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울었고, 또한 웃었다. 자신이 이제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듯 싶었다. 또다시 동료가 죽었다. 이젠 게이트 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적이라는 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마치 망집에 집어삼켜진 것 같았다. 망념妄念 그 말이 어울리겠다.
냥. 이라는 말을 붙이며 가르릉거리는 모습에 지훈은 "다음에 만날 땐 고양이 귀 씌워보고 싶으려나-" 같은 농담을 하며 다림의 머리를 쓰다듬었겠지. 힘빠진 랙돌 고양이마냥 가만히 있으면, 품 안에서 다림이를 토닥토닥 해주며 어린아이를 재우려는 듯한 느낌으로 자세를 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손가락을 할짝거리는 것에는 간지럽다며 살짝 웃더니, 얌전히 다림이가 핥짝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면 지훈 역시 다림의 눈 속을 들여다보듯 빤히 바라보며 살짝 가까이 다가갔겠지.
조물조물조물... 한참을 조물거리다가 놔주더니, 눈을 피하는 것에는 "너무하긴." 이라고 작게 투덜거린다. 그러다가 다림이 영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자
" 영화 좋아하나보네.. "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다림을 품에 안으려다가- 오히려 이번에는 안겨볼까. 같은 생각을 하며 다림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행동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뻘하게 든 잡생각에 가까웠겠지.
" 추리 스릴러 안 좋아하면 다른 채널 틀겠지만, 괜찮아? "
지훈은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편이었으니 만약 돌리는게 좋다고 하면 조금 아쉬워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돌려줬겠지..
이름만 들으면 뭐지?싶을수도 있겠지만 겨자 말고도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는군요? 청천도 겨자 샌드위치에 대해 설명해주는 화현 옆에서, 사진을 보며 같이 입맛을 다십니다. 츄릅... 화현은 결국 샌드위치 두 개 시키네요...! 오오. 그러고보니 돈을 보내기 전에 몇 개 주문할 건지 여쭤볼걸 그랬나요. 조금 이따가 다시 돈 더 보내야겠다고 청천은 생각합니다.
"오오...그렇군요! 헌터가 되는 건 고려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저는 그 쪽도 생각했었거든요..."
잠자코 화현의 말을 들으며 같이 카운터 옆에서 기다리다보니, 청천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화현 앞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게 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네요. 화현이 잘 들어줘서 그런 걸까요.
"음, 그 분이 가디언 후보생 해보라고 하셔서 가디언을 꿈꾸게 되긴 했지만, 만약 나이가 찰 때까지 초대받지 못했더라면 전 지금쯤 헌터 고등학교에 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거야...집이 게이트의 존재들에게 털렸는데, 그래도 기껏 저항할 힘을 얻었는데...익숙한 세상은 이미 새로운 세계에 잡아먹혔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는 게...당시의 청천에게는 너무나도 분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아는 가디언이 있으니까 부럽다는 말에는 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해보입니다.
"사실 제가 알고 싶어서 알게 된 분은 아니라고나 할까...그렇지만, 알고 보면 좋은 분이시니까요."
조금의 긍정입니다. 그 사람이 이종족이라는 건 지금 굳이 말할 필요 없겠죠.
//열여섯번째네요. 답레는 편할 때 주십셔...! 저는 아마 멀티태스킹이 잘 안돼서 이어주신다면 진행 후에 답레 주실 것 같아영...
"너무 조물거리면 티 나요?" 농담같이 말하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티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고양이귀 씌워보고 싶다는 것에 오프더 레코드같은 거 아니면 아이템이면 쓸지도 모르지만요 라는 말을 하지만 그다지 진지하진 않습니다. 토닥거리는 것에는 얌전히 받네요. 만약 고양이 꼬리가 있었으면 살짝 흔들리며 하늘로 꼿꼿이 서 있었을 듯..
품에 안으려는 지훈이 자신을 바라보자. 조금 망설이다가 팔을 벌리며 품에 안기시려고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품에 안기면 좀 다를까.하고 다림주는 상상하긴 하지만..
