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1 [ 의념의 각성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의념에 대한 생각이 나타나게 되었다. 아마도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의념 사용자가 신인류의 조건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이 가정은 점점 상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의념 각성자의 수에 따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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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념 각성자에게 예의나 예절을 가르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자신이 가볍게 휘두른 힘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념 각성자는 일반적인 범죄 기준보다 빡빡하고 처벌이 강한 법률들이 재정되어 있다. 그리고 함부로 의념을 휘두르는 이들을 위해 UGN에선 제압자로만 이루어진 대 의념 각성자 부대를 육성하기도 한다. 일명 '검은 사제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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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방패 미토멜라 게이트로 이동합니다. 찬혁은 게이트 앞에 섭니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직감적으로 바로 전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꼭, 불길한 느낌입니다.
일행은 천천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게이트에 익숙하지 않은 후배들을 위해 찬혁은 앞장서 나아갑니다. 사실 희생정신이나 선배로써의 마음 같은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 녀석들이 뛰쳐나가 일을 만든다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니 자신의 튼튼한 육체를 믿고 앞장선 것이죠.
은후는 자신의 총을 붙잡습니다. 만약 실수한다면 이후에 게이트 생활이 좀 힘들어진 것 같단 생각을 합니다.
문 안의 세상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미를 조금 바꾸자면 인간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단 하나의 반응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빛이 세 사람을 확 뒤엎습니다. 그리고 셋은 모두 선명한 피냄새에 코를 찌푸리고 맙니다. 제대로 시선이 돌아왔을 때,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내들고 맙니다.
날카로운 창에 수없는 시체들이 꼬챙이처럼 꿰여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체들이 눈을 번뜩인 채로,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는 것 같습니다.
- 침입자인가.
창을 바닥에 박아둔 채로, 쉬고 있던 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기를 뽑습니다. 지독하게 풍겨대는 피냄새는 이미 인간으로써의 선을 넘어버린 자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 뭐. 더 말이 필요하겠는가.
툭, 가벼운 발길질고 함께 남자가 바닥을 찹니다.
투두두두둑, 콰과과과곽
땅을 뚫고 수없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창을 피하며 찬혁은 이를 꽉 깨뭅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6 부장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연보랏빛의 눈동자가 지훈을 바라봅니다. 지훈은 그 눈을 바라봅니다. 눈 속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마음 속은 잔잔한 호수처럼 느껴집니다.
"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강해지는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
부장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납니다. 그리고 검을 천천히 뽑아듭니다. 검이 뽑히자 오니잔슈는 미친 듯 울어재끼기 시작합니다. 지훈은 이런 반응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쌍룡검을 보았을 때, 그리고 다음은 검성을 만났던 때입니다. 다만 이번 울음은 조금 다릅니다. 그때의 울음이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고통에 찬 울음이었다면, 이번에는 호승심에 내뱉는 함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검을 양 손으로 잡습니다. 천천히, 검끝이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숨을 내뱉습니다. 수많은 고민과 감정, 그런 것들이 모두 숨 속에 섞여 흩어져갑니다. 지훈은 등골에 짜릿한 감각을 느낍니다. 이상하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분명 그는 살기를 내뿜지도, 압박하기 위한 무언가도 없습니다. 더욱이 의념마저 담기지 않은 검이지만.
지훈은 명백히 압도되고 있습니다.
부장은 검끝을 천천히 세웁니다. 아주 평범한 내려치기 자세입니다. 지훈도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지 수백번은 반복하였을 그 자세를 부장은 지훈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검이 휘둘러집니다.
검이 천천히 공기를 가릅니다. 곡선을 그리며, 유려히 내려친 검격은 그 무엇도 베어내지 못하지만 또한 무엇이라고 베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서걱.
지훈이 놀란 것은 그 다음의 일 때문입니다. 지훈의 앞머리가 살짝 베여버립니다.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앞머리에서 신경을 잊은 채 지훈은 부장을 바라봅니다.
