특이하네요..."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는 지훈이 진짜 시키자 그걸로 되나요? 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리고는 옆에 등을 기대고 앉자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래서요. 제 목덜미는 맛있었나요?" 물어보는 말이 참 위험하구나.. 그런 말을 하고는말을 하지 않은 것처럼 딴청을 피웁니다. 그리고 나온 것은 정말로 코코아탄산단물이었고... 맛은... 솔직히 좋은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블루 스무디는 먹을 만하겠지만(의외로 오렌지과육같은 것도 들어가서 씹는 맛도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한다. 그러고 보면 그랬지. 교무실에 찾아갔을 때 시험기간이라고 막혔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정하고 기색을 보니 비아는 좀 피로해보이는걸 봐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걸까? 나는 돌이켜보면 하나도 안하고 있구나. 그럴 겨를도 아니었지만.
"......"
옆에 쪼그려 앉아서 조각을 보던 비아는 돌로 같이 모아주기 시작했다. 도와주려는걸까. 다른 사람이었으면 '괜찮아. 내가 괜히 하는거야.' 라고 말렸을텐데, 그녀에게 그런 얘길 했다간 섭섭해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가끔은 배려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배려일 수도 있다.
"응. 담임선생님께서 참 친절히 대해주셔서. 동아리도 들어가볼까 생각중이야."
나는 최대한 평범하게 대답하려 애썼다. 너무 평범하게 대답하려다보니 오히려 한바퀴 돌아서 무엇이 평범한지도 잘 모를 정도로. 이러고 있으면 마치 변함없는 사이인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론 굉장히 어색하다. 비아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라는 느낌의 기색을 띄고 있다.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다. 아마 거울을 보면 비슷한 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건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어색함을 덜기 위해 조금 정도는 진솔히 덧붙이자.
"널 자주 만나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긴 해."
청월에서 지낸 시간과 경험들이 기쁜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때는 분명 내게 있어서 즐거운 기억이었으니까. 그 부분에서만큼은 오해가 없길 바랬다. 그러니 내 딴에서는 나름 노력해서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멀어지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아하하, 그런 화려한 전학생 데뷔는 하지 않았어. 그냥...술먹고 취한 아저씨가 유리창을 깨부쉈길래. 누가 밟으면 다칠까 싶어서."
이어지는 질문엔 볼을 긁적이면서도 비교적 시원스럽게 답할 수 있었다. 스스로 자조했을 정도로 미련할지도 모르는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다지 눈치가 보이지 않는건 내 안에선 역시 그녀를 변함없이 친근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럼요. 곤란해져요?" 곤란해요. 라고 말하다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는 말에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하네요. 피가 철철 나는 것보다 이런 게 더 곤란한 이유는 의외로 이런 게 자연치유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겠죠.
"엑. 진짜 마실 줄이야." 그걸 마시고는 입맛이 떨어졌다는 듯한 지훈을 보면서 이거라도 좀 마시실래요? 라고 본인이 먹던 블루 스무디를 내미는데. 야 그거 빨대 하나뿐이잖아. 옅은 립 자국이 있는 빨대를 들이미냐. 야.야..
"지금 물면 맛 섞이지 않나요?" "아닌가.." 물 마시고 물래요? 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고는 아니면.. 이번에는 내가 물어버린다거나. 라는 말을 하고는 다림은 손으로 아직 물리지 않은 지훈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려 시도합니다. 만일 닿는다면 스무디의 차가움이 전달된 손은 차가웠을까요?
"네? 드라마나 영화 보다가 눈치도 못 챘을 때에." 물리면 스카프를 매지 않곤 외출도 못하겠네요. 라고 웃습니다.
룰루랄라~ 오랜만의 주말! 주말! 주말!!!! 하염없이 보내는 주말이란.. 쿠히히히히히!! 너무 좋다... 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참새를 그리거나 수풀을 그리거나, 혹은 지나가는 사람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다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려오기에 호기심으로 다가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열정 넘치게 부르고, 자신감 없이 부르고, 때로는 모두가 함께 불러 합창하기도. 음~ 좋다좋다~ 점점 가까워지는 근원지. 저 멀리서 흐릿하게 어느 덩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래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 맞지 않는 음정! 어긋나는 박자! 대지를 울리는 울림은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귀를 막고 도망가기 위해 뒤로 돌자... 툭... 하늘에서... 새가... 새가!!! 떨어졌어!!!!
대, 대체 누구냐!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다, 당신은!!!"
후다다닥 뛰어가서 본 모습은... '성현!' 이럴수가... 노래 부르기 F 정돈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말을 하는 거람... 마이크를 종이에 그린다. 그 옆에 낡은 마이크를 그린다. 사물을 관찰하고 특성을 이해한다. 그리고 해석하여 특성을 부여하는... 형상 부여!! 마이크에 낡음 이라는 특징을 부여해 고장낸다!!!! 더 이상의 청각 테러는 멈춰!! 그리고 아무리 싫어도 사람들에게 맞아죽게 할 수는 없으니 그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밀면서 사람들에게서 도망간다.
"노래가 의념이면 가수하고 계셨지... 왜 가디언 후보생을 해요. 퓨어퓨어보이스도 아니고."
어쨌건 작은 조각도 모아놓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진화의 손에 올려주기엔 못할 짓이고, 나는 절대 맨손으로 유리조각을 쥐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면 손에 상처가 날지도 몰라. 진화는 멀쩡하게 손에 쥐고 있지만... 튼튼한 건 전과 다를 게 없구나.
"...그랬구나. 나, 이제 3학년이니까, 2년 있으면 가는걸. 지금 많이 안 만나두면 만나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말에 조금 기뻐서, 혼란스러운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다. 그래서 조금 말을 고른 다음 내놓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듯, 나는... 네가 내 옆에 없어도 쭉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날 만나는 게 좋다면 조금은 자주 만나자... 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맨손으로 치우려 하는 건 위험하잖아. 빗자루까진 아니어도 티슈 정돈 가져와야지."
아저씨... 학원섬에 온 민간인이라고 해도 학원섬에서 술 취해서 유리창을 부술 사람이 있나? 아마 엄청 노안인 술취한 성학교생이었을지도. 아무튼 남의 강요는 없는 자발적이란 일에 안심하고, 굳이 그걸 맨손으로 주우려 했다는 것에 답답해졌다. 다들 신발 정도는 신고 다니니까 잠깐은 놔둬도 괜찮을 텐데.
"정말...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손에 바닥 먼지를 묻혀가며 하는 미련한 선행. 이해할 순 없지만 나쁜 뜻으론 행동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애매하다...
유리조각들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다가, 저지 소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쥐었다. 이렇게 하면 옷에 박히거나 했을 땐 문제지만 당장 손은 안 다친다. 저지를 뚫을 만큼 큰 조각은 진화가 모두 들고 있으니 괜찮아. 그리고 쓰레기통이 있는 쪽으로 앞장서면서 유리조각을 쥐지 않은 손을 진화에게 흔들었다.
