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만들려고요. 우리는 배울 기회도 없이 전선에서 배우고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후대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들과 같은 희생이 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 " 자유와 희망. 아프란시아 성운의 이름을 따고 교회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아프란시아 성학교. 어때요? " - 좋은 생각이네요 유즈 씨! - 성녀 유즈와 거해광견 도바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난 아르바이트가 싫어... 돈이 쥐꼬리만큼 벌리니까... 한숨을 내쉬며 일하기 싫은 근무태만 몸뚱이를 움직이며 책을 책장에 꽂는다. 대체 몇 권이나 되는 책을 옮겼는지 모르겠다. 의념으로 신체를 강화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옮겨지는 쪽은 나였겠지... 나는 분명 책장에다 책을 꽂는 것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책을 분류하고, 라벨을 붙이고, 코드를 등록하고, 순서에 맞게 꽂고, 헌 책도 수리하고... 수리 불가능한 책은 어쩔 수 없이 폐기하고... 를 무한 반복하는 아르바이트였다니... 이걸... 사서분들은 다 한단 말이야!?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새로운 발견. 아무튼, 지금은 책을 옮기는 작업을 거의 다 끝내고 이제 책장에 꽂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책 코드를 읽는 법을 배웠지만, 계속 하다보면 헷갈려서 한두권씩 순서를 바꿔 꽂았다가 한 소리 듣기도 했다.
"대체 문학코너에 있는 책이 왜 철학에 있는 건데??"
사회 과학이랑 자연 과학이랑 헷갈릴만 하지만 헷갈리면 안되지, 책 제목도 다르잖아... 이용객녀석들~!~!~!
짹짹- 어디선가 기분 좋은 새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딘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운 것 같은 그런 소리에 하루는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평소에도 자주 입고 있던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체, 푸르른 잔디가 쭉 깔린 들판 위에 누워있던 하루는 느릿하게 숨을 뱉어낸다.
" 좋다... "
햇살은 기분이 좋을 정도로 따스해서, 그늘이 없는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늘이 생기면 추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알맞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천천히 숨을 뱉어내며 미소를 짓다가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있어야 할 것이 곁에 없는 느낌. 그것을 느끼자마자 하루는 천천히 몸를 일으켜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 .... 윽... "
뭐지, 뭐가 부족한거지. 엄청나게 큰 것이 자리를 비워 그 공허함을 어쩔 줄 몰라하며 울상을 짓기 시작한 하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방울 방울 떨어트릴 것만 같은 모습이 되었다. 방금전까지도 잔잔하던 그녀는 더이상 안정을 찾지 못 하고 이 정체 모를 공허함에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 싫어... 이런거... "
얇은 두 팔로 자신을 감싸안으며 하루는 간절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웅얼거렸다. 그러다 그런 그녀의 눈에 간절하게 찾던 존재가 들어왔지만. 하루는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존재가 다가오는 것을.
평소라면 이런 짓 안 했겠지만? 철학 코너가 너무 멀고, 앉아있던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도 귀찮은데, 철학 코너까지 가기는 더더 귀찮고.. 그렇기에 읽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문학 코너에, 몰래 책을 꽂아넣던 것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꽂아두면 나중에 사서 분들이 알아서 정리해 주시겠지 응응.
그러던 와중 지훈은 책을 정리하던 화현과, 눈이 마주쳐버렸을까. 문학 코너에 철학 책을 꽂는 그 모습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 다림은 통신을 종료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다면 빨리 나가는 게 예의이지 않겠습니까? 단추를 대충 잠그고 신발도 구겨신고 가면서 적당히 정돈합니다. 사실 조금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그게 어느 정도 누군가 보길 원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어색하기 그지 없던가요.
어쨌던 다림은 돌려받기 위해서 항구로 향했습니다. 다림은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달이 비치는 항구에서 지훈을 발견했습니다.
"어쩐지 매우 오랜만이네요." 평소와 비슷한 정도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상처야 보건실에서 진료받으며 아문지 꽤 된 듯했지만, 지훈의 상처가 있었을 어깨를 보면서 치료는 잘 받으셨나요? 라고 물어보려 하나요? 조금 눈을 피하는 것 같았을까요?
