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선택과 대비되게 카사의 눈은 잔잔한 희망을 품었다. 하루는 피곤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고. 일단 여기서 눕혀서 상처를 지혈하고 힐킷도 쓰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그냥 원래대로 돌아갈테다. 하루는 그런 거 잊어 버리고, 원한다면 다른 괜찮은 사람을 누구나 고를수 있었다. 하루는 예쁘고 똑똑하고 착하고 대단하니, 인간도 짐승도 아닌 것은 잊고! 원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선택할수 있을 것이다!
허튼 망상을 품을 필요 없이.
자기애가 강하고,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자이며, 모든 사고가 자기중심적인 카사. 그런 카사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여기서 말하자면, 카사는 딱히 비관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카사는, 멋지고! 털이 윤기나고, 강하고, 빠르고, 말을 잘 듣는다! 최상의 짐승, 누구든 원하는 짐승상이었다! 그저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편임이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으로서는....
다시 말하지만 비관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저 완전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평가였다! 음, 카사가 논리적이라고 하다니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해도 말이다. 그래서 하루의 크나큰, 무거운 마음을 '착각'이라는 단어로 덮어버린 카사는 안심했다. 그 것으로 끝일 것이라는 오산을 가지고.
하루의 말이 비수처럼 꽂였다. 단호한 말에 카사는 고개를 들어 하루를 본다. 뭔가 다르다. 카사는 입을 열려는 순간, 닥쳐오는 하루의 몸에 손쉽게 다시 넘어갔다.
"컥! 하, 하루...?"
다시 한번 땅에 뒷머리를 처박힌 충격이 가실 새도 없이 하루가 자신을 노려본다. 카사는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두 눈을 동그래 뜨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소리를 지르는 하루, 그것도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하루는 처음이다. 벙찐 얼굴로 하루를 바닥에서 부터 바라보는 카사는, 얼핏, 왠지 저번과 포지션이 뒤바뀐 느낌이라고 생각되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잡생각이었다.
"하, 하지만..."
말보단 웅얼거리는 소리에 가깝다. 화난 듯, 냉정한 듯, 고통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하루를 어리벙벙하게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그 표정의 서늘함에 몸을 웅크리고 싶다가도, 눈을 보면 그 열기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변명을 할 생각으로 서두를 띄었지만, 그에 불구하고도 머리속은 텅텅 비어있었다. 하고 싶은 말, 진심이면 안되는 이유, 본심 등이 마구작위로 섞여 그 누구도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말문이 막힌 상태의 카사를 뒤로 하고 하루는 천천히 걸어나간다.
"하루...?"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윗몸부터 일으키며 이름을 불러본다. 뛰쳐나가 도망치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문은 반댓편인데? 혼란과 의문이 하루가 메스를 꺼내자, 틀위에 서자 점점 위험 신호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사는, 하루의 발이 허공을 딛는 그 순간까지, 하루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가 비었다는 지금까지의 소리는 비약이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졌다. 그 무엇도 없는 새하얀 백지의 뇟속. 카메라가 캡쳐하듯 하루의 몸을 따라가는 눈, 그리고 열리는 입과 터져나가는 외침.
"하루!!!!!!!!!!"
뭐라고 외쳤는 지도 모르겠다.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괴물의 정의, 하루의 행복, 사랑의 의미 같은 복잡한 쓰레기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사의 머리속에는 단 하나의 이미지 밖에 남지 않았다.
하루.
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 카사를 구원하는 것은 그녀의 본능이었다.
손으로 땅을 디딛고, 몸을 일으킨다. 그 반동을 이용해, 발이 세차게 땅을 박차고 튀어나간다. 의념이 이미 빠른 속도에 가속감을 더 해준다. 창문 틀에 한 발을 딛은 카사는 팔을 뻗어 하루의 손을 잡는다. 이 무슨 행동도 카사는 의식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몸이 여전히 앞으로 쏠린다. 일초 늦었다. 달려나간 속도의 관성에 밀려 카사도 밖에 떨어질 것이다. 상태를 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 마찬가지로 의식이 아닌 본능의 영역이었다.
완전히 창문을 딛고 나가는 발. 카사는 떨어지는 하루를 품에 끝어들여 감싸안았다. 꺼낸 메스에 찔리든 말든 상관없다. 아니, 찔린다는 가정 자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구역 최고 포식자는 — 」
평소 진심이 담긴 힘찬 외침이 아니다. 저것은 거짓이다. 그 것을 알듯이, 가디언 칩이 삐빅, 올라오는 저항을 해왔다. 불발한 의념기와 치솟는 망념에 입술을 짓씹었다.
바람이 귀를 간지럽힌다. 작은 체구안에 감싼 하루의 뜨거운 몸. 겨울의 꿈을 떠올린다. 움직이는 생명을 품에 가두어 영원히 안전히 지키겠다는 어린 날의 치기어린 꿈을 떠올린다. 결국 허황된 꿈이었다.
