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도 문어 숙회 ★★★☆ 학원도에서 잡힌 문어를 후안이 소금으로 닦아내 데친 숙회. 후안의 뛰어난 감각으로 잘 데쳐내 물컹하거나 뻑뻑함 없이 탱글탱글하게 데쳐졌다. 물에도 적당히 소금을 넣어 간이된게 감칠맛을 끌어올려졌다.
문어 라면 ★★★ 문어를 삶은 물에 끓인 라면. 푸라면을 사용했다. 삶은 정도가 적절하고 스프의 농도도 적절하다. 후안이 잘게 썰은 문어가 한장한장 얇게 올려져 있어 면과 먹기 쉽게 해놨다.
좋은 식사가 만들어져 만족한 후안은 먼저 메인 디시인 문어를 초장에 찍는다. 부드러운 표면에 초장이 묻혀져 입안에 들어가자 새콤 달콤함과 터져나오는 감칠맛. 초장의 매운맛이 얼얼하게 입가에 남는다.
감칠맛이 가실 무렵 후안은 불기전 라면의 국물을 마신다. 아! 라면의 향이 문어의 바닷향과 같이 강렬하게 후안의 혀를 휘감는다. 라면의 맛이 강하기에 문어가 사라질것 같지만, 문어는 끝끝내 남아 코와 목젖 안 쪽으로 문어의 향을 내뿜으며 여운을 남긴다.
그럼 이제 면을 먹어볼 차례. 후안은 젓가락을 휘휘 저어 면을 집어낸다. 라면의 온기를 버리지 않겠다는듯 불지도 않고 그대로 입으로 직진. 뜨거운 열기가 입 전체를 휘감는다. 그러나 후안은 이를 무시하고 면과 문어를 씹는다. 가디언이 되어 몸이 튼튼해지니 이정도 열기야 후안에게는 따듯한 열기에 불과하다.
탄력있는 라면 면발! 거기에 부드러운 문어 숙회가 같이 입안에서 섞여가며 두가지 식감의 하모니를 일으킨다! 그것을 있는힘껏 밀어주는 라면 스프와 문어의 감칠맛...
본능은 언제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카사는... 피할수 있었다. 충분히 피할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카사는 하루를 급히 받아내버렸다.
"큭!"
순간 의념으로 강화된 무게의 충격에 쿵, 뒤로 넘어가는 카사. 두터운 털이 땅에 이끌려 먼지바람을 만들어낸다. 하루의 몸은 푹신한 털에 휩싸여, 넘어지는 충격은 아마 다 흡수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멈출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이를 다시 한번 들어낸 카사. 하루는 큰 실수를 했다. 사정거리안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게 실수가 아닐리가.
다음 동작은 자연스럽다. 카사는 몸을 휙, 뒤집어 버린다. 하루의 등이 거칠게 바닥과 맞닿았다. 그 충격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카사는 앞발에 무게를 실어, 하루의 몸을 봉했다.
"크르르르..."
카사의 거대한 몸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날카로운 눈, 날카로운 이빨. 쩌억, 벌려지는 입이 하루의 목덜미를 향한다. 포식자의 것이 하루의 모든 것을 위협한다.
카사의 승리였다.
카사의 눈이 어둠속에서 빛난다. 그리고 이 위협적인 행동은, 카사의 한숨으로 끝난다.
머리를 다시 올린다. 입을 닫는다. 갑자기 힘들어 눈을 감는다.
하루는 모르지만... 이 건은 카사가 온전히 이긴게 아니었다. 세상의 어느 멍청한 포식자가 사냥감이 자신의 품에 뛰어들게 냅둔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포옹이라는 것은... 상대의 이를, 상대의 목에 가져다 대는 행위이다. 원하면 언제든지 그 동맥을 물어뜯고 기도를 뚫고 목뼈를 으스러트릴수 있는 최상의 자리다. 마냥 품에 품은 것이 똑같이 삶을 갈망하는 자가 아니었다면, 카사의 목은 이미 갈기 갈기 짖이겨졌을테다.
품에 뛰어든 그 사냥감도 멍청하지 않는 한 말이다.
하루는 모르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루가 모르는 것.
"하루, 너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잠시마나 강렬한 주홍색이 가려진다.
"상냥하지."
후우... 뜨거운 숨이 하루의 얼굴에 닿는다. 목에 닿는다. 모든 생명의 급소. 지금이라도 카사는 아마, 지금 고개를 내리는 단순한 행동으로 하루의 숨을 끊을수 있을테다.
"다른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하루는 그때도 아랑곳않고 목숨을 내던질 꺼야. 내 머리가 안 좋아도, 그 정도는 알아."
늑대의 입은 인간의 언어를 위해 만들어있지 않아, 중얼거리듯 나오는 혼잣말에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 말을 내뱉고 침묵하는 카사.
"왜 나야?"
무미건조한 질문.
"우린 서로 알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 너도 나에 대해 아는 것은 단순한 것밖에 없고, 나도 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하루."
말을 할때마다, 날카로운 이가 드러난다. 수많은 살가죽을 짓이겼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무기. 치유사에게 더 없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상냥한 하루가 좋았다. 상냥한 하루가 싫었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하루가 좋았다. 그리고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 다 해도, 카사가 모르는 남의 목숨을, 자기 자신의 목숨 위로 두는 하루를.
자신의 몸은 당연하겠지만 카사의 몸에 비해 한없이 가벼웠다. 분명 품에 안기게 된 것도, 그 후에 카사의 몸에 휩쓸려 자신이 바닥에 꼼짝도 못 하게 고정되어버린 것도, 카사의 자비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 어찌 되었든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몸을 부딪친 것이다. 카사라는 거대한 늑대를 앞에 두고도 몸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 위태로워 보여서 저는 도저히 혼자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마주했을 때도 그렇고, 카사와 시간을 보낼 때도, 같이 파자마 파티를 할 때도.. 그리고 무서운 무협세계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로요. "
하루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정말로, 확실하게 어떤 단어로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하루는 자신의 머리를 몇번이고 되짚어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카사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서툰 이 아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이 아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 ...사실, 지난번 싸움에서 파티를 위해서라면 저는 카사를 내버려두고 피하는 것이 맞았겠죠. 카사의 말처럼 '평소의 이하루'였다면 다수를 위해서 카사를 눕혀둔 체로 몸을 던져 피하는 것이 맞았겠지만... 카사가 뒤에 누워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몸이 멈췄어요.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누군가가 외치는 것만 같았어요. "
차가운 바닥에 등을 맞댄 체로 카사의 날카로운 이가 드러난 것을 바라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평상시의, 평소의 그녀였다면 다수를 생각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카사의 존재로 그녀의 행동은 멈출 수 밖에 없었고, 그녀를 위해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 제 옆에 카사가 있다면 전... 아마도 다른 이들보다도 카사를 위해 움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카사가 뒤에 누워있는 그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쭉 말이에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어설프게 메스를 잡고 달려들었던거에요. 카사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텐데도. "
하루는 간신히 손을 움직여 커다란 카사의 발을 매만져주며 속삭이듯 말하곤 눌린 몸이 아픈 듯 윽하는 소리를 흘렸다.
" 카사도 움직였잖아요. 자기가 검에 찔려가면서까지. 그거랑 같은거에요. 카사가 지키고 싶었던 것처럼, 저도 지키고 싶었어요. 약한 저라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