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연바다에게는 그러한 낙원이 있었던가? 책을 덮은 체 자신의 낙원을 떠올려본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깊은 심해에 대한 꿈을 자주 꾸고는 했지. 아무에게서도 상처받지 못 하도록, 모두에게서 격리된 장소를. 이제는 더이상 그런 꿈을 꾸지 못 한다면, 나는 지금 무슨 낙원을 꿈꾸는가?
잠에 들었다. 에릭은 오랫만에 만족스럽게 검을 휘둘렀고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아끼는 애완동물과 기묘한 동거인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모든것이 안정되어가고 있다
...고들 사람들은 착각한다. 가장 안정적인 순간이야말로. 아니 안정적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에 무언가 잘못흘러가기 마련이다.
에릭은 검고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꿈이거나, 메리의 장난인가 싶은 그의 귀에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모른다는 것은 죄 인가? 기억에 없다는 것은 죄 인가? 그 분의 시선과 총애를 받아 홀로 살아남은 순례자여, 검신에 산화되어 검붉은 색으로 변한 피를 바르고, 영혼보다 붉은색과 빛을 보이는 보석이 있는 검을 보시오. 이는 아비를 죽이고, 동료를 죽이고, 연인을 죽이는 마검일 지어니. 이 아름다운 마검은 당신의 것 일 지어다.
소리를 높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빨리 오셨을까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에 저는 그만 정신을 잃기 직전이 되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눈이 휘둥그레지긴 했는데 바로 원래대로 여유로운 얼굴로 돌아와 말을 이어나가도록 하였습니다.
"저어~ 야마모토 씨? 오늘 에미리는 조금 이런저런 선물을 사러 돌아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그으... 괜찮으시다면! 에미리에게 잠시 시간을 빌려주시지 않으시겠는지요? 혼자 가기는 조금 그렇기도 하구요... "
동행해 주시겠냐는 의미랍니다! 라고 조금은 바라는 듯한 티를 내며 저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꿈을 꾸기 싫어서, 그냥 넘기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꿈 속에서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가 싫어서, 그냥 그 꿈을 멍히 바라보곤 했다.
- 자, 천천히 숨을 고르렴. - 에반 씨는 첫 각성의 날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게이트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단다. 너도 그런 영웅이 되기 위해선 이 고통을 견뎌내야만 해. 상상해보렴. 이 검을 들고 사람들의 환호를 듣는 영웅이 된 너를 말야. - 잘 했어. 잘 참았구나. 보렴. 너는 재능이 있어. 영웅이 될 재목이야!
꿈에서의 소년은 세 선생님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짓곤 했다. 그 검을 잡는 날마다 손이 부르트고, 살이 찢어지고, 피를 토해냈지만. 소년은 그 말을 좋아했다. '영웅'. 그 가슴 떨리는 단어를 사랑했다.
..... 꿈. 꿈. 꿈. 꿈... 더러운, 역겨운..? 왜? 왜 이런 기억이..?
" 이봐요. "
무언가가 에릭의 뺨을 후려칩니다.
" 에릭 하르트만! "
잠에서 깨어난 에릭은 자신에게 올라타 사정없이 뺨을 때리는 메리를 발견합니다.
" 정신 똑바로 차려요! "
.. 온 몸에는 식은 땀으로 가득 젖어있습니다. 유난히 무거운 몸 역시. 에릭의 몸상태를 예상하게 합니다. 붉은 검, 붉은 바다, 붉은 메리.. 그리고...... 붉은..
>>94 확인합니다!
[ 추월삼여 ] [ 받아들여라. 기억의 관 ] [ 굴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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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 마왕 서유하. 모든 마법사의 스승이자 모든 마도 사용자들의 염원과도 같은 존재. 한 번의 손짓으로 수십개의 마법을 이용하여 간단한 판단만으로 수 개의 마도를 창조하는 자. 서유하의 힘은 굉장히 이질적이다.
>>117 [ 그런 서유하의 의념기는 확인된 것으로만 100여 가지를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한 가디언이 수십년간 기록한 의념기의 갯수가 세개를 넘기 힘들다는 점이다.
... 중략.
이러한 형태에서 서유하의 의념기는 매우 독특하다. 가장 특이한 점은 서유하의 의념 속성이 아무리 억지로 연결하려 하더라도 연결이 되지 않는 '자신감'이라는 속성인 점. 또한 각성 당시 그녀가 어디에서 마도에 대한 지식을 배웠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 중략.
태양의 몰락은 총 4가지의 속성이 섞인 마법이다. 불의 속성이 13번, 바람의 속성이 2번, 물의 속성이 1번, 흙의 속성이 11번 섞여 만들어진 태양이라는 속성을 압축하고, 폭발시켜 주위 공간에 작은 빅뱅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의념기를 단순히 손을 휘젓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점은, 여하 영웅들과 비교하더라도 화력이라는 측면에서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영웅이라는 점을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