"빨리 버리고 오자. 손도 씻고."
(따라와줬으면 가까운 쓰레기통으로 이끌어 유리조각을 탈탈 털어 버리고 공공화장실 쪽까지 데리고 갔을 것이다. 이쪽은 유리를 손에 잡진 않았으니 손 씻을 필요는 없지만 넌 이것저것 묻었으니까... 하고 화장실 입구에서 나오길 기다렸을까?)
"외모만 보면 호탕함이나 저돌적 막 이런 건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의외로 싸울 투..."
흠... 어쩌면, 잘 쓰고 계실지도?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느냐 이게 중요하지만.
"그러면, 그 의념은 주로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고 계세요? 쉬운 질문으로 하자면... 싸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내가 그 의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석할까.. 어떻게 사용할까... 지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지휘와 투 의념을 응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하겠지. 혹은, 투 의념을 불어넣는 것으로 싸움의 방법이나 센스 등을 키우게 하거나? 아니면, 적에게 투 의념을 불어넣어 아군 워리어와 싸우게 만들어 랜스와 나를 어그로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사용했을지도 몰라.
"연고를 바르면.. 글쎄요. 빨리 나을 수도 있고.. 특정 연고라면 색 대비가 진해서 눈에 더 띌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목까지 물었으면서 간접적인 건 그런 걸까요? 라는 생각으로 안 마신다는 것과 얼굴이 붉어진 것에서 유추하며 쪽쪽 빨아먹으려 합니다. 스무디는 줄어갑니다.
"글쎄요..." 맛이 궁금하다기보단.. 어떤 반응을 할지가 궁금한 느낌에 가까운걸요. 목을 쓸어내릴 때 움찔거리는 몸을 보고는 목을 두 손으로 감싸려 시도한다면 어떤 반응일지. 아니면 정말로 물면 어떤 반응일지. 그게 좀 궁금한 것에 가깝다.
"나도 가입신청서만 받아놓고는 아직 찾아가보진 않았어. 비아는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중인거야? 사실 착각이면 다행이지만, 조금 지쳐보여서.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나는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리 물어보았다. 안색이 창백하다고는 말 못해도, 역시 자주 봐온 입장으로써 어딘가 피로한 기색 정도는 느껴지는 것이다. 복장을 보니 조깅을 하던 모양인데,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걸까.
"아."
그런 시시한 추리는 이어지는 대화에 깔끔히 절단 되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을 흘렸다. 그래, 그녀와 나는 이제 학년이 달랐지. 멍청하긴. 스스로에게 욕을 내뱉는다. 뭐가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냐. 2학년 주제에. 3학년이 되고 졸업을 앞둔 그녀는 당연히 시험에 대한 무게가 나랑 다르겠지. 그와 함께 가슴이 아팠다. 내가 방황하느라 날려버린 시간의 격차가,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걸 티내서는 안된다. 절대로. 어쩐지 울고싶은 기분이 왈칵 들었지만, 손안에 쥐고 있는 유리조각의 뾰족함이 간신히 억제해줬다. 고마워. 살짝 피가 흐르지만, 싼 값이야.
"....그렇네! 이것저것 바빠서 연락도 잘 못했는데. 그럼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해도 되는걸까."
자신의 실수랑 꼴사나움으로 어색해진 친구에게, 다시 자주 만나자고 물어보는 모습이라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만큼 부끄럽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아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어쩐지, 여기서 꼴사납다는 이유로 도망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조소당하거나 궁상맞아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건 나다. 그래, 용기와 뻔뻔함만은 있었다.
"아하하."
뒤이어 얘기하는 비아의 말에는 그저 쓰게 웃었다. 정확히 그 말대로야. 방금전 힘을 줬던 손바닥이 가볍게 따끔거린다. 이걸 보이면 안되겠지. 비아를 따라가 유리조각을 버린 뒤엔, 제딴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런 사소한걸로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마침 비아가 배려해줬기에, 나는 공공 화장실에서 가볍게 묻은 피를 닦아낼 순 있었다. 그러면서 수 많은 상념에 잠겼던 나는, 고민 끝에 나오자마자 어색하게 얘기했다.
"혹, 혹시, 그럼 이후에 시간 있어?"
물론 말한 직후에 후회했다. 이런 멍청한 멘트를 하려고 고민한 것은 아니었을텐데. 나란 녀석은 정말로 바보다.
엄청 단순하잖아... 싸움을 좋아한다고 싸움이 의념... 뭐, 나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딱히, 부정적이진 않지만. 흠, 싸움은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그럼... 내가 생각하기엔... 곰곰... 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입을 뗀다.
"즉, 싸움은 생존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 그리고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싸움은 생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싸움은 필수불가결.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싸움은 생존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 혈투거나..."
또 아니면, 충돌? 결국, 싸움이란 건 물리적 혹은 정신적 충돌이니, 충돌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는 것에 집중한다면, 결투? 결투라는 것도,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위한 싸움이니까... 하지만,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해석은...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당신에겐 싸움은 누군가를 이기거나, 또는 극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른바, 투쟁!"
암암, 이미지에도 어울리고! 하지만, 의념을 쓰는 방법이... 약간, 지휘 계통이나 서포터 계통 같네...
"뭐, 거기까지는 제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싸움을 좋아하면, 왜 좋아하는지 한 번 고찰해보세요. 그리고, 싸움이라는 의념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도 한 번 고민해보세요."
의념처럼, 싸움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방법. 싸움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가에 대해 이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싸운다는 그 과정이 좋은 것. 대체 왜 싸움이 좋은 건지 나는 모르겠어... 그리고 이 사람은 엄청 위험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투쟁. 나의 투쟁이 아니라 그냥 투쟁... 결국엔 생각만 하고 있는 방식이 여럿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당신은 싸우는 과정이 좋은 거죠? 그 과정에서 탈락해 패자가 되거나 하는 건 싫은 거죠? 계속 싸우고 싶다... 그렇다면, 의념기도 거의 그런 형식이겠네요? 피해를 입어도 계속 일어나 싸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난다. 불굴의 정신처럼? 차라리.. 싸우면서 상대방의 투기와 자신의 투기를 계속 몸에 쌓아보세요. 자신의 신체가 받을 수 있는 한계까지 싸우면서 투기를 쌓다가, 그것을 한 순간에 방출하거나 혹은 쓰러지기 직전에 투기를 끌어올려 불굴의 투지로 다시 일어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생각은 무협에서 본거지만... 어깨를 으쓱... "저는 싸움을 싫어해서..." 라고 덧붙인다.
