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학기다보니 학년을 가리지 않고 다들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들 더 바빠보이시니…돌이켜보면 저는 해본 것은 많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동아리 내부에서 어떻게 자리잡지도 못했으니 아직은 어정쩡합니다. 이렇게 보면 그저 1학년이기에 이것저것 주어진 기회가 많은 거라 봐야 맞을테니, “에이 정말 그럴 일까진 없답니다~🎵 에미리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너무 많은 걸요~? “ 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파견 임무라니 굉장하네요~! 부럽사와요🎵 저도 2학년이 되면 갈 수 있는걸까요~ 파견 다녀오신 건 어떠셨사와요? 많이 힘드셨는지요? “
자연스레 파견일이 어떠셨는지 안부를 물으며, 다음번에 선배님의 방을 찾을 때 뭘 준비할 지 생각중이시란 말씀에는 전혀 힘들이실 거 없다는 의미에서 “아이 참, 너무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괜찮사와요🎵 에미리는 평소대로 맞아주셔도 기쁘답니다! “ 라고 답해드렸습니다. 솔직히 너무 허례허식 치를 것까지야 없지요, 본인이 할수있는 한에서 정중히 손님을 맞으면 그만이지 않겠어요? 어디까지나 이건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배웠을 뿐이니…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 선배님께서 먼저 자리에 앉으시기를 기다리다, 앉으신 뒤에 바로 뒤이어 앉고는 선배님께서 패드를 들고 설명하시는 것을 조용히 경청하였습니다. 이렇게 듣고 있자니 조금…이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군요…!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시험에 나오면 바로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솔직히... 이 부분 보면서 이게 뭔가 싶어서 엄청 머리 싸맸었거든요? 그런데 하루 선배님께서 정말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덕분에 이해가 잘 된 것 같사와요🎵 “
정말로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저는 살짝 제 양손을 서로 포개며 선배님 방향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씀드렸습니다.
“좋은 설명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리와요~ 하루 선배님께선 정말 친절하신 것 같사와요! “
불행은 늘 연속적으로 온다 했던가, 납치사건을 겪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아에게 하멜른이 열린 그날의 기억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날이었다. 쌍방형 게이트라는 말에서 진즉 통제되었어야했다고 당시의 사람들이 평가하듯이, 하멜른은 단순히 소원을 들어주는 간단한 녀석이 아니었다. 기브 앤 테이크.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실현하는 게이트로, 누군가가 빈 '죽은 내 아이를 돌려주세요'라는 소원으로 인해 하멜른의 영향은 해운대구 전체로 뻗어나간 상황이었다. 멍한 표정을 한 채 해도 뜨지 않은 새벽녘, 게이트가 열린 방향인 해운대 해수욕장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 아이들의 행렬이 마치 하멜른의 피리 이야기같은 광경이었다.
지아는 그 행렬 가운데에서 문득 정신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바로 앞에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디언 자녀 납치사건에 휘말려 같은 공간에 있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친구를 깨워 집으로 향하려는 지아는, 정신만 깬 채 몸이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처지와 직면했다. 소리쳐서 자고있던 어른들을 깨우려고 하는 목소리는 억눌려 나오지 않았고, 그저 똑바로 앞을 본 채, 의지와는 달리 게이트를 향해가는 어린 지아의 눈에서는 공포와 혼란이 섞인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어찌 하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해운대 해수욕장이 보였다. 아이들이 하나 둘
게이트바닷속
로 걸어들어가는 가운데, 지아는 죽음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자신의 앞에서 걸어들어가는 친구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구해야해, 설령 내가 죽더라도, 더는 누군가를 잃기 싫어. 그날 바닷물이 목에 닿는 감각과 함께, 지아는 의념을 깨달았다.
하필이면 자신의 앞에있던 친구가 게이트로 들어간 후에.
하필이면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하던 친구의 유언이 떠오르면서.
지아는, 부산 앞바다의 바람(風)이 되고 싶었다. 바람처럼 부산을 품고, 자신의 소중한 인연들을 품는, 선선한 바닷바람이 되고싶었다.
"...안돼!!!"
이번에는, 정말로 선명한 꿈이었다. 그날 내뱉지 못한, 안돼라는 외마디와 함께 깨어난. 가끔 그러듯, 전혀 다른장소에서 잠에서 깨듯.
"아, 안돼..."
어째서인지 선명한 꿈이었다. 이번에는 진짜일까? 그렇다면, 만약 이 꿈이 죄책감이 꾸며낸 허구가 아닌 진짜라면 나는... 대체 왜 이런 일을 잊고 살았던걸까.
>>883 지아는 간신히 정신을 차립니다. 버둥거리는 몸은 제압되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묶였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억지로 근육이 굳은 것만 같은 감각입니다. 지아는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은 천천히 눈을 데굴거리다가, 한 점에서 멈춰섭니다.
그는 사과맛 사탕을 입에 털어넣으며 슬쩍 눈을 흘겨 지아를 바라봅니다. 지아는 그때서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교무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이 적힌 명패가 보입니다.
- 가디언 전투학 서혜찬
혜찬은 사탕을 입 속에서 굴리며 지아를 바라봅니다. 가볍게 쯧 하고 혀를 차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는 손을 들어올려, 이걸 때릴까 말까 하다가 손을 끌어내립니다.
" 네 애비한테 진 빚이 있으니까 이 정도만 한다. "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 그래서. 왜 자면서 학교를 뛰어다녔지? "
>>884 " 응. 오래 살고 볼 일이더라고. 내가 부장이래. "
그녀도 자신의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합니다.
>>885 " .. 아냐 됐어. "
딱히 군침이 돌진 않았는지 부장은 하늘을 바라보며 둥실둥실 뜨고 있습니다. 요즘따라 햇볕이 거세진 느낌이 듭니다.
>>892 이 언뜻 보면 수수해 보이지만 물에 젖은 비늘의 움직임의 규칙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물 밖으로 나와 외롭고 슬픈 참치의 마음을 은유하는 하늘색 비 같은 비늘과 하늘을 향해 비통한 절규를 내뱉을 것처럼 곧추선 입술과 '세상에 완벽한 사각형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표현하는 듯한 진리가 담긴 황금색 받침대와 비늘색과 다르지만 확연하게 시선을 끄는 두 개의 푸른 지느러미와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한계성을 보이는 한 개의 지느러미는 캡틴의 완전함을 상징하나 세상에 결국 완벽함은 없음이라 역설하는 고독함. 두 갈래의 꼬리지느러미를 채색할 때 가운데로 빠져나간 한 개의 선은 지금 제 경지로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담고 있는 것 같군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억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