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곤란해져요?" 곤란해요. 라고 말하다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는 말에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하네요. 피가 철철 나는 것보다 이런 게 더 곤란한 이유는 의외로 이런 게 자연치유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겠죠.
"엑. 진짜 마실 줄이야." 그걸 마시고는 입맛이 떨어졌다는 듯한 지훈을 보면서 이거라도 좀 마시실래요? 라고 본인이 먹던 블루 스무디를 내미는데. 야 그거 빨대 하나뿐이잖아. 옅은 립 자국이 있는 빨대를 들이미냐. 야.야..
"지금 물면 맛 섞이지 않나요?" "아닌가.." 물 마시고 물래요? 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고는 아니면.. 이번에는 내가 물어버린다거나. 라는 말을 하고는 다림은 손으로 아직 물리지 않은 지훈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려 시도합니다. 만일 닿는다면 스무디의 차가움이 전달된 손은 차가웠을까요?
"네? 드라마나 영화 보다가 눈치도 못 챘을 때에." 물리면 스카프를 매지 않곤 외출도 못하겠네요. 라고 웃습니다.
룰루랄라~ 오랜만의 주말! 주말! 주말!!!! 하염없이 보내는 주말이란.. 쿠히히히히히!! 너무 좋다... 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참새를 그리거나 수풀을 그리거나, 혹은 지나가는 사람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다 저 멀리 노랫소리가 들려오기에 호기심으로 다가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열정 넘치게 부르고, 자신감 없이 부르고, 때로는 모두가 함께 불러 합창하기도. 음~ 좋다좋다~ 점점 가까워지는 근원지. 저 멀리서 흐릿하게 어느 덩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래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 맞지 않는 음정! 어긋나는 박자! 대지를 울리는 울림은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귀를 막고 도망가기 위해 뒤로 돌자... 툭... 하늘에서... 새가... 새가!!! 떨어졌어!!!!
대, 대체 누구냐!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다, 당신은!!!"
후다다닥 뛰어가서 본 모습은... '성현!' 이럴수가... 노래 부르기 F 정돈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무슨 말을 하는 거람... 마이크를 종이에 그린다. 그 옆에 낡은 마이크를 그린다. 사물을 관찰하고 특성을 이해한다. 그리고 해석하여 특성을 부여하는... 형상 부여!! 마이크에 낡음 이라는 특징을 부여해 고장낸다!!!! 더 이상의 청각 테러는 멈춰!! 그리고 아무리 싫어도 사람들에게 맞아죽게 할 수는 없으니 그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밀면서 사람들에게서 도망간다.
"노래가 의념이면 가수하고 계셨지... 왜 가디언 후보생을 해요. 퓨어퓨어보이스도 아니고."
어쨌건 작은 조각도 모아놓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진화의 손에 올려주기엔 못할 짓이고, 나는 절대 맨손으로 유리조각을 쥐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면 손에 상처가 날지도 몰라. 진화는 멀쩡하게 손에 쥐고 있지만... 튼튼한 건 전과 다를 게 없구나.
"...그랬구나. 나, 이제 3학년이니까, 2년 있으면 가는걸. 지금 많이 안 만나두면 만나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말에 조금 기뻐서, 혼란스러운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다. 그래서 조금 말을 고른 다음 내놓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듯, 나는... 네가 내 옆에 없어도 쭉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날 만나는 게 좋다면 조금은 자주 만나자... 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맨손으로 치우려 하는 건 위험하잖아. 빗자루까진 아니어도 티슈 정돈 가져와야지."
아저씨... 학원섬에 온 민간인이라고 해도 학원섬에서 술 취해서 유리창을 부술 사람이 있나? 아마 엄청 노안인 술취한 성학교생이었을지도. 아무튼 남의 강요는 없는 자발적이란 일에 안심하고, 굳이 그걸 맨손으로 주우려 했다는 것에 답답해졌다. 다들 신발 정도는 신고 다니니까 잠깐은 놔둬도 괜찮을 텐데.
"정말...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손에 바닥 먼지를 묻혀가며 하는 미련한 선행. 이해할 순 없지만 나쁜 뜻으론 행동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애매하다...
유리조각들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다가, 저지 소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쥐었다. 이렇게 하면 옷에 박히거나 했을 땐 문제지만 당장 손은 안 다친다. 저지를 뚫을 만큼 큰 조각은 진화가 모두 들고 있으니 괜찮아. 그리고 쓰레기통이 있는 쪽으로 앞장서면서 유리조각을 쥐지 않은 손을 진화에게 흔들었다.
"빨리 버리고 오자. 손도 씻고."
(따라와줬으면 가까운 쓰레기통으로 이끌어 유리조각을 탈탈 털어 버리고 공공화장실 쪽까지 데리고 갔을 것이다. 이쪽은 유리를 손에 잡진 않았으니 손 씻을 필요는 없지만 넌 이것저것 묻었으니까... 하고 화장실 입구에서 나오길 기다렸을까?)
