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고보니... 저는 얼마전에 역작을 완성했씁니다죠 쿠쿠루삥뽕뿡 나이젤 씨는 어떤가요? 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사고 싶은 게 없다, 먹고 싶은 게 없다... 대체 욕망이란 게 있는 걸까... 이런 부분은 조금 껄끄럽지만... 애써 무시.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서 키오스크에 화려한 터치로 음식을 주문한다. 나는 더블패티치킨버거에 피클이랑 양파 소스 추가하고.. 음료는 사이다, 얼음 빼고. 음, 감자튀김은... 그대로 하자.
젠장! Whitestring! 자랑하지 마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생각에 잠긴 나이젤의 시선이 바닥을 긁었다.
"뭔가, 주문받은 거라면 그대로 구체적인 것 비슷하게 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생각해보면 잘 되지 않더라고요."
방 한구석에 놓여 있을 아이템화되지 않은 검과 제품명 같은 이름이 붙은 작은 단검을 떠올리며 미소가 젖어들어간다. 그건 정확히 누구에게 주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만들었던 거니까, 둘 중 하나라도 채우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가게에 들어가서는 화현의 화려한 터치를 말없이 보고 있다가 결제할 때 살짝 끼어들어서 값을 지불한다. ...쿠폰은 있는데 왜 지갑은 놓고 온 걸까?
"저도 의식적으로 사 먹으러 온 건 오랜만이란 생각이 드네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서 장담은 안 되지만. 지금까지 먹은 빵의 갯수를 기억하고 있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적당히 앉아서 기다릴 만한 자리를 찾아 화현의 의자를 빼고 그쪽을 바라보던가? 그리고 반대편 의자를 빼서 앉았을 것이다. 기다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가게 한구석에 망고치즈버거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맛있게 찍으려고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사진과 쓸데없이 비싼 가격을 머엉하니 쳐다보다 말을 뱉는다.
"저런 것도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온 거겠죠?"
여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주기적으로 이상한 메뉴를 내놓는 건 왜일까. SNS에서 반짝 화제 되고 단종될 텐데.
"주문제작 전문인가요... 하지만, 그래선 좀... 발전하기 힘들 것 같아요. 제 경험담이니까요... 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냥 그걸 하는 사람이 될 뿐이지.. 자기 색은 절대 낼 수 없어요. 색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낼 수 있는 거도 중요해요."
살짝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적어도 시도는 했다는 거네. 굿맨굿젤 쿠폰은 그거다. 그거. 주머니에 영수증 넣어두고 깜빡했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영수증에 쿠폰이 있네? 같은 그런 거.
"삶에 다른 부분을 좀 의식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그런 것도 경험이 될텐데... 의식적으로 안 먹던 것도 먹어보거나... 의식적으로 안 하던 짓도 해보고, 의식적으로 저랑 같은 애니메이션도 보고, 의식적으로 방금 한 말은 무시하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신제품 포스터가 있어서 그걸 바라본다. 흠, 망고치즈버거? 흠... 흠... 맛있겠는데? 치즈의 느끼함과 짠맛을 망고의 시고 단 맛이 커버해줄 것 같아. 그리고 망고소스가 걸쭉한 소스라 손은 좀 더러워지더라도 묵직하지만 가벼운 버거를 먹길 원한다면 딱 좋을지도?
"글쎄요... 하지만, 맛은 있겠어요. 설명에 보니까 루를 볶아서 거기에 망고 농축액과 간 망고를 넣고 볶아 소스를 만들엇다고 하네요."
그치만... 이제 앞으로 수련할 거라 장인의 혼을 쓸 일이 더더욱 없는걸... (장혼:당 신이밉 다) 그 와중에 동아리 출석까지 합치면 망념이 더 빠듯해짐. 전문분야와 동아리활동이 달라서 슬픈 맨.
"알고는... 알고는 있지만요."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작자와 판매자를 겸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 그리고 아마 이상으로 여겨야 할 건, '만들면 그것이 타인의 필요가 되는 사람'일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청월의 워리어와 만났던 일을 떠올리는 나이젤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엔 고개를 저으며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는걸요?"
라는 대답을 했다. 처음 학원섬에 와서 접한 모든 것들은 '해보지 않은 것'들이었으니. 결국 진리는 먹던 걸 먹고 교복만 입고 다니는 것이었다. 제일 편하다... 말하는 것에 약간 움찔하다가 끝까지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그런가요? 그냥 보면 그리 맛있어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냥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가? 하고 사진을 빤히 쳐다봐도 식욕이 들 만한 비주얼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이젤 기준 말고 평범한 기준으로. 결국 평가를 그만둔 나이젤이 포스터에서 화현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메뉴를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어요-"
막 생겨난 날것의 생각을 잘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것. 진부함을 향한 외면과 독창성을 향한 외면을, 공격을 받기 좋은 치부를 대낮의 사거리에 걸어놓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화려하고 좋은 물건에 사람이 모여드는 전시회에서, 딱 한 명 내 물건에 선 사람 앞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던 마음이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땐 칼을 들고 있었지. 됐다, 이 생각은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