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다음 턴에 끝날지도 모른다고 했던 거는 그대로 그렸으면 광폭화 터지는데 광폭화 상황이면.. 전투 불능인 메리랑 사실상 전투 불능 직전인 에릭을 데리고 카사가 한턴에 모든 탱킹을 한다 치면 2서포터는 박수 치면서 이제 다음 턴은 우리지? 응!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서 그랬어..
⚠️ 카사가 훨씬 어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카사는 꽤 달라졌슴다. 이걸 흑역사 취급할지도 모르네요. ⚠️ 캐해 조차 완벽치 않아염. 막 뒤엎고 할수 있음 ⚠️ 잔혹한 묘사가 많습니다. 막 피 튀기고 막. 일단 순화하고 스포처리도 해놨는 데 미리 경고함다. ⚠️ 개그캐 주제에 묘사가 좀 진지함다. 속지 마십쇼. 얘는 그저 치킨에게 조련당하는 로드킬 유사 고라니일뿐
한 오후. 성공적인 사냥을 끝마친 카사는 할멈, 그러니까, '아브엘라'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상한 발효된 포도즙 같은 쓰기만 한 것을 왜 마시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할멈은 그 음료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했다. 좋아한다는 것을 일부러 자신에게 숨기는 것도 이해를 못 했지만, 숨기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도 알기는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아마 카사가 이리 빨리 올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일 테다. 카사는 가만히 식탁에 쭈그려 앉아 할멈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몸도 마음도 어린 카사에게 할멈의 붉어진 얼굴은 퍽 즐거운 구경거리였다. 눈을 슬며시 떠 시선을 맞추어 오는 할멈의 모습에 카사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픽, 마주 웃어 보이는 할멈의 손길에 이미 엉망인 카사의 머리칼이 더 헝클어졌다.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것뿐이지, 카사의 머리 자체는 썩 나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더 자주 들르게 된 후로는 나무에 스며든 옅은 알코올 향이 점점 더 옅어진다는 것도 알았고, 할멈이 술에 취할 때 카사는 모르는 이름들을 중얼거린다는 것도 알았다.
그날 중얼거리는 것은 그런 카사에게 의미 없는 이름들이 아니었다. 턱을 식탁에 기대는 카사를 보며 흐릿한 눈의 할멈은 한숨을 내쉬었었다.
"...너도 네 XX 같은 부모가 버리지 않았으면 이렇게 불행하게 자라지 않았겠지. XX..."
그 말을 끝으로 할멈은 코골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도 꽤나 우스워 계속 계속 지켜보다가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 배운 대로 이불을 끌고 와 할멈 위에 덮고 카사는 다시 오두막을 나갔다.
그 날밤 카사는 별빛을 지켜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흙탕을 지나치면 발자국이 가는 길을 따라오듯, 오늘따라 할멈의 말이 생각났다.
난 불행하게 살았나?
카사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 점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카사는 그 질문의 답이 심히 궁금했다. 궁금점은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카사의 성격 덕에, 카사는 진심을 다해 그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내 삶은 불행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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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우우우...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카사는 뛰었다. 뒤에는 가족이 있었고, 앞에는 사슴이 있었다. 발을 다쳤지만 큰 놈이다. 이를 잡으면 다들 다음 몇 주간은 굶주리지 않을 것이다. 이를 악문다. 혀에 비릿한 감각이 느껴진다.
카사의 발이, 그리고 손이, 땅에서 떨어졌다 다시 착지함을 반복한다. 이미 두터울 대로 두꺼워진 가죽은 별 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나, 어젯밤에 얇게 내린 눈은 영 좋은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손쉽게 사슴을 따라잡아도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 틈을 기다린다.
떨어져 있던 무리의 일원이 하울링을 듣고 하나둘 합류한다. 그중에 성급한 형제가 앞으로 도약한다. 입이 쩌억, 벌어지는 게 뒷다리를 노리는 듯했다. 카사는 그를 멈추지 못했다.
닿기도 전에 사슴이 뒤를 향해 강력한 다리를 뻗는다. 사슴도 살고 싶다. 살아버린 이상, 그 모든 생명은 살고 싶었다. 달라고 구걸한 적도 없는 것을, 한번 쥐고 나면 절대로 다시 놓지 못해 집착하게 되는 것이 생명이었다. 여기서 잡히면 발버둥 쳤던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것이었던 자신의 생명이 단숨에 끝나는 것이다. 생명이 걸린 일에는 그만큼 필살 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있는 그 모두가 그랬다.
깨갱! 형제가 단단한 발굽에 채여 저 멀리 떨어진다. 카사는 뒤돌아보지 못한다. 틈이 생겼다.
도약한다.
