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나를 내버려 둬. 나는 너무 피곤해. = 뛰어, 뛰어!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이제 조금 쉬게 해줘. = 어서, 어서!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자고 싶어... = 살아!!!
. ...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내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툭. 툭. 물방울 하나. 둘. 셋.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한다. 카사의 털은 두꺼워, 웬만한 비는 그저 그 두꺼운 털을 타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기에. 하지만 결국, 카사의 얼굴위에도 닿는 빗물. 포식자의 상징인 앞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그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 에릭. 에릭 하르트만. 그 둘 사이를 갈라 흐리게 하는 빗물. 그리고 검. 날카롭고 날카로운, 인간이 스스로 만든 무기. 이빨. 살육의 도구.
지훈은 아무 저항 없이 카사에게 손을 붙잡혔다. 진실의 입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걸? 이상한 농담 따위가 지금 떠오른다. 이빨에 살짝 긁혀 피가 주륵 하고 카사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 그래. 그렇겠지. "
화를 내 카사. 날 향해 화를 내. 진심을 보여, 언제나 날 향해서 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 난 그게 보고싶었어.
지훈은 카사의 뜨거운 숨을 느끼면서도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금방이라도 카사가 입을 다물면 팔이 고깃덩이마냥 짓이겨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의 펜릴. 네가 원한다면,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화풀이를 원한다면, 난 그 이야기처럼 팔 한짝 정도는 내어줄 수 있다. 그걸로 우리의 관계는 끝날 테니까.
" 친구란, 내 존재를 확인해주는 사람. 도구는, 내가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내려놓는 것. 내게 있어 친구는 도구였고, 도구는 친구였지. "
그는 카사의 절망을 예견했다. 그는 카사의 분노를 예견했다. 그렇기에 담담하게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나는 너를... "
지훈은 말을 망설였다. 카사가 웃고 있었기 때문에. 실성한 것은 아닌데, 어째서 웃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어?
"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
"그러니까 결정해. 도구임을 자각하고도 내 도구가 되어줄지, 아니면 그저 도망칠지." 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카사의 생각을, 알 수 없었으니까.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아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기에 거기 있을 거라고 확신한 것 뿐이었다. 지훈은 빤히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도, 사실은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그에 대한 호감도를 전부 지워버렸으니 잘은 몰라도 말이다.
" 그동안 잘 지냈어? "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지아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조금 이질적이었던가.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나는 인연을 목적삼아 살아가는,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따위 가리지 않을 극단적인 인간이니까. 그래서 계속 궁금했다. 대체 그러면 살아가는 목적은? 그 미묘한 분위기와 감정의 줄타기 사이에서 망설이길 15초. 먼저 선들의 수평을 깨뜨린 것은 나였다.
"오빠, 수단이 그거라면. 결국 목적은 뭐였던거야?"
내 목적은 하나였다, 제자리.리셋이 아닌, 업데이트. 재정립. 사람대 사람이란건 그런거니까.
자신 같은 인간도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청월이다. 청월의 교육체계는 완벽하기에, 카사라도 틀림없이 적응 할 수 있을 것 이다. 프랑켄박사의 의학서도 읽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렇다면 다시 선물해줘야지. 아프란시아 놈들이 이 아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 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이다. 그렇다면..아브엘라도 날 다시 봐주지 않을까?
의념발화를 휘감은 검을 회피한 카사를 쳐다보며, 느릿하게 검을 회수한다. 검의 충격만으로 작은 구덩이가 생긴 땅에서 꺼내진 검을 다시 카사에게 겨눈다.
" 난 진심이야. "
의념으로 강화한 육체에서 힘이 넘친다. 투기가 일렁이는 눈동자에 카사의 모습을 담는다.
" 내가 이기면 청월로 전학와라 카사. 아프란시아에서 네가 배울만한 것은 없어. "
" 하지만, 꼭 그 학교에 의미없이 남고 싶다면, 날 쓰러트려. "
물론.
프룬이 그의 팔을 벤다. 스스로 베여진 팔에서 피가 뚝 뚝 흘러내리더니 점점 방패의 형상을 갖춘다. 붉은 철로 이루어진 방패는 에릭의 주변을 빙글 회전하며 배회하였고. 곧 에릭의 몸이 카사를 향해 돌진했다.
오히려 그의 목적을 듣고나니 조금 허탈해졌다. 내게 친구는 목적이며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다. 내가가진 귄력, 사회적 지위 같은 것들은 결국에는 '친구'라는 존재를 유지시켜주기 위한 수단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고나니 정 극단에 서있는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느끼지 못하는 감정,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까이 좁혀지지 않는 친구라는 존재, 결국 남는건 자기자신. 그런 과정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시켜주기 위한 네트워크로 친구라는 수단을 갈구한게 아닐까? 인간은 결국 그 한자대로 사람 사이에서 빛나는 존재니까.