저번에 성현이 의념기에 대해 고민하기에... 의념기는 상시 발동. 성현의 의념 속성은 투. 피해를 입을 때에 따라 피해를 일정만큼 경감하고 망념증가에 따라 해제한다... 이걸 보고 저런 말이 나왔어요. 성현이의 의념기는 투쟁본능. 성현이가 싸우는 과정을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싸울 수 있도록 버티기 위한 의념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면, 성현이가 의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도 더 오래 싸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더니 그것은... RPG적으로 회복이나 부활 혹은 받은 만큼 돌려주기!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피해를 받으면 '일정'만큼 경감. 그러면, 경감된 피해를 투기로써 저장하고 의념기가 해제 될 때 그 투기를 발산하여 회복을 하거나 혹은 그 투기의 피해만큼 카운터 펀치 같은 걸 날려서 데미지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해서..
적이 인간급의 지성을 가진게 아닌 단순한 동물이라면 속을 것이고 인간급 지성을 가지고 있어도 전투 상황에서는 신경 쓸 수 밖에 없을것이다. 아니면 저 환상 속에 아군을 숨겨둬서 가짜인줄 알고 무시했는데 진짜가 나타나거나 아예 함정을 설치해서 유도한 다음 함정에 빠지게 하거나 가짜로 날린 공격 안에 화살이나 총알 등등 원거리 무기를 섞어서 날리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멋!! 있!! 다!!
얼어죽을 것 같은 러시아의 추위 속에서 배급받은 한 조각의 빵과 보드카를 뺏기고 좁은 열차칸 안에서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머리에 서리가 가득 붙어있을 만큼 진짜 엄청 추웠어요) 머리를 보면서 함께 이동하다가 긴 식탁에 앉아서 친구의 얼어붙은 보드카를 받고 겉을 네모나게 깨트려서 먹는데 뜨겁고 술기운에 어지러운데 갑자기 사탐 선생님이 들어와서 젓가락으로 학생들을 가리키며 자기 수업의 원칙 같은 걸 가르치는데 제가 그 젓가락 같은 걸 손으로 잡아서 선생님이 털어내셨고 쌤이 말하는거 열심히 따라하는 꿈을 꾼 거에요... 더 신기한 건 지금 이거 쓰고보니 전에도 한 번 꿨던 꿈같다는 애옹..
일종의 정신적 피로와 같은 망념. 그냥 피로와 다른 점은 한계까지 치달으면 확정적으로 죽는다는 점? (가디언칩이 90 이상의 망념을 제외하니 '죽기'까지는 갈 일이 드물지만...) 그 망념은 무슨 원리인진 몰라도 다른 사람과의 교류로 줄어든다. 망념도 줄고, 그냥 피곤했던 것도 대화하면서 힘이 나니까, 중의적 표현이란 거다.
"응. 누가 친구 없다고 놀리면 당당하게 부르고, 카페 가서 2인 메뉴 못 시킬 때도 그냥 불러. 바쁜 일 없으면 얼마든지 가줄 테니까."
네 손에 피 흘리게 하는 게 없었다면 손이라도 잡아줄텐데. 진화가 부끄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며, 네가 하는 말이 정말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란 걸 알려주기 위해 단언했다. 4학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3학년이니까, 여유없진 않아. 졸업보단 입학에 가까운 너에 비하면, 난 입학보다 졸업에 가까워졌지만.
"시간이 없었으면 기다리고 있진 않았겠지."
하고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세웠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밥이라도 같이 먹으러 가자. 아, 이미 식사한 건 아니지?"
식사든, 디저트든 원하는 메뉴로 같이 먹자. 당장 떠오르는 게 없으면 식당가를 걸으면서 같이 찾아보면 돼. 그렇게 느긋한 만남이어도 괜찮으니까.
"눈에 더 띌 수도 있고, 그런 상처를 알아보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죠?" 그럼 입 대고 마시려고 하셨어요? 라는 표정으로 다시 건네줍니다. 빨대는 여전히 꽂혀 있기는 하지만 입 안 대고 마실 수 있는 방법은 꽤 되겠지요. 생각보다 재미없는 반응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다림에게는 신선한 반응일까요?
"집착... 지금에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느낌이네요." "하지만 어차피 물린 거 더 물려서 목을 꼭 가려야만 하는 당위성 만들어도 상관없죠." 집착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의 상태에선 그런 단어에 대해서 큰 반응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네.. 회피하는데 집착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한다면 그건 캐붕이고.. 약한 혼란의 표정을 짓다가 입술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깨물리자.
"읏.. 또 못된 장난을..." 그렇게 말하는 다림은 어떤 행동을 하려나.. 마치 껴안으려는, 혹은 껴안기려는 듯 가까이 다가갈지도?
"자꾸 그러시면..." 무어라 말해야 할까. 라고 말을 고르는 다림입니다. 목덜미 쪽을 바라보지만 다림은 타인에게 뭘 남기는 걸 지금은 선호하지 않으니까요. 휩쓸려서 짖궂음이 넘어가야 가능할까.
티비를 돌라다 나온 것은.. .dice 1 4. = 1 1. 영화 2. 드라마 연속방영 3. 홈쇼핑(?) 4. 애니메이션
1일 경우 .dice 1 4. = 4 1. 범죄스릴러 2. 좀비물 3. 로맨스 4. 코메디
2일 경우 .dice 1 5. = 3 1. 미드 2. 일드 3. 한드 4. 영드 5. 중드
4일 경우 .dice 1 5. = 5 1. 퓨퓨보 2. 지브리풍 3. 13영웅 기반 아니메 4. 치(명적유(해물 5. 자율상상(?)
요근래에는 드물게도 활짝 웃었다. 사소하지만 친구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었단건 기쁜 일이다. 아니, 사실 그런 도덕 교과서 같은 소리가 아니더라도. 나 또한 울적했던 기분이 대화할 수록 풀려가는 것을 느낀다. 가디언에게 있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필수적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사실 가디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그, 그렇게 부르는건 좀 부끄러운데....그냥 평범하게 만나자고 할게....아니면 비아쪽에서 불러줘도 기뻐. 마찬가지로 바쁜일이 없다면 언제든 가줄게!"
친구 없다고 놀리면 부르거나, 카페 가서 2인 메뉴 못 시킬때 부르는 상상을 잠깐 해보자. 한계를 넘은 부끄러움에 결국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고개를 저었다. 무슨 칭얼거리는 아기도 아니고 말이야. 큼큼, 헛기침을 몇번 하곤 나도 밝게 웃으면서 똑같다는걸 되돌려줬다.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 손으로 가슴도 탕탕 두드리고, 주춤했던 허리와 어깨도 나름대로 쭉 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 차이 때문에 비아를 훨씬 올려봐야만 했지만.
"그것도 그렇네. 응, 밥도 먹고 놀러다닐겸 나온거라서 아직 안먹었어. 기숙사에선 좀 한가했거든."
