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을 받길 싫어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 별로 그런 말을 들으려 치열하게 살아온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모순적이게도 그 동정 또한 자신에 대한 애정이자, 자신이 걸어온 길- 즉, 존재를 증명해주는 말 중 하나였으니 좋아하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이상하다, 모순적이라는 감정은.
아까와는 달리 꽤나 멋이 나는 카사의 모습에 지훈은 뿌듯함을 느끼는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을까. 곧 웅덩이처럼 누워있게 되자, 지훈은 카사의 눌린 살을 콕콕 찌르며 작게 키득이기도 했겠지.
" 이미 한번 애정의 맛을 알아버린 늑대는, 다신 공복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구나. "
알 것 같았다. 모르고 사는 것은 쉽다. 하지만 알고도 그것을 무시하고 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애정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그 자체로 마약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 넌, 펜리르라고 했지. 티르가 생겨버려 이미 늦은, 한 명의 티르에게는 이미 실망해버린 티르. "
막중한 책임이라는 말.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카사. 그것은 지훈의 죄책감을 두드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느슨해져버린 비밀이다. 아니, 비밀인가? 오니잔슈의 말대로 일부러 비밀을 퍼트리는 것인가? 내 감정이 배신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카사의 감정 역시 배신하고 싶지 않기에?
모르겠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카사가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 이상, 지훈은 안 해도 돼. 난 네 모든 삶을 긍정하니까. "
동정을 받길 싫어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 별로 그런 말을 들으려 치열하게 살아온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모순적이게도 그 동정 또한 자신에 대한 애정이자, 자신이 걸어온 길- 즉, 존재를 증명해주는 말 중 하나였으니 좋아하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이상하다, 모순적이라는 감정은.
아까와는 달리 꽤나 멋이 나는 카사의 모습에 지훈은 뿌듯함을 느끼는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을까. 곧 웅덩이처럼 누워있게 되자, 지훈은 카사의 눌린 살을 콕콕 찌르며 작게 키득이기도 했겠지.
" 이미 한번 애정의 맛을 알아버린 늑대는, 다신 공복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구나. "
알 것 같았다. 모르고 사는 것은 쉽다. 하지만 알고도 그것을 무시하고 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애정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그 자체로 마약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 넌, 펜리르라고 했지. 티르가 생겨버려 이미 늦은, 한 명의 티르에게는 이미 실망해버린 티르. "
막중한 책임이라는 말.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카사. 그것은 지훈의 죄책감을 두드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느슨해져버린 비밀이다. 아니, 비밀인가? 오니잔슈의 말대로 일부러 비밀을 퍼트리는 것인가? 내 감정이 배신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카사의 감정 역시 배신하고 싶지 않기에?
모르겠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카사가 자신에게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 이상, 지훈은 그저 그 말마따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것이었을 뿐이다.
" 만약 또다른 티르 역시 거짓말쟁이였다면, 카사 넌 어떤 반응을 보일 거야? "
누워있는 카사를 내려다보는 지훈의 눈빛이 어쩐지 조금 싸늘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쁨과 상실은 양면의 동전이니 말이지. 우리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수 밖에 없단다. 너도 누군가를 잃을 것이고, 누군가는 널 잃을 것이야."
어른 카사에게 책임감이 있다! 연장자(아님)으로서! 교육자(늑대한정)으로서! 인생선배(또 아님)으로서! 아직 어리면 앞으로도 잃을 것이 많을 텐데, 조금 힘내야 겠다. 비밀을 알려주듯이, 나이젤의 귓가를 향해 숙이는 카사. 은근히 아이취급함으로 내적 친밀감이 좀 많이 쌓인 거 같다. 호칭이 바뀐 것만 봐도.... (꼴 사납다, 카사야!)
"하지만 기억해주렴, 네가 상실한 것, 그리고 상실할 것들은 소중하고, 누군가가 상실할 너도 소중하단다."