"그런데 왜 그걸 먼저 말 안하고..."
진짜...바보같았다. 친구를 수단으로 삼는다는 고백이며, 말할 순서를 완전히 도치해버린 지금의 발언들까지. 대체 어떻게 그것들을 다 누른 채로 살아왔던거야? 그의 심장위로 새겨진 해묵은 흉터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내 심장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바보같이, 털어놓는, 거야?"
올라오는 감정에 말 사이에 물기가 섞인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그런건 좀 말할때 포장을 하라고 멍청아!!!!!!!!!!"
그건 아마도, 윤지아 인생 처음으로 가족에게 뱉는 분노였을것이다.
"좋게 말 할 수 있잖아? 내 존재를 증명해줄 사람을 찾는다고, 친구는 그런 존재라고!!!!!!!!!!!! 그런식으로 말하면 오려던 친구도 다 떨어져 나가겠다!!!!!!!!!!!!!!!!!!!!!! 대체 왜이렇게 사람이 그 감정없는건 잘 숨기다가 이런데서만 직설적이고 솔직한건데! 좀!!!!!!!!!! 적당히!!!!!!!!!! 숨길줄도 알아야 할거아냐!!!!!!!!!!!!!!!!!!!!!!!!!!!!!!!!!!!!!!"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계속. 되지 않으면, 될때까지. 손발이 뛰기에 적합하지 않으면, 적합할때까지. 살이 부르터지고 물집이 자리잡고 결국엔 두꺼운 굳은 살이 만들어 질때까지.
뛰지 않으면 도태당한다. 도태당하면. 죽는다. 구걸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라는 것을 한번 손에 쥐어버리면, 무엇을 해서라도 놓기 싫어진다. 그래서 카사는 달렸다. 뛰었다. 되지 않으면, 될때까지. 다른 선택지는 죽음 밖에 없기에. 아무리 좌절하고, 쓰러지고, 울음을 삼키고 피를 삼키고 고통에 경련해도 끝까지. 몇번이나 넘어져도. 몇변이나 굴러도.
카사는 다시 일어서 뛰었다.
그리고 지금. 에릭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금.
될때까지. 카사는.
"그러니까."
혈향.
이 소년은. 정말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맞을까.
모르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일까.
"왜. 왜 나에게 진심이야."
본능이 비명을 지른다. 본능이 속삭인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겨. 그리고 카사는 따른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일직선의 도로 밖에 없는 삶이었기에, 카사는 숨을 들이쉰다. 몸이 낮추어진다. 숨을 내쉰다. 용수철 마냥, 앞으로 튀어 올라가는 카사.
"내가..."
싸워! 쓰러트려! 목덜미를, 목숨을!
"너에게 뭐라고! 나에게 명령질이야!!"
에릭은 앞으로 돌진한다. 카사는 위로부터 떨어져, 에릭을 몸으로 깔아 뭉개려 한다.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 그로 인해 가장 익숙한 움직임.
그거야 간단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너에 대한 질투 그게 첫번째. 아브엘라씨의 보살핌, 가르침, 가족애. 그것들 전부 내 것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가지지 못했기에.. 그것을 가진 너는 나보다 분명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브엘라씨에게 선택받지 못한 내가 너무 비참해지니까. 그러니까 너는 더 발전해야한다. 여기서 이렇게 한심한 몰골로 있으면 안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쿵 ㅡ!
철혈의 방패로 카사의 몸을 가로막았다. 그 충격은 의념으로 강화한 신체 덕분에 어찌어찌 커버할 수 있었다.
"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유능했더라면, 너의 가족이 될 수 있었으니까. "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쇠의 색이 진해지고, 땅의 색이 진해지도록.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간단한 증오 였으면 좋겠어. 나를 사냥하던 지금까지의 수많은 자들, 그리고 앞으로 나의 목숨을 노릴 수 많은 자들. 이득과 손실로 이루어진, 내가 이해하는 자들. 너를 그저 간단히 그들 사이에 끼어넣어 잊어 버릴수 있으면 좋으텐데.
하지만 나의 사냥꾼씨의 표정들은, 내가 여태껏 알지 못하는 것이고. 나의 사냥꾼씨의 말에 의하면-
"큭!"