"외모만 보면 호탕함이나 저돌적 막 이런 건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의외로 싸울 투..."
흠... 어쩌면, 잘 쓰고 계실지도?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느냐 이게 중요하지만.
"그러면, 그 의념은 주로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고 계세요? 쉬운 질문으로 하자면... 싸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내가 그 의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석할까.. 어떻게 사용할까... 지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지휘와 투 의념을 응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지시하겠지. 혹은, 투 의념을 불어넣는 것으로 싸움의 방법이나 센스 등을 키우게 하거나? 아니면, 적에게 투 의념을 불어넣어 아군 워리어와 싸우게 만들어 랜스와 나를 어그로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사용했을지도 몰라.
"연고를 바르면.. 글쎄요. 빨리 나을 수도 있고.. 특정 연고라면 색 대비가 진해서 눈에 더 띌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목까지 물었으면서 간접적인 건 그런 걸까요? 라는 생각으로 안 마신다는 것과 얼굴이 붉어진 것에서 유추하며 쪽쪽 빨아먹으려 합니다. 스무디는 줄어갑니다.
"글쎄요..." 맛이 궁금하다기보단.. 어떤 반응을 할지가 궁금한 느낌에 가까운걸요. 목을 쓸어내릴 때 움찔거리는 몸을 보고는 목을 두 손으로 감싸려 시도한다면 어떤 반응일지. 아니면 정말로 물면 어떤 반응일지. 그게 좀 궁금한 것에 가깝다.
"나도 가입신청서만 받아놓고는 아직 찾아가보진 않았어. 비아는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중인거야? 사실 착각이면 다행이지만, 조금 지쳐보여서.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나는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리 물어보았다. 안색이 창백하다고는 말 못해도, 역시 자주 봐온 입장으로써 어딘가 피로한 기색 정도는 느껴지는 것이다. 복장을 보니 조깅을 하던 모양인데, 바람이라도 쐬러 나온걸까.
"아."
그런 시시한 추리는 이어지는 대화에 깔끔히 절단 되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을 흘렸다. 그래, 그녀와 나는 이제 학년이 달랐지. 멍청하긴. 스스로에게 욕을 내뱉는다. 뭐가 '무리하지 않으면 좋을텐데.'냐. 2학년 주제에. 3학년이 되고 졸업을 앞둔 그녀는 당연히 시험에 대한 무게가 나랑 다르겠지. 그와 함께 가슴이 아팠다. 내가 방황하느라 날려버린 시간의 격차가,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걸 티내서는 안된다. 절대로. 어쩐지 울고싶은 기분이 왈칵 들었지만, 손안에 쥐고 있는 유리조각의 뾰족함이 간신히 억제해줬다. 고마워. 살짝 피가 흐르지만, 싼 값이야.
"....그렇네! 이것저것 바빠서 연락도 잘 못했는데. 그럼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해도 되는걸까."
자신의 실수랑 꼴사나움으로 어색해진 친구에게, 다시 자주 만나자고 물어보는 모습이라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만큼 부끄럽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아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어쩐지, 여기서 꼴사납다는 이유로 도망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조소당하거나 궁상맞아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건 나다. 그래, 용기와 뻔뻔함만은 있었다.
"아하하."
뒤이어 얘기하는 비아의 말에는 그저 쓰게 웃었다. 정확히 그 말대로야. 방금전 힘을 줬던 손바닥이 가볍게 따끔거린다. 이걸 보이면 안되겠지. 비아를 따라가 유리조각을 버린 뒤엔, 제딴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런 사소한걸로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마침 비아가 배려해줬기에, 나는 공공 화장실에서 가볍게 묻은 피를 닦아낼 순 있었다. 그러면서 수 많은 상념에 잠겼던 나는, 고민 끝에 나오자마자 어색하게 얘기했다.
"혹, 혹시, 그럼 이후에 시간 있어?"
물론 말한 직후에 후회했다. 이런 멍청한 멘트를 하려고 고민한 것은 아니었을텐데. 나란 녀석은 정말로 바보다.
엄청 단순하잖아... 싸움을 좋아한다고 싸움이 의념... 뭐, 나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딱히, 부정적이진 않지만. 흠, 싸움은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그럼... 내가 생각하기엔... 곰곰... 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입을 뗀다.
"즉, 싸움은 생존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 그리고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싸움은 생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싸움은 필수불가결.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싸움은 생존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 혈투거나..."
또 아니면, 충돌? 결국, 싸움이란 건 물리적 혹은 정신적 충돌이니, 충돌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는 것에 집중한다면, 결투? 결투라는 것도,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위한 싸움이니까... 하지만,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해석은...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당신에겐 싸움은 누군가를 이기거나, 또는 극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른바, 투쟁!"
암암, 이미지에도 어울리고! 하지만, 의념을 쓰는 방법이... 약간, 지휘 계통이나 서포터 계통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