" 결국 우리는 검사입니다. 검에 마음을 담아야만 하며, 검에 어쩔 수 없이 본인을 드러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검은 우습게도 우리들에게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상승의 경지를 바라보기 위해선 우리들은 검을 단순히 도구에서 벗어나야 하며, 검과 하나가 되어야 하고 또한 우리는 검에 담는 모든 것을 비워야 한다고요. 하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앞에는 베어야만 하는 것이, 뒤에는 지켜야만 하는 아군이 있는데 그 사이에 모든 것을 비울 수 있을까요? 지훈은 그 의문을 삼키며 부장의 말을 듣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들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검과 하나가 되는 것? 검의 목소리를 듣는 것? 아니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검사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할까요? "
지훈은 고갤 젓습니다. 그런 것을 바라진 않기 때문입니다.
" 분명 제가 닿은 길은, 모두가 걷는 검의 길과는 다른 외도의 길일 것입니다. 슬프게도 제가 지키고자 하는 이는 저보다 수백걸음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전 그 사람의 곁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 사람이 휘두르는 검에 닿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노력 끝에 이 검에 닿았습니다. "
일의극정검一意極情劍 오의
그리고 지훈은 보게 됩니다.
심상단무心想斷務
물론 그 휘두르기는 지나치게 평범합니다. 특별함이라곤 없는 기본적인 동작입니다. 하지만 그 검 속에는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닿고자 하는 마음, 또한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검격이 되어 짧은 시간과, 공간마저 베어낸 채 지훈에게 닿은 것입니다. 지훈은 등을 자르르 울리는 감각에 눈을 크게 떠버립니다. 부장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지훈을 바라봅니다.
"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스스로 깨닿지 않는다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
강찬혁은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창들을 피해 왼쪽으로 비비고 오른쪽으로 비비고 온몸을 꽈배기처럼 틀고 아크로배틱한 모습을 보였다. 입에서 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시발, 시발, 시발,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강찬혁은 창을 피하는데 집중하며 어떻게든 적에게 가까이 가려고 합니다.
... 무언가 확실히 감이 잡히는 게 없습니다. 영성 S인 에미리의 생각으로도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회라는 속성 그 자체입니다. 돌아간다. 그러나 어떤 원리로? 결국 그 생각에 닿지 못해 에미리는 '시간'을 '되돌린다'는 생각으로 속성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념의 소모는 미친듯이 늘어나곤 합니다. 그렇다면.. 에미리는 조금 생각을 바꿔봅니다.
>> 소실에 관하여 하루는 붉은 입술에 어울리는, 붉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붉은 두 개가 만나, 더욱 주인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하루의 말 하나하나에 주인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달라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 점에서 하루는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루의 질문을 듣고 주인은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사실. 그 녀석. 아마 지금쯤 죽었을 걸세. "
주인의 말에 하루는 부채를 잡은 채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자 주인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과거에 꽤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의 소유였던 공장도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 부호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돈을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아이를 낳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내가 도박에 빠지기 전까진 말이다. 그녀는 미쳐서 도박에 빠진 채로 집안을 천천히 갉아먹었고 소년을 방치했다. 결국 다른 남자와 불륜을 들켜 집에서 도망치면서도, 그녀는 공장을 운영할 돈마저 들고 도망갔다. 한 순간 그는 추락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는 수없는 일들을 시작했다. 그러나, 평생 고생이라곤 모르던 그가 무엇을 알았을까. 일이란 호락호락하지 않고, 한때 부자였던 그를 괴롭히는 일은 하층민들의 허영심을 채우기에 충분했단 사실을 알았을까? 그는 얼마 전 이 가게에서 약을 하나 사갔다고 했다. 그 약은.. 천국의 계단이라는 독극물이었다.
후안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었다. 그리곤 낡은 연필도 같이 꺼내들었다. 소년은 천천히 후안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아빠는 한때 이 주변에 있는 큰 공장의 주인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빠가 돈이 없어지고, 공장을 팔아넘겼는데.. 공장에서 살인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아! 공장은 평범한 주물 공장이에요. "
에릭은 손을 잡아주는 지아의 행동에서 천천히 안정감을 얻어가는 듯 했다. 때때로 하지 않던 말을 하며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 소실.
소실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 무언가를 잊는 것. 무언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무언가에 닿지 못하게 되는 것.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잃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소년은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잃었다. 또한 슈퍼맨은 자신의 별을 찾아 하늘 높이 사라져버렸다. 소년의 곁에는 이제 남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천천히 외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 이 이야기가 종장에 다다른 뒤의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