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들어가도 10분은 버틴다지만 호흡이 막히는 순간 패닉할 수밖에 없으니까. 게이트라는 인류의 위협을 상대하기 위한 걸어다니는 전쟁병기로 가공될 원석들의 약점이 평범한 인간처럼 사고하는 것이라니, 조금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현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허공에 그려진 달을 보고 놀랐다. 무심코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려다 일단 남이 그린 그림이니 흐트러트리면 안되지... 하고 허공을 저은 손을 거뒀다.
"그려서 만들기도 하고, 덧씌우기도 하고... 뭔가 신기하네요."
여우에게 호랑이를 덧씌워서 호랑이의 기세로 적을 몰아낸다던가 하는 게 가능할지도... 그리고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진 팝콘조각과 빤히 쳐다보는 지훈을 본다. 이렇게 자기소개 같은 시간이 왔는데 그냥 넘어갈 리가.
"저는 국립 청월고교 3학년생 사비아입니다. 의념은... 이런 걸까요."
손가락 사이에 숨겨 놓은 동전을 꺼내는 마술사처럼, 많은 종류를 포괄한 개념 중 단 하나를 선별해 만들어낸 결정-어렵게 말했지만, 그냥 손톱만한 가치없는 다이아몬드를 손바닥 위에서 맺어내 보여준다.
"보석. 이렇게 보석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보석이 가진 성질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매혹적으로 눈길을 끈다-라는 것 외에 딱히 이용하고 있는 건 없지만요."
저 콰과과광 이라는 글자가 메카-댕댕(이었던 것)이고 그 아래에 있는 성현펀치는 글자는 오른주먹으로 메카-댕댕을 올려쳐 박살내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모습... 이것이야말로 현대미술!! 이란 게 사견입니다.
아무튼 나는 메카 독들을 그야말로 처참하게 부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메카독들과 수수께끼의 제작자를 동정했다. 그래도 저거 다 공들여서 만들었을 텐데... 물론 말리진 않았다. 공들여서 만들어서 지키고 싶었다면 제노시아에만 풀어놓고 즐겼겠지.
"음... 아마 완전 무사하진 않은데."
그리고 성현이 날 깔아뭉갠 범인이라는 걸 정직하게 알려주는 말들... 이미 찢어져서 떨어져버린 메카 독의 머리를 휴지 구기듯 둥글게 구겨 압축시키고 씹었다 뱉는 모습에 성현의 기행목록(목격담)에 한 줄을 추가하고서...
"그렇구나..."
우산을 펼친 다음 침식하듯 의념을 뒤덮어 보석의 단단함을 부여한다. 우산 위로 광물이 결합하고 엉겨붙어 뒤덮은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부드러움을 유지한 채 강도만 증가시키는 건 내 수준으로 못한다. 그래서 아마 원본이 우산이다보니 한 번만 쓰면 그대로 산산조각나 버릴 것 같지만... 그건 됐다.
"그럼 나도 내 복수를 해도 될까?"
시험 공부를 방해하기 위해 뛰어내려서 날 밟게 한 이유가 이것들이니까 이걸 제거한다... 음...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났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네 잘못이잖아...!!"
기숙사에서 뛰어내리긴 왜 뛰어내려!! 생각을 하고, 하고, 또 해도 이건 성현 잘못이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끝까지 굴려 생각한 결과 이 결론에 아무런 오류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은 건, 필살 실드차지(철분맛)이다-!! .dice 1 100. = 91 //8
지훈 씨의 의념도 생각해보니 지금 처음 보는 거 아닌가? 흠, 검을 쓰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절단... 절단의 의념은 되게 공격적이구나. 그리고 쓰임새가 많아. 의념으로 벤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한 것조차 절단시켜버릴 수 있겠지. 가령.. 공간을 벤다? 시간을 벤다? 혹은 가능성를 벤다? 절단 마술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 히히. 하지만, 우리 수준으론 그렇게 안되니까... 의념을 무기에 집중시켜 절삭력을 강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일 것 같아.
"지훈 씨는 의념을 주로 어떻게 쓰세요? 제가 얼마전에 책에서 봤는데... 의념은 사용하는 방향에 따라 진화한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자신을 사비아라고 부른 사람을 쳐다본다. 이름 특이하네... 청월이구나. 3학년... 나보다 학년이 높네. 의념은 보석...을 만드는 것? 흠, 보석이 의념인가... 의념으로 만들어진 보석은 가치가 없다고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다.
"보석이네요. 음, 다양한 특성을 지닌 보석이 있던데, 그러한 보석을 분석해서 적재적소로 만들어 사용하면 대단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보석... 인류사의 사치품이라고 하면 보석이 제일 먼저 떠오르긴 해. 보석마다 달라지는 가치만큼 보석마다 뜻하는 것도 다르기도 하고. 마치, 꽃처럼. 꽃하니까 생각나는데, 교장 선생님의 의념이 꽃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