상당히 어색한 멘트였지만 그래도 잘 된 것 같아 기쁘다. 더 이상 손을 감출 필요도 없겠다, 자유로워진 손이 신나는 기분에 따라 말할 때 마다 가볍게 흔들거렸다. 옆에 비아만 없었다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심정이 될 일도 없었겠지만 말이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중얼거리던 지훈은 다림이 무언가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건네주자, 살짝 떨어져 마시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을까. 입 대고 마실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아까 그 의미는 빨대를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으려나.
" 별로 상관 없다는 듯 말하는구나. 나도 진짜로 집착할 생각은 없었지만. "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성정과 맞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었을까. 누군가에게 요구받아 하는 거라면 몰라도. 다림이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훈 역시 희미하게 농담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것 외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겠지. 아니면 일부러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인가? 글쎄다.
" 하지만 먼저 장난친 건 다림이 쪽인 걸. "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무표정한 상태로 고개를 갸웃거리다 희미하게 입꼬리만 올렸으려나. 껴안거나 껴안기거나... 다가왔다면 지훈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다림이를 품에 폭 안으려고 시도했을지도.
" 자꾸 이러면? "
"토라지는 거려나." 라며 말을 고르는 다림이를 살짝 놀리듯 말하고는 빤히 바라보았다.
티비를 돌리다가 코메디 영화가 나온 것을 힐끔 보고는, "나쁘지 않네.." 라며 빤히 영화를 보고 있었겠지. 내내 무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보고 있던 것이었으려나?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뿐.
비아는 종종 묘하게 누나 같은 말투를 한다. 어쩌면 그녀의 안에서 나는 덜렁거리는 16살 정도로 보이는 걸까. 어쩐지 조금 분해서 나도 동갑 남자애란걸 어필하기 위해 볼을 부풀리곤 대답했다. 짐승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위협하기 위해 몸을 부풀리곤 했으니,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
다만 그 뒤에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를 짐작하면 조금 씁쓸한 기분도 든다. 결국 내가 움츠라들었던 것을 보았으니 걱정되서 하는 이야기 아닐까. 이럴 땐 뭐라 대답하면 좋은 걸까. 의도를 이해했다는 것을 알리되 너무 스스로가 비참해지지는 않는 센스 있는 대답이라던가, 나에겐 허들이 너무 높아. 본심으론 당장에라도 가디언넷에 익명으로 물어보고 싶을 정도야.
"이렇게 보여도 나름 튼튼하니까!"
결국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웃으면서 팔의 근육을 자랑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물론 나에게 그런 근육 같은건 조금도 없다. 부끄러울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어쩌면 비아보다 얇을지도 모르는 불쌍하고 여리여리한 팔이 드러났을 뿐. 의념을 실으면 그럭저럭은 괜찮지만, 순수한 알맹이는 아군을 지키는 워리어라기엔 빈약해보이는 현실이었다. 비아를 따라 운동이라도 좀 해야 할까. 그래도 튼튼하단 자신만은 진짜였다.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는 오로지 튼튼해지기만 하는 의념기니까. 상대에 대한 공격 성능도, 모종의 특수효과도 일절 없이, 속도마저 낮추는 패널티를 가지고, 오로지 튼튼해지는 힘이니까. 그것만은 꽤나 확실할 것이다. 나는 달인 샌드백인 것이다.
"와앗."
손을 잡으려고 뻗어 오는 손에 조금 놀란다. 전혀 싫지는 않았기에 기다리다보면 깔끔하게 붙잡혔다. 웃던 얼굴이 다시금 붉어진다. 처음 만났을 때 비아는 분명 이런 접촉을 몹시 부끄러워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내가 부끄러워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건 그녀가 날 남성으론 조금도 보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도 학교 생활 나름대로 변화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 때에 비해서 친해진걸까. 가장 첫번째 가능성만 아니길 바라면서 억지로 잡힌게 아니라고 주장하듯 나도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음......사실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어. 돌아다니면서 맛집처럼 보이는 곳을~...."
'혼자서 밥먹어도 눈치보이지 않을만한 곳을 적당히 찾을 생각이었어' 라고 솔직히 말하는건 너무 부끄럽다. 적당히 그럴듯하게 돌려 말하자.
"알아보면 곤란해요?" 가리고 다니긴 하겠지만 저보다 신속이 높거나 레벨이 많이 높은 분이 푸르면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다가 물리는 건 꽤 생경하다면서 웃습니다. hickey는 받아본 적 있지만 무는 건 진짜로 드물었으니까.
"누군가가 저를 원한다. 라는 건 몇 번 있었을지도 몰라요?" 농담같이 말해서 다행일까요. 원한다 그게 건전한 방향이었다면 몰라도. 불건전함도 있었을 거라고 다림주는 생각합니다(? 지훈이가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건 그럴 것 같아요. 하나에게만 향하진 않으실 거겠네요. 라는 조용한 말을 하고는 먼저 장난친 게 자신이라는 말에는
"읏... 그건.. 맞지만.. 그래도 깨무는 건.." 이라고 말하면서 선수쳐져서 끌어안기자 조금 당황합니다. 선수 쳐진것만으로 당황한 건가. 아니면 종합적인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러면.. 토라지지는 않고.." 이라는 말을 하지만 자꾸만 조금 반복하며 더 말을 잇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적 친밀도가 좀 높아지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기도 했고. 또 하나는 내던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태에서 직시하면 그건 파-국이잖아요.. 대충 그래서 말을 얼버무리기만 하고, 때맞춰 켜진 코메디 영화를 봅니다. 다림이 입장에서는 별로였으려나?
앗, 말실수했다. 복어처럼 볼을 부풀리는 모습에 햐악~ 거리는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민하다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멈췄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어도 됐는데. 왜 한 말인지를 알았을까?
"그래... 든든하네."
굳이 그렇게 근육을 강조하는 듯한 포즈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런, 나도 딱히 정해둔 곳은 없는데. 그러면 같이 맛집찾기 하면 되겠다."
꼭 잡은 손을 앞으로 이끌면서 무작정 전진하려다 우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그럭저럭 검증된 장소일 테니까, 그런 곳을 찾으면 되겠지? 저 사람들은 아마도 커플...밥보다는 카페 가서 데이트를 할 것 같은데. 저쪽은 친구랑 같이 온 것 같고, 아... 맛대가리 없는 데로 가자고 했다고 한 대 맞았어. 저긴 안되겠네.
