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만들려고요. 우리는 배울 기회도 없이 전선에서 배우고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후대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들과 같은 희생이 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 " 자유와 희망. 아프란시아 성운의 이름을 따고 교회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아프란시아 성학교. 어때요? " - 좋은 생각이네요 유즈 씨! - 성녀 유즈와 거해광견 도바
꿈속의 하루는 울고 있다. 내게 용서를 구하며 울고 있다. 내게 손을 뻗으며 울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마, 내 머리속이 만들어 낸 최악의 악몽인 것이다.
차라리 증오했으면. 차라리 나를 탓하는 꿈이라던가. 아니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꿈이라던가. 칼을 들고 나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꿈이라던가. 그런 악몽은 다 괜찮았다. 견딜수 있다. 하지만 내 무의식이라 그런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리의 힘이 풀린다. 푹신한 풀사이에 무릎 꿇어 앉아버린다. 악몽 속의 하늘은 하염없이 맑다. 그래서 꿈이 아닌 듯이 말할 수가 있다. 꿈이라서 할수 밖에 없는 말을 할수 있다.
"인간은 아주 오래 살아... 하루는, 그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날꺼야. 그 중에서도 계속 함께 해줄 사람을 찾을꺼야. 나보다 훨씬 나은."
꿈속의 하루가 하는 말은, 아마 하루 본인의 말이 아닐테다. 진짜 하루는 아마 푹신하고 부드러운 자신의 침대 안에서, 이불에 따뜻하게 덥힌 채로 기분 좋은 잠을 자고 있겠지.
"........아프면 안돼, 하루."
그래도 하는 말이 진심인지 전혀 모르는 것은, 진짜 하루와 똑같다고 생각된다. 무의식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은, 카사가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아서 일까, 싫어서 일까.... 꿈속의 하루는 슬픔을 내보인다. 가지 말라고 한다.
"하루, 난...."
진짜 하루는 카사의 답 같은 거 전혀 모르겠지. 그래서 말하는 것일까. 환상 뿐일 소녀의 잔상에게, 억지로 그녀의 보드라온 손을 외면하며.
"...... 난 네가 미워."
얼굴을 두손에 파묻어버린다.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담지 않는 다. 대신 댐이 터진 듯, 카사의 마음이 하나 하나 흘러나온다.
"나를 이해 하지 못하는 하루가 미워. 내 말을 듣지 않는 하루가 미워."
"약한데도 상냥한 하루가 미워. 날 두고 먼저 죽어버릴 하루가 미워."
"날 불쌍해하는 하루가 미워. '사랑한다'는 말로 날 놀리는 하루가 미워."
"그럼에도 난 너를 놓지 못해. 그런 네가 미워."
아파. 심장이 아파.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웅크려 흙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카사. 귀를 막고 싶다. 귀를 막아 엉엉 우는 소리도 완전히 어둠으로 잃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꿈이니까, 아마 귀를 막아도 들릴 것이다. 웅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 진심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다 내 탓일꺼야....."
그리고 카사는 소원을 빈다. '진짜' 하루에게도, 자신의 무의식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을 작은 소원. 작은 짐승의 소원.
차마 블루레이로 퓨어퓨어보이스 2기 ~날뛰는 금빛 섬광과 은빛 파문의 갱생기~ 가 나왔다곤 말 못해... 그걸 사고 싶어서 알바하고 있다는 것도... 거기다 이 도서관에 신권으로 퓨어퓨어보이스 앤솔로지 ~활자를 타고 퍼지는 목소리~ 가 들어와서 그걸 누구보다 제일 먼저 보기 위해 알바 지원했다는 것도... 눈 앞에서 다른 사서분께서 가져가시는 바람에 내가 집지 못했지만... 이렇게 보니까 나는 순 자기 욕망으로 사는 사람이잖아... 젠장~~~ 아무튼 1시간... 시계를 힐끔 쳐다본다. 1시간... 1시간안에 앤솔로지를 찾아서 읽고 나머지는 지훈 씨랑 놀면 되는 거야. 굿잡.. 나는 할 수 있다!
10분 뒤 "아니, 그런 책은 여기 없다니까요... 네? 저한테 따지셔도... 사, 사서님!!"
20분 뒤 "녜... 그 책은 그 뭐냐... E베이에 있는데요... 혹시, 메이비존이라고 아세요? 거기 검색해보세요."
30분 뒤 "느ㅔ느ㅔ 부디 당신의 책을 찾을 수 있기를."
온갖 진상들에게 시달린 끝에 근무 끝!! 일급을 받고 빠르게 지훈 씨가 앉은 자리로 간다.
"저 끝났어요~ 그런데 혹시 문학 코너에서 퓨.... 아니, 그... 앤솔로지 한 권 못 보셨어요? 제목에 목소리가 들어가는데."
