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카사가 간신히 꺼낸 그 말에 고개를 저어보였다. 강렬하게 그녀의 말을 부정하듯 몸에 힘이 없으면서도 고개를 마구 저어보였다. 지난번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이번에도 잘못 전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카사에게 이 마음을 품은 것은 분명, 그녀가 불쌍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동정도, 일말의 봉사심도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개인의 욕망이자 욕구였다. 좀 더 카사에게 사랑 받고, 카사에게 아껴지고 싶었다. 좀 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 나는 그런 것 때문에 카사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카사가 왜 불쌍해, 뭐가 불쌍해.. 카사는 불쌍하지 않아. 어쩌면 카사는 나보다 더 행복한 아이인걸. 카사에게는 먼 곳에 있는 부모님 같은 분도, 그리고 에릭 같은 근사한 오빠 같은 사람도 있잖아. 나는 그런 사람들도 없는 걸, 고작해야 수녀님 정도뿐인데.. 내가 널 불쌍하다고 여길리가 없잖아. "
넌 사랑받아야 마땅할 아이지만, 불쌍한 아이는 아니야. 하루는 그렇게 말하며 굳어버린 카사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져준다. 제대로 관리하지 상처가 많고 거친 입술을 매만진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술이 내려앉았던 그 입술을 조심스럽게 매만진 하루는 다시 한번 살며시 입을 맞춰준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입을 맞춘다.
" 나는..카사가 날 좀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카사가 나를 좀 더 봐줬으면 좋겠어.. 카사가 날 필요로 했으면 좋겠어.. 나는 이미 마음에 널 품었는데.. 카사는 어떤걸까...? 나를 생각을 하기는 하는걸까..? 그런 고민을 하는 나날은 이젠 싫어... 카사가 나를 싫다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이젠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래서 이렇게 너한테 말하는거야. "
하루는 두사람 사이에 이어진 새하얀 실을 손 끝으로 매만져 닦아내며 눈을 지그시 내리깐 체 속삭였다. 이것은 그저, 단순하기 그지 없는 감정의 고백. 욕심의 고백. 이미 카사를 사랑하는 것에 있어, 하루에겐 복잡한 이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망,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여자로서의 욕망. 그것을 수줍게 숨기던 전과는 다르게 카사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젠 그저 친절함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시금 내던져질거라면, 어차피 다시 홀로 내려지게 될거라면, 적어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가디언의 삶은 어느샌가 게이트에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삶이었다. 아직 정식 가디언이 아님에도, 그러한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데 과연 자신에게 마음을 숨긴 체, 얼마나 머무를 수 있을까. 얼마나 참아낼 수 있을까.
" 카사가 나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카사는 내 마음처럼 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지금도 날 내팽개치고 지난번처럼 달려나간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하지만 그때의 나처럼, 제대로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거야... 사랑해, 카사야. 널 갖고 싶어.. 널 네 곁에 두고 싶어... 그러면 안될까...? "
어두운 기숙사 방안에서 전하는 사랑의 고백. 이것이 이뤄지던, 이뤄지지 않던, 자신의 고백이 만들어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듯, 덤덤히,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절절한 목소리로 카사를 향해 속삭인다. 이야기를 마무리한 하루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치, 다가올 무언가가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 하루는 지그시 눈을 감고 이어서 들려올 그것을 받아드리려는 듯 마음의 준비를 했다.
후회는 없다. 이번에는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카사에게 전했으니. 카사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줄지, 이해하지 못할지, 그런 것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할지. 하루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마음에는 후회란 감정은 단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겸허하게 지그시 눈을 감고 다가올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침묵으로 무거운 새벽이었다. 최소한의 사람의 인기척마저 남지 않은 공간의 분위기는 기이했다. 또한 조용했다. 다만 이따금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으로 사람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기는 하였다. 점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커져 몸부림치는 듯한 소리로 바뀌고, 읍읍거리는 이물에 의한 문장이 뱉어졌다. 잠에서 깨어난 안악 남작 신지민은 몸을 움직이려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리 움직여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말은 뱉어지지 않았다. 달그락거리는 의자 다리 끄는 소리만 침묵 속에 퍼질 뿐이었다.
아무튼간에 영장콘은 놋북 쓸수있을때 틈틈이 그리고 는 있는데 situplay>1596249015>925 퀼리티로 나올 것이니 앵커주신분들 너무 기대하진 마시란 애옹 🤦♀️ 이 오너는....드디어 깨닫고 만거에요.....트랙패드로 갈겨그리는게 타블렛펜으로 그리는 거보다 더 깔끔하게 나온다는 사실을요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