고고고고... 강압적인 분위기!! 를 내고 싶지만, 나는 힘 없는 사서... 응애.. 나 아기 사서... 알바생이라 그런 거 못해.. 손목을 놓고 맘대로 하라는 듯이 가만 보고 있는다. 어차피 다 읽은 책 아니야? 그러면 다시 꽂는 건 내 일이니까 꽂으면 다시 내가 빼서 다시 꽂고 하지 뭐...
"라고 말해도 책으로 못 만드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다 읽으셨잖아요? 분실, 손상, 도난, 그런 것만 안 하면 됐지 뭐..."
이럴 땐 역으로 하게 만든다. 어서 꽂아라!! 책장에! 책을! 어서!! 역으로 그에게 책장에 책을 꽂게 만들기 작전
카사는 어느새 눈 앞까지 와있었다. 어쩌면 학원도시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 하지만 언제나 그리운 모습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하루는 그런 카사를 보며 훌쩍이는 것을 이어간다.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울음을 이어가며 하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나는 혼자니까... 언제나 혼자였는데.. 카사가 있다가 없어졌었어... "
그게 너무 무섭고 슬펐어, 자신을 감싸안고 있던 손을 풀고선 쉼없이 눈물이 흘러가는 자신의 눈가를 비비적댄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웃기만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웃는 얼굴 외에도 풍부한 모습이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두 눈을 비비모 울었을까, 빨개진 눈으로 조심스럽게 카사에게 두 팔을 벌려보였다.
" 어디 갔었어...? 왜 혼자 두는거야...? "
하루는 얼른 자신에게 다가와 달라는 듯 양팔을 벌린 체 손짓을 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너가 필요해, 네가 있어야 해. 라고 말하는 듯 붉게 물든 두 눈은 카사를 향해 있었다.
"음.. 네. 좀 곤란한 일들이 있게 되겠지만요." 라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건 어쩐지 감이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일단 다림주는 시연이랑 문자한 다음(먼가 일 터져서 부학생회장 실종에 이러저러한 일 있다는 건 알게 됨)의 시간대라고 적고는 있네요.. 그 말을 들으니 상처가 쑤신다는 말에
"치료를 제대로 안 받으신 거면 오히려 제가 보건실과 병원 순회를 시켜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다가 농담이라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묘한 안도의 빛이 있을까요. 화살을 받고는 피가 살짝 굳은 걸 보고는 과산화수소와 이것저것으로 관리를 해야겠다는 감상이 있을까요.. 어차피 무뎌지겠지만.
"대가라.. 뭘로 지불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기울어진 것에 쌓지 않았다면 분명 그 끝이 목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기에 대가라는 말은 조금은 다림에게 무겁게 다가왔을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때에는 조금... 감정적인 것이 매우 통합되어 있었으니까요. 심지어는 -와 -가 동일했겠어요?
"그런 도서관이 있어요? 하지만, 여긴 공공 도서관이라... 초대장은 없어요. ..하지만 있었다면.... 환영합니다, 손님. 부디 당신의 책을 찾을 수 있기를. 이라고 제가 말해야 하는 거예요?"
싫다... 난 그런 가식적인거 못해. 라고 좋은 사람 코스프레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말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진짜 책으로 만들어버리고 싶군... 심술궂은 그 모습에 한숨을 팍 내쉬고 책장 뒤로 간다. 그리고 하는 말이 "떠났으니가 꽂으세요." 1시간만 더 있으면 저 이제 알바 끝나니까 빨리 꽂으세요... 그러고는 자신은 다른 사람이 잘못 꽂은 예술 책 한 권을 뽑아다 짧게 독서...
무언가가. 무언가가의 카사의 심장을 잡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가슴팍을 더듬어도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런 것이 틀림없었다. 무언가가 카사의 심장을 꽈악 잡고 터트리려 하는 것 같았다.
마주치는 금색의 눈. 카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역시 이건 악몽이다. 카사에게 무의식이 내린 '벌'인 것이다. 아니라면 상상력 없는 카사는, 하루를 꿈꿀리가 없다. 이런 하루를 볼리가 없다...