누군가 발견하면 소문이 점점 퍼지고.. 그랬다간 곤란해지는 것이었나? 생경하다며 웃자 고개를 갸웃하며 "많이 놀라게 했던 걸까." 라고 물어보았지. 아니 그건 그렇고 hickey는 받아본 적이 있다니..(동공지진)
" 흐응... 나 역시 널 원한다면? "
반쯤 농담을 섞어 말했으려나. 짓궂게 다림을 바라보았을지도. 원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었으니까. 문제는 건전한 것도, 불건전한 것도 아닌... 제 3의 목적이라는게 문제였지. 대충 불건전함도 있었다는 것에 다림주를 누군가 빤히 쳐다보는 것 같지만 넘어갑시다. 하나에게만 향하진 않으실 것 같다는 말에, "묘하게 돌려까는 기분이 드는...기분탓이겠지. 응." 하며 다림이를 빠안히 바라보다가.
" 입질에는 의외로 면역이 없구나. "
당황한 표정과, 말하는 것을 보고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더 짓궂게 대하려고 했나. 이번에는 다림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귀를 살짝 물어 잘근거렸다. 물론 여기에 자국이 남으면 곤란하니 자국이 일시적으로만 남을 세기로.
" 네가 얼버무리는 건 드물던데. "
재미있다는 듯한 시선으로 다림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더 답을 요구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코미디 영화는 그렇게 별 감흥 없이 끝났으려나...
" 나쁘진 않지만... 코미디 영화는 뭔가 감정 드러내기가 어렵네. "
혼잣말을 하며 티비를 쳐다보았다. 감정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것은, 무표정을 뚫고 나올만큼 충분한 감정이 아니었기에 그랬으려나.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다림이를 향해 시선을 돌려 넌 어땠어? 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아니에요. " " 살아도 되는 가치라는 것은 없어요. 반대로 죽어야만 하는 이유라는 것도 없어요. 잘못을 모두 만회시켜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죄 이상으로 벌을 줄 수는 없어요. " " 그러니 살아가세요. 참회하세요. 당신의 죄를 씻을 셋의 사람을 더 구원하세요. 삶이란 비록 추례하나 아름다운 것이고 선이란 위험 속에서도 단아하게 피어나는 것이니. " " 그대의 심장에도 백색의 십자가가 있답니다. 누구보다도 빛을 향하는, 인도하는 십자가를 따라가세요. " - 성녀 유즈베니아
나는 청월 도서관에 자주 공부하러 오는 편이지만, 요즘따라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도서관에 들어올 때부터 참고서적을 빌리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할 때까지도 눈에 확연히 띄는 사슴뿔을 단 아이. 3년 동안 청월 다니면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1학년? 아니면 그냥 아이템이나 코스트를 낀 평범한 학생? 크흑.. 궁금해 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았지만 많이 봐서 그런지 일종의 내적 친밀감(?)이 생긴 나는, 결국 내밀고 말았다...
[ 저기요... 그 뿔 뭐에요...? ]
중학교 때도 친구들이 주고받는 걸 보곤 했던(나는 수업시간 중에 딴짓을 안 해서 안했다) 쪽지를. 공책 한장을 날카로운 보석으로 소리없이 쓱 잘라내 쓴 쪽지를 내민 것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책 아래에 살짝 끼워준다던지, 옆에 앉아있으면 슬쩍 내민다던가...)
뭐라고 해야할까 진짜 든든하다기 보단 기특해하는 뉘앙스가 느껴져선 드물게도 눈매를 좁히고 추궁하듯 올려본다. 그러다가 이내 어쩐지 뭘 해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질 것 같은 슬픈 느낌이 들어 가볍게 어깨를 떨어트렸다. 그다지 폼잡는 것과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단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뭔가 그녀 앞에서도 당당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네.
"비아는 요즘에는 주로 뭘 먹어?"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 걸으면서 마찬가지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런 거리에서 남녀가 당당히 손잡고 걸어도 괜찮은건가. 내가 너무 소극적이거나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걸까? 요즘 친구들은 사이좋게 손잡고 걷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 순간만큼은 감사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와 다르게, 결국 나는 주변 사람들이 관찰할 우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도 비아와 나는 정 반대였다.
"어, 어? 응! 괜찮을 것 같아!"
따라서 그녀가 본 목적을 달성해 음식집을 권유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다가 읽고 있는 책의 이름은 노인과 바다. 어렸을 때 그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랑 나랑 무슨 관계이길래 책이 나왔냐고 가정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읽어본 적은 없던 녀석이었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 가며 산티아고의 눈물겨운 사연을 익혀 나가는 찰나
[ 저기요... 그 뿔 뭐에요...? ]
라는 쪽지가 책 아래로 슥 하고 내밀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바다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사비아를 발견했다. 아마 그녀가 보낸 쪽지겠지. 두 눈을 깜빡이다가 공책에 답변을 쓰려 품 안을 뒤졌지만 아쉽게도 필기구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지배력을 사용해, 물로 적신 쪽지를 다시 사비아에게 넘겨주었다.
그 포즈 자체는... 좀 없어 보이는 게 맞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못미덥게 여기는 건 아니니까. ...아닌가? 추궁하듯 올려보다가 갑자기 추욱하는 걸 보고 다시 기운차리라고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혼자 이상한 거 생각하고 침울해지면 안 돼.
"백반정식. 좀 집밥같은 느낌이 그리워지기도 해서. 여러가지 먹는 건 주로 친구랑 밥 먹기로 약속했을 때나 그러지."
집밥 느낌이 아니라 집밥같은 느낌인 건... 우리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셔서 집밥이라던가 엄마의 손맛 같은 걸 실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작요리하면 귤 된장찌개 같은 게 나오고 인터넷에 나오는 레시피대로 하면 그대로의 맛이 나는데 괜히 어레인지하려 하면 또 망하고... 그래서 우리집 밥은 늘 맛이 똑같더라... 반찬도 똑같고...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 손을 당당히 잡고 가고 있는 이유는... 닭이 병아리 데려가는 느낌이다...
응? 왜 놀란 거지? 잘 모르겠지만 진화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으니... 파스타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련보다는 따뜻한 느낌으로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있었다. 빛이 잘 드는 창가자리는 대부분 차 있었지만 하나 비어 있는 2인 테이블이 있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뭐 먹을래? 나는... 까르보나라로 할 건데."
메뉴에 있는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정말 먹음직스럽게 찍혀 있어서 이건 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느정도 납득했다. 가족과 사이도 좋았던 기색이었으니, 멀리 떨어져서 오랫동안 지내면 그리워질법도 하다. 집밥, 인가. 내가 그리워하기엔 너무 옛날 일이다. 무엇보다, 그리워 해봤자 내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날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럼, 다음엔 내가 요리해줄까? 화려한건 못 만들지만.....자취는 오래 했으니까. 요리는 할 줄 알아."
그녀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뒤따르다가도, 머뭇거리면서 제안해봤다. 이래보여도 혼자 살면서 요리를 해온 횟수는 어지간한 주부보다도 길다. 그럭저럭 괜찮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 근래는 그렇게 시간들여 만든 요리를 혼자 묵묵히 체 절반도 안되는 시간에 먹다보면, 쌓인 설거지를 닦을 때 울 것 같은 외로움이 덮쳐왔기에 외식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건 분명 즐거울 것이다. 그게 친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음.....그럼 나는 토마토 베이컨 리조또. 서로 조금씩 나눠먹을까?"
