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라도 모범생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늦진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네. 네게도, 내게도. "
미소를 흘긋 보더니 곧 편안한 표정으로 -무표정이긴 했지만- 답했을까. 그녀는 저 본연의 모습이 편할테고, 자신 역시 본연의 모습을 내비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껴졌으니, 상관 없는 것이겠지. 그러다가 재미없다는 말에 피식 웃으며
" 놀리는 건 좋지만 놀림당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
라고 말하며 방금과는 대조적으로 미사의 시선을 이쪽에서 빤히 응시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컨데 그가 먼저 시작하는 것은 무엇이든 상관 없었던가. 성격 나쁘다고 누군가가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성격 나쁜 것은 사실이기도 했으니. 지훈은 부드럽게 미소짓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갸웃이며 고민하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미사 쪽으로 살짝 다가가고는 "혹시 장난스레 대하는 것이 편하다면 딱히 상관은 없어." 라고 작게 속삭였던가. 그렇게 함으로서 그녀가 자신에게 친근함을 느낀다면, 그렇게 하여 '친구'를 하나 더 쌓을 수 있다면, 그는 만족했으니.
" 뭐, 알았다고 해도 계속 할 거지만? 그리고 만 18세 이상 관람가인가. "
"그럼 너도 알면 안 됐던 거잖아." 라며 반 농담 삼아서, 반은 드러나지 않을 걱정 비슷한 것을 담아서 말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대충 짐작이 가긴 했지만... 그렇기에 걱정이 반쯤 담겨있던 것이겠지. 최대한 숨기기는 했지만.
" 어딜 가든 표준적인 편이 좋지 않나? 흐응. 그러면 앞으로 지켜볼게. 네 신용이 네 말마따나 좋은지 아니면 반대일지. "
무표정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녀를 마주했다. 기시감...을 눈치로 읽었는지, 지훈 역시 무언가 떠오를락 말락한 표정을 지었을까. 그러고보니 어디서 본 얼굴인데.... 손 끝을 감싸는 감촉에 검사는 아닌 것 같고. 라며 살짝 중얼거리다가.
다림의 친구일까요?라는 물음에, 청천은 떡볶이를 먹다 말고 잠깐 멈칫합니다. 그러고보니...다림을 알고 지내게 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었죠. 청천은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친구들이랑 와서 무한리필도 시켜보고 밥도 볶아먹자."
친구 이야기를 하니 잠깐 생각나는 얼굴들 몇몇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사람들을 부르는 건 좀 과한 오지랖이려나...하는 생각에, 잠깐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몇몇은 아직 연락처도 모르는걸요! 이설경...도 부르기 애매하네요. 그래도...친해지면 같이 또 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며, 청천은 빙긋 웃습니다.
"다들 떡볶이 좋아하면 좋겠는데."
그러고는 라면사리와 치즈를 잘 건져서, 후후 불고는 후룩후룩 먹습니다. 양념이 푹 배여서 나쁘지 않네요! 청천의 표정이 행복감에 헤실헤실 풀어집니다. 먹는 속도가 좀 빨라지나 싶었지만...다림이 천천히 먹는 것을 보더니 적당히 속도를 맞춰서 먹습니다. 물도 마시고 튀김도 먹어가면서요.
"깊은 친구는 사귀어본 적 있지만.." 끝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가. 천천히가 좋더라고요. 라는 말을 하면서 무한리필도 시키고 밥도 볶아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신 한국 쪽이 아니라면 매운 떡볶이는 조금 그래할지도 모르겠어요." 예를 들자면 에릭 씨라던가. 카사 양이나 에미리 양이라던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물어보고 데려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나요. 어쩐지 카사 양은 독을 먹였어! 라는 반응을 생각했을지도요?
"어째서 저는 배가 이렇게나 크지 못한 걸까요.." "알고는 있지만요" 천천히 먹는데도 배가 불러오는 게 확 느껴져서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확실히 무한리필을 시켰으면 곤란했을 거에요. 원래 이런 리필은 포장이 안되니까 더 그런 면이 있어요. 라면사리와 치즈와 양념과 떡. 말만 들어도 맛있는데 점점 미각이 둔해지네요. 어쩔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