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보통 이름 뒤에 양은 Sheep 로 해석되지 않고 Miss나 mademoiselle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양이 아니시라면 혹시 양이 아니라 군이신걸까요? 성별적인 면이던 지향적인 면이던 저는 굉장히 열려있기 때문에 만약에 본인이 원한다면 다르게 불러드릴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해드렸지요!
후후 입을 가리고 웃다가 카사양? 카사군? 의 눈빛이 묘하게 달라진 걸 보았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조금... 충격이셨던 걸까요? 하지만 보통 고기는 도축하시는 분들이 다 따로 해주시니까 저희같은 일반인들은 고기를 손질하는 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의미를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제쪽으로 손목을 내밀어주시는 걸 보고 금방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고 그 위로 똑같이 제 손목을 올려드렸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뒤에 따라오는 말로 보아 번호를 교환하자는 말씀일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나중에 일이 생기면? 불러달라는? 말로도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요 그래요🎵 저는 팔다리가 잘려도 다쳐도 금방 원래대로 붙여드리는 게 특기인지라~! 만약에 서포터가 필요하시다면 이 성학교 1학년 에미리를 불러주시와요? 전심 전력으로 서포트해드리겠사와요~! "
인맥이 늘어나는 건 언제든 환영이기에, 저는 똑같이 제 장점을 어필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장점이라기엔 그냥 특기를 말씀드린 것 뿐이지만요. 사실 이건 지나가는 말이지만, 카사 씨의 푹신푹신? 은 조금 이해 못했습니다. 이 아가씨는 혹시 곰인형으로 변하시는게 특기이신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답니다.
저것은 봐라! 저 얼빠진 저승사자의 얼굴! 필히 자신의 완벽하다 못해 허점을 찌른 대답에 감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카사의 얼굴에 비열하다고 밖에 묘사하지 못할 미소가 떠올랐다. 우후후후. 우후후후. 설화에서도 악마와 도박에서 이기면 그 죽음을 모면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들었다. 승리는 나의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사는 이상한 곳에서 교양적인 면이 있었다.)
동그라미를 닮은 점수를 전혀 모르는 눈치! 아니, 애초에 동그라미 점수표를 신경쓸 상황이 아니였다!
나이젤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지금, 카사의 몸은 휘청거렸다. 갑자기 튀어 나갔음에도 완전히 여유로운 저 말투...! 역시 저승사자는 다르다는 말인가! 카사는 이를 악물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웠던 에메랄드빛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주관적인 판단이다).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얼굴은 오히려 연륜의 여유와 잔혹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 또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카사의 영성 D가 바삐 돌아간다!
"도망칠수야 있어... 하지만 여기서 너를 쓰러트려도 되겠지!!"
영성 D의 두뇌가 만든 대답! 저승사자를 도박에서 이기면 그 때의 죽음은 피할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예 쓰러트리면!!! 평생 자유다!!! 짝! 위협성을 그대로 내보이는 채찍! 그래서 거리를 둔 지금도 침착했던 것이었나! 카사도 애써 침착한 척을 했다. 전혀 히익, 놀라지 않았고, 카사의 심장은 저언혀 토끼처럼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있지 않았다!
"크왕!"
아주 아주 무서운 표효를 내지르고 나이젤을 향해 파운싱을 한다!
// >>267 ㄱ그래!! 무엇보다 나는.... 그... 깨끗한 치아를 가지신 너희 아버지의 애비이기도 하지!!!! (출생의 혼돈)
에미리가 수긍하자 밝게 웃었다. 다행이다! 드디어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 나왔다! 용맹하고 재빠르게 강하고 똑똑한 카사는 맛있는 양과는 천년만년 동 떨어져 있다는 것을!
그런데, 카사 '군'?
카사는 멈칫했다. 이런 제안을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말이지?
[우후후.. 나의 차례인가 보군. 내 힘을 빌려주지, 어린 짐승이여.]
헛... 너는! 그 정체는 바로! 영성 D의 두뇌! 힘의 계약(?)에 따라 D급의 영성을 빌려준 카사의 두뇌! 이러저리 햄스터바퀴마냥 굴러간다!
군... 군..... 아! 군(army)!
쎄다! 많다! 다굴의 힘이 잔뜩 들어간 군! 카사의 눈이 밝게 빛난다!
"응! 군 좋아! 카사 군이라 불러줘!"
그렇게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 그 둘. 카사는 기쁘다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잔뜩 끄덕인다. ....전제가 틀려 먹었지만 둘 다 만족하면 된게 아닐까? 그래, 이 것은 분명 해피 엔딩 일것이다. 사오토메 에미리는 어떻게 불러줘?, 라고 묻는 것도 나름대로 보답을 하려는 의미일까.
"진짜야?! 다시 붙힐수 있어?!"
대단하구나 사오토메 에미리!! 진심으로 감탄을 하며 눈이 동그래진다. 우와아!! 걱정을 한 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손발을 빤히 쳐다본다. 팔다리가 떨어지면 꼭 찾아갈께!
내가 그렇게 잘못했다곤 생각 안 하는데. 잘못이 아주 없다곤 못 하지만... 이런 곳에서 다친 사람과 싸움이 붙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게다가 난 서포터인데. 어째서 비상용인 채찍을 먼저 꺼내들고 싸울 일이 자꾸 생기는 걸까. 나이젤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거둬들인 채찍을 잡아당겼다. 제압할 수 있을까? 못 하면 당하는 거고, 그러면 사이좋게 다쳐 눕겠네. 최악이야.
그리고 아까 전에 봤던 눈 깜짝할 만한 속도가 움직였다. 황금비와 신속 S의 신체로 덮쳐드는 속력은 나이젤의 B에 불과한 신속을 압도하고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다행인 건 카사가 포효를 먼저 하고 움직였다는 걸까. 그걸 신호삼아 나이젤은 채찍의 중간을 잡고 꽤 단단한 편인 손잡이를 앞으로 휘둘렀다. 정보를 취합하고 행동하기보단 반사신경에 의존한 그 공격은... 맞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