우리가 작별인사를 해도 너는 나를 기억하고, 나는 너를 기억할테지. 너의 세포는 너의 존재를 몰라. 하지만 나는 너를 알고, 너를 상실한 슬픔을 알 것이야. 그게 우리가 거대한 세상에 남기는 작은 증표. 예정된 상실을 괴로워해도, 그것만은 잊지 말아주렴. 느끼는 괴로움 만큼, 함께 보낸 짧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 기쁨을 가져와 줬는지.
...를 조곤조곤 말하는 카사. 이쯤이면 대충 전달됬으려나? 확실히 이럴땐 언어가 편하긴 편하다. 아직 어린(아님) 아이에게 조언도 해줄수 있고. 카사 본인도 자주 써먹는다. 음. 엄마가 보고 싶다.
으이고. 근데 조막만한게 춥나보다. 확실히 아직 2월이고 닝겐은 따뜻한 털이 없으니 오죽하겠냐! 어린 카사도 겨울은 아주 그냥 껌딱지가 되어 보냈었다! ...근데 이 인간 다가오는게 왤케 느려. 역시 연장자(아님)이 힘내야 겠다!
"가까이 다가와주렴. 늙은 뼈에게는 아직 밤 공기가 너무 차갑구나."
가출청소년(?)이지 않은가! 역시 늙은(아님) 카사가 양보해줘야겠다. 흠흠!
"아 휴우 난 또 쫒겨나는 줄"
얼마나 경박하고 안심했는지 마침표도 안 찍은 카사. 너 허세 빼먹었다 야. 진짜로 안도했는지, 길게 한숨을 빼다, 나이젤이 한 말을 곱씹는다. 그리고 달빛에 반짝, 빛나는 단검.
이내 거대한 늑대가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 진동의 정체는, 사실 카사가 웃음을 참는 소리인 것을, 나이젤은 조금 늦게 알아챘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대로, 길쭉한 혀를 주욱, 빼밀어, 카사가 어린 새끼늑대를 대하듯이 나이젤 얼굴 옆을 기이일게 핥으려 한다.
"그런 걱정을 해준 자는 처음이구나. 나는 태어날 때부터 노려지고, 지금도 노려지고, 네가 모르는 미래에도 계속 노려질 것이란다. 너의 단검에게도, 총에게도, 온 갖 덪에게도, 어디든, 언제든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야."
그것은! 의외! 사실이었다! 먹이로서, 재미로서, 가축먹는 맹수로서, 카펫재료(?)로서, 조기 의념 각성자로서, 등등! 딱히 유감이나 원망은 없지만 불편한 건 사실! 그래서 여기는 아주 좋았다! 인간 사냥 금지였으니까! 와! 최고! 오히려 여기서 와서 본 덪은 아직 초기라 그런가, 친절하다 못해 상냥했다!! (소문의 늑대를 위한) 거대한 철장이 있으면 그저 인간모습으로 수욱, 나갈수 있고! 전에는 그냥 굴도 팠고! 그런 덫을 만드는 가출청소년이라면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물론 거기서 진화할 제노시아생은 무섭지만....
사실 이쯤이면 카사에게 뭘 원하기에 노리려는 지 물어볼텐데, 가출청소년(아님)은 제노시아인이지 않은가. 제노시아 사람들은 머리 속을 알지도 못하고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알면 새로운 악몽을 꾸기 시작할꺼 같았다. 사슴뱀혼령 악몽도 겨우 겨우 익숙해 졌는데!
"아, 아니면 혹시 나를 걱정하는 거니? 그렇다면 자취를 숨기려 노력하지."
양 앞발을 교차하며 물어보는 투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나갔다. 물론! 날 잡으려고 함정도 팟고! 어? 건방지게 뼈도 때리고 했지만! 카사는 멋진 카사니까! 막상 만나면 막 걱정되고 아깝고 그럴수도 있지! 누굴 탓하겠냐, 카사의 털이 너무나 멋진 탓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