방패에 막힌 충격이 고스란히 다시 카사에게 전해진다. 그에 따라 다시 몸을 떨어트리는 것이 맞는 선택이다. 충격을 흡수하고 흘러보내, 그 반동으로 더 크게, 더 강하게 뛰어 올라,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배울 필요가 없는 지식이다. 본능이, 뼈에 새겨진 기억이 카사에게 그리 지시했다.
그러나 카사는 그 지시를 무시했다.
충격이 고통으로 변환해도 버텨내어, 방패를 발디딤 삼아 고개를 숙이는 카사. 귀가 납작하게 서있고 붉은잇몸이 드러나아, 영락없는 맹수의 형태. 그리고 에릭위의 서, 비가 내리는 세상에서, 단 하나 비가 닿지 않는 공간을 만든다.
에릭의 얼굴과 카사의 얼굴 사이.
비가 거세진다.
사냥꾼씨의 말에 의하면-
"- 그게 왜, 너에게 중요한데."
그런 이루어질수 없던, 단 하나의 과거의 가능성. 카사가. 지금까지. 미련을 가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에릭은. 대체.
에릭은 카사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다. 카사는 에릭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다. 가족이 될뻔했단 이유. 가능성의 이유는 카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해할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해 할수 있는 영역이라면.
"할멈- 아니..."
실이 휘감는다. 이 것은 대체 무슨 기술이지? 고민할 시간은 없다. 방패를 딛어, 다시 에릭에게서 떨어진다.
"아브엘라는..."
그물을 찢듯이, 의념으로 만들어진 실을 향해 발톱을 휘두르는 카사. 포효가 목에서부터 터져나간다.
콰득 하는 소리와 함께, 실을 향해 발톱을 휘두르는 카사의 발톱에 닿은 모양이다. 팔에서 뚝뚝하고 붉은색의 피가 실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고통을 느낄 시간은 길지 않았다. 포효를 터트리는 카사를 경계하며 검을 들고 주변을 빙빙 돌았다. 보통은 늑대가 하는 행동이었지 이거?
" 네가, 그 사람에게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한거잖아..아브엘라씨를 폄하 하지마 카사 "
이것은 관점의 차이다. 함께 하지 못했기에 뒷모습을 볼 수 밖에 없던 에릭과. 함께하였기에 앞모습을 보던 카사의 관점 차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공통점을 깊게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이어도.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겠지.
의념사를 끊고 포효하는 카사의 주변을 돌던 에릭의 몸이 멈추더니. 곧 카사를 향해 다시 돌진했다.
카사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망념을 채워 신속을 강화한다. 그리고 검 끝을 세워 짐승을 향해 내질렀다.
날카로운 발톱에 익숙한 살이 짖이기는 감촉. 피가 흩뿌려진다. 카사는 순식간에, 본능적인 희열을 느낀다. 선명한 붉은 색이 거센 비에 희색되어 사라진다. 애초에 혈투 같은 건 없었다는 듯이.
찰팍. 카사의 발이 웅덩이에 디딘다. 피가 들끓는다. 전투, 그 익숙한 두근거림. 비가 거세어 혈향은 전혀 전해지지 않지만, 그 새빨감이 각막에 각인된듯, 사라지지 않는다. 쿵쾅. 쿵쾅. 거세게 뛰는 심장. 지금 당장 카사의 가슴을 도려낸다면, 그것은 어느 괴생물의 장기일까.
"배울 시간을. 낭비해?"
삐죽. 헛웃음이 튀어나온다. 아드레날린. 희열. 분노. 콰드득, 카사의 발톱이 땅에 깊은 흔적을 만들어 낸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며 자랐다. 그 한 사람을 바라보며 자랄수 밖에 없었다. 그 멀고 먼 등을 쫒아 앞으로 나아갔던 소년. 그 얼굴을 마주보아 입술의 움직임을 따라했던 소녀.
그들의 비틀린 성장은, 결국엔 옳은 것이었을까.
"네가 뭘 알아."
그 둘의 영웅은, 결국엔 신화도 뭣도 아닌 그냥 인간이었을 뿐인 것을.
"X발. 네가 대체 뭘 아냐고 그렇게 떠드냐고!"
그리고 평생 다른 관점에 서있던 둘. 애초에 보고 있던 것은 같은 것이었을까.
"아브엘라씨, 아브엘라씨, 아브엘라씨! 네 머리속 환상 같은 걸로 자꾸 내게 왜 이러냐고!!! 내가 언제 그딴거 원한다고 했냐고!!!"
모르는 것을 단정하고. 움직이고. 멋대로 평하고. 그에 따른 줏대로 멋대로 행동하고.
닮은 것일까.
