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긴장된다. 이런 높은 사람들의 교류를 받아보는건 정말 어릴적에 잠깐, 그리고 나서는 안정을 취한다는 이유로는 못해도 집앞 마당 이상으로 잘 나가려하지 않게했고 나도 바깥을 무서워했어서 잘 나가지 않았던 덕에 특히나 더더욱 그랬다. 생각, 생각을 다른데로 돌리자. 마도일본의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던가.
강찬혁은 안도해서, 그리고 이 상황이 재밌어서 작게 웃었다. 그래, 그랬던 거구나! 그런 느낌이구나. 끔찍하고 비참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는 가시를 세웠으리라.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이들 중에 그를 등쳐먹으려는 새끼들이 있었으니, 가시를 세우고 꺼지라며 밀어내는 게 상책이었겠지. 호의를 호구를 자처하는 시그널로 보는 이들도 있었을테니까. 강찬혁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위악은 익숙했으니까.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가로등이 깜빡거리는 거리를 마치 어색하게 뒤 따르듯 에릭은 따라갔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선, 반대로 에릭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트린건 에릭이었다.
" ....미안해. "
소년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 많은 말 중에서 가장 먼저 꺼내진 말은 그것 이었다. 그저 상황을 도피하기 위한 것에 가까웠을지도 모르지만. 소녀는 그 말을 꺼내고 싶었기에 꺼냈다.
" 미안해 하나미치야.. 넌 나에게 엄청 많은 걸 해줬는데, 난 너를 아주 조금 기쁘게 만드는 것 조차 빌빌 대고있어. 데이트라고 호기롭게 말해도 엉망이었고, 애써 너랑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열심히 머릴 굴린 것 조차, 어색해해서 동생의 핑계를 대다니 말이야.전부 최악이야. "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게 다 나빴다. 솔직하게 예쁘다고 말해주지도 못하고, 그녀를 좋아하는데 데이트 이후 만남에 동생을 대려와서 어떻게든 어색함을 줄일 생각만 하였다. 무엇이든 하나미치야의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반갑고 싶지가 않지요, 반갑고 싶을까요? 이 남자를 내가 반가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건 제 옆에 있는 카르마씨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록 이렇게 싱그러이 웃고 있습니다만, 저는 전혀 이 자가 반갑지 않습니다… 이 집사라기보단 닌자같은 자가 반갑지 않습니다! 초등부부터 중등부까지 불가피한 일이 있을 때가 아닌 이상 꼬박꼬박 출석같은 건 빼먹지 않고 국제학교를 다녀왔었고, 술담배같은 학생으로썬 하지 말아야 할일은 철저히 안해오며 지내왔고, 나는 충분히 사오토메에 걸맞게 행동해왔는데, 아버지는 내가 어디까지 걸맞기를 원하시는 걸까요? 아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네요!
“아하하하!! 이거 참 재미있네요! 내가 어디까지 어울리게 해야 할지 기대가 커요 정말!!! “
짐작컨대, 그는 내 감시역입니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방종하게 굴지 않도록 지켜봄과 동시에, 만약에 일이 생길 경우엔 곧바로 나서겠다는 의미지요.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아, 아버지! 에미리는 이제 같잖은 연애놀이 따위는 그만둔지 오래인데 말이에요!!
“그래요, 좋아요…. 야마모토 씨? 부디 일주일간 이 에미리를 잘 부탁드리겠사와요?🎵 “
언제나처럼 낭랑하게, 그러나 조금 많이 감정을 억누른 어투로, 눈만은 웃지 않고 또렷이 바라보며 저는 야마모토 씨께 손을 뻗었습니다. 아마 악수를 청하는 의미이지요, 이게? 부디, 받아주시면 좋을 텐데요...🎵
으흑... 으흑!!! 그 날, 가디언이 울었다... 감동적인 스토리... 가디언도 인간이기에 공포를 느낀다. 두려움을 느낀다. 허나, 부정하지 않는다. 공포와 두려움마저도 포옹하고 그것을 위로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모두에게 전한다. 목소리로, 노래로, 자신의 감정을 전한다. 그것이야 말로 순수. 혼란과 혼돈에 길 잃은 자들을 이끌어주는 수 많은 등불 중 하나...
"프레이.. 리듬... 멜로디... 너희는 '전설' 이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지금 당장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은 심정이다... 망념이 쌓였지만, 그냥 그림 정도는 괜찮겠지. 영화관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가볍게 그린다. 상처 투성이로 노래하는 프레이, 리듬, 멜로디. 그들의 가사는 마음을 달래는 손길이 되고, 그들의 리듬은 길이 되겠지, 모든 걸 조화시키는 멜로디는 달래는 손길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도와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