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은 복통과 기분이 이상함을 검색해봤고. 대-자연이라고 불리는 것의 증상이 비슷함을 깨달았습니다. 다림이 검색한 게 의학 저널이란 그런 게 아니라 커뮤니티였다는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지훈, 에릭, 카사, 찬혁, 바다, 화현, 에미리, 진석, 청천, 하루, 나이젤... 이런 걸 상담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네요. 여학생들은 대부분 한두번 만난 것에 불과하고..(남학생은 많이 만났지만 여학생은 그렇게 많이 만나지 않았다!) 상태라서 조금 망설이다가 에미리 양의 연락처를 두드려 연락을 보내려 합니다.
"-일에 가볍게 만나서 놀 수 있을까요..?" 같은 걸 보내고 승락을 받은 후에 다림은 약속장소인 카페에서 귤차를 앞에 두고 에미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다림의 옷차림은 꽤 단정하네요. 어깨를 드러내지 않고 속이 비치지도 않는 검은 블라우스에 포인트컬러(오렌지계열)가 있는 검은 치마라. 대신 다리는 맨다리고, 캐릭터 양말에 하얀 계열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화장은 매우 수수해서 선크림 외에는 거의 뭔가 없었습니다. 대신 귀찌는 하고 있지만요. 물방울 모양 자석귀찌입니다. 에미리양을 기다리면서 귤차를 홀짝이고 있는 다림이네요.
모자를 만지작거립니다. 미니햇이네요 쓴 것만 보면 떨어질 것 같은데 헤어밴드에 붙어있는 거라. 안 떨어지게 되어 있어서 다행일까요?
오늘도 윤지아는 노트북을 두들길 자리를 찾아 공원을 배회한다. 날도 밝으니, 볕을 쬐며 노트북으로 뭔갈 하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정말 말 그대로 맑은 날이어서 밖에서 농땡이치기 좋은 날이었다. 공원 제일 구석, 아무도 안올 자리에 나무그늘까지. 정말 노트북 피플이라면 좋아서 환장할 법한 자리...였는데.
"...어라?"
바로 앞에, 갯과인지 고양이과인지 구분 안가는 털뭉치들의 집합이 보였고 그 털뭉치중 가장 큰 개과 친구가 내가 아는...개? 였다. 아니, 사람인가? 아무튼. 하루양과 이야기한지 얼마 안 되서 또 카사를 볼 줄은 몰랐는데. 벤치에 노트북을 덮어서 주차시켜두고, 카사를 조심히 깨워본다.
으음.... 따뜻해.... 졸려.... 햇살 아래 꿀잠을 자고 있는 데, 왠 닝겐의 목소리가 들려 댕댕미간이 콱, 구겨진다. 왠 닝겐이 말을 거냐, 싶어 스을쩍 눈을 하나 뜨니....
"어? 지아?"
두 눈 둘다 댕그랗게 뜨여져 홱, 머리를 치켜든다. 거기에 붕붕 흔들리기 시작하는 꼬리는 덤. 갑작스런 움직임에 기대던 고영즈가 후두둑, 미끄러져 떨어진다. 가뜩 따뜻한 잠자리에서 꿀잠을 방해받아 불만스러운 냐- 냐- 소리. 그 중 하나는 특이나 불만인지, 앞발을 들어 카사의 푹신한 궁딩이를 퍽퍽 치기 시작한다. 기술명이 아닌 찐 냥냥펀치다. 별로 타격은 가지 않았는 지, 카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흐억 이게뭐야 너희누구야"
....계란이 먼저였나. 카사가 먼저였나보다. 산 오르는 노인 어깨위의 새 쫒아내는 마냥 몸을 푸르르, 한차례 떠는 카사. 불만의 냥-냥-혼통이 더욱 더 시끄러진다. ...그래도 카사의 옆자리를 떠나지는 않는 길냥이들. 아직 2월에 따뜻한 잠자리가 워낙 마음에 들었는 듯하다. 결국 포기하고 지아를 환하게 쳐다보는 카사. 꼬리가 뒤에서 마구 흔드는 것을 고양이들이 신나 잡으려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저번에 카페에서 만난 이후로는 처음인가요? 다림양과의 만남이 아마 그랬을 겁니다. 또래 여자아이와의 약속에는 무슨 일이던간에 언제나 신경을 써서 가기 마련이기에 저는 단단히 가방을 챙겨 나왔습니다. 오늘의 복장은… 그래요, 검은 코트 안에 베이지톤의 셔츠와 가디건, 그리고 허벅지를 적당히 가린 짧은 검정스커트 정도였지요? 이정도면 적당히 국제학교 시절 사복보단 얌전하게 입고온거라고 생각합니다. 혀피어싱도 하지 않았고, 귀피어싱도 양쪽에 네 개씩밖에 없는데다 굽도 없는 그냥 로퍼에 초커도 얌전한 종류로 차고 왔는걸요. 화장이야 언제나 장밋빛으로 은은했으니 별 상관 없겠지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오는 동안에 말아둔 크로와상이 다 풀려버려, 도착했을 즈음엔 다 풀려버려 평범하게 잘 관리된 웨이브머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모처럼 잘 말아뒀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죄송해요 다림양~! 많이 기다리셨는지요~? “
종종걸음으로 들어와 다림양 쪽으로 손을 흔들며, 저는 호다닥 자리로 가 앉으려 하였습니다. 아아, 다 풀려버린지라 머리가 너무나 무겁네요! 잘 말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뵈는 건 거의 처음이려나요?
// tmi = 에미리의 시트상 머리길이는 크로와상이 다 말린 상태에서의 길이이다(풀리면 꼬리뼈까지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