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카사가 육포를 뱉어내다니....! 하루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지? 육포의 염분량이 부족했나? 오늘은 육포를 만든 고기의 부위가 카사의 입맛에 맞지 않았나? 아니면 육포를 만들던 사람이 바뀌기라도 한건가! 하루는 속으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경악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입맞춤이 이마에 닿자 당황해선 어버버 하고 있는 카사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았기에, 하루는 두 손으로 카사의 손을 꽉 잡아준다.
" 기억이 없어지다니... 그거, 확실히 카사가 당황할 법한 일이네요... 그래도 제가 이렇게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휴우... 맞아요, 당신의 이름은 카사, 저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제 고백을 받고도 답을 안 해주고 도망다니고 있어요. "
마지막엔 반쯤 농담이었지만, 일단 카사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만큼, 안전하게 카사를 기숙사로 데려가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먹는 하루였다.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올해의 반전상을 받을 정도로 충격이었던 육포를 뱉는 카사의 모습이 납득이 가는 모양인지, 혼란하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하루였다.
" 제가 카사랑 지내는 곳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카사가 절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제가 데려다 줄 수 있게 믿어주겠어요? "
다친 곳은 아물었지만 피를 흘렸으니 쉬어야해요, 하고 말을 덧붙인 하루는 조심스럽게 카사를 바라본다.
듣고 보니 굉장히 아파 보이는 상태입니다. 나이젤은 줄을 끌어당겨서 대롱대롱 흔들리는 상태로 낚여 있던 바다를 잡고(?) 뿔에 걸려 있는 낚싯바늘을 풀었다. 그 와중에 강화한 걸 까먹고 있어서 낚싯줄에 손이 베일 뻔했던 건 덤일까. 정신이 없었구나, 생각하며 낚싯대에서 의념을 거둬들였다.
"여기, 수영하는 분들이랑 방향이 겹치는 쪽이었던가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기 낚싯대 대여하는 곳도 있는데, 불법사업이 학원섬 안에서 가능할 리 없잖아요? 하고 쓰는 사람은 불법낚시의 가능성을 부정합니다! 아무튼 나이젤은 속으로 '큰 건 맞는데.. 다림씨가 말한 일식집도 절대 이분을 손질해 주시진 않을 것 같은데...' 같은 무서운 생각을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아파보이는 느낌이." 내려지자 바다를 잠깐 바라보고는 둘이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니 팝콘을 뜯으며 구경하자는 느낌일까요?
"으음.. 그래도 평화로운 편이네요." 제노로운 평화시아같은 일은 아니잖아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은 진심이었습니다. 하긴. 대왕고래를 잡다가 낚싯대를 분실하거나 하는 거라던가. 제노시아 안의 폭주기관차라던가 그런 걸 생각해보면 평화로운 한때가 아니겠습니까. 아. 다림이도 어느샌가 제노시아에 좀 물들어 버린 모양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주위에 큰 물고기가 없는 건 바다 씨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웬만해서는 도망가는 경우도 있고. 라는 말을 합니다. 하긴. 사람은 생각보다 크죠. 근데 물고기는 단위면적당 힘이 더 커서 그렇지.
한순간 카사의 말에 의아함을 담은 갸웃거림을 보여주려던 하루는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방긋 웃으며 자신의 두 손을 꼭 잡아오는 카사의 손을 마주 잡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굴러들어온 카사(?)를 도로 굴려보낼 정도로 하루는 순순하지 않았다. 그녀는 S의 영성을 가진 서포터였던 것이다.
" 역시 카사는 그렇게 말해줄거라고 생각했어요... 카사가 절 책임져준다니...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
하루는 맞잡고 있던 한손을 살며시 놓곤 눈가를 닦는 시늉을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예전에 비해 상당히 연기력이 올라간 것만 같은 하루는 감동한 눈으로 카사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다. 아무래도 비련의 여인을 연기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 ... 저 이제 완전히 저를 카사에게 맡겨도 되는거겠죠..? 지난번처럼 절 내버려두고 가시지는 않을거죠? "
아침이 되어서 수업을 받으러 간 것이었지만, 가볍게 그 부분은 말을 하지 않은 체 절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하루였다.
뽀송뽀송한 상태로 돌아가는 옷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수영부 같은 게 어딘가엔 있을 법도 한데, 그냥 다들 실내수영장으로 가는 건가. 평화로운 편이라는 다림의 말에는 긍정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고래상어가 이 주변에 있어요?"
놀 랍 다! 쓰는 사람이 놀라는 동안 나이젤은 고래상어가 탄원서를 작성하면 어디에 뭘로 쓰는걸까, 하고 생각했다. 문어 먹물로...? (갑자기 문어 학대) 아쿠아맨... 거북이... 큭 머리가...
"하긴, 물고기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오늘따라 그런 건지 아닌 건진 모르겠지만요."