이가, 손이, 살아있는 생명의 목을 잡는다. 사슴은 공포에 빠진다. 목을 황급히 흔들어 자신을 떨쳐내려 한다. 카사는 콱, 그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는다. 짐승치고 둔한 이가 가죽을 뚫어 뜨거운 피를 갈망한다. 느려진 사슴을 형제들이 따라잡아 이를 깊숙이 박아 넣는다.
손아래 온기가 느껴진다. 긴급한 상황에 빠른 맥박이 느껴진다. 살고 싶어 뇌로 산소를 공급하는 피가 흐르고, 흐르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카사는 자신의 손으로 팔딱팔딱 뛰는 목숨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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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이란 곳은, 그러니까. 죽음과 삶이 연결된 곳이었다. 늑대가 살려면 토끼가 죽어야 했고, 토끼가 살려면 늑대는 굶어 죽는다. 자신의 삶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삶은 직접 빼앗아야 하고, 자신이 죽으면 살점은 뜯어 먹히고 남은 뼈다귀는 땅에 흡수되어 숲의 양분이 된다. 눈알은 새에게 쪼아 먹히고 썩은 고기 위에는 버섯이 자라 미래의 양분으로 쓰인다.
그 사실에 대해 카사는 유감이 없었다. 그냥 산다는 것이 그런 것뿐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되었고, 어린 형제도 그렇게 되었고, 언젠간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뼈 깊이 각인 된 사실이었고 깊이 각인된 만큼 카사는 그 사실에 대해 굳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죽음의 숨결이 언제나 목덜미에 내쉬고 있다.
그 숨결을 언제나 느끼고 있기에 카사는 달렸다. 뒤처지면 기다리는 것은 허무한 죽음뿐이니까 카사는 달렸다. 왜 살아있는지, 어째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카사는 달렸다. 생각은 사치였다. 부르터져 짓이겨진 살갗을 핥는 시간도 사치였다. 그래서 카사는 달렸다.
카사는 언제나, 언제나 살고 싶었다. 그 이유를, 그 삶을, 아니, 산다는 개념 자체도 알기 전에 살고 싶었다. 카사는 달리는 것을 멈춘 적이 없었다.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빨라지고 빨라져도. 손발 가죽이 두꺼워 더 이상 상처를 달지 않아도, 의념을 다루는 데 점점 능숙해져 늑대무리를 앞질러도. 조금이라도 멈추면 뒤에서부터 죽음의 차가운 손길이 느껴지기에.
하지만 그 처절한 발버둥 침이 의미 없다고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제 삶이 불행하다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기를 베어 물을 때 기뻤다. 가족이 죽을 때 슬펐다. 들이 내쉬는 공기는 달콤했고, 아려오는 상처는 고통스러웠다.
욱신거리는 근육, 밟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입가의 핏물,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이 모든 것이 카사의 삶을 증명했다. 카사는 그 증명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고, 사랑스러웠다. 그게 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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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른다.
사슴은 땅에 뉘어 발버둥을 쳤다. 조금 더 작은 놈이었다면 목을 확실하게 끊어 놓을 테지만, 이 만큼의 덩치는 알아서 피를 흘려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안전하다. 십 대 초반을 겨우 닿는 카사의 몸뚱아리는 너무 작았다. 입안에 흩어지는 비릿한 혈향. 여기저기 박히고 스친 상처를 카사도 땅에 누어 핥았다. 곧 모습을 하나씩 드러내는 새들과 소동물들이 시체를 탐할 것이다. 미리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아우우...
구슬픈 형제의 울음소리. 지친 몸을 이끌어 다가간다. 사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누군가가 엎어져 있다. 카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코로 이미 알고 있던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미동 없는 몸과 텅 빈 눈. 방금 사슴의 뒷발에 채인 형제이다. 아니, 형제였던 것이다.
남아있는 형제들이 운다. 늑대는 눈물을 흘릴 수 없기에, 울음소리를 통해서 긴 하울링을 내뺀다. 귀는 처지고 꼬리는 땅에 가까워진다. 카사는 다르다. 카사는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래서 흘린다. 소리 내 우는 것은 똑같다. 그래서 울음소리를 낸다.
하지만 영원히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거기 있는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 여기서만 있다가는 다른 동물들에게 먹이를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카사는 책임감이 있다.
형제를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형제가 아닌 것의 곁에서 떠난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사슴에게 다가간다. 이미 숨을 멈췄는지,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온기가 남아있고, 따뜻한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아래의 눈 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카사는 그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무리를 기다린다. 이내 하나, 둘, 형제들이 카사와 합류한다. 그제서야 카사는 아직 따뜻한 고기를 입에 머금었다.
차가운 세상과 대비되는 입안의 온기. 그 온기를 나누고자 형제들이 같이 있다. 카사의 이가 고기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혈관을 찢어놓는다.