"가깝네요." 학교를 소중히 여기었다는 걸까요? 같은 농담이 떠오릅니다. 그런 것만으로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만.. 정말로 참아달라는 것에는 그건 부탁인가요? 라고 말하는 다림이네요.
"과거에 원하는 건 들었지요. 과거도 들어버렸군요." 그러고보니 의외로 과거를 듣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들었음에도 다를 것이다라는 이들도 많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글쎄요.. 라고 잠깐 말꼬리를 길게 늘입니다. 사실 그런 것은 전에 말하는 게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드나요? 그래서 입을 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는 듯 한발짝 지훈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합니다. 지훈에게 다가오는 다림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나요? 지훈을 올려다봅니다. 껴안는 건.. 지금은 안 되겠죠. 다만 팔을 올린다면 껴안는 것처럼 보이는 정도까지 다가가려 했을까.
"지금은 답을 피할게요. 대신.. 깨뜨렸을 때. 지훈 씨가 보았던 끝을 간절히 원하는 나에게 다시 물어보세요." 사실 그저 회피한 것에 불과하지. 직접적인 대답을 주지 않는 것도 그렇고...
"글쎄요. 말이 예리하다는 말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눈을 깨뜨리려면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의뭉스러은 표정하고는.
하루는 수없이 오랜 세월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날거라는 카사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물기 젖은 목소리로 천천리 대답을 들려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바라는 카사는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고개를 살며시 저어보였다.
" 카사야.. "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사를 따라서, 하루도 천천히 카사의 이름을 내뱉는다. 그 목소리는 물기에 젖은 상태였지만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 .. 난 네가 좋아. 널 사랑해. "
두손에 얼굴을 파묻고 자신에게 말하는 카사에게 하루는 망설임 없이 말을 내뱉는다. 카사의 말 하나하나에 대답래주려는 듯 하루의 입술은 닫힐 줄 몰랐다.
" 카사를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한 내가 싫어. 카사의 말을 좀 더 제대로 들어주지 못한 내가 정말 싫어. "
" 상냥하기만 하고, 카사를 안심시켜줄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내가 정말 싫어.. 절대로 카사를 두고 가지 않는다고 믿음을 주지 못한 내가 너무 싫어... "
" 카사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게 만든 멍청한 내가 너무 싫어.. 진심을 담아 말한 것이 장난으로 여겨지게 만든 내가 미친듯이 싫어... "
" 그래도 나는 역시 카사 너를 사랑해. 이런데도 나는 너를 사랑해.. "
웅크린 체 말을 내뱉는 카사의 말에, 천천히 말을 내뱉은 하루는 이순간 만큼은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꿈이여서 더욱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루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싫다는 것을 ㅏ사에게 들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카사의 잘못이 아니라, 온전히 내 잘못이야. 그래도... "
카사의 소원을 들은 하루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기어가듯 카사에게 다가가 웅크린 카사를 감싸안는다. 꿈인데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질 수 있을 것처럼 부드럽게 감싸안은 하루는 침묵을 깨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 내 잘못으로 널 이렇게 만들었고.. 그런 내가 너무나도 싫지만.. 역시 나는 카사가 좋아.. 카사를 사랑해.. 이런 못난 나지만 역시 카사가 좋아... "
한방울 한방울 카사의 등에 하루의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 ... 이런 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면 안되는걸까...? 날 홀로 남겨두지 말아줘... "
같지만 아무튼 다름! 아무튼 아님! 절대 일코중이라 그런 거 아님!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1시간 안에 책을 찾는 건 실패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여!! 코드에 맞게 꽂았다면 있어야 할 자리엔 왠 요리책이 있고... 그래서 반신반의로 물어봤는데... 보셨다고!? 아니, 그보다 퓨어퓨어보이스 라고 말도 안 했는데 목소리라고만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아셨데...
"음, 달라요. 달라요. 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흥미 조금 있는 그런 거니 까" "마치, 지나가다가 몇 번 본 음식을 한 번 먹어볼까 하는 그런 거 니 까" "마치, 인터넷에서 심심한데 뭐 할 거 없나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게임 실황을 보고 흠, 나도 해볼까? 하고 게임 사는 거랑 비슷한 거 니 까"
엄청난 부정!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엥?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아니냐? ㅋㅋㅋ' 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헛소리다! 부정은 어쨌든 부정이야! 츤데레가 아닌 이상! 그리고 난 츤데레가 아니야! 그리고 그가 안내한 장소에는... ???? 이, 이게 뭐야... 퓨어보이 앤솔로지를 비롯해서 온갖 마니아들의 도서가 잔뜩 꽂아져 있었다. 게임 아트북까지도! 누, 누가 이런 짓을!? 이 도서관은 대체... 사람들의 세금으로 뭘 발주한거야!