나이젤은 오늘 처음으로 낚시하러 왔으니 바다가 와서 유난히 물고기가 적어진 건진 모르지만, 물고기가 없는 건 맞았다. 하지만 낚시당한 바다랑 마주쳤는데 다른 물고기가 든 양동이도 있었으면 말이 통해서 더 난장판이 됐을지도 모르니 오히려 전화위복 아닐까요! ...라는 건 나이젤은 몰랐지만.
"아무튼 이래놓고도 낚시를 할 순 없으니, 이만 그만둬야겠네요. 항구에 온 김에 산책이라도 해볼까요?"
낚시하는 사람이 바다밖에 없다지만 낚인 사람이 보고 있는데 또 낚시를 시작할 순 없는 노릇이고. 탄원서 받을 것 같다. 나이젤은 빈 양동이와 낚싯대만 간단하게 챙겨서 일어났다. 반납하러 가야지...!
고래상어가 탄원서를 작성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작성할지 궁금한 모양이네요. 어쩌면 음성녹음 형태로 작성된 뒤 바다같은 통하는 이들이 통번역을 할지도? 같은 건 넘어갑시다.
"오늘따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하기엔 저번의 낚시에서도 허탕치다가 마지막에서야 대왕고래를 낚았으니까요... 어라. 그게 그건가..? 라는 의문이 약간 들었습니다. 산책이라도 할까요라는 말에 하실래요? 라고 다림은 바다에게도 물었습니다. 같이 다녀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버리고 간다니. 학원도에 나쁜 사람이 참 많을지도...는 다림주가 나쁜 사람 되겠군..
"아. 자판기에서 랜덤 눌렀을 때 우루루 쏟아질지도 몰라요?" 물론 농담으로 말한 것이긴 한데. 폭주자판기를 생각하면 웃을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지역밀착슈퍼같은 데에서 뽑기를 할 때 걸리는 게 낫겠지..
하루의 두손을 잡고 든든한 미소를 짓는 카사. ......의 목뒤에는 땀이 폭포수마냥 나고 있었다. 운다!!!!!!! 여신님이 내 손을 잡고 울고 있어!!!!! 으아아아!!!!!!!!!!!!! 고요한 겉과 비명이 끊기지 않는 속. 이것이야 말로 겉바속촉이었다.
"그래요, 저만 믿으시면됩니다."
입은 움직이고 있는데, 거기서 무슨 말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 머리속이 새하얗다. 분명 입술이 움직이고 목에서 소리가 나오고있긴 한데. 속에는 비명밖에 없다. 으아아아아ㅏ아아아아!!!!!!!!!! 그녀가 자신을 보고있다. 감동의 눈으로 보고있다!!!! 목뒤가 축축하다 못해 땀이 콸콸 흘러내린다. 죄송합니다!!!!!!!!!!!!!!
아니, 거기에 이 아리따운 여신ㄴ 아니 여인을 버리고 갔다니!?!??!? 얼마나 쓰레기였던거냐 '과거의 나'씨?????? 이 죄를 되갚으려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게 맞을텐데, 크나큰 문제가 있다.
자신은, 이 여신님의 이름도 모른다!!!!!!!!!!!!!!!!!!
누구야 이 사람? 몰라!!! 여신님이라 부르는 걸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지만 어쩌다 책임진다고 해버렸다!!!!!어쩌지!??!?! 어쩌짖??!?? 지금이라도 거절해야 되나?????
...라는 생각도 하루의 얼굴을 보자마자 날라간다. 예쁘면 됬지. 이쁘면 되지, 응. 카사의 뇌세포 모두가 동의한다. 대신 머리가 굴러간다. 자신은 현제 뇌섹-인텔리스토익 차도녀!!! (특: 영성 D) 생각하는 것이다!!!! 죄를 갚고 이 여인이 울지 않게 하고 이름을 알아낼수 있는!!!!!!!!
그때, 머리에 스쳐나가는 천재적인 생각. 꽈악, 덥썩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 결혼하지요!!!"
결혼 서류를 낼때 슬쩍 이름을 훔쳐보기만 한다면! 성공이고!! 이 여신님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할수 있다!
완벽해!!
. . ...........그럴리가 있냐!!!!!!!!!!!!!!! 나 방금 무슨 말을 한거야!!!!!!! 응아ㅏ아아ㅏ아ㅏ아ㅏㅏ!!!!!!!!!!!!!!!!!!!
하루는 물론 거짓은 아닌 말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분명 거짓말은 아니었다. 카사가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면서 안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두번 강조하며 하루는 눈을 잠시 내리깐다.
" 그저 미안함에 억지로 하는 결혼은 슬프기만 한걸요... 카사의 진심이 담긴 결혼이면 좋겠어요.. 저 때문에 카사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다니...전 받아들일 수 없어요.. "
비련의 여인 연기가 꽤나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소소한 상념을 마음에 품으며, 하루는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애초에 기억을 잃은 카사를 끌고가서 결혼도장을 찍을 마음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자발적으로 도장을 찍으러 가는게 좋을테니까. 나중에 카사의 원망을 받을 생각은 없는 하루였다.
" ... 미안해서 그런거라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카사.. 오늘은 일단 같이 지내는 곳으로 돌아가는걸로 해요... 저는 그걸로 충분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