창가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던 끝에 그녀에게 대답했다. 까르보나라도 확실히 굉장히 맛있어 보이지만, 그녀가 시킨 이상 똑같은 메뉴를 시키는건 어쩐지 아깝다. 그렇다면 크림치즈의 꾸덕함과 반대로 조금 매콤달콤한 메뉴를 시켜, 서로 어느정도 나눠먹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 제안을 건넸다.
"글쎄요? 아직 학원도에서는 그런 정도까지 가신 분은 없었지만." 만일 생기게 된다면 알 수 있겠죠? 라고 말하는 표정은 위험해 보입니다. 어두운 미소군..
"면역이 있으면 조금 아쉬울 것 같으니까요?" "농담이지만요." 감흥이 적어지는 건 조금 슬퍼서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조금 두근거리는 그런 것도 좋아요. 예쁜 풍경을 보고도 별 감흥 없어지면 그것도. 조금 슬픈 일이 아니려나요? 같은 말을 하며 멍한 표정을 잠깐 지었습니다.
"안 한다니. 내가 하려 하면 역으로 할 거면서요." 네? 라면서 정신을 차려야 해! 라는 생각으로 지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려 시도합니다. 그래도 아직 미약한 실 하나가 안 끊겨서 얼굴만 묻고 입술이 닿고 있을 뿐 물거나 남기려 하진 않는군요. 물론.. 더 나아가면 다림이가 huckey를 남기려 들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네. 아직은...(다행!)
"건드리면 잡혀가죠." 그치만 잡혀가게 하기 위해선 이 몸 바칠 수 있어요. 이 한 사람만을 못 바라보는 귀축씨. 같은 말을 하며 미약한 독기 서린 눈으로 지훈의 손을 잡고는 씨익 웃습니다. 사악하구나 다림... 야 그나마 더 안 높아서 다행이다..
라는 혼란스러운 말이 있었다. ...뭐지...?? 어머님이 사슴이신가...??? 해룡입니다. 아아 니 그럴리가 없잖아... 있긴 있다. 가디언인 부모님이 쓰던 아이템을 물려받았다던가. 청월에는 대를 이어서 가디언이 되기 위해 들어온 아이들도 있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 가보세요 ] 가보세요? 라고 쓰려다 문득 생각났다. 아니... 가보에 존칭을 쓰면 안되잖아... 가보세요란 말을 쭉쭉 긋고 뒷면에 썼다.
[ 음... 대단하신 분인가 보네요 ] <-
무난하게 써서 다시 발송. 음... 굳이 눈에 띄는 사슴뿔 같은 걸 물려주시다니... 어느 의미로 대단하신 분이다.
요리해줄까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면서 진화를 바라봤다. 화려한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평범한 요리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기숙사 식단이라던가 식당가 외식이라던가 있지만, 직접 만든 요리라는 건 묘한 느낌이 있다. 물론 요리사 분들도 직접 만들겠지만... 여럿을 위한 요리와 서툴지만 소수를 위한 요리의 묘한 차이랄까.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대답한다.
"그러면 나중에 진화가 차려준 식탁을 받아보고 싶어. 돈 내야 하려나?"
돈 얘기는 반쯤은 농담이다. 보통 이런 분위기에선 돈 내야 하냔 말을 들으면 대부분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대답하겠지만, 얻어먹는 입장에서 아무것도 안 내긴 뭔가 미안해진단 말야... 쿠키 정도라면 몰라도 요리까지 가면 더욱.
"좋아. 이대로 시킬게?"
그렇게 음식을 시켰으면, 기다리는 동안에 조금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이고... 시킨 게 나올 만큼 시간이 지났으면 나눠먹기로 했으니 까르보나라 파스타의 3분의 1 정도를 먼저 앞접시에 덜어서 식탁 중간으로 밀어주려 했을 것이다.
>>763 에릭에겐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탈선해도 그나마 그에게 '그래도 넌 할 수 있을거야' 라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말이죠. 하지만 에릭은 그를 실망시킨게 미안하여 연락을 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그의 소식을 들었던 것은 태양왕 게이트 도중 사망했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에릭은 그의 죽음에 대해 알아가던중, 서포터인 그와 같이 움직이던 워리어가 비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듯한 시선으로 다림이를 바라보았을까. 저 위험해보이는 표정... 아까처럼 짓궂게 대하다가는 역으로 당할 것도 같았으니까.
" 감흥이 적어진다면 다른 것에 잠시 눈을 돌리면 되는 거 아닌가. "
예쁜 풍경을 바라보다가, 질린다면 밤하늘을 바라보고, 질리면 인위적인 네온사인을 감상하다가, 질리면 다시 예쁜 풍경으로 되돌아오면 되는 것. 그러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다가 "그건 그렇고, 깨무는 일에 다림이도 감흥이 있었구나-" 라며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다림이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 안 해도... 변덕 삼아서 할지도. "
다림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자 잠시 다림이를 쓰다듬어주었을까. 그것도 잠시, 고개를 기울여 귓가에 대고 짓궂게 속삭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입술이 닿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지훈은 "물거야? 아니면 안 물 거야?" 라며 다림의 선택을 감상하듯이 내려다보았다. 그 와중에 당황하거나 부끄러운 기색은 없다는 것을 보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려나..
" 희생이라고 할까 단순한 모함이지 그거...? "
자신의 손을 잡으며 씨익 웃는 다림을 향해, 잠시만 기달려달라는 듯 중얼거렸다. 독기 서린 눈은 위험하다고 느꼈으려나... 지훈은 다림이 손을 멋대로 하지 못 하게 손에 힘을 주려고 했지만, 다림이 더 힘을 준다면 그래도 끌려갔으려나.
오늘도 와버렸다. 오고 말았다. 도착하고 말았다. 디스 이즈 'The Cafe' 사실 별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공부는 조금만 더 하면 완벽!! 할 것 같고, 사실 1학년이라 조금은 여유부려도 되는 것이 현실. 하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아주 큰 이유는!!!!!
"에.릭.선.배.★ 귀여운 제가 왔습니다!"
이 사람을 놀려주기 위해서! 오늘은 또 어떤 곤란한 주문으로 난처하게 만들까~~ 하고 카페 문을 벌컥! 열었더니... 아무도 없네. 카페가 이렇게 장사 안 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손목을 들어 가디언 칩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그렇게 사람들이 없을 시간도 아닌데... 분위기에 압도되어 왠지 추욱 늘어진 상태로 카운터로 간다.