살해의 증명을 입에 담고서, 카사는 생명의 증명을 느꼈다.
그들은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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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는 사전을 펼쳤다.
오래된 것이었다. 손때가 타고, 얼마나 많이 쓰여졌는지, 페이지 하나하나가 멀쩡하게 있는 게 없었다. 익숙한 손길로 그 책을 펼친다.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있는 카사앞에, 오두막의 히터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팔랑팔랑, 페이지가 하나씩 넘어가다 드디어 찾는다. 카사의 손가락이 어느 한 단어 앞에 멈췄다.
"불행. 명사. 행복하지 아니함."
아직은 조금의 어눌함을 담은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진다. 카사는 눈을 깜박였다. 페이지가 다시 파르륵, 넘어갔다.
"행복... 행보카, 행복하다. 명사.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작은 미간이 구겨진다. 카사는 사전을 아무렇게나 던지려다, 이내 테이블 위에 단정하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코웃음을 쳤다.
"할멈도 모르는 게 있네."
히죽.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성취감에 실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리석은 할멈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산에서 내려가라, '학교'란 곳으로 가라, '친구'란 것을 만들라, 어쩌고저쩌고 말을 한다. 분명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틀림없다.
하!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가! 카사는 충분히 만족했다! 온기를 나누는 가족이 있었고, 많고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할멈이 있었다. 달릴 때 뜨거운 피가 혈관을 데웠고, 울음을 내뱉을 때 성대가 기분 좋게 아파졌다.
거기에 '친구'란 무엇인가? 사냥하는 쪽도 아니고 사냥당하는 쪽도 아니라면 결국에는 자연의 수많은 경쟁자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미리 없애고 숨을 끊는 게 이로운 경쟁자 말이다. 정 붙여 좋은 일 없었다.
'지킨다는 것의 기쁨'이라는 것은 여기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바깥세상 따위 어찌 됐든 카사와 무슨 상관일까.
자신이 죽으면 살점은 뜯어 먹히고 남은 뼈다귀는 땅에 흡수되어 숲의 양분이 된다. 눈알은 새에게 쪼아 먹히고 썩은 고기 위에는 버섯이 자라 미래의 양분으로 쓰인다. 그 사실에 대해 카사는 유감이 없었다. 그냥 산다는 것이 그런 것뿐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되었고, 어린 형제도 그렇게 되었고, 언젠간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 카사는 그렇게 될 것이다.
카사는 그렇게 될 것이다. 삶을 갈망하는 동시에 그 사실에 안정을 느끼고 있었다. 모순인가? 상관없었다.
이 모든 발버둥침에 의미를 느끼고 있는 한, 카사는 산을 내려 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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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안의 생명체는 알껍질를 인지 했다. 이 알의 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그 알을 부수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안의 생명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안의 작디 작은 세상이 꽉 찬 것에 만족했다. 어리석은 생명체였다. 세월에 흐름에 따라 몸짓은 커지고, 그 세상에는 자신밖에 남지 않아, 결국에는 깨고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운명을 모르고 편히 잠들었다.
제 머리가 좀 많이 먹음직스럽게 말린 건 사실이니 아무렴 어떨까요? 이름을 외우는 방식이 귀엽다고 해야 할까, 저는 그만 살며시 입을 가리고 웃고야 말았습니다. 교복이 아니신 걸 보니 추측컨대 이 아가씨께선 저와 같은 성학교시겠지요? 그리고 추측컨대 랜서나 서포터같이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으시고요......보세요, 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시와요! 누가 이 아가씨에게 서포터시냐고 여쭙겠어요? 시선을 한 군데에다 두기도 벅찬데 계속 돌고 계시기에, 저는 고개를 돌리는 걸 포기하고 그저 옆머리를 빙빙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래요, 카사양...🎵 혹시 보답은 나중에 받아도 괜찮은지요? 그러니까... 다람쥐나 토끼 같은 건 말구 다른 걸로요? "
정말이지 이 아가씨께서는 실로 야생적인 소녀이시기에, 그녀가 주고 싶어하는 보답을 저는 받을 수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끼...는 아마 죽은 토끼이겠지요 아마...? 기숙사에서 애완동물 키우기는 무척 힘드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못 받겠다는 거기도 하구요. 짐작컨대 손질되지 않은 토끼일겁니다.
"에미리는 손질하는 법을 모른답니다~ 그래서 받아도 어떻게 쓸 방법을 모르와요... 소녀의 마음, 카사양께선 이해해 주시겠지요? "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는 듯 살짝 풀이 죽어선 카사양께 대답해 드렸습니다. 부탁이니 동물만은 선택지에서 빼면 안되련지요!