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까지는 개인이지만, 세 명부터는 집단이 된다고 하던가. 나이젤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제 세 명이서 하늘을 가리키고 UFO를... 이란 생각을 나이젤이 할 리가 없지만, 산책이라기엔 사람이 많다... 정도는 생각했을까?
"음... 산 것 이외에 나온 음료수는 조심해야 해요."
살인 자판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으니까. 4학년쯤 되서 살인 자판기에 걸리는 건 나이 헛먹은 거 아니냐고요? 나이젤이 조용히 하라고 하네요. (왜곡) 아무튼 살인 자판기는 하나만이 아니니, 우르르 쏟아져나온 음료수가 폭발하는 등의 변화구... 는 다림이 있으니 그럴 리는 없다. 갑자기 가슴이 든든해진다...!
"흰긴수염고래...? 음, 사이다 괜찮죠. 항구에도 자판기가 있을까요?"
설마 항구의 자판기가 살인 자판기... 같은 전개는 아니겠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한다면 대충 낚싯대 반납은 이 레스쯤에서 빠르게 하고 온 걸로 처리!!
그런 설이 있다. 겉으로는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 그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기위해, 수면 아래로는 철처한 발버둥을 친다는. 물론 이 설은 사실이 아니지만, 꽤 넒히 퍼진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왜 하필 지금 꺼내냐면은.
으아아아아아아아ㅏ아ㅏ아!!!!!!!!!!!!!!!!으아아아ㅏ아아아ㅏ아아ㅏ아!!!!!!!!!!!!!!!!!!! 쉴새없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카사. 속으로 '만' 지르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목청도 귓청도 아작난지 오래였을 테다. 부드러히 웃는 하루의 모습에 황홀해하는 것도 잠시. 다시 자신의 죄악(?)에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냐 과거의 나!!!!!!!!!!!!!!!!!!!!!
처연하게 눈을 내리까는 여신님의 모습에 정신이 아주, 아주 잠깐 나가버린다.
"이런... 제가 여ㅅ-아니, 그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같군요."
여신님이 운다!!!슬퍼한다!!!!!!으아앙아ㅏㅏ아아 이 몹쓸녀석!!!!!!!!!!!!! 죽어라 과거의 나!!!!! 하루의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 꿇은 상태에서 더더욱 고개를 숙인다. 손을 내밀어, 하루가 같이 일어설수 있게 재촉한다.
"그러시군요.... 그러면 그대가 저에게 확신이 들때, 그때 다시 청혼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같이 돌아가지요, 하고 부드럽히 말하는 카사. 속으로는 아직도 비명지르는 중이다. 으아ㅏ아아ㅏ아아아아!!!!!!!!!!!!!!!!!!!!!!!!!!!!!!!!!! 그래도 좋았어!!! 그때까지 이름을 알아내기만 하면되는 거야!!!! 으아ㅏ아아ㅏ아!!!!
"셋이서 산책이라도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대신 나이젤씨가 양손의 꽃을 들고 있는 걸로 오해받을지도 모르지만요." 물론 두번째 말은 농담입니다. 산 것 이외의 음료수를 조심하라는 의도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폭주 자판기가 나온다고 하여도 다림에게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사이다 괜찮네요." 오렌지주스도 좋지만 타인이 사준다면 다른 것도 먹기는 먹습니다. 예를 들자면 콜라를 시켜준다면 콜라를 먹는다거나? 그런 겁니다. 그래도 항구에 폭주 자판기가 있지는 않겠지...?
"바닷가 카페는 나름 수요가 있는 편이니까요." 예전에 가볍게 아르바이트 비슷한 건 해본 적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서 거리를 둔 카페였기 때문에 잘 되기만 했었겠다라는 감상일까요. 사실 알바라기보다는 마스코트 비슷한 거였을 확률이 높으려나.
슬쩍 눈가를 매만지던 손을 움직여 팔의 가디언 칩을 한차례 쓸어내린 하루가 슬픈 듯 내리깔았던 눈을 들어 카사와 눈을 마주하며 물음을 던진다. 가디언 칩을 만진 것은 분명 무언가 작동시킨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의 카사는 전혀 모를 일이겠지. 하루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 저, 하루는 카사가 이렇게 믿음직한 말을 해줘서 정말 기쁘답니다. 카사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전 정말 기쁠거에요, 후후. "
하루는 슬그머니 곱게 접은 눈을 가늘게 떠선 카사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얼른 해달라는 듯, 손을 잡은 체 조곤조곤 말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생각할 겨를을 줄 생각은 없는지 발걸음은 기숙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