하지만 그에 불구하고도, 결국 자신은, 그 꿈의 흔적을 놓치 못해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떨어지는 아찔한 감각을 무시하고 수를 센다. 하나, 둘, 셋 —
쿵 —
강화된 신체, 건강, 그리고 맹수의 의지를 이어받아 두꺼운 가죽의 등이 모든 충격을 흡수한다. 그래도 남은 타격이 만만치 않아 순간 가슴깊이부터 기침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하루도 저도 있던 상처가 깊어져도 새로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면 된다.
마지막 의념을 다 짜내었다. 가디언 칩은 그에 곧바로 의념 사용을 막는다. 항시 자신을 보호하던 수단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더 이상 위험은 없어도 그 위태로운 감각에 반사적으로 겁을 먹게 된다.
가출했을때 할 수 있는 매 순간 늑대의 모습으로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단지 편해서 뿐만은 아니었다. 그저, 겉이 쎄면, 속도 쎄다는 작은 환상을 놓치 못하는 발악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수단을 잃은 카사는 몸을 움츠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되었다. 품에 하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하루의 심장소리를 느낀다.
울컥. 감정이 치민다.
"너는....!"
억누르던, 아니, 있는 지도 몰랐던 감정이 폭팔하듯, 카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너는....! 항상....!"
그리고 터진다. 댐이 터지듯,
눈물. 인간과 여타 짐승을 차이 짓는 것중 하나다. 슬픈 감정에 반응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밖에 없었다. 늑대 가족중 그 어느 누구가 이러지 않는 것을 알아도 카사는 언제나 울었다. 슬프면 울었고, 분하면 울었다. 참을 이유가 없었다. 어째선인지, 모순적으로도, 카사는 모두가 눈물을 흘릴줄 아는 인간세상에 온 후에야 눈물을 참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참을 수 있는 경지를 아득히 넘어섰다. 거칠게 윗몸을 일으켜 하루를 노려본다. 오랜만에 카사의 뺨아래로,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일그러지고 상기되 붉어진 얼굴이 별로 보기 좋지는 않았다.
"네 목숨이 장난이야!?"
하루의 멱살이 쉽게 잡힌다. 땅에 떨어진 그 둘. 카사는 하루를 향해 소리를 쳤다. 울음으로 얼굴도 목소리도 엉망이었다. 하루를 붙잡는 손이 떨려 왔다.
"왜, 대체 왜...."
손이 떨린다. 목소리가 떨린다. 카사는 넘치는 감정을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너는 행복해야 하는데. 너는 살아야 하는데. 너는, 너는.... 주먹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관절 마디마디가 새하얗다.
"왜 이렇게 까지 진심이야. 왜...."
침을 삼낀다. 목을 넘어가는 맛이 피가 섞인 듯하다. 꾸중하듯 날카로운 말투가 서서히 애원하듯 변한다. 얼굴은 푹 숙여 보이지는 않으나, 턱아래로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짐작은 쉽게 한다. 카사는 거친 숨을 삼켰다. 그 누구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내보인 적없이 꽁꽁 깊숙히 숨긴 생각을, 이제서야 입밖에 내뱉는다.
사비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속상한_사람을_달래는_방법 꼭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해준다. 왜 속상해졌는지 말을 들어준다. 뭔가 맛있는 걸 사주거나 같이 놀러가자고 한다. 현실적인 속상함의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자캐가_수업중_딴생각을_한다면_무슨_생각 공부 힘들다. (지금 배우는 내용은 아니지만 연관지어서 기억해둬야 할 내용)
자캐의_주량은 최종보스. 의념 안 쓰면 평범하게 취함.
사비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만약_고양이라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도도하게 굴면서 할퀴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사람 사는 데는 잘 안 오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길 좋아할 듯. 만약 숲이나 도심에서 만나서 은혜를 입혀두면 누가 흘린 오천원짜리를 주워와서 보답할 만큼 영리할지도? 사냥 잘할듯.
의념으로 살아남긴 했는 데 의념을 설명해줄 사람이 없던 시절! 힘을 너무 써서 가족들을 다치게 한 때도 있었을 꺼라 생각한다! 남아도는 힘(ㅋ)을 자랑스러워하긴 하는 데 항시 조심하고 약간은 두려워하고 있는 마음! 가끔 일상에서 사람 만질때 (꾹 껴안거나 할때) 속으로 살살 다치지 않도록 안는다는 묘사가 있는 것은 이 점 때문!
그리고 그리고! 원래 카사의 정체성은 섞여있어도 늑대에 많이 치워져 있었는 데, 마지막 늑대 직가족 (동생)이 노사했는데 멀쩡하다 못해 팔팔한 자신을 발견할때 많이 흔들림! 첫 독백 (sobre mi casa)이 이런 상태의 카사였다! 이런 정체성 위기 때문에 생명에 집착하는 카사가 당시에는 늑대로 남아있기 위해 어떻게 최대한 원하는 방식으로 죽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백에 보다시피 아브엘라 할멈이 새로운 선택지(가디언 되기)를 제안! 사는 게 좋은 카사는 수락! 아카데미 학생이 된다 와!
