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습니다. 만난지 몇번 안되었는데도 다 친구가 될 수가 있을까요? 수년을 다녔지만 여전히 친구란 단어는 흥미롭습니다. 수년을 같이 다녔는데도 겉으로만 친한 사이가 있고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가까워진 사이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를 기준으로 잡아야할지 정말 애매한 단어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그 잘난 연애놀이를 붙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그거야말로 가장 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니까요...🎵 붉어지신 선배님과는 반대로 이쪽은 매우 초연했습니다. 초연하다 못해 안색에 변화가 없었지요. 그저 오해를 정정하시는 말에 그렇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혹시 하루양께선~ 제가 하는 이런 칭찬이나 감사의 말씀이 많이 불편하진 않으시지요~? 혹여 에미리가 너무 과했다면 사과드리어요🎵 제가 원래 좋은 감정은 꼭 표현하고자 하는지라...🎵 "
아아, 어찌보면 이걸 돌직구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직설적이었을까요? 후후 웃으며 살짝 입을 가린 뒤 저는 대답을 이어가고자 하였습니다. 도심가라...후배를 아끼시는 마음이 정말 호수와도 같으시군요!
"도심가라면야~ 에미리는 방과후라면 언제든 괜찮사와요~? 보건부 있을 때 말고는 대부분 편한 시간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원하실 때 칩으로 연락 주시면 어디든지 괜찮답니다🎵 "
친구끼리 놀러가는 정도야 일도 아닌데 조심스러워하실 정도야 없지요! 정말이지 별거 아니었기에 흔쾌히 승낙하며 조용히 말차를 머금었습니다. 아아, 오늘따라 향이 좋네요...🎵
카사는 현재, 방의 땅바닥에 앉아 앞의 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면서. 그것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하루! 생각만하면 없는 꼬리가 덩실덩실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루가 '파자마 파티'라는 것을 하자고 제안을 해준 것이다!
옛날부터 듣기만 하고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약간은 동경하는 기분이 언제나 있었다. '친구'로서 하는 수많은 일중의 하나,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솔직해진다면, 아주 아주 솔직히, 혼자서 자는 것에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누구든 추운 밤에 꼭꼭 둘러쌓여 잠이 드는 것에 익숙해진 카사는, 아무리 이불을 얹어올리고 땅이 아무리 푹신해도 깊이 잠드는 게 어려웠다. 말하자면 요점은,
'혼자서 자는 것은 너무너무 외로워!'
그 와중에 온 '파자마 파티'의 초대장, 그것도 하루에게서 온 초대장은 마른 하늘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끄응.... 일찍 일찍 준비하기 위해 넉넉히 시간을 둔게 다행이었다. 작은 짐(?)을 풀었다 쌓았다 풀었다 반복하던 카사는 시간이 더 이상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울상을 지었다. 몇 시간부터 간다고 해도 잘 챙기기는 커녕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소중히 모은 짐을 꾸리고 하루의 문 앞에 서있었다. (와중에 문을 잘못 찾을 뻔 했지만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칫솔, 잠옷 (점프슈트), 작지만 푹신한 곰돌이 인형, 하루 선물... 끙차, 속으로 짐을 다 챙긴 것을 확인하고, 손을 들어 문에 가져다 댄다.
>>524 지연이가 왜 부장이나 에이스 3명 처치가 나왔는지에 대해 풀어보자면 지연이는 가만히 놔두면 1년 뒤에 부부장, 2년 뒤쯤 부장을 달기 때문. 그러니까 지연이의 앞을 가리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에이스 셋을 처치할 수 있거나, 최소 부장급의 무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된 것임.
"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예쁜 말을 많이 배우고 있는걸요.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건 나쁜게 아닌걸요?
수줍어 하던 하루는 눈을 깜빡이더니 처음엔 잠시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살 저어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망설임이라곤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줄 뿐이었다. 오히려, 그런 에미리의 모습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을 직접 들려주는 하루였다.
" 어차피 둘 다 보건부니까 보건부 일을 마무리 하고 같이 도심에 가는 것도 좋겠네요.열심히 보건부 일을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디저트로 힐링하는거에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저희 자신도 힐링을 해야하니까요. "
하루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에미리의 말과 자신의 말을 정리해서 말하며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지난번 여러가지 케이크가 종류별로 맛 볼 수 있게 나오던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하루였다.
" 오늘은 참 소득이 많았네요. 에미리랑 동아리 활동도 처음으로 맞춰보고, 에미리와 동갑인 친구도 되고, 에프터 신청까지 할 수 있었으니까요. 후후. 즐거웠어요. "
어두워진 창 밖을 보며 더 머무르는 것은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들려준다. 결국 오늘 하루가 즐거웠던 것은 모두 에미리 덕분아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다는 듯 가볍게 인사를 해보였다.
" 부족한 선배이자 친구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에미리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