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만 보면 호탕함이나 저돌적 막 이런 건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의외로 싸울 투..."
흠... 어쩌면, 잘 쓰고 계실지도?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느냐 이게 중요하지만.
"그러면, 그 의념은 주로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고 계세요? 쉬운 질문으로 하자면... 싸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내가 그 의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석할까.. 어떻게 사용할까... 지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지휘와 투 의념을 응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하겠지. 혹은, 투 의념을 불어넣는 것으로 싸움의 방법이나 센스 등을 키우게 하거나? 아니면, 적에게 투 의념을 불어넣어 아군 워리어와 싸우게 만들어 랜스와 나를 어그로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사용했을지도 몰라.
"연고를 바르면.. 글쎄요. 빨리 나을 수도 있고.. 특정 연고라면 색 대비가 진해서 눈에 더 띌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목까지 물었으면서 간접적인 건 그런 걸까요? 라는 생각으로 안 마신다는 것과 얼굴이 붉어진 것에서 유추하며 쪽쪽 빨아먹으려 합니다. 스무디는 줄어갑니다.
"글쎄요..." 맛이 궁금하다기보단.. 어떤 반응을 할지가 궁금한 느낌에 가까운걸요. 목을 쓸어내릴 때 움찔거리는 몸을 보고는 목을 두 손으로 감싸려 시도한다면 어떤 반응일지. 아니면 정말로 물면 어떤 반응일지. 그게 좀 궁금한 것에 가깝다.
"나도 가입신청서만 받아놓고는 아직 찾아가보진 않았어. 비아는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중인거야? 사실 착각이면 다행이지만, 조금 지쳐보여서.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나는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리 물어보았다. 안색이 창백하다고는 말 못해도, 역시 자주 봐온 입장으로써 어딘가 피로한 기색 정도는 느껴지는 것이다. 복장을 보니 조깅을 하던 모양인데,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걸까.
"아."
그런 시시한 추리는 이어지는 대화에 깔끔히 절단 되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을 흘렸다. 그래, 그녀와 나는 이제 학년이 달랐지. 멍청하긴. 스스로에게 욕을 내뱉는다. 뭐가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냐. 2학년 주제에. 3학년이 되고 졸업을 앞둔 그녀는 당연히 시험에 대한 무게가 나랑 다르겠지. 그와 함께 가슴이 아팠다. 내가 방황하느라 날려버린 시간의 격차가,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걸 티내서는 안된다. 절대로. 어쩐지 울고싶은 기분이 왈칵 들었지만, 손안에 쥐고 있는 유리조각의 뾰족함이 간신히 억제해줬다. 고마워. 살짝 피가 흐르지만, 싼 값이야.
"....그렇네! 이것저것 바빠서 연락도 잘 못했는데. 그럼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해도 되는걸까."
자신의 실수랑 꼴사나움으로 어색해진 친구에게, 다시 자주 만나자고 물어보는 모습이라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만큼 부끄럽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아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어쩐지, 여기서 꼴사납다는 이유로 도망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조소당하거나 궁상맞아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건 나다. 그래, 용기와 뻔뻔함만은 있었다.
"아하하."
뒤이어 얘기하는 비아의 말에는 그저 쓰게 웃었다. 정확히 그 말대로야. 방금전 힘을 줬던 손바닥이 가볍게 따끔거린다. 이걸 보이면 안되겠지. 비아를 따라가 유리조각을 버린 뒤엔, 제딴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런 사소한걸로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마침 비아가 배려해줬기에, 나는 공공 화장실에서 가볍게 묻은 피를 닦아낼 순 있었다. 그러면서 수 많은 상념에 잠겼던 나는, 고민 끝에 나오자마자 어색하게 얘기했다.
"혹, 혹시, 그럼 이후에 시간 있어?"
물론 말한 직후에 후회했다. 이런 멍청한 멘트를 하려고 고민한 것은 아니었을텐데. 나란 녀석은 정말로 바보다.
엄청 단순하잖아... 싸움을 좋아한다고 싸움이 의념... 뭐, 나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딱히, 부정적이진 않지만. 흠, 싸움은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그럼... 내가 생각하기엔... 곰곰... 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입을 뗀다.
"즉, 싸움은 생존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 그리고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싸움은 생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싸움은 필수불가결.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싸움은 생존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 혈투거나..."
또 아니면, 충돌? 결국, 싸움이란 건 물리적 혹은 정신적 충돌이니, 충돌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는 것에 집중한다면, 결투? 결투라는 것도,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위한 싸움이니까... 하지만,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해석은...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당신에겐 싸움은 누군가를 이기거나, 또는 극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른바, 투쟁!"
암암, 이미지에도 어울리고! 하지만, 의념을 쓰는 방법이... 약간, 지휘 계통이나 서포터 계통 같네...
"뭐, 거기까지는 제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싸움을 좋아하면, 왜 좋아하는지 한 번 고찰해보세요. 그리고, 싸움이라는 의념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도 한 번 고민해보세요."
의념처럼, 싸움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방법. 싸움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가에 대해 이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싸운다는 그 과정이 좋은 것. 대체 왜 싸움이 좋은 건지 나는 모르겠어... 그리고 이 사람은 엄청 위험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투쟁. 나의 투쟁이 아니라 그냥 투쟁... 결국엔 생각만 하고 있는 방식이 여럿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당신은 싸우는 과정이 좋은 거죠? 그 과정에서 탈락해 패자가 되거나 하는 건 싫은 거죠? 계속 싸우고 싶다... 그렇다면, 의념기도 거의 그런 형식이겠네요? 피해를 입어도 계속 일어나 싸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난다. 불굴의 정신처럼? 차라리.. 싸우면서 상대방의 투기와 자신의 투기를 계속 몸에 쌓아보세요. 자신의 신체가 받을 수 있는 한계까지 싸우면서 투기를 쌓다가, 그것을 한 순간에 방출하거나 혹은 쓰러지기 직전에 투기를 끌어올려 불굴의 투지로 다시 일어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생각은 무협에서 본거지만... 어깨를 으쓱... "저는 싸움을 싫어해서..." 라고 덧붙인다.
저번에 성현이 의념기에 대해 고민하기에... 의념기는 상시 발동. 성현의 의념 속성은 투. 피해를 입을 때에 따라 피해를 일정만큼 경감하고 망념증가에 따라 해제한다... 이걸 보고 저런 말이 나왔어요. 성현이의 의념기는 투쟁본능. 성현이가 싸우는 과정을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싸울 수 있도록 버티기 위한 의념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면, 성현이가 의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도 더 오래 싸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더니 그것은... RPG적으로 회복이나 부활 혹은 받은 만큼 돌려주기!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피해를 받으면 '일정'만큼 경감. 그러면, 경감된 피해를 투기로써 저장하고 의념기가 해제 될 때 그 투기를 발산하여 회복을 하거나 혹은 그 투기의 피해만큼 카운터 펀치 같은 걸 날려서 데미지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해서..
적이 인간급의 지성을 가진게 아닌 단순한 동물이라면 속을 것이고 인간급 지성을 가지고 있어도 전투 상황에서는 신경 쓸 수 밖에 없을것이다. 아니면 저 환상 속에 아군을 숨겨둬서 가짜인줄 알고 무시했는데 진짜가 나타나거나 아예 함정을 설치해서 유도한 다음 함정에 빠지게 하거나 가짜로 날린 공격 안에 화살이나 총알 등등 원거리 무기를 섞어서 날리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멋!!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