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본명을 댔더니 남학생이 급격히 김샌 듯한 얼굴을 합니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청천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외칩니다.
"아니, 클라우디도 맞는데요! 가디언넷 닉넴 Cloudy!! 장래희망은 가디언 겸 게이트 전문 괴도!라는 것입니다만!"
핫. 그런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초딩마냥 성내고 있지. 잠깐 잃어버렸던 이성이 태클을 겁니다. 약간 붉어진 얼굴로 청천은 잠깐 숨을 고르며, 뒤집어진 케이프 자락을 정돈합니다. 자, 그래요. 진정해요. 진정. 때마침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차분히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거기까지 판단하고, 청천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에릭에게 묻습니다.
>>227 안그래도 전에 과거사라는 폭탄차가 바닥에 묻혀있다가 폭발해서 무대가 엉망진창인데 서로 치고박고 있어요 의념충격상 계산당하고 일섬 맞은거같음 나... 죽어... 나이젤 이 X끼야... 1~3학년 때 뭐햇을지는 니가 정해... 난 안 정할래(무책임)(벌러덩)(유언)(사망)
>>214 " 스스로의 나약함을 타인에게 돌리는 건 어떤 기분이야? " " 너도 익히 알고 있는 진실을 내가 구태어 언급하자면, 너는 게이트 너머의 존재를 싫어하는게 아니야. 그 녀석들에게 의미있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삶을 빼앗긴 너 자신을 싫어하는거지. " " 그리고 지금의 너도 너무 약해서,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중이지.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만큼의 힘도 없으니까 말이야. "
허나, 딱히 지훈에게는 상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훈은 그저 검집 흉내만 내줄 수 있어도 만족했으니까. 정교하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 신기하지만 딱히 얻을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걸. "
별로 좋은 방식으로 얻은 건 아니었으니까. 지훈은 나이젤을 향해 조금 쓰게 말하고는 볼을 잡힌 걸로 오해하는 나이젤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지. 자신도 볼을 잡았던 그 기억이 없었으니,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조금 의아해했을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이젤을, 이쪽에서도 빤히 응시하며 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응. 그거랑 비슷한 느낌. "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나이젤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대관람차가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멈추고 지상에 도착하자 지훈은 그 안에서 나와, 기지개를 한번 쭉 폈던가.
(노을이 지는 세상. 따분한 얼굴로 시체의 산위에 앉아 있는 카사. 당신의 발걸음에 고개를 돌리고, 환색을 띈다. 안녕, 인사를 건네고,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 너희 둘.)
>>182 "남이 멋대로 주는 이름, 거기에 휘둘리는 너... 솔직히, 피곤하지 않아? 내 이름은 내꺼 잖아. 내 존재는 내꺼잖아. 쓸모에 매달리고, 사랑에 매달리고... 지쳤잖아. 나랑 함께 가자, 나이젤. 이젠 쉬게 해줄께. 난 네가 필요로해. 자유로워지는거야."
>>183 "예전에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어. 멋대로 정하고, 멋대로 상처받고.. 하하, 어리석었지. 너도 그냥 존재하고 싶었을 뿐인데. 거짓말에 의존하기에 우리의 존재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야. 무거운 것이야. 그리고 솔직히, 지쳤지 않아? 왜 우리가 남과의 관계에, 그 멋대로의 잣대에 의존해야 할지... 나랑 함께 가자, 지훈아. 네가 있을 자리가 여기있어."
>>184 "인간이라는 조잡하고 쓰델자기 없는 것에 우리가 왜 그렇게 메달렸을까? 이해받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라는 괴물은 이해받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 노력이 보답 받을지는... 바다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이해 받지 못하는 우리는 괴물로 끝을 맫는 것일까? 난 그런거 싫어. 괴물들의 둥지에 와줘, 바다. 계속 함께 해줘. 괴물로서의 운명을 함께 부셔줘. 너를 받아드리는 단 하나의 장소를 네가 선택하는 거야."
if 호감도 > 80 " 너... 너어..... " " 카사야 난 아직 잘 모르겠어... " " 나는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더 힘 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 세상이 부숴야 할 만큼 밉지는 않아...." " 어쩌지? 나는 어쩌면 좋을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
가면을 벗으면 자신 주변에 남아있어줄 사람이 없읉테니. 아니, 이것조차 내 착각인가? 더이상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기분이라 그저, 자신이 옳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했을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림의 말에 "네게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에 대한 업이 쌓여 있으니까?" 라며 물었던가.
" 굴레라... 널 죽지 않으면 죽는, 그것 말이려나. "
지훈은 잠시 무표정하게, 공허한 시선으로 다림을 바라보았다. 아, 젠장.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남에게 휩쓸리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다. 허나 다림이 그저 체념한 듯 자신을 죽이는 것이 원하는 것이라고 하자, 괜히 짜증이 올라왔을까.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 네가 가장 무책임한 건, 다른 사람에게 네 짐을 넘기려고 하면서, 정작 그 짐은 원래 네 것도 아니라는 거야. "
간접적으로 죽였다. 자신이 죽였다, 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죽인 건가? 의도가 없었는데 어떻게 죽인 거라고 할 수 있는가? 운이 없었다. 그 뿐이다. 허나 그 때문에 자신이 책임감을 갖고, 책임진다는 핑계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있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책임을 만들어 떠넘기려고 했다.
" 정신 차려, 기다림. "
사랑스러울수록 증오스럽고, 증오스러울수록 사랑스럽다는, 그 말에, 지훈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