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뭉둥이까지 꺼내서 머리에 툭툭치는 찬혁의 모습에 식겁한다. 하, 하지만 분명 주먹 한 방으로 사망했는데?! (오해다.)
끄응, 10미터 밖에서 깊은 생각에 빠진 카사가 주먹으로 턱을 괴었다. 혹시 함정이면 어쩌지? 내가 다가가면 여기에도 선도부 아저씨! 하고 잡혀가는 가야! 거기다 진짜로 상처 입히면?! 이번에야 말로 살인미수로 UGN에 끌려가는 거야! 하지만 사과할때는 상대방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원한다면... 곰곰이 머리를 굴리던 카사, 천재적인 생각에 퍼뜩 고개를 든다. 팟, 양팔을 옆으로 뻗어 대자를 만들고, 눈을 꾹 감은 채로 소리친다.
"네가 날 공격해서 병원으로 보내!! 그럼 믿을께!!"
1. 미안함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2. 쌤쌤이다 3. 살인미수죄로 잡혀가지 않는다 4. 강찬혁이 먼저 다가왔으니 안 혼난다 5. 실제 강찬혁이 종이가 아닌 걸 확인한다. 그야말로 일석5조!!
강찬혁은 대자로 드러누워서 공격하라는 카사를 보고 피식 웃더니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대자로 뻗은 카사의 볼을 쿡쿡 찌르며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일방적으로 팬단 말인가, 그건 안 된다. 강찬혁은 강하다는 것을, 적어도 가디언들 중에서도 꽤나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한다. 강찬혁은 힘을 줘서 보도블록을 하나 파내고, 그 보도블록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쳤다.
"카사. 잘 봐. 이건 진짜 블록이야."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고 블록으로 카사의 머리를 한번 툭툭 쳤다.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 묵직함이 제대로 내리치면 정말로 아플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강찬혁은 블록을 들고 있다가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어디를 내리치려는 걸까 혼란스러운 와중ㅡ 블록이 강찬혁의 머리에 내리꽂히며 파삭! 하고 부서졌다. 강찬혁은 악! 박혔네! 라고 말하며 쓰읍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카사를 내려다보았다.
꾸욱, 감고있는 눈꺼풀이 부들부들 떨린다. 닥쳐올 고통에 합, 힘을 주어 잔뜩 긴장해 있던 도중, 볼을 누르는 손가락의 감촉에 슬며시, 실눈을 뜬다. 그리고 보이는 찬혁의 모습에 동공지진. 무, 무기까지 써서 확실히 자신을 제거하려는 건가?! 아니 저거 기물파손으로 혼날텐데?! 우왕자왕하고 있던 도중, 머리를 향하는 블록의 모습에 다시 합, 하며 찌그러진다.
"꿱"
안 쳤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떠지는 눈. 파삭, 하고 부서지는 소리에 잔뜩 기합이 들어있다가, 멀쩡해 보이는 모습에 눈이 접시마냥 동그래진다.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진짜인지 확인하는 듯히 붕붕, 시야 앞에 손을 흔들고 쿡쿡, 한번 손가락으로 찔러보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멀쩡한 모습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대, 대단해!!"
두 주먹을 꼭 쥔체 또 보여줘! 하고 외치며 눈이 LED간판마냥 빛난다. 무슨 묘기같은 거라 알고 있는 것일까. 삼촌이 엄지를 뗐다 붙였다 하는 것을 본 아이마냥 다시! 다시! 하고 외치는 조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