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만들려고요. 우리는 배울 기회도 없이 전선에서 배우고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후대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들과 같은 희생이 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 " 자유와 희망. 아프란시아 성운의 이름을 따고 교회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아프란시아 성학교. 어때요? " - 좋은 생각이네요 유즈 씨! - 성녀 유즈와 거해광견 도바
" 완벽한 진실도 완벽한 거짓도 아니라면,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알아도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일게 분명하니. "
한쪽 끝에 있는 다른 쪽 끝이라는 건 무슨 뜻이려나. 어렵다. 지훈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림이 숨겨둔 것들은, 어차피 저가 알아도 이해하지 못 할 것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 ...그렇다고 해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
다림에게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며 본심을 살짝 내비치는 것이었다.
" 나를 놀리는 건 아니지? "
일부러 본심과 거짓을 섞으면서도, 한층 더 꼬아 어렵게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혼란스러울 뿐이었으니까. 물론 그 특유의 화법이 싫지만은 않았다만... 괜히 농담을 던져보는 것에 가까웠다.
" 그 목의 상처는 병원에 꼭 가봐. "
"어느정도 힘조절은 했다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라고 덧붙였을까. 나름의 걱정...이었겠지. 가해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안 어울릴지는 몰라도 말이다. 하여튼 지훈을 따라 바닷가를 걷다보면 중간에 자판기가 하나 나왔을 거고, 거기에서 물 하나와 콜라 하나를 뽑고는 물 쪽을 다림에게 내밀었을까.
"그럴까요?"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만요. 같은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숨이 살짝 따갑지만 그건 바닷바람 때문일 것이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것에 대한 답은 해주지 않네요. 다림은 대신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래도 하나만 알아두셔도 좋지 않아요? 저는 지훈 씨에게 호감과 친애는 가지고 있어요. 그 뒤에 숨어있는 것이 문제지만.
"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놀릴 거였으면 상해로 고소한다는 말 같은 걸 했겠죠. 같은 농담임에 분명한 말을 짖궂은 표정으로 하는 다림입니다. 그래도 평범한 감상을 못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을까? 그러나.. 그것은 다림 자신도 확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건지..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노력한다는 말의 뉘앙스란. 물을 받아들면 찬 물을 목에 대고는 적당히 식히려 한 다음에 미지근해진 그 물을 천천히 홀짝였을 겁니다. 미적지근한 그 감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요. 찬물 갑자기 마시면 그것도 애매하다고요?
"그러기를 바란다.. 가 맞네요." 저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드러내기가 어려운걸요. 헷갈리고 합쳐진 탓에 그런 걸까요? 라는 자문을 해봅니다.
"그럼요. 폭행으로 어디 한 군데 부러뜨린 분에게도 호감과 친애를 잔뜩 가지고 있었는걸요?"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던 걸까? 그걸 지금 묻기에는 조금 애매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림은 수위에 개의치 않고 호감과 친애가 존재한다고 말했고. 그것에 대한 반박을 과거도 그랬지만 지금도 제대로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아하하. 고소할 리가 있나요." 고소할 거였으면 아주 오래 전부터 고소마스터가 되어있었을 걸요? 라도 키득키득거리다가 살짝 콜록대자 물을 조금 홀짝여 가라앉히려 하는 다림입니다. 그건 그렇네요. 다림도 정신을 놓으면 망하는 거니까 다림주가 정신을 다잡아야 해! 그래도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행일까?
"글쎄요... 내가 지금의 상태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감정에 휩쓸리게 하시거나..." "부수는 것을 다시 시도하여 그 부순 잔해를 녹일 말을 해주신다거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에 의해 부서졌을 때 먼저 말해주시거나요? 라는 속삭임은 서서히 작아졌고. 결국엔 침묵만이 남았습니다. 여전히 도자기 인형같은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떠 있었습니다.
일반인도 이용하는 공공 도서관이라고!? 다른 학교가 아니라고!? 요즘 드는 생각인데 지훈 씨는... 많이 심심하신가보다. 예전보다 더 장난을 치게 되셨고.. 흑흑,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난가?
"고마우면 밥이라도 사주세요. 저 이제 알거지가 될 몸이라..."
지름신이 내 돈을 가져갈 예정. 이제 도서관을 나설까... 즐거웠다.. 도서관! 하지만 오늘 이후로 들어갈 일은 없겠지. 이것은 디 엔드. 그리고 우리가 도서관을 나선 뒤, 도서관의 은밀한 도서가 보관되어 있던 책장이 땅으로 꺼졌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책장이 있었던 자리에는 [반드시 찾아내 내 책을 돌려받고 말겠다] 라는 쪽지가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알아봐야 이해하지 못 할 것들이라면, 이해하지조차 않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라고 혼자서 생각했던가.
" ...너, 스스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자각은 있지? "
지훈은 살짝 질린 표정을 짓다가, 다림을 향해 조금 날카로운 눈빛을 향했을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상해. 인간은 보통 자신에게 위협적인 대상에게 혐오는 안 가질지 몰라도 친애를 갖긴 어려울텐데...망할. 정말로 내가 할 말은 아니네. 괜히 혼자서 씨근거리는 지훈이었다.
" 그거 다행이네. 고소당해서 벌써부터 감옥에 가고싶지는 않거든. "
키득키득 대는 것에 안심된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었을까. 콜록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물 더 필요해?" 라고 물어보기도 했겠지. 뭐, 오너적인 시점에서 보면 대참사가 일어났다면 그 즉시 지훈이가 고소당해도 정말 할 말이 없지만...
" 셋 다, 어려운 방법이네. "
특히 별로 하고싶지 않은 방법도 있고 말이다. 애초에 부수는 건 논외고, 녹인다고 해서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누군가 부쉈을 때 먼저 말하라니, 그거 아무리 봐도 어려운 길이지. 그나마 감정을 어느정도 불러일으키는 건...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 그러고보니 저번엔 의외로 감정적이었지 않나, 너. "
이런 식으로 말이야. 라며 이번에는 지훈 쪽에서 다림이의 손을 잡아다 끌어 자신의 목을 감싸도록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