"싫어하면 영화 줄거리를 말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느릿하게 말하면서 영화를 봅니다. 시작 부분에서는 기이한 방식으로 살해당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그 와중에 그 사건을 쫓는 헌터와 유명한 추리 작가와 얽히기 시작하는 헌터.. 의념 억제제를 쓰는 척만 한다거나.. 헌터의 주변인 중 한 명이 타겟이 되어 그걸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거나.. 의념 각성자인 증거를 잡았지만 헌터가 작가의 의념파장을 읽는 것에 잡혀서 죽을 위기를 넘기고... 그리고 결말에는 작가가 결국 체포되고..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요.
-영원히 나오지나 말아라. 막 사람을 능지처참하다니. 차라리 본인이 살리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지 그래? -아아.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군요. 살아 있다고 착각.. 살아 있다고 착각...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 마냥 무표정한 표정으로 아이디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 되뇌는 빌런을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을까요?
주문한 것이 금방 나오자 야호~ 냉큼 쟁반을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의념으로 만든 가짜는 없애버리고 테이블에 쟁반을 올리고 샌드위치를 하나씩 덜어서 각자 앞에 놔둔다.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우물우물 씹으며 그가 말한 헌터가 되는 것에 대해 짧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헌터는... 제가 바라는 영역이 아니었어요. 어디까지나 저는 꿈을 위해 움직이니까!" 하고 대답해준다. 그래! 꿈!! 결국엔 내가 가디언 후보생이 된 것도 내 욕망을 위해서지. 그런 의미에서 헌터는... 약간 거리가 멀다. 그리고, 헌터가 되겠다고 결심했으면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 같고...
"이해가네요. 청천 씨는... 그, 게이트의 존재들을 싫어하셨죠. 일반인으로 사는 건 고려도 안 했을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 힘을 키우셨을 거예요. 성학교에 입학하셔서 참 다행이에요. 성학교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약간... 그 종교적인 분위기? 그거 때문에 쉽게 일탈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있어요."
청천 씨가 본인의 의념을 본인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면 어휴... 엄청난 일이 생길지도 몰라. 헌터도 소속이 있다곤 하지만, 가디언협회와는 좀 다르지 않아? 그 분이라.. 그 분은 누구실까? 흠, 청천 씨에게 큰 영향을 끼친 분 같은데...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알고 보면 좋은 사람. 되게 모순적인 사람 같다.
"그분께 나중에 감사 인사라도 해보세요~ 저희같은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서 감사의 인사를 하면... 어르신 분들은 되게 뻑 가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샌드위치를 먹고 음료를 마시고... 결국 우리들이 시험공부를 떠올린 건 저녁 시간이 훌쩍 넘어서였다.. 디엔드.
/이걸로 막레! 진행 후엔 제가 좀 바쁠 것 같아서 답레 못 드릴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여기서 막레 하겠슴다요
"지훈 씨야 괜찮겠지만 저는 멍 들지도 모른다고요?" "음.. 그나마 목은 아니라서 다행일까요.." 생각해보니 지훈이랑 다림이 은근 상해 있었지... 뒷사람이 머리를 박습니다. 쏙 안기는 게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지훈이 다림의 품에 안기면 기껏해야 얼굴 정도만 품에 껴안거나. 겉으로 보기에는 역으로 지훈이 다림을 껴안은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높지만.. 껴안고는 머리카락을 쓰담쓰담하려 시도했을 겁니다.
"싫어하지는 않아요" 저는 이것저것 좋아하니까요? 같은 말을 하고는 고민하는 듯합니다. 헌터가 위기에 빠져서 죽어가는 것이나. 거기에서 이전까지 해왔던 행동으로 인해서 빠져나오는 충실히 복선을 깔아두는 것까지.. 흥미진진한 영화에 다림은 그저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굉장히 집중했습니다. 빌런을 체포하는 것에서 의념이 부딪히다가 꺼져가는 그런 연출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를 촬영한 감독 누구지.. B 모 씨인가. 아니면 어떤 곳일까..
"중간에 빌런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것을 파훼하는 게 설득력이 높아서 놀랐어요" 다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배워냈던 스킬이라던가.. 라는 감상을 말하며 바닥에 털썩 누운 지훈을 바라봅니다. 음.. 음.. 고민하는 걸까요.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다 식어버려서 애매하네요. 이것들을 다 입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밖의 전자렌지에 데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