세상이 반전된다. 어딘가에도 의지하지 않은 몸은 허공에 떠올랐고, 이내 세상의 법칙을 보여주려는 듯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 팔을 그으며 떨어지면 좀 더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이 가진 무게를 보여주고 기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플까? 죽음이 무섭나? 아니, 지금은 그것은 무섭지 않아. 무서운 건 이러고도 카사가 자신의 마음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어쩌지? 이러고도 자신의 마음이 지닌 무게를 카사가 눈치채지 못 하면 어쩌지? 무서운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때, 뜨거운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는 순간 하루는 메스의 날이 그것에게 향하지 않게 기울인다. 갑작스럽지만, 이 감각이 누구의 것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을 감싼 카사와 함께 추락한다. 쿵하고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하루의 몸에도 충격이 전해진다. 카사가 감싸줬지만 세상의 냉혹함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그너의 몸을 관통하는 통증에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 왜냐니.... "
자신에게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고 물어오는 카사에게, 충격의 여파로 좀처럼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 숨을 고르던 하루는 천천히 입을 연다. 조금은 말라붙어 갈라진 목소리로 천천히 속삭인다.
" 사랑하기 때문이지. 널 사랑해서, 자기 자신을 괴물이라며 괴로워하는 아이를 사랑해서. "
하루는 천천히 손을 뻗어, 카사의 눈물이 흐르는 뺨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속삭인다. 한없이 갈라진 목소리지만, 여느때와 다름없이 잔잔하고 고요한 목소리. 하루의 목소리가 천천히 카사를 향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카사는 괴물이 아니야. 너는.. 네가 자라온 늑대무리의.자랑스러운 늑대이고, 먼 곳에 계신 소중한 분의 제자이기도 하고, 에릭의 사제이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이야. 너는 괴물이 아니야... 왜 널 괴물이라고 말하는거야. "
다정하게 카사의 뺨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고개를 젓는 하루는 이내 고통스런 표정을 짓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는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가까워지는 고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맞닿는 두사람의 이마와 콧망울. 두사람의 온기가 맞닿아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 너가 [괴물]이여도 상관없어. 너가 고독한 괴물이라면, 나도 괴물이 되어줄거야. 널 혼자 외롭게 만들지 않아. 혼자 고독을 맛보게 하지 않아. 같이 웃기도 하고, 슬피 울기도 하고, 때때로 너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도 하면서 네 곁에 있을거야. 카사, 너는 혼자가 아니야.. 아니, 혼자가 되게 만들지 않을거야. "
하루는 천천히 다시금 카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댄다. 짧은 입맞춤, 카사의 혈향이 감도는 자신의 입술을 혀 끝으로 훑은 하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나를 너의 무리에 넣어줘. 너와 나의 단 둘 뿐인 무리에.. 들어가게 해줘. 날 사랑해줘, 카사야.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아. 그냥 나를 사랑해주길 바랄 뿐이야. 그거면 충분해. "
하루는 천천히 카사의 목을 감싸안으며 속삭였고, 이내 참고 있었던 듯 작게 기침을 한다. 카사의 목 근처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진 것은 떨어질 때의 충격이, 하루 역시도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할 말은 했다는 듯 그저 강하게 카사를 끌어안는 하루였다.
지훈이 희미하게 웃어보이고는 벌떡 일어난 비아를 살짝 쓰다듬으려고 시도했다. 꽤나 무서워 한 것 같았으니 안심시키려는 의도였나..?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면 지훈은 그 얼굴을 빤히 보려고 했지. 뭔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다른 모습도 그렇긴 하지만 이건 정말 처음이었다.
" 그나저나 너무 무서우면 말해달라니까. "
조금 퉁명스러운 듯, 불만스러운 어조로 비아를 향해 중얼거렸다. 비아가 기절하자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줄 알고 조금 당황했으니까. 기절할 정도로 놀란 걸 보면 기절하기 전까지 있던 장면들도 보기 힘들었을텐데. 억지로 비아에게 보여준 듯 해서 기분이 찜찜했지.
보호자요... 음... 음... 꽃흐름계, 달동네, 도박장 잡일용, 막장드라마 가족 비스무레한 곳, 잘 키워서 나랑... 할래?, 얘를 죽은 지 딸로 착각해서 닮도록 강요하는 미친 여자or남자, 빈민굴, 말하고 자기 자리 청소하는 애완동물 들인 느낌, 인형 취급, 평화로운 가정의 불순물 기생충 식모 비슷한 무언가, 행운에 공포를 느끼고 신체적으로 손을 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