>>772 이건... Deep-Dark.한 분위기가 날 것 같은 선관이군요... '비아가 못 지켜서 죽은 사람이 있다'라는 과거가 있으면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서(로스트된 연락처들에 갖고 있는 죄책감은 '못 지켜줬다'가 아닌 '무관심했다'입니다) 피하고 싶은데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비아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나는 다시금 활짝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서 의욕이 펑펑 솟는 느낌이다. 조만간 장을 보는게 좋겠다. 집밥이 그립다고 한 비아였으니, 기합을 담아서 요리하되 어디에나 있을법한 가정 요리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된장 찌개라던가. 잡채라던가. 조금 더 노력해서 소고기전 같은걸 추가할까.
"됐어. 우리 사이에 뭘. 후후, 굳이 말하자면 자주 만나서 놀자는 얘기가 실현되는 것만으로도 값은 충분해."
웃으면서 간단히 손사레를 쳤다. 솔직히 어색해질 단초를 제공해놓고 '우리 사이에' 라는 표현을 언급하는게 스스로가 조금 뻔뻔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다만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결사부정을 해버리면 오히려 부담이 될지도 몰라서, 미소지으면서도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너무 약삭빠른걸까?
"응, 응."
서로 합의가 마쳤으니 별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음식이 나오는 사이에는 가볍게 근황 얘기를 해보려고 했다. 아마 적응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을 비아에게, 담임 선생님을 만나 격려 받은뒤 '경호부'의 입부 추천서를 받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방패는 역시 메이저한 '무기' 는 아니라고 했어. 검의 벤다, 창의 찌른다, 총의 쏜다와 같은 명확한 공격 형태가 없다고 하셨던가. 대신 그걸 중점으로 다른 요소들을 살릴 순 있데."
그녀와 나는 본래부터, 특이하게도 '방패' 를 내세우는 동질감에서 시작된 관계였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즐겁고, 나도 모르게 수다스럽게 되어버린다.
"아, 응. 충분해. 나도 덜어줄게."
그녀가 먼저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는걸 보고 나서야, 나도 황급히 절반 정도를 덜어 중앙에 내밀어줬다.
한가한 카페, 손님은 단골 뿐. 사장님에게 이렇게 장사해도 되냐고 물어봐도 '허허 괜찮아' 라고만 대답하시는거 보면 분명 주식으로 한 탕 했거나, 아니면 한량이다. 세상에 꼭 말끔하게 생긴 양반들이 유능한 아내에게 들러붙어서 기둥서방 노릇을 하지. 집안의 기둥이 되었다면 딜도하고 탱도하고 다 해야지, 레이드에서 딜 좀 넣어달라고 징징거리면 게이트 클로징은 언제 하냐고. ...점점 내 가슴이 아프니 그만두자.
아무튼....
" .... 응 화현이구나. "
오늘의 첫손님은 정신나간 제노시안이었다. 가끔보면 똑똑하고 유능한 것 같은데, 평소에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녀석, 프랑켄슈타인 의뢰에서 덩쿨이나 방패나 이것 저것으로 활약을 엄청나게 했다. ...어쩌면 저런 행동을 하면서 머리속엔 의념충격상 같은걸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레몬티 한 잔... ? 갑자기 왜 축 늘어지고 그래? 아아...손님이 없어서 그렇구나."
" 원래는 메리에게 웨이트리스복이라도 입고 접객하라고 하려 했는데, 메리가 가출해서 말이야 .... 니가 할래? "
"글쎄요.. 지금도 사실은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느리게 말하는 다림입니다. 블루 스무디 때문에 입 안이랑 입술이 살짝 파랗게 물들어서 더 창백해보일지도. 어쩔 수 없어요. 블랙 라떼로 검게 물들었으면.. 어. 그게 더 위험한가.
"감흥이란 건.. 잘 모르겠네요." 저는 감흥을 떼내려고 노력하는 타입이었거든요. 잡아뜯는다거나. 같은 생각을 하고는 그저 웃다가. 변덕 삼아서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종이 울리지만 그걸 무시하고는, 입술로만 살짝 물려 합니다. 떼고 나서 조금 지나면 사라질 정도겠군요. 살짝 꼬집는 정도? 맥이 있는 자리즈음에 했네요. 다행인가. 불행인가...
"물어뜯어서 피 나면 목에만 몇 번일까요?" 네? 뱀파이어도 아닌데도 그 정도면.. 이라는 농담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치만 만지고 감촉을 얘기하시면 그건 진짜가 되겠죠?" "모함이라뇨. 말랑말랑한 걸 만져버린 지훈씨가 나쁜 거에요" 쭉 끌어당겨서 절대영역을 건드리게 하려고 시도합니까? 부드러울까요? 아니면 건드리자마자 떼어져서 모를 수도 있고.. 이런 나아쁜...
"네... 레몬티 한 잔... 그리고 요거트 와플이랑 마카롱 2피스, 레몬 마들렌 2개... 아, 마카롱이랑 마들렌 1개는 에릭 선배 드셔도 돼요."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왠지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나도 알바해봐서 알지... 사람은 없는데 시간은 흐르고 퇴근 시간이 됐을 때 나, 정말 월급 받아도 돼? 같은 마음... 그리고 월급 받고 나면 올 ㅋ 평생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 ㅎㅎ 하는 그 마음... 나도 알지. 하지만, 카페가 망하는 건 싫어! 여기가 망하면!!! 에릭 선배한테 얻어먹을 수 없어!!!!
"그건 무리. 웨이트리스복을 입은 에릭 선배는 그려드릴 수 있는데, 이참에 그려서 구현한 다음 카페 입구에다 배치할까요?"
지훈은 다림이를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그럴 수도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려나.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궁금함이 살짝 들긴 했는지 "이유를 물어도 될까?" 라고 했지. 입술로 살짝 물면 희미하게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른 척 하려고 했을 것이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하고 있었으려나. 맥이 있는 자리였는지는 그는 몰랐기에, 그저 꼬집어진 부위를 가볍게 매만졌겠지.
" 네 목은 남아나질 않겠네... "
가볍게 농담을 받아치며 다림의 목을 쓸어내리려고 시도하나? 그러고보면 목을 잡거나... 베거나... 찌르거나... 물거나... 세상에.
" 아무리 봐도 내가 피해자거든. 네가 위조한게 왜 진짜가 되는... "
손이 쭉 끌어당겨졌을까? 의념을 사용한다면 뿌리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다칠 수도 있으니... 손이 절대영역을 건드리고 한 3초간 판단력을 상실했는지 멍을 때리다가 급하게 손을 떼었으려나. 손 끝에 남아있는 감촉이 어쩐지 환상 같았을지도.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다림을 빤히 바라보았나?
가디언 칩으로 White string의 팔로워에게 메세지를 보내려고 하던 것을 멈춘다. 그리고 메세지 삭제... 아까워라.
"흠... 흠.... 흠!!!!"
