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흑... 손수건이 눈에 보이자 그것을 낚아채서 눈물을 닦고 그의 손에 들려준다. 아...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다. 아니, 절망적이라면 절망적이지만, 자신에겐 한 없이 감동적인 이야기다. 화인, 분명 그 캐릭터는 본편에선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나오는 캐릭터이다.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도 있지만, 싫어하는 팬도 있다. 그런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 그저 잊혀질 뿐인 캐릭터가... 극장판이라는 새로운 에피소드로 영웅이 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정의를 이행한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꿋꿋이 나아간다. 그것이... 너무나 멋지고 예뻐서... 마치, 한 밤중의 모닥불 같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낸다.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보다 더 나은 자신이 희생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프라이드에 상처를 준 인물이라고 해도.
"...너무나 멋져요... 감동적이에요. 원래 여러 번 볼 생각이었지만, 이 한 번으로... 족해요. 제가 왜 영웅을 그리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어요."
그렇다. 나는, 보고 싶었다. 내가 처음 봤던 그 만화의 주인공처럼, 강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기에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슬픔과 괴로움, 분노,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증오를 이겨낼 만큼의 신념으로... 영웅이 되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영웅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불꽃이기에, 하늘에서 지는 별이기에, 그것을 눈으로 담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그리고 싶었다.
흐음, 생각하다 퍼뜩, 떠올린 사실에 탄성을 내지른다. 맞다, 인간은 수명이 100까지 됬지!! 그러면 언제 늙는지도 달라지는 구나!!! 어, 그럼 언제 늙은 거지....?
곰곰히 생각하는 카사. 어느새 다가오는 지훈의 모습. 와앙, 하고 벌어지는 입에 눈이 약간 커진다. 다만! 지훈이야 예상하지 못한게 있다! 오히려 이게 카사에게 더 친숙하다. 그러니까, 원래 늑대끼리 인사법이랄까, 친숙함을 표현하는 게. 서로의 머리를 입에 넣고 하는 게. 그러니까, 아예 더 편하게 하라고 뺨을 들이대는 카사는 당연한 것이다. 지훈은 어떤 반응일려나.
"??!!!!"
'귀엽다'의 설명! 이번에야 말로 충격에 입을 헤- 벌린다. 진짜냐!!! 크나 큰 혼란을 느끼는 지 한 동안 가만히 있는다. 역시 인간 화법! 이런 것도 의미가 완전 달라지는 구나!!! 아니, 어라? 그러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카사는 지금 껏 딱히 외모를 칭찬 받은 적이 없다. 전혀 없다. 제로. 영성보다 높은 외모 스탯이지만, 뭐, 주변 환경을 생각해보면 외모를 칭찬할 사람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할테다. 하여튼, 그래서 잠시 고장난 듯 가만히, 지훈의 말을 곱씹는다.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해 나중에도 연구를 조금 해봐야 겠지만... 칭찬인건 알았다!! 그리고 칭찬은 좋았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도 들었다. 그건 틀린 말이라고 카사는 생각했다. 고래는 춤추지 않는다. 하지만 칭찬은 카사를 춤추게 하는 것은 매우 맞았다!
놀라신 듯한 선배님과 달리 저는 초연하기만 했습니다. 정말 평화로운 얼굴로 별거 아니라는 듯 말차를 곱게 들어 홀짝이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어림잡아 짐작하고 있었으니 놀랄 것도 아니지요? 정상적인 입학 시기라면 저희 둘다 같은 2학년으로 만났을테니까요. 제가 조금 예상치 못한 일로 늦었을 뿐이랍니다. 말을 편하게 했어도 됐겠단 선배님의 말씀에 적당히 대답해드린 뒤 찻잔을 내려놓던....도중 제 손을 잡아오시는 선배님의 손길에 조금 당황스러워졌지만, 바로 진정하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선배님 말씀도 옳아요~! 하지만 말이어요, 다른 분들 보는 데서 선배님 호칭을 안 붙이기엔 역시 조금 그렇지 않겠사와요...? 자칫하단 무례한 후배라며 오해를 살수도 있고... "
이대로 정말 편히 말해도 괜찮긴 하겠지만, 선배님도 열일곱, 저도 열일곱이니 솔직히 편히 말해도 괜찮은 나이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초등부 중등부 다 포함해서 저는 절대로 동갑내기분들에게도 반말을 해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게 배워왔기도 하지만 웬만해선 존댓말을 놓고 싶지가 않아서 말이지요. 조금 고민하다 말해보았습니다.
"그럼 선배님? 저희 둘일때는 편하게 하루 양이라 불러드려도 괜찮으신지요~? "
이걸 말할때 둘일때는 이란 부분을 특히 강조하였지요. 둘만 있을때만입니다! 다른 데에선 꼬박꼬박 선배님 호칭 붙이고 다닐거에요 그게 예의니까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짜 솔직히 말해 당황스럽습니다. 허가를 받은 거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게 이게 진짜 무슨 일일까요? 그래요...정말 지아양 아버님께서 저희와는 별개로 지아양을 데리고 가시려는 거겠지요. 제 문자 이후로 바로 전화가 오시는 걸 보니 정말이지 그게 사실일게 분명합니다. 일단 전화를 받아보도록 합시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마도 일본은 괜찮으려나... 아니, 괜찮을 수 밖에 없겠지. 마왕이랑 다른 준 영웅급의 사람들도 갔으니까. 바티칸에서도.. 군사 파견 어쩌구 했고... 걱정하지 말자! 내가 걱정할 문제도 아니고~ 설마~~~~ 마도 일본으로 가는 일반 학생이 있겠어? (웃음) 그럼! 오늘도 상쾌한 그림 그리기!
춤에는 많은 종류들이 있다. 예전에 했었던 발레 또한, 지금에 와서는 무용이라고 흔히 불리곤 하나, 결국은 춤의 한 갈래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처음에는 뭘 배웠더라. 올바른 자세? 은후는 방금 본 춤을 떠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박자에 맞추어 스텝을 밟고, 팔을 뻗었다. 처음이니까,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부원들이 보기에는 분명 엉망이겠지.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몸을 움직이는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