"아닌데요." (정색) "제가 언어 코너에서 책 좀 추천해드릴까요? 낯설고 슬픈 웃는 얼굴 이라는 책인데... 긍정과 부정은 다른 의미로 해석 될 수 있을까? 를 주제로 한 책이에요."
....너무 티나게 부정했나... 그래도, 누군가 나의 이런 면을 아는 건 싫어.. 약점 잡힐 것 같단 말이야. ...이미 잡힐대로 잡혔다고 해도 말이야. 그보다, 이 책들... 대체... ...흠... 아니, 누군진 몰라도 나에겐 잘된 일이야. 앞으로 이 도서관을 이용할 계기가 생겼으니까.
"오, 잘하셨어요!"
짧은 칭찬의 말 한 마디. ...뭐지? 더 해야 하나...? 책을 단번에 꺼내...기 전에... 책장을 잘 관찰한다. 흠... 수상한 점 없고,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기억했으. 책을 뽑아내고 라벨도 제대로 붙여져 있는지 확인한다.
"드디어... 이제 대출만..."
약간, 바닥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뭐지? 지진? 아니, 그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거운 물체가 밀려지는 소리도. 설마... 만화처럼... 막, 막, 이게 비밀 문을 여는 스위치라던가... 해서 벽을 바라봤더니 아니었다. 흠, 이상하군...
"흐음.. 네. 그렇게 부탁하는데 안 들어드리는 것도 실례잖아요?" 정말 부탁한다면야 들어줄 겁니다. 그리고는 말해줬다는 것에 그렇네요. 재미있지는 않은 과거사였어요. 몇가지 사실을 덜 말한 부분은 있었지만요. 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아니면 이번에도 덜 말한 것인지는 알기 어려운 방긋 웃는 표정입니다.
질문하는 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도자기인형같은 얼굴은 표정이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달빛 아래에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깨뜨리고 싶으신가요?" 그렇게 속삭이는 다림의 표정은 조금 애석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어떤 면에서는 두려워하는 것처럼도 보였을까요.
"예리한 말들로 사람으로써 겨우겨우 형태를 이루고 있는 마음을 부수고 짓밟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걸까요" 태연하게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을 다림은 자신의 손으로 붙잡곤 목으로 이끕니다. 더 간단하게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라고 웃으며 목에서 천천히 뛰는 심박을 손끝에 닿도록 하려 할까요.
"졸라 보실래요? 내가 깨져버릴 수 있도록."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녀는 귓가에 속삭이려 했을까요? 평온한 맥박이 조금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할까?
하루가 카사는 단 하나라는 말을 해준다. 목이 메인 카사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수 밖에 없다. 세상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스러진다. 그런 굴레의 카사가 특별할리가 없다. 이상한 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 소중한 게 아니다.
환상의 하루는 너무나도 달콤한 말을 해준다.
좋아한다고 한다. 진심을 고한다고 설득한다. 자신에게 탓을 돌리고, 애정을 약속한다.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고통이 세상에 있을 줄은 몰랐다. 저주할 대상이 있다면, 카사는 이런 고통의 존재 자체를 저주를 할 것이다. 하지만 카사는 신의 존재를 몰랐고, 신이 있다면 그 역시도 카사의 존재를 모를 것이다. 그래서 카사는 웅크린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하루의 말을 외면하는 것처럼. 그래도 꿈속의 하루는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만지지마, 더러워 질꺼야."
꿈속의 몽롱한 온기가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게 된다.
"하루는. 소중해.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하는 하루는 너무나도 멋진 사람이거든."
꽈악, 손에 힘이 들어간다. 주먹에 저절로 땅의 흙이 쥐어지고 손톱이 풀뿌리를 파낸다.
"그래서. 하루가 하루를 소중히 했으면 좋겠어. 진짜 하루가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내가 소중히 하는 하루를 소중해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가 나를 증오하고, 자신만을 사랑하는 완벽한 세상. 하루 자신을 위해서, 나 같은 멍청한 짐승은 일찍히... 그제서야 카사의 눈물이 흘러넘친다. 후두둑, 하루에게서는 숨겨진 눈에서 물기가 금방 흙바닥을 적신다. 그날 싸웠을때, 하루 말이야. 많이 다쳤을까? 아팠을까?
"미안해..."
사과를 중얼거리며 눈을 감는 카사. 등위의 거짓 온기에 마음의 안식을 찾으며, 몸이 떨린다. 이 꿈에도 기댈수 밖에 없어. 슬퍼할수 밖에 없어. 왜냐면.
"난 역시, 굶주린 것 뿐인 불품없는 짐승이야."
배가 고파서. 그래서.
너를 놓을수가 없어.
새하얀 원피스. 밝은 햇살. 나를 위해 다치겠다는 맑은 목소리. 나와 동떨어진 세계. 웃고만 있는 '진짜' 하루. 그 와중에 내 손의 흙. 피. 피. 짐승의 피. 인간의 피. 가족의 피. 괴물의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