"왜... 하루가... 하루가 왜 혼자야..."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불빛에 홀린 나방처럼, 카사는 다가갈수 밖에 없었다. 길다란 풀이 스쳐 발목을 간지럽히고, 하루의 모습은 점점 더 커진다.
"이렇게 상냥하고, 예쁘고, 똑똑한 사람인데, 나 말고 친구야 천명 정도 더 있을꺼 아니야...."
벌려지는 두 팔에 홀린 듯이,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다가가는 카사. 하루에게 닿으려는 순간, 시야에 자신의 손이 들어온다.
꿈속이지만, 꿈에서 깨는 느낌이다. 흙투성이, 피묻힌 손은 너무 더러웠다. 새하얀 하루에게 닿으면 분명 더럽힐 것이다. 그래서 카사는 급히 다시 손을 내빼었다. 언제든지 손이 닿으면 사라질 하루이니까. 이것이 옳맞은 선택이다.
실수로라도 안지 않도록, 두 손을 등 뒤로 숨겨버린다.
왜 이러지? 아픈 것 나인데. 상처 준 것은 하루인데. 왜 나에게 그렇게 손을 뻗는 거야. 나는, 나는...
"..."
울먹이는 하루. 울지마. 울지말아줘. 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표정을 짓지 말아줘. 역시 이것은 악몽인 것이었다.
"네가 날 아프게 했어..."
자신의 무의식의 농간이라도, 이것은 너무했다.... 카사는 애써, 하루의 시선을 피한다. 저 멀리에서, 초원 너머에서 가족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전부 다. 전부 다 네 잘못이야, 하루. 아이같은 치기가 밀려온다. 카사는 시선을 아래로 둔다. 꿈이니까, 말할수 있는 것.
" 나는 혼자야.. 예쁘다던지, 똑똑하다던지.. 그런게 있어도 난 결국 혼자가 되버리고 말아.. "
친구가 있어도, 그 수가 몇이나 된다고 할지라도 그녀를 온잔히 이해하고 알아주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녀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려고,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녀가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그렇게 하루는 혼자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 ... 날 아프게 만들어도 괜찮아. 내가 피를 흘리게 해도 괜찮아.. 난 그런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저.. "
자신에게로 향하던 두손을 몸 뒤로 숨기는 카사를 보며, 다시금 하루의 얼굴이 서글픔에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누가 보아도 하루가 저렇게 서글프게 울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갖을 정도로 서러운 얼굴이었다.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고개를 저어보인 하루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 내가 잘못 했어... 널 상처 입히려는게 아니였는데..나는 그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으면 했는데.. 그게 널 더 멀리 떨어트리게 만들 줄 몰랐어... 미안래.. "
하루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다 주저앉아선 다시금 카사에게 두손을 뻗으며 말했다. 제발 방금 전처럼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말아달라는 듯 하루는 간절해보이는 모습으로 손을 뻗었다.
"글쎄요... 감이 오거든요." 큰 일일 거에요. 라고 말하는 다림이 먼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을까요? 멀고도 가까운 게 잔뜩 몰려오겠죠. 느릿하게 말하는 다림의 표정은 웃고 있었겠지. 즐거운 웃음이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참아달라고 하니 더 해야 하는 게 아니겠나요?" 그래도 참아달라고 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 다림은 항구의 바닷물을 바라봅니다. 어두움을 받아 진한 빛이 된 밤바다. 그와 대조되게 밝은 색인 자신. 이런 밤바다에 걸어들어가도 똑같을까? 이런 날에 바다 양이 없을 테니까.. 같은 충동적인 생각이 사라지는 건 지훈이 말을 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요구하는 한 가지요?" 매우 넓고, 추상적인 말이네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언제나 이기적인 값으로 결과가 수렴되고 마는 다림을 바라보는 지훈의 표정을 바라보는 다림의 마음의 창은, 창 안이 드러나지 못하게 흰 페인트로 꼼꼼히 칠한 것 같았을 겁니다.
"직접적으로 찌르면 피가 나버리고 마는걸요?" 조심해서 찔러야 피가 많이 나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다림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습니다. 받아들인 것인지. 무언가 물을 것이 있는지조차도 더 이상 물어보는 걸 외면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