그렇게 날 볼꺼라면, 차라리 증오해주면 좋겠어.
증오하게 만들어 줄께.
빨라진 에릭. 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는 카사. 날카로운 검사와 짐승. 그리고 폭력. 익숙하리만큼 익숙하다. 카사는달린다. 일직선으로 달린다. 멈추고 싶지 않다. 검 같은 거 조금만 비껴가기만 하면 좋다. 난 저 X끼의 오른 팔부터 물어 뜯어버리고 싶다.
머리속 환상? 내가 본 아브엘라씨는 영웅이다. 내가 직접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으나, 내가 부족해서 닿지 못한 영웅이다. 그 우상과 함께 했으면서 왜 너는.......
" 너에겐 재능이 있어! 그러니까 아브엘라씨가 선택한거야! 그걸 왜 부정하는거야!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너는 그걸 부정하기만 하는거야!? 그냥 인정해! '너 같은 x신과는 다르게 나는 재능이 있기에 아브엘라가 선택했어!' 그럼 편해지는 거잖아! 그리고 청월로 전학오고...다시 시작해. 그런 학교에서 뭘 배우겠다는거야! 친구조차 없이 고립되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 청월로 오면... 적어도 혼자 있진 않을거야 그러니까!! "
팡 소리와 함께 카사가 나를 향해 돌진했다. 아무래도, 설득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망념을 쌓아올려 건강을 강화한다. 그리고.
핏방울이 튀어올랐다. 오른쪽의 어깨가 콰득하고 물리는 격통 이번에는 견디기 힘들었다. 아마도 건강을 강화하지 않고, 아이언 스킨을 쓰지 않았다면 정말로 절단되었을 것 이다. 하지만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철퍽 소리와 함께 비 탓에 물렁해진 지면을 밟아 버틴다. 고통에 파르르 떨리는, 프룬을 쥔 오른손을 힘차게 들어올려, 검자루의 끝..폼멜이 있는 부분을 카사의 얼굴을 향해 내려치려한다.
지독하게 아프다. 뚝..뚝 하고 카사의 송곳니를 타고, 턱을 타고 흐르는 피가 바닥에 고인다. 지독한 쇠향이 난다.
피부 가죽이 뚫린다, 근섬유가 찢어진다. 뼈가 으스러진다. 나의 팔은 눈앞의 짐승에게 그저 고깃덩이 처럼 여겨지며 고통을 전달했다. 카사를 떨어트린 후에도, 내 오른팔은 힘없이 떨면서 축 늘어져 있을 뿐 이었다. 프룬을 들고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몰골로...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단념이란 것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말이었다. 여기서 단념하고, 카사라는 존재는 저런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아브엘라에게 내 처진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처량해진다. 벨트에서 미리 챙겨온 주사바늘 형태의 힐킷을 꺼내 캡을 뜯었다. 왼팔로 들어올린 힐킷을 오른쪽 어깨에 박으며, 의념을 건강쪽에 돌려 상처를 수복했다.
지혈..급한대로 품에 있던 영웅건을 꺼내 어깨에 묶었다. 왼 손으로 한쪽을 잡고, 이빨로 다른 한쪽을 물고 힘껏 당기자, 꽈악하고 조여들어 지혈이 어느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프룬을 쥔 오른팔을 살짝 들자, 뼈가 아직 안붙은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지x이어도 상관없어. 니가 뭐라하든, 난 내가 동경한 아브엘라씨의 모습을 쫓을거다. "
방해하지마. 이기적이지만, 어쩔 수 없어.
지면이 파해치는 소리와 함께, 카사가 또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또 똑같은 곳을 노린다면 이번엔 달랐다. 최대한 힘을 줘, 의념발화를 사용하여. 거대한 늑대의 입과 이빨을 손으로 가로막았다. 깨물지 못하게, 그 입을 닫지 못하게 힘으로 버텼다.
마치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펜릴과 토르처럼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쏟아지는 비속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힘싸움을 시도했다.
" 성학교에서 널 이해할 인간 따윈 존재하지 않아!! 넌 평생 혼자일꺼야! 지금도 느끼고 있잖아! 넌 이 학원섬에서 고립되었다고! 그걸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이상한거다! "
힘껏 다리를 처올렸다.
" 프랑켄슈타인 의뢰 때도 넌 약했어! 메리는 위험하다고? 그런 경고 뿐이잖아! 네가 할 수 있는게 뭔대! "
다시 다리를 처올렸다.
" 지금도..고작 나 하나 완벽하게 제압 못하면서 이 모양 이 꼴이 너라는 소리 따윌 해대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