간판을 새로 그려달라고? 보통 그런 작업은 어디보자.... 자연스럽게 암산으로 단가와 컨펌은 최대 몇 회 가능한지 계산...하지만 뭐, 학생이고 그만한 돈이 어딨겠어. 어차피 카페 사장님과 합의하에 한 것도 아닐 것 같고... 그리고, 나같은 사람 보다는 좀 더 실력 있고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겠지. 싶어서 고개를 끄덕인다.
"딜. 간판을 새로 그려주면 되는 거죠? 웨이트리스복장은 제외하고, White string의 인맥도 쓰지 않고, 오직 간판만?
그러면 당장 디자인부터할까... 사실, 난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하지만, 뭐... 대충 기존 간판의 디자인에서 가볍게 폰트 바꾸고, 여러가지 포인트만 추가해주는 정도면 되겠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귀에 들려오는 한 마디. 화이트 스트링의 인맥에 정상인은 있는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시험이 끝나고 와도 되고. 아니면 으음, 그렇네. 아니면 같이 공부할래? 서로 시험 범위는 다르겠지만. 시간이 되면 내가 차려주면 되고."
공부를 물어보거나 알려주긴 아마 어렵겠지. 다만 그래도 서로 '상대도 노력하고 있다' 라는 분위기가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간간히 잡담을 나누는 것도 삭막하거나 피로해질 정신을 달래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사실 이런건 거의 다 핑계다. 시험이 끝난 뒤에~ 라고 얘기해버리면 꽤나 시간이 지나고서야 만나게 될테고, 그럼 어쩐지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바로 그거야! 우린 늘 그렇게 생각했잖아? 방패를 이용해서 어떻게 활용할까, 라는 부분.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으론 방패는 결국 '막는 것' 이야. 그렇게 휘두르거나 밀어 치거나 던지는 것으론 임시변통일 뿐이고, 또한 그게 봉쇄 되었을 때의 방법도 찾아야 한데."
비아와 나는 어디까지나 방패를 이용한 공격과 견제 수단을 연구하곤 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우리끼리 대련하면 뭔가 어딘가 좀 모양빠지고 어색한감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지.
"그 방법중 하나는 맨손격투기를 권하긴 하시더라. '손'을 이용한 기술을 섞으면 그 부분의 어색함과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얘기였어. 나와는 어쩐지 방향성이 맞지 않아서 관뒀지만."
비아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이다. 본인은 부정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련을 무척 즐기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면 사람을 지킨다는 마음은 나와 같지만, 상대에 대한 억제력이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요소를 익힐 수 있다면 더욱 잘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왓, 맛있어!"
너무 많이 덜어준건가? 다급히 덜다보니 좀 많이 덜어진 것 같은데. 비아의 눈치를 보면서도 나도 한입 먹었다. 그리곤 깜짝 놀라선 허겁지겁 우물우물 먹으며 맛을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친한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오랫만에 겪는 즐거운 식사에 나는 조금 칠칠치 못한 모습이 되어가면서도,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진짜도 아니네요" 감흥이 사라지면 좋겠지만 그러길 원하지 않는 것도 맞잖아요? 고개를 기울이며 그런 것까지 얻으려 하시면 한 사람의 내밀한 걸 다 파헤치시려는 걸까요? 라고 지훈을 빤히 바라봅니다. 대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원인이 주신다면 병주고 약도 주시는 건가요?" 고개를 저으며 보호대 주신다면 벗겨낼 정도의 사람들은 전부 아실 걸요. 라는 말을 하며 이런 물림을 하는 건 지-훈 씨라고. 키득키득. 볼을 찌르면 옅게 숨을 내쉬려 했을 겁니다. 눈을 깜박이며 자극에 반응하는 인형처럼 바라보나요?
펑 터져버리고 벽에 붙어 숨을 내쉬자 후후 웃네요. 물론 본인도 좀 어색하게 스킨십하고 있다는 건 압니다. 사귀지도 않는데 목이나 절대영역이라니. 보기에 따라서는 키스보다도 더 진하잖아? 같은 다림주의 생각을 모르는 채 부드러운 미소로 지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둘 다인 듯 한 모습에, 지훈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똑같이 빤히 바라보며 질문을 해오자 그는 "알게 된다면 좋을지도 모르지." 라고 지나가듯 답하려고 하였나? 우습게도. 내밀한 것을 알아 자신을 끊어내지 못 하게 하려는 듯 했으나... 지탱해주는 이들이 자신을 끊어내지 못 하게 해봤자, 더더욱 얽히는 것은 자신인데도.
" 병을 줬으니 약이라도 줘야 죄책감이 덜하지 않을까나. "
그러다가 다림이 키득키득 웃는 모습을 보며 살짝 퉁명스러워진 표정을 지었을까? 다림의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리더니 꾸욱 누르려고 하고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했을 거라고 여길지도 모르잖아." 라며 부정했지. 옅게 숨을 내쉬고는 인형처럼 바라보자 볼을 조물조물거리며 반응을 살피려고 하나? 쓰담쓰담도?
어색하게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지훈이 그것을 알아차릴리는 없겠지. 이미 뭔가 이것저것 한 기분이지만... 신경쓰면 오히려 지는 것이니 애써 무시하려고 했으려나.
"그렇게 애매한 게 위험하다는 거 알아요?" 한쪽으로 쏠리면 괜찮은데. 이도저도 아니고 애매하면 그건 또 곤란한데. 라고 웃으며 말하는 다림입니다. 알게 되면 좋을지도라는 말에 그러면 곤란해요. 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답을 주지도 않고 곤란하다고만 일관하니까 문제 아닐까?
죄책감을 덜려 한다니. 너무하네요. 같은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살길 원하는 건 더 아니니까. 죄책감을 덜어도 괜찮다고요? 라고 답합니다.
"그럴까요?" 다른 사람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고개를 기울입니다. 정말로 그랬으려나요? 라고 말하는 말에는 묘한 확신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다른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일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물거리거나 쓰다듬으면 마치 고양이마냥 품에 폭 안기려 들지도 모르죠.
"..." 잠깐의 침묵 이후에 신고는 안 했을지도 몰라요. 진짜로 신고하기엔 좀 약한 느낌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본인이 원인이니까 좀 죄책감이라도 느꼈던 걸까. 알기란 어렵습니다. 허리에 팔을 두르면 조금 움찔하긴 하지만.
위키 기술항목에 있는 <뱀의 기습>이 카사가 의념기 3번 쓰고 얻은 기술일 거에요. (의념기가 늑대로 변해서 버프를 얻는 거고 버프 걸린 상태에서 3번 때리자마자 나가떨어졌던 기억이 나용용) 그리고 지훈이가 의념기 쓰려다 망념 엄청 쌓이고 아프란시아 보건실에서 "여기가... 어디요...?" 했다가 거기서 들은 게 허수아비 공격을 견디면서 3번 써야 한다는 정보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