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 혼자는 외롭죠. 그래서 늑대랑 다르게 사람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아요. 같이 있으면 언제라도 행복할 것 같고, 그사람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을. 그리고 그사람한테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
미간을 찌푸린 카사가 서툴지만 머리 속으로 말을 정리해서 말하려는 모습에, 가만히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내버려둔 하루는 카사의 물음이 들려오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방긋 웃어보인다. 그리곤 카사의 두손을 살며시 잡아서 자신에게 끌어당겨, 두 눈을 마주 했다. 카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하루의 눈은 따스했고,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 당신을 사랑해요. ”
하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체, 카사에게 그렇게 말했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루의 분홍색 입술은 천천히 닫혔고, 보기 좋게 다물어졌다가 천천히 떼어졌다.
“ 이렇게 자신과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을 하고, 함께 하길 약속한 다음 연인이 되고, 가족..그러니까 무리가 되는거에요. 늑대들보다 작지만 그에 비할만큼 든든한 무리가 말이에요. 그러니 인간들도 무리를 이루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단지 다들 아직 그렇게 말할 사람을 찾지 못했기에, 홀로 다니는 사람이 많은거에요. 카사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거에요?”
카사의 두손을 부드럽게 맞잡은 체로 하루는 자상하게 물음을 건냈다.
거울을 보기 시작한 카사를 보며 하루는 자신의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도 능숙하게 말리기 시작한다. 카사의 머리를 말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르고 있었는지 새하얀 머리카락을 말리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거울 앞에서 귀엽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카사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을지도 모른다.
“ 카사가 제 머리를 묶어주려구요? ”
하루는 폴짝 뛰어온 카사의 말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드라이기를 껐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그녀의 머리는 하늘하늘 부드럽게 새하얀 그녀의 등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하루는 이것이 카사에게도 연습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이내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카사가 자신의 머리를 똑같이 묶을 수 있게 헤어밴드 두 개를 내밀어 보였다.
“ 자, 그러면 제 머리는 카사한테 맡겨보도록 할까요? 실수를 해도 제가 고칠 수 있으니까 부담 갖지말고 해봐요. ”
자신만 믿고 한번 해보라는 듯 다정하게 말한 하루는 눈웃음을 지은체로, 카사가 묶기 좋게 등을 돌려 앉았다.
음... 강찬혁은 기다림의 노트를 본다. 확실히 정리는 잘 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지능의 차이라는 것일까? 강찬혁은 의념으로 강화된 영성을 써도 도저히 이걸 볼 수가 없었다. 어쨌든 강찬혁은 어떻게든 해보기로 했다. 물론 잘 되지 않았지만. 강찬혁은 어쨌든 도움을 받았으니 뭔가 보답을 해주기로 한다.
강찬혁은 너구리를 보고 씨익 웃더니, 잠깐만요. 이거만 다 마시고 시작할게요. 라고 말하고 다시 빨대를 꽂는다. 저 너구리 사장이 간과한게 있다면, 강찬혁은 신체스탯이 S라서 어지간한 일반인은 불가능한 상식 밖의 짓을 저질러도 목숨이 위험하지 않았고, 게다가 MAN VS WILD 특성으로 건강도 꽤 챙겼다는 것이다. 강찬혁은 의념의 힘을 식도와 위장근육에 집중하고, 쭈욱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의념을 통해 빨아들이자 청포도에이드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아, 아아... 나의 특제 사이즈 청포도에이드가... 라고 말할 새도 없이 청포도에이드는 다시 바닥을 드러냈다.
"으윽..."
"...더 필요해구리?"
"아뇨. 치워줘요."
...그 대가로 강찬혁은 몸이 퉁퉁 불어서 마치 물풍선 같은 형태가 되었지만, 강찬혁은